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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GA Speedmaster Moonwatch
작지만 위대한 도약

이상우 LEE SANG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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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스피드마스터

아이코닉 워치의 풀 체인지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델 체인지를 단행한다. 기본 구조는 거의 동일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변경한 것을 ‘마이너 체인지(페이스 리프트)’, 새로운 기술에 발맞춰 엔진·플랫폼·디자인까지 전부 바꿔버리는 것을 ‘풀 체인지’라고 부른다. 시계 회사들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브랜드에서는 주기적으로 인기 모델의 상품성을 개선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자 한다. 주로 디자인의 변화만 주는 마이너 체인지 정도인데, 가끔은 무브먼트부터 기능, 외형에 이르기까지 풀 체인지급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모델 체인지가 태생적으로 어려운 시계도 있다.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갖춘 각 브랜드의 아이코닉 워치들이다.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 태그호이어의 모나코,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문워치 같은 시계가 대표적이다. 이런 시계들은 모델 체인지의 주기가 길고, 변화 폭도 제한적이다. 역사성이 풍부한 시계일수록 애호가들은 날것 그대로의 원형을 원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워치 역시 디자인적인 변화를 최소화했다. 문워치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어디가 달라졌는지 한참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시계 중앙의 오메가 로고와 폰트, 미닛 트랙의 간격, 서브 다이얼의 깊이 등 마니아 입장에서 찾아보면 여러 부분이 바뀌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오리지널 문워치의 디자인을 계승한다. 반면 무브먼트, 브레이슬릿 등 다이얼 디자인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를 주었다. 겉모습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이것은 분명 풀 체인지다. 자동차 만화 <이니셜D>에서 새로운 심장을 이식한 ‘86’의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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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피드마스터 스테인리스 스틸

완벽에 가까워진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의 변화가 가장 반갑다. 구형 브레이슬릿은 시계 본체에 비해 지나치게 두껍고 투박했다. 무엇보다 손목이 가는 사람이 착용하면 엔드 링크 쪽 중앙 파츠가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와서 보기에 좋지 않았고, 착용감도 떨어졌다. 신형 브레이슬릿은 이런 단점을 개선하는 한편, 훨씬 가볍고 슬림해졌다. 일단 브레이슬릿을 구성하는 각 파츠의 크기가 작아지고 길이도 줄어들면서 보다 원형에 가까워졌다. 덕분에 전체 무게는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졌고, 각 파츠의 곡선이 살아나면서 평면적이던 브레이슬릿에 입체감이 더해졌다. 게다가 유연해서 어떤 손목에든 부드럽게 감긴다. 마치 롤렉스의 쥬빌리 브레이슬릿이 연상된다. 브레이슬릿 라인에도 변화를 주었다. 구형 브레이슬릿은 엔드 링크에서 클래스프까지 폭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시종일관 곧게 뻗어나간다. 반면 신형 브레이슬릿은 엔드 링크에서 클래스프까지 폭이 점점 줄어드는 형태다. 시계 본체와 밸런스가 맞을 뿐만 아니라 러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라인이 멋스럽다. 클래스프 디자인도 바뀌었다. 새틴 마감 커버에 폴리싱 처리한 오메가 로고만 심플하게 넣었다. 이 또한 초기 문워치의 디자인을 반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속 재질의 브레이슬릿은 내구성이 강하고 화려한 반면, 무겁고 착용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신형 문워치의 브레이슬릿은 가볍고, 편하며, 아름답다. 이 정도 완성도라면 굳이 패브릭이나 가죽 스트랩 옵션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다른 스트랩 옵션은 선택지에서 아예 지울 것을 권한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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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피드마스터 18K 세드나™ 골드

