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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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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GA Speedmaster SNOOPY Edition
새로운 유희적 가치의 발견

이상우 LEE SANG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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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첫 번째 실버스누피 에디션

문워치에 스누피의 이야기를 더하다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마니아의 영역이다. 오토매틱 시계가 대중화된 상황에서 굳이 불편을 감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류가 달에 다녀온 역사와 함께하기 위해 시계 애호가들은 매뉴얼 와인딩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니, 오히려 ‘여전히 수동’이라는 사실에 환호한다. 단언컨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일 것이다. 스피드마스터는 NASA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선택되었고,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한 역사적 순간과 함께하면서 ‘문워치’라는 애칭을 얻었다. 사실 문워치보다 값비싼 시계는 많다. 하지만 적어도 스토리 측면에서 문워치를 뛰어넘는 시계는 흔치 않을 것이다. 우주선을 타고 달에 다녀온 유일무이한 손목시계이니 무슨 더 말이 필요할까? 매력적인 스토리에 당시의 디자인, 심지어 무브먼트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한 데다 가격까지 합리적이다.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문워치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최근 발표된 실버스누피 어워드 50주년 모델(이하 ‘스누피 문워치’)에는 더 특별한 이야기와 기능이 담겨 있다. 1960년대 무렵, NASA는 우주 탐사 미션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스누피를 마스코트로 선정했다. ‘실버스누피 어워드’는 1968년부터 NASA의 우주 탐사 임무에 기여한 인물이나 회사에 수여되었는데, 오메가는 1970년 우주비행사들에게 이 상을 받았다. 아폴로 13호가 지구로 귀환하면서 궤도 수정을 위해 정확히 14초 동안 엔진을 가동해야 했는데, 전자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피드마스터가 그 임무를 수행해냈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메가는 2003년 첫 번째 실버스누피 어워드 한정판을 발매했고, 2015년에는 아폴로 13호 착륙 45주년을 기념하면서 두 번째 한정판을 발매했다. 올해 공개된 스누피 문워치는 실버스누피 어워드 50주년을 기념하는 세 번째 스누피 에디션이다. 1970피스 제작된 두 번째 한정판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기에 새로운 스누피 문워치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컸고, 그동안 온라인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3세대 스누피 문워치는 시계 애호가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정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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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두 번째 실버 스누피 에디션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디자인
정식으로 발매되기 전에 미디어 홍보용 샘플을 운 좋게 만나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기존 문워치 프로페셔널과 동일하다. 4mm 케이스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재질의 돔 글라스를 얹었고, 세라믹 베젤에는 타키미터 스케일이 레이저 가공과 에나멜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참고로 스피드마스터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베젤에 새긴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컬러다. 기존 실버스누피 어워드 45주년 모델은 화이트와 블랙 컬러를 조합해 만화 속 스누피 캐릭터의 느낌을 살렸다. 반면 이번 50주년 모델은 실버다이얼에 블루 서브다이얼과 블루 베젤을 조합했다. 전작이 ‘스누피’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모델은 ‘실버’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새로운 컬러 조합 덕분에 오리지널 문워치보다 훨씬 화려한 느낌이다. 기본 제공되는 블루 캔버스 스트랩 역시 캐주얼한 분위기를 배가한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채도 낮은 무광 블루와 실버 컬러를 활용해 적당한 무게감을 더했다. 다이얼 중앙에는 ‘ag925’라는 문자가 각인되어 있다. 도금 처리한 것이 아니라 순도 92.5%의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를 사용했다는 의미다. 다이얼 주위에는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정교한 크로노그래프 인덱스를 새겼다. 아워 마커와 핸즈는 블루 PVD 코팅으로 처리했고, 마커 끝부분과 핸즈에 야광 물질을 발랐다. 베젤은 물론 스누피 캐릭터와 아워 마커 테두리까지 빛나던 2세대 스누피 모델에 비해 야광의 화려함은 다소 줄었다. 9시 방향 서브 다이얼에는 ‘50TH ANNIVERSARY’라는 문구와 함께 스누피(실버스누피 어워드의 배지)를 부조 형태로 새겨 넣어서 실버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모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다이얼 안쪽에는 칼리버 3861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탑재되어 있다. 스피드마스터는 1968년까지 칼리 버321로 구동되었고, 이후 1997년까지 꽤 오랜 기간 칼리버 861로 대체되었다. 칼리버 861에 로듐 도금을 적용한 무브먼트가 칼리버 1861이며, 이를 기반으로 정확성과 항자성 등을 높인 무브먼트가 바로 칼리버 3861이다. 2019년 등장한 칼리버 3861은 칼리버 861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부품과 기능을 더한 그야말로 ‘살아 있는 최신식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1861의 안정성에 더해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갖추면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다. 파워 리저브는 50시간으로 기존 칼리버 1861에 비해 2시간 정도 증가했다. 직접 작동해보니 수동 무브먼트 특유의 단단하고 분명한 와이딩 감각이 인상적이었고, 푸시 버튼의 작동 역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많은 제조사들이 과거의 유산을 강조하지만 무브먼트까지 계승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빈티지 모델이 아닌 현행 모델에서 이런 고전적인 무브먼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수동 크로노그래프 애호가들에게 축복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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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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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에디션 케이스 백

