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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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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타임포럼이 글라슈테 오리지날(Glashütte Original)의 시계를 공식적으로 리뷰한 적이 없더군요. 국내에는 아직 면세를 제외한 로컬 매장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갔던 것도 사실이고, 촬영 가능한 제품을 수급하는 데도 구조적인 어려움이 존재했기 때문일 터입니다. 그럼에도 스와치 그룹 코리아 글라슈테 오리지날 PR/마케팅 담당자의 도움으로 비교적 최신 모델 중 하나인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Senator Excellence Panorama Date Moon Phase)를 이렇게 여러분들께 제대로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독일 시계를 애정하는 분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리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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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좌측부터,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세나토 엑설런스 순 © Glashütter Uhrenbetrieb GmbH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지난 2016년 바젤월드에서 브랜드 최초로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장착하고 100시간 파워리저브를 특징으로 하는 세나토 엑설런스(Senator Excellence) 라인을 런칭한 바 있습니다. 최초 쓰리 핸즈 형태로 첫 선을 보인 후, 같은 해 가을 데이트(파노라마 데이트)와 데이트 &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추가한 후속 버전이 뒤를 이었고, 2017년에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버전인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추가되어 2년여 만에 라인업이 금새 풍요로워졌는데요. 그 중에서 글라슈테 오리지날을 대표하는 두 상징적인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는 즉각적으로 반응이 가장 좋은 신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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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는 레드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두 케이스 버전 공통적으로 다이얼은 그레인 처리된 실버 계열 컬러를 적용했는데, 레드 골드 버전이 좀 더 아이보리톤이 돌고, 스틸 버전이 좀 더 화이트에 가까운 느낌으로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중 타임포럼은 스틸 케이스 &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 버전(Ref. 1-36-04-01-02-50)을 리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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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레드 골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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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스틸 모델 

2016년 런칭한 세나토 엑설런스는 완전히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무브먼트(칼리버 36 시리즈) 뿐만 아니라 케이스 디자인부터 이전의 세나토 라인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단종된 세나토 오토매틱 모델과 케이스 직경(40mm)은 동일하지만, 스텝 베젤부가 눈에 띄게 얇아지고, 케이스 러그 형태도 좀 더 직선적으로 바뀌었으며, 케이스 가공도 폴리시드와 새틴 브러시드 마감을 적절히 배합해 전체적으로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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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광이 조화를 이룬 케이스의 전체적인 가공상태는 별다른 흠을 찾기 힘들 만큼 준수한 편입니다. 결이 곱게 새틴 브러시드 마감한 프로파일(측면부)이 특히 인상적. 쓰리 피스 구조의 케이스는 언뜻 봐서는 여느 브랜드와 큰 차이가 없는 일반적인 라운드형 케이스처럼 보이지만 가공의 디테일함 덕분에 시계를 실제로 만져보면 충분히 고급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에 드러나지 않는 차이점도 있는데 케이스 내부 구조와 관련해서는 무브먼트를 설명할 때 추가로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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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소재의 케이스 직경은 40mm, 남성용 클래식 시계(일명 정장용 시계)로는 통상 가장 선호하는 사이즈로 제작되었으며, 두께 역시 전면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포함하고도 12.2mm 정도로 적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 러그 간 폭은 20mm이며, 케이스 방수 사양은 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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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세대 세나토 라인 대비 다이얼 디자인의 변화는 더욱 가시적입니다. 애초 컬렉션 자체가 19세기 글라슈테 지방에서 유행한 마린 크로노미터(Marine Chronometer) 및 크로노미터 포켓 워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로만 인덱스를 강조한 특유의 고전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전체 로마숫자를 적용한 전작과 달리 새로운 세나토 엑설런스 라인은 12시와 6시 방향에만 로마숫자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바형의 인덱스를 사용해 한층 미니멀한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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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베젤 두께가 얇아진 만큼 다이얼이 한층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얇고 길다란 로만 인덱스를 12시와 6시 방향에만 한정 적용함으로써 4시에서 5시 방향 사이에 파노라마 데이트(더블 데이트)와 10시에서 11시 방향에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위치해 있음에도 다이얼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이얼 중앙에는 글라슈테 오리지날 브랜드 로고와 글라슈테 지방을 대표하는 제조사(Glashütte 1/SA)를 뜻하는 로고가 서로 대칭을 이루며 프린트 되어 조화로운 디자인에 기여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시계는 파노라마 데이트와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각각 오프센터로, 다시 말해 중앙을 벗어나 있음에도 서로 대각선으로 대칭을 이루고, 각 인덱스 형태 및 길이 또한 마주보며 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밸런스는 좋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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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여느 브랜드와 차별화된 글라슈테 오리지날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점도 강점입니다. 