새로운 엔진에 과거의 디자인을 담아내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3861로 교체되었다. 최근 스누피 문워치에 탑재했던 오메가의 최신 수동 크로노그래프 엔진이다. 그동안 일부 한정판에만 적용했지만 결국 레귤러 모델에도 탑재되었다. 완벽한 세대교체다. 칼리버 3861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뛰어난 정확성과 항자성을 확보했고,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다. 비록 2시간 정도지만 파워 리저브도 소폭 증가했으며, 표면 마감 처리도 업그레이드되었다. 여러모로 기존 칼리버 1861을 뛰어넘는데, 그럼에도 크기와 두께는 거의 동일하다. 오히려 케이스 두께가 소폭 감소해 착용감은 더욱 좋아졌다. 케이스 지름은 기존과 동일하게 42mm이고, 크라운 가드를 적용한 비대칭 케이스와 트위스트 러그 등 문워치 고유의 디자인 코드를 이어간다. 다이얼 디자인은 군데군데 달라진 점이 보인다. 물론 기존 문워치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마니아들이 선호할 만한 요소를 추가한 정도다. 가장 큰 변화는 서브 다이얼에 깊이를 더한 스텝 다이얼이다. 문워치 321 모델에도 적용되었던 초기 문워치 디자인을 가져왔다. 오목하게 들어간 서브 다이얼에서 달의 분화구가 떠오른다. 다이얼 주위의 미닛 트랙도 정돈되었다. 기존에 1/5초 단위였던 미닛 트랙을 칼리버 3861의 진동수에 맞춰 1/3초 단위로 축소했다. 덕분에 보다 정확한 크로노그래프 계측이 가능해졌고, 다이얼의 여백미도 더해졌다. 12시 방향의 폰트도 살짝 변화를 주었다. 특히 사파이어 크리스털 버전에는 오메가 로고를 양각 인덱스로 부착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베젤은 여전히 양극 산화 처리한 알루미늄 베젤을 사용한다. 다만 타키미터 스케일의 숫자 ‘90’ 옆에 있던 도트가 상단으로 옮겨 갔다. 사소하지만 문워치의 역사적 디테일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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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피드마스터 카노푸스™ 골드

문워치 마니아들을 위한 위대한 도약
신형 문워치는 구형과 마찬가지로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다. 전면부 커버 재질에 따라 헤잘라이트(운모) 글라스 버전과 사파이어 크리스털 버처전으로 구분되고, 각각 서로 다른 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스틸 브레이슬릿 외에도 헤잘라이트 버전은 나일론 패브릭 스트랩, 사파이어 버전은 레더 스트랩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헤잘라이트 버전은 역사성에 충실한 모델이다. 과거 NASA에서는 우주 공간의 급격한 압력 변화에도 글라스가 깨지지 않도록 오메가에 헤잘라이트 재질을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버전에서는 이런 요소를 그대로 계승했다. 시계 뒷면도 옛 문워치와 동일하게 무브먼트가 보이지 않는 솔리드 백이다. 헤잘라이트 글라스는 스크래치에 취약하지만 특유의 볼록한 곡률로 미적 완성도가 높다. 빛 투과율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따뜻한 느낌도 든다. 반면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보다 선명하고 스크래치 걱정이 없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착용하기에 좋다. 시스루 백을 통해 멋진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작동 과정을 감상할 수도 있다. 대신 곡선이 외곽 라인에만 집중되어 있어 돔 글라스 특유의 매력을 완전하게 느끼기는 어렵다. 구형 문워치는 무브먼트에도 차이가 있었다. 헤잘라이트 버전에는 칼리버 1861, 사파이어 버전에는 칼리버 1863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신형 문워치에는 두 버전 모두 칼리버 3861이 탑재되어 있다. 또 신형은 브레이슬릿 표면 처리, 오메가 로고의 양각 인덱스 등의 차이가 더해졌다. 특히 브레이슬릿을 서로 차별화한 점이 눈에 띈다. 헤잘라이트 글라스 버전은 브레이슬릿 전체를 무광 브러싱으로 처리한 반면, 사파이어 크리스털 버전은 가운데 2개의 연결 파츠에 유광 폴리싱을 더해 보다 젊은 느낌을 준다. 문워치의 역사성과 돔 글라스 특유의 빈티지 느낌을 선호한다면 헤잘라이트 버전을 추천한다. 동일한 무브먼트에 고유의 장점까지 갖췄는데 가격은 훨씬 합리적이다. 실용적이고 젊은 감각을 원하면서 종종 무브먼트까지 감상하고 싶다면 사파이어 크리스털 버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헤잘라이트 글라스 버전에 시스루 백을 적용한다면 베스트겠지만, 이번 신형에도 제3의 선택지는 없다. 한편 오메가는 특별한 문워치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18K 레드 골드 합금인 세드나 골드 모델과 18K 화이트 골드 합금인 카노푸스 골드 모델도 준비했다. 다만 브레이슬릿까지 골드로 선택하면 가격이 대기권을 뚫고 달까지 날아갈 기세다. 여유가 있거나 용기가 있는 사람만 이 금빛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신형 문워치는 입문자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문워치 마니아들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평소 문워치를 염두에 뒀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번 신형 문워치를 향해 고민 없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