장난감, 그리고 기계식 손목시계
이번 스누피 문워치의 하이라이트는 케이스 백이다. 미세 구조 금속화를 통해 표현된 달 뒷면 가공이 정교해 프린팅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다. 우주는 에나멜 도료를 칠한 뒤 구워내 마치 도자기 같은 광택이 느껴진다. 그 속에는 은빛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고, ‘Eyes on the Stars’라는 상징적인 글귀가 적혀 있다. 오른쪽에는 푸른 지구가 서서히 회전한다. 초침의 회전축과 연결되어 시계가 작동하는 동안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크로노그래프 버튼을 누르면 우주선에 탑승한 스누피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주선은 약 14초(아폴로 13호의 궤도 수정에 필요했던 바로 그 14초) 후 지구를 통과하고, 30초 정도 비행한 다음, 다시 달 뒷면으로 사라진다. 우주선을 움직이는 투명 핸즈는 사파이어 글라스가 아닌 실리카 글라스(silica glass)로 만들어 내구성이 뛰어나다. 스누피 문워치의 케이스 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달의 뒷면을 향해 떠나는 초침 소리가 이 작은 공간의 적막을 서정적으로 채워준다.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스누피 문워치는 시계가 지닌 유희적 가치를 극대화한 모델이다. 시계의 운동 에너지를 활용해 시각적 볼거리나 재미 요소로 제공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기원전 250년경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크테시비우스는 인형이 움직이면서 시간을 가리키는 물시계를 발명했는데, 이는 ‘오토마타(automata)’라는 기계장치 인형의 기원이었다. 이후 오토마타는 기계식 시계와 함께 진화했다. 18세기 시계 제작자 자케 드로는 자신의 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정교한 오토마타를 시계에 결합했다. 오늘날에도 몇몇 하이엔드 제조사에서 오토마타 워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손목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스누피 문워치의 가장 놀라운 점은 하이엔드 제조사의 전유물이던 오토마타 워치를 보다 대중적인 브랜드에서 구현했다는 것이다. 오메가는 특별한 장치를 더하지 않고 기존 크로노그메커니즘은 문워치 고유의 달 탐사 스토리, 그리고 스누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보다 완벽한 장난감을 만들어냈다. 스누피 문워치는 누구나 갖고 싶은 어른의 장난감이자 래프 무브먼트의 작동 메커니즘을 활용해 새로운 유희적가치를 창조했다. 이 독창적인 기계식 시계의 유희적 가치를 대중화시킨 성공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