브랜드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파노 시리즈가 특유의 유니크한 디스플레이에도 불구하고 곧잘 랑에 운트 죄네의 아이콘인 랑에 1 시리즈와 비교되는 것을 상기할 때, 새롭게 바뀐 세나토 엑설런스 라인 특히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특유의 디스플레이 형태는 적어도 타 제조사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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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겹의 바니시(래커) 처리 후 오돌도돌한 질감이 느껴지도록 그레인 마무리한 실버톤 다이얼 바탕에 브랜드 로고와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 심플한 바 형태의 아워 마커, 12시와 6시 방향에만 사용한 로만 뉴머럴은 단순히 잉크를 찍어 프린트한 방식이 아니라, 독일 남서부 포르츠하임(Pforzheim)에 위치한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인하우스 다이얼 공방에서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한 후 블랙 컬러를 갈바나이징 공법으로 채우는 식으로 완성했습니다. 더불어 블루 핸즈 역시 단순히 열처리한 스틸 핸즈가 아니라 화이트 골드 소재 바탕에 특수 배합한 블루 래커를 일일이 수공으로 덧입히는 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또한 센터 세컨드 핸드(초침) 끝부분은 글라슈테 오리지날을 상징하는 더블-G 로고를 형상화해 누가 봐도 한눈에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시계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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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기존의 세네터 엑설런스 쓰리 핸즈 모델에 사용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36을 베이스로 더블 디짓 링으로 구성된 파노라마 데이트 모듈과 고도로 정밀하게 작동하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모듈을 추가한 베리에이션 칼리버 36-04를 탑재했습니다. 칼리버 직경은 32.2mm이며, 두께는 6.7mm로 베이스 칼리버(두께 4.45mm) 대비 2mm 조금 넘게 두꺼워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 두께 역시 이점을 반영한 것이고요. 더블-G 로고가 양각된 크라운 0단에서 와인딩이 가능하며, 1단에서 시계방향으로 문페이즈 디스크를, 반시계방향으로 파노라마 데이트를 각각 조정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코렉터 없이 크라운 하나로 간편하게 조정이 가능한 편의성이 돋보입니다. 2단에서는 시간을 세팅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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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칼리버 36 시리즈는 이전 세대의 칼리버 39(직경 26.2mm)와 비교할 때 무브먼트 직경부터 일단 커졌습니다. 그리고 와인딩 구조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전통적인 일명 데탕트 클릭(Detent Click) 와인딩 시스템을 적용했고, 별도의 리덕션 기어(Reduction Gear)를 추가해 양방향 와인딩 로터의 효율과 내구성을 고려했습니다. 반면 로터 형태는 이전 세대의 매뉴팩처 칼리버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더블-G 로고가 도드라지게 스켈레톤 가공한 로터 끝부분에 21K 골드 웨이트를 추가해 셀프와인딩의 회전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강조했듯 싱글 배럴 구조임에도 배럴 내부 공간을 키우고(얇은 두께의 아버도 기여) 얇고 탄성이 강화된 새로운 메인스프링 소재를 도입해 100시간의 긴 파워리저브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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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를 구동하는 칼리버 36-04에는 또한 실제 월령 사이클(29일, 12시, 44분, 2.8초 단위)을 정확하게 계산한 발전된 형태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습니다. 문페이즈 디스크 하부에는 135개의 톱니로 이뤄진 정교한 기어 시스템이 적용돼 있고, 이는 이론상 122년마다 단 한 번의 조정만이 요구되는 고도의 정확성을 가능케 한다고 브랜드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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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14K 골드 스크류가 추가된 글루시듀르 밸런스에는 실리콘(Si) 소재의 헤어스프링이 장착돼 있습니다. 높은 자기장과 외부 충격, 온도 변화에도 성질이 거의 변화하지 않는 점이 큰 강점이며,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를 필두로 최근에는 스와치 그룹 산하 중저가 브랜드들(티쏘, 라도, 미도, 해밀턴)도 앞다투어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도입하고 있습니다(고로 이는 스와치 그룹의 정책적인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몇몇 핵심 부품의 질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글라슈테 지역 특유의 쓰리-쿼터 플레이트를 비롯해, 라쳇 휠 상단의 선버스트 가공, 블루 스크류, 골드 샤통, 스크류 밸런스, 그리고 스완넥 레귤레이터와 같은 글라슈테 오리지날 매뉴팩처 칼리버 특유의 고전적인 디테일들은 여전하며,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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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케이스 디자인을 언급하며 예고한 케이스 내부 구조에 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공개된 사진이나 시계 외관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케이스 내부 구조를 보면 안쪽 벽에 홈이 파여 있고 무브먼트(플레이트 상하부)를 이 홈을 따라 마치 카메라 렌즈를 결합하듯 돌려서 케이스에 피팅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는 것입니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이러한 케이스 구조를 가리켜 카메라의 렌즈 필터 관련 용어에서 착안해 바요넷 마운팅 시스템(Bayonet mounting system)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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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와 무브먼트를 완벽하게 결합시키려는 노력은 시계의 내구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외부의 갑작스런 충격이나 일상적으로 누적되는 진동에 무브먼트가 케이스 안에서 어느 순간 조금씩 겉돌 수가 있고(혹은 고정 스크류가 느슨해질 수도 있으며), 나아가 무브먼트를 외부와 연결하는 크라운 스템이나 피니언, 와인딩 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시계의 정확성과 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하이엔드 제조사들조차 케이스 크기와 밸런스에 맞지 않는 소형 무브먼트를 버젓이 탑재하고 케이스백을 개봉하면 몇 개의 스크류나 메탈 링으로만 고정시킨 예가 적지 않은데,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기믹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무브먼트의 완전한 체인지와 기술적인 도약 못지 않게 케이스 설계에 보이지 않은 공을 들인 점은 분명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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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매트하게 마감한 블랙 컬러 루이지애나산 악어가죽 스트랩을 장착했습니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폴딩 버클을 체결했으며,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유무광이 조화를 이룬 가공 상태를 보여줍니다. 클라스프 한쪽 상단에는 어김없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더블-G 로고 인그레이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 버전 외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도 함께 출시되며, 브레이슬릿만 따로 구매 후 호환도 가능합니다. 


세나토 엑설런스 파노라마 데이트 문페이즈 스틸 모델(Ref. 1-36-04-01-02-50)의 리테일가는 한화로 환산시 대략 1천 4백 만원 대입니다. 결코 만만한 가격대는 아니지만 시계에 담긴 기술력과 종합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그리고 비슷한 사양을 지닌 경쟁사 제품들과 비교할 때 나름대로 적정한 가격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품 촬영: 
권상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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