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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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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Heuer MONACO
과거를 향한 50년의 진화

이상우 LEE SANG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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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모나코

모터레이싱 정신을 계승하다
까레라, 모나코, 포뮬러1, 최근 론칭한 오타비아까지, 태그호이어의 컬렉션은 대체로 모터레이싱과 연결되어 있다. 창립자의 증손자인 잭 호이어는 모터스포츠의 열렬한 팬이었고, 자동차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손목시계에 담아냈다. 오늘날 태그호이어의 주요 컬렉션은 대부분 그가 1960년 CEO로 취임한 이후 탄생한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모델을 꼽는다면 까레라와 모나코가 아닐까 싶다. 둘 다 모터레이싱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제품 포지셔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까레라는 미래 지향적이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실험과 혁신을 시도한다. 2015년 스켈레톤 디자인을 적용한 호이어01 모델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호이어02를 장착한 새로운 디자인의 까레라가 대거 등장했다. 반면 모나코는 과거 지향적이다. 신제품이 등장하더라도 1969년의 최초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는 법이 없다. 올해 출시된 신형 모나코 역시 기존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무브먼트를 바꾸고 약간의 디테일만 추가되었다. 지난 50여 년 동안 모나코는 과거를 지키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칼리버11을 탑재한 모나코는 이러한 가치의 정점에 있다. 1969년 등장한 모나코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나코 칼리버11은 첫 번째 모나코를 복각한 모델이다. 2개의 사각형 서브 다이얼을 좌우로 배치한 ‘바이컴팩스(Bi-Compax)’ 크로노그래프 워치고 뷰렌·듀보아 데프라·호이어·브라이틀링이 연합해 개발한 칼리버11이 그 주인공이다(무브먼트가 공개된 것은 엘프리메로가 좀 더 빠르지만 상업적으로 판매된 것은 칼리버11이 최초다. 따라서 무엇이 최초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호이어는 1969년 3월, 칼리버11을 장착한 오타비아, 까레라, 모나코를 공개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모델은 단연 모나코였다. 초대 모나코는 사각형 케이스에 미드나잇 블루 다이얼을 적용했다. 그리고 1970년 스티브 맥퀸이 영화 <르망>에서 이 시계를 착용하면서, 모나코는 모터스포츠 정신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모델이 되었다. 블루 다이얼의 모나코가 일명 ‘맥퀸 모나코’로 불리며 가장 인기 있는 컬러로 군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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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칼리버11

물론 오늘날 모나코에 탑재한 칼리버11은 1969년 제작한 칼리버11과 전혀 다른 무브먼트다. 오리지널 칼리버11은 뷰렌이 제작한 마이크로로터 자동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듀보아 데프라의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결합한 형태였다. 반면 현재의 칼리버11은 셀리타300을 베이스로 듀보아 데프라의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결합했다. 칼리버11 개발에 참여했던 듀보아 데프라의 모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어렴풋이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리지널 칼리버11과 동일하게 9시 방향 크라운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1969년, 호이어는 반대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을 통해 ‘수동 와인딩이 필요 없는 오토매틱 워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3시 방향의 크라운을 생략함으로써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장점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9시 방향의 크라운은 과거의 칼리버11과 현재의 칼리버11을 이어주는 고리이자 복각 모나코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다. 그래서 불편한 시간 조정과 와인딩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사각형 케이스에 숨겨진 직선과 곡선의 조화
모나코는 세계 최초의 사각형 방수 시계이기도 하다. ‘사각’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그 틀 안에서 수많은 변주가 이뤄진다. 사진이 아닌 실물로 접하면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디자인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사실 모나코는 정면보다 측면에 주목해야 하는 시계다. 사각형 케이스의 윗변과 아랫변에는 수직 방향으로 완만한 곡선이 들어가 있는데, 이 곡선은 바로 곁에 솟아오른 사각 글라스의 곡선과 정확하게 수평을 이루면서 최종적으로 표면의 완만한 볼륨감을 만들어낸다. 반면 케이스의 좌측과 우측에는 수평 방향으로 곡선을 더했다. 이 곡선 라인이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케이스 양쪽의 부드러운 쿠션형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직선 중심의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곡선 요소가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화시킨다. 여러 각이며, 은색 서브 다이얼이 블루 메인 다이얼과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역팬더(reverse-panda)’ 디자인이기도 하다. 3시 방향에 영구 초침이 위치하고 9시 방향에 30분 카운터가 위치하는데, 30분 카운터는 1분 단위로 점핑하지 않고 중앙 초침과 연동되어 지속적으로 흘러간다. 다이얼 주위에는 시간 계측을 위한 1/4초 눈금이 새겨진 원형 인덱스가 있고, 5분 단위마다 붉은 마커와 야광 물질로 포인트를 줬다. 다이얼과 핸즈 곳곳에 사용한 레드 컬러는 무광 블루 다이얼과 대비를 이루면서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다. 원형 인덱스와 사각 다이얼 사이의 여백에 가로형 인덱스를 채워 넣은 것이 디자인의 백미다. 사각형 케이스에 도트 그래픽처럼 반짝이는 가로형 인덱스에서 브라운관 TV 시대의 향수 같은 것이 느껴진다. ‘태그’가 사라진 빈티지 ‘호이어’ 로고, 독특한 9시 방향의 크라운 역시 과거의 원형을 충실하게 재현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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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칼리버 호이어 02

