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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 W 2020

피아제(Pia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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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트(Altiplano Ultimate Concept)


피아제는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트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얇은 시계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는 셈인데요. 여전히 자동차 분야와 달리 시계에서는 컨셉트 워치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혹은 아직 미완성인) 개념을 소개하는 시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라는 피아제의 수식어와 달리 실제 판매를 할 수 없다면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트는 기존 알티플라노 900P의 설계를 확장한 듯 합니다. 다이얼과 배럴에서 밸런스로 이어지는 기어트레인을 평면에 늘어놓는 수법은 이미 알티플라노 900P를 통해 소개된 바 있으나, 밸런스, 기어 류의 고정하는 방법. 위, 아래의 축이 아닌 매다는 기법을 통해 브릿지를 제거해 두께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은 울트라 슬림의 역사에서 이처럼 기어를 플레이트에 매다는 방식이 실패를 겪었다는 사실입니다. 쟝 라살(Jean Lassale)의 권리를 매입해 만든 두께 1.2mm의 칼리버 20P를 피아제는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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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플라노(Altiplano) 910P


피아제의 실질적인 신모델은 컨셉트 워치를 제외하면 알티플라노 910P가 차지합니다. 뉴스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데요. 다이얼과 주요 부품을 평면에 가능한 평행하게 늘어놓아, 메인 플레이트, 브릿지, 케이스 백의 경계를 허문 모델이 알티플라노 900P입니다. 숫자가 바뀐 알리플라노 910P은 로터를 지닌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합니다. 900P가 완성한 두께를 유지하면서 수동을 자동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퍼리페럴 로터였습니다. 무브먼트의 바깥쪽을 따라 회전하는 로터로 최근 울트라 슬림에 이름을 올린 자동 시계들은 이 로터의 덕을 톡톡하게 보았죠. 피아제는 풀 로터 방식에 울렁증이 있는것 같습니다. 풀 로터로는 울트라 슬림의 영역에 근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도 마이크로 로터를 선택했던 과거와 같이 퍼리페럴 로터를 통한 두께 줄이기로 알티플라노 910P를 완성했습니다. 로터는 다이얼에서 일부분만이 보이므로 자동 시계라는 느낌은 착용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메 메르시에(Baume & Merc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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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튼 보매틱(Clifton Baumatic) Ref. 10436


보메 메르시에는 쿼츠 레볼루션의 이후, 즉 1970년대 이후 아마 처음으로 자신만의 자동 무브먼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클립튼 보매틱에 탑재한 칼리버 보매틱 BM12-1975A가 그 주인공입니다. 120시간(5일)에 달하는 파워리저브와 실리시움 소재의 헤어스프링은 2000년대의 워크 호스 무브먼트를 의미합니다. 리치몬드 그룹내에서 보메 메르시에의 포지션을 보았을 때 이는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인 하우스 무브먼트라고 봐야하나 요즘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리치먼드 그룹 산하의 무브먼트 매뉴팩처인 발 플리에가 만들었으며, 바쉐론 콘스탄틴의 피프티식스의 예를 봤을 때 다른 브랜드로 전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브먼트의 생김새나 억지로 한 듯한 인상을 잔뜩 풍기는 피니싱을 보면 보매틱을 수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얼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매틱의 등장은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리치몬드 그룹이 브랜드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 이 같은 그룹 주도의 무브먼트는 스와치 그룹과 유사한 형태로 앞으로 수직형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물론 이는 상당한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큰 위험성을 안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보메 메르시에로 트리거를 반쯤 당긴 듯합니다만...) 


무브먼트 바깥쪽의 거친 피니시가 자꾸 스와치의 시스템 51을 떠오르게 하긴 하지만, 보메 메르시에에겐 보매틱을 활용할 방법이 많아 보입니다. 2,500 스위스 프랑에 미치지 않는 가격은 보매틱의 장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시계 자체본다면 클립튼 보매틱은 딱 보메 메르시에 다운 적당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디자인, 실용적인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죠. 다른 클립튼 모델과 비교하면 에나멜 느낌이 나는 다이얼이며 외관에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요소로 보입니다. 



에르메스(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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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 (Carré) H


에르메스는 바젤월드에 참가하는 대신 제네바에서 열리는 SIHH를 택했습니다. 바젤월드 메인홀 2층의 터줏대감과 같았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발했던 부스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군요. SIHH에 참가한다는 사실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긴 합니다만, 에르메스에는 몇 가지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SIHH가 참가하는 파르지미아니와 지분을 통해 엮여있지만 뒤를 들여다 보면, 혈연으로 묶여 있기도 합니다. 에르메스가 파르미지아니 산하의 무브먼트 메이커 보우쉐의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파르미지아니가 에르메스의 스트랩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따라서 SIHH의 이적은 파르미지아니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이는데요. 사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데,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SIHH에 첫 등장한 에르메스는 토탈 브랜드답게 시계에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처음이니 만큼 뭔가 강렬한 신제품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부스마저 상대적으로 약화된 터라, 과거 미국발 토탈 브랜드인 랄프 로렌의 등장과 퇴장이 살짝 오버랩되었습니다. 신제품으로 나온 모델의 하나가 까레 H로 스퀘어 케이스 속에 뚜렷한 단차를 둔 원형 다이얼을 배치해 캐릭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바젤월드였다면 글쎄요. 크게 나쁘다고 할 수 없었겠지만 다른 시계 메이커의 면면이 훨씬 뚜렷한 SIHH에서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디자인만을 봤을 때에는 애플워치 혹은 애플워치를 기계식 시계로 패러디 한 모저앤씨의 스위스 알프 워치가 떠오릅니다. 


까레 H는 칼리버 H1912을 탑재합니다. 보우쉐가 공급한 무브먼트로 반복적인 H 패턴의 표면이 인상적입니다. 이 같은 보우쉐제 무브먼트는 에르메스가 자신들이 팔고 있는 시계의 중심 가격대를 올리고 싶어함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ETA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합리적인 시계를 만들었다는 첫 시작입니다. 한 번 소비자에게 인식된 시계의 포지셔닝은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는 장벽과 직면하게 될 것이며, 보우쉐의 무브먼트가 얼마나 이를 극복하게 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한가지는 힌트는 파르미지아니의 지루한 정체가 이어지고 있고 이를 봤을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라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