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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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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과 직선이 조화를 이루는 토노 케이스가 브랜드와 디자인을 상징하는 리차드 밀이지만 라운드 케이스로도 제법 시계를 내놓는 편입니다. 기술적, 미학적으로 정점에 선 RM 031 같은 모델은 토노가 아닌 라운드 케이스로 선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라운드 케이스는 시계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형태입니다. 기본적으로 회전을 통해 시간을 표시하며, 이와 같은 표시 방식은 부품이 회전과 진동하는 무브먼트의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기인했기 때문입니다. 시계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귀결인 셈이죠. 다만 리차드 밀은 이와 같은 합리성을 조금 손해 보면서라도 미학적 측면에서 스스로 가장 만족할 수 있다고 판단해 토노 케이스를 선택했을 것 입니다.

 

역설적으로 리차드 밀의 라운드 케이스가 재미있는 이유인데요. 이 글에 등장하는 두 개의 다이버 워치와 하나의 레가타 워치는 미학보다 기능적인 이유로 라운드 케이스를 택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라운드 케이스의 원론적인 태생성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이버 워치의 개념은 초기 방수시계를 거쳐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스와 같은 선조들이 정립해 지름에 이릅니다. 핵심은 방수성능과 잠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회전 베젤의 구비입니다. 시계로 잠수시간을 표시하는 데에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60여 년 전의 방식이 지금까지 통용된다면 이유가 있을 터입니다. 다이버 워치를 경험해 보았다면 이것이 가장 직관적이며 빠르게 잠수시간을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움직임이 제약된 물 속에서 1, 1초는 때로 생사를 가르는 무거운 시간이 되지요.

 

RM 028 오토매틱 다이버 워치 (Automatic Diver's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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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의 비규격 스크류로 수놓은 경사진 회전 베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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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인 검정색 러버 밴드 이외에도 컬러풀 한 오랜지 러버 밴드의 장착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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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은 다이버 워치의 구상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다름 아닌 다이버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 디자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보다 완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면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전통 방식을 수용한 대신 보다 높은 안전을 택해 혁신을 꾀했다고 할까요? 미국의 장엄한 데이토나 스피드웨이의 경사진 트랙을 연상시키는 베젤에는 두 개의 버튼이 12시와 6시 방향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이버 워치의 역사에서 다이버의 안전을 위해 지금처럼 시계 반대방향으로만 회전하는 베젤로 발전하였듯, 리차드 밀은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죠.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서 돌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베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베젤을 눌러 돌리는 방식은 다른 브랜드에도 있지만, 커다란 두 개의 버튼은 보다 완벽한 안전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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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_5570_R.jpg회전력을 변경할 수 있는 가변 지오메트리 로터좌우의 날개 위치를 바꾸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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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크라운을 보호하도록 디자인 된 근육질의 크라운 가드


리차드 밀의 완벽주의 성향은 RM 028과 뒤에 소개할 RM 032, 즉 두 개의 다이버 워치(투르비용인 RM 025도 다이버 워치)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둘 모두 300m 방수지만 방수시계의 규격이 아닌 다이버 워치 규격(ISO 6425)을 클리어 했습니다. 300m 1.25배에 달하는 375m의 방수성능을 갖췄다는 의미로 스위스 시계업계에서 다이버 워치 모델에 다이버 워치 규격을 적용하는 메이커가 의외로 소수라는 점을 보면 의미가 깊습니다. RM 028은 시간과 날짜를 표시하는 심플한 구성으로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RMAS7을 통해 기능을 구현합니다. 그레이드 5 티타늄으로 완성한 케이스는 다이버 워치의 정형성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커다란 크라운을 보호하기 위해 솟아오른 크라운 가드는 47mm의 케이스 지름과 더불어 리차드 밀에서는 유래 없는 근육질을 드러냅니다.

 

RM 032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다이버 워치 (Automatic Chronograph Diver's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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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화살표가 보이면 크라운은 개폐상태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RM 032는 다이버 워치 구조에서 기본적인 부분을 RM 028과 공유합니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기능과 이에 따른 형태를 지녔죠. 크로노그래프의 기반 위에 애뉴얼 캘린더를 더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알아챌 수 없습니다. 애뉴얼 캘린더는 12시 방향 빅 데이트와 4시와 5시 사이에 걸친 작은 창에서 표시하는 숫자, 즉 월 표시로 구현합니다. 라운드의 자동 무브먼트는 상대적으로 리차드 밀의 다른 무브먼트에 비해 개방감이 옅습니다. 그로 인해 스켈레톤, 오픈워크가 주는 입체감도 감소하게 되는데요. 빅 데이트를 구성하는 두 장의 스켈레톤 디스크와 월을 표시의 같은 방식의 디스크가 이 점을 보완합니다. 놀이공원의 대관람차 실루엣을 드러내는 빅 데이트 디스크는 다이얼의 복잡함과 구성미를 갖추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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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과 검정색 러버를 사용해 락킹 크라운 기능과 더불어 영역을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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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러버 밴드로 교체한 모습