세계 최초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와의 접점
1969년에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역동적인 이벤트가 많았다. 그해 인류는 달에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고, 보잉747이 항공 산업을 대중화했으며, 콩코드 여객기가 초음속으로 날아올랐다. 물론 시계업계에도 1969년은 특별한 해였다. 그해 세계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제니스의 엘프리메로, 세이코의 칼리버6139, 그리도로 깎아낸 단면은 유광과 무광이 조화를 이룬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주변은 브러시드 마감했고, 바로 아래 측면과 이어지는 부분은 폴리시드 마감을 했으며, 측면은 다시 브러시드 마감으로 처리했다. 2개의 푸시 버튼 역시 유광과 무광이 교차한다. 정교하게 다듬은 사각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도 매력을 더한다. 얼핏 보면 사각 유리를 덮어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사실은 글라스 측면을 여러 단계로 구분해 가공했다. 특히 모서리의 미세한 피니싱은 루페로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 이러한 세심한 마감은 조명 아래에서 빛이 반사될 때 그 진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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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의 경사면에서 이어지는 짧고 두툼한 러그도 매력적이다. 케이스 지름은 39×39mm인데, 사각 시계인 것을 고려하면 체감 크기가 원형 케이스 42mm 이상이다. 다만 러그가 짧아 어지간한 남성 손목이라면 러그가 벗어나는 일은 없다. 케이스 백은 시스루 방식으로 처리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범용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했지만 간단한 페를라주와 코트 드 제네바 피니싱을 더해 외관상으로 전혀 부족하지 않다. 사실 마감보다 중요한 것은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작동 방식이다. 푸시 버튼은 캠 방식이라서 누르는 감각이 부드러운 편이며, 수직 클러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초침이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작동한다. 파워 리저브는 40시간이며, 로터 효율 때문인지 다른 시계보다 비교적 빨리 멈추는 것은 아쉽다. 타공 처리한 검은색 소가죽 스트랩을 매치했는데, 서브 다이얼의 블랙 컬러 핸즈 덕분에 잘 어울린다. 시계를 구입한 이후 약 3년간 여러 스트랩을 써봤지만 이 오리지널 스트랩보다 좋은 조합을 찾지 못했다. 가죽 재질은 꽤 단단한 편으로, 그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디 버클은 단순한 구조지만 푸시 버튼으로 탈착하기 쉽고 착용감도 편하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 열풍 덕에 올해는 브레이슬릿 버전 모나코도 새롭게 출시되었다. 이 또한 과거 모델의 브레이슬릿을 재해석한 것이다. 기존 모델과의 호환도 가능한데, 다만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감수해야 할 듯하다.

만약 빈티지에 큰 관심이 없고,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원한다면 호이어02를 장착한 모나코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과거 모나코의 볼륨 모델이던 칼리버12의 디자인을 계승한 데다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는 자사 무브먼트 덕분에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취향에 따라 여러 갈림길이 있지만 어쨌든 태그호이어에서 단 하나의 모델을 고른다면 언제나 1순위는 모나코다. 선택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세계 최초 기록의 흔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디자인, 레이싱을 준비하는 스티브 맥퀸의 빛바랜 사진 한 장, 무엇보다 먼 미래에도 모나코는 여전히 모나코일 것이라는 믿음, 뭐 그런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