크로노그래프는 구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더 소요됩니다. 익숙한 두 개의 스몰 다이얼이 함정(?)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3시 방향의 런닝 인디케이터(Indicateur de Marche)는 시계의 동작 유무를 나타냅니다. 아마 초침을 응용했지 싶은데요. 상단 검정색 디스크 회전에 따라 아래쪽에 야광을 올린 하얀색 레이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식으로 동작의 유무를 확인시킵니다. 검푸른 물속의 다이버에게 공포스러운 순간의 하나는 회전 베젤이 외력에 의해 의도치 않게 시계 방향으로 회전해버렸거나 아니면 시계가 멈춘 상황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일테니까요. 6시 방향은 12시간 인디케이터입니다. 그렇다면 분 단위 카운터가 있어야 하겠죠. 힌트는 12시에서 3시 방향에 걸친 빨간색 인덱스이며,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고 1분이 지나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바늘이 해답이 됩니다. 평소에는 가려져있다가 크로노그래프 작동과 함께 등장한 노란색 바늘은 센트럴 카운터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RM 032 RM 028과 달리 록킹(Locking) 크라운을 택했습니다. 크라운 조작을 위해 빨간색 화살표가 그려진 검정색 링을 돌려야 합니다. 초록색 화살표가 나타나면 크라운은 조작이 가능한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고, 조작이 완료되면 이 과정을 역순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이 역시 보다 완전한 방수성능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이중 잠금장치입니다.

 

RM 60-01 레가타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Regatta Flyback Chrono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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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복잡함으로 완성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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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RM 60-01은 위의 다이버 워치와 함께 리차드 밀이 물을 테마로 완성한 모델입니다. RM 032와 구성이 유사한데요. 역시 크로노그래프와 애뉴얼 캘린더를 갖추고 있습니다. 베이스 무브먼트가 동일하나, RM 032와 달리 쓰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이고 각 카운터는 일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9시 방향 디스크는 레가타 워치의 테마를 살리기 위한 디자인이 아닐까 하는데요. 배의 조타 형태를 이미지 한 스켈레톤 가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RM 60-01은 레가타 워치이면서 레가타 워치의 전형에서 탈피하고 있습니다. 레가타는 요트 경기를 뜻하며, 따라서 레가타 워치는 이것에 사용할 수 있는, 즉 요트가 출발선에서 바람의 방향에 기민하게 대응해가며 쾌속의 스타트를 할 수 있도록 카운트 다운 기능이 필수적입니다. RM 60-01은 카운트 다운 기능은 크로노그래프로 대체하고 대신 UTC와 세 개의 구획으로 나뉜 베젤로 독자적인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베젤에는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방위와 중앙의 24시간 UTC 핸드와 연동할 수 있도록 남, 북반구의 24시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요트 경기에서의 빠른 스타트보다 항해에 중점을 둔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트 경기에 임하는 플레이어보다는 요트 오너를 위한 느낌이 강합니다.


KSH_5539_R.jpg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작동을 위해 명확하게 구분한 푸시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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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RMAC2


이 모든 기능은 칼리버 RMAC2에 의해 구현되며 RM 028, RM 032와 같은 베이스이므로 가변 지오메트리 로터에 의해 사용자에 가장 최적화 된 와인딩 효율을 구사합니다. 무브먼트는 케이스와 같은 티타늄 소재이며 PVD처리를 해 케이스와 다른 톤을 드러냅니다. 로터는 소재의 색상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회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끝 단의 웨이트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화이트 골드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귀금속 특유의 광택을 굳이 드러내려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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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028, RM 032, RM 60-01과 같은 물을 테마로 삼은 모델 이외에 하늘을 테마로 삼은 에비에이션 워치 RM 039 시리즈도 라운드 케이스로 소개됩니다. 프로페셔널 지향의 시계들이 라운드 케이스를 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리차드 밀의 비정형성을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토노 케이스보다 일반적인 라운드 케이스에 더욱 독특한 모델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이버 워치와 레가타 워치에서도 다름을 한껏 드러냅니다. 여름이면 으레 등장하는 납량특집이나 공포영화처럼 진부해진 다이버 워치에서 계절에서도 리차드 밀은 리차드 밀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제품 자세히 보기 : RM 028, RM 032, RM 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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