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스토리를 담은 레트로그레이드
레트로그레이드는 완전한 원형이 아닌, 이를테면 120도에서 240도에 이르기까지 원의 일부를 바늘이 마치 휩쓸듯 이동하다가 끝에 가서 튕기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초 등의 빨리 움직이는 바늘을 레트로그레이드 형태로 보여줄 때 '임팩트'가 더욱 강하죠. 보는 재미도 있고요. 때로는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를 여러 개 사용해 시계 다이얼 면적을 알차게(!) 활용하면서 유니크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레트로그레이드의 변신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구동하는 바늘에 스토리를 담은 디테일을 적용해 시계가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오브제'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아래에 레트로그레이드를 활용해 흥미로운 다이얼을 완성한 시계들을 소개합니다.
FABERGÉ - Lady Compliquée Peacock Black
파베르제하면 가장 먼저 호화롭고 호사스러운 '알'이 떠오르는 분도 계실 텐데요. 러시아 및 유럽 황실의 사랑을 받던 파베르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2000년대 다시 화려하게 컴백했습니다. 고유의 노하우를 살려 주얼리 부문으로 다시 재기한 파베르제는 몇 년 전부터는 손목 시계 부문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다이얼 위에서 공작새가 화려한 날개를 펼쳤다가 접는 모습이 인상적인 컴플리케 피콕은 2015년 여성 컴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제네바 그랑프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1908년 제작한 전설의 러시아 황실 부활절 달걀 '피콕 에그(Peacock Egg)'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_레이디 컴플리케 피콕(2015년)
_피콕 에그(1908년)
네 개의 부채 형태로 되어 있는 공작의 깃털이 완전히 접혀 있다가 하나씩 펴지면서 분을 표시합니다. 각각의 깃털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데, 동시에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첫 번째가 시간당 15도, 두 번째가 30도, 세 번째가 45도, 마지막 깃털이 60도만큼 이동하는 식입니다. 깃털이 하나씩 펼쳐지며 60분에 도달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며 날개가 접힙니다(이 흥미로운 메커니즘은 장 마크 비더레히트가 고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다이얼을 3차원 입체 구조로 디자인해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욱 극대화합니다. 그렇다면 시침이 따로 없는 이 시계에서 시는 어떻게 확인할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이얼 바깥쪽 1부터 12까지 담고 있는 일종의 링이 보이는데요. 이 링이 회전하면서 시간을 표시합니다(이 링의 회전이 공작의 깃털이 펼쳐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와인딩 크라운 쪽에 위치한 숫자를 읽으면 됩니다.
2015년 화이트 머더오브펄에 다이아몬드와 유색 스톤을 믹스해 화사하게 첫 선을 보인 레이디 컴플리케 피콕은 인기에 힘입어 2016년 호화로운 루비 버전, 초록초록한(!) 에메랄드 버전, 그리고 강렬한 블랙 사파이어 버전까지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두 다이얼 한 가운데 화려한 주얼리를 입고 있었습니다.
_레이디 컴플리케 피콕(2016년, 왼쪽이 에메랄드, 오른쪽이 루비 버전)
_레이디 컴플리케 피콕 블랙 사파이어(2016년)
올해 역시 변신은 계속되며 이번에는 아예 아무런 주얼리도 세팅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의 레이디 컴플리케 피콕을 소개했습니다. 38mm 화이트 골드 소재 케이스와 매트한 블랙 컬러 다이얼의 만남이 꽤나 시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주얼리가 없는 버전에서 공작이 더 눈에 띄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워 링이 회전하고 공작 깃털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을 표시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동일합니다.
_레이디 컴플리케 피콕 블랙 (2017년)
VS
VAN CLEEF & ARPELS - Lady Arpels Ballerina Enchante
반클리프 아펠 특유의 로맨틱하면서도 시적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을 완성하는데 톡톡히 일조를 하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레트로그레이드입니다. 제네바 그랑프리 여성 컴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화려한 전적의 퐁 데 자모르(Pont des Amoureux)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리 왼쪽에서는 여성이, 오른쪽에서는 남성이 서 있다가 서서히 다리 가운데로 이동하며 하루에 2번 입맞춤을 합니다. 그리고 정오, 자정이 되는 순간 바로 '점핑'하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_퐁 데 자모르
여성과 남성 버전을 세트로 선보였던 포에틱 위시(Poetic Wish) 역시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으로 서정적인 느낌을 더했습니다. 여성 버전에서는 연이, 남성 버전에서는 별똥별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하늘을 오가며 분을 표시합니다. 레이디 아펠 페어리(Lady Arpels Feerie)에서는 다이아몬드 바위(!) 위에 앉은 요정이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데, 그 지팡이로 시를, 반대쪽 날개 하나로 분을 가리킵니다. 정말이지 우아하고 섬세합니다! 작년 반클리프 아펠의 대표 피스였던 레이디 아펠 롱드 데 빠삐옹(Lady Arpels Ronde des Papillons)에서도 나비 3마리 아래 있는 작은 제비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시간을 보여줍니다.
_포에틱 위시
_레이디 아펠 페어리
_레이디 아펠 롱드 데 빠삐옹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반클리프 아펠이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매우 효과적으로, 그리고 위트 있게 사용한 시계로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상떼(Lady Arpels Ballerina Enchante)를 꼽고 싶습니다. 사실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레이디 아펠 페어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이얼 위에는 우아한 포즈로 발을 세워 포인트를 하고 있는 발레리나가 서 있고, 그녀의 풍성한 튜튜 스커트는 한껏 올라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는데요. 이 스커트 자락 양쪽이 각각 조금씩 아래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각각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그러다가 11시 59분에서 12시가 되는 순간 튜튜 스커트 자락이 위로 휙 경쾌하게 날아오릅니다(!).
_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상떼
스커트 자락은 오픈워크 작업을 해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을 강조했고, 그 안으로 살짝살짝 비치는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장식의 속치마는 마치 나비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발레리나의 의상과 헤어피스, 얼굴 등은 다양한 사이즈와 커팅의 다이아몬드로 연출해 군데군데 반짝임을 더했습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을 통해 서서히, 매우 우아한 애티튜드로 움직이는 공작의 깃털이 인상적인 파베르제의 레이디 컴플리케 피콕 VS. 발레리나의 튜튜 스커트가 바람에 나부끼는 듯 위아래로 팔락이는 반클리프 아펠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상떼. 로맨틱하고 시적인 감성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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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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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7.05.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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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man
2017.05.10 20:12
와....저런건 남자도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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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j8544
2017.05.11 02:15
퐁 데 자모르는 정말...저 시계를 보고 반 클리프 아펠이라는 브랜드의 존재를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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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world19
2017.05.14 19:15
와 정말 더이상 시계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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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
2017.05.19 02:36
그야말로 예술이군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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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2017.06.07 13:23
반클리프아펠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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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왕머리
2017.06.08 12:42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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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쏌
2017.06.14 15:23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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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Jy
2017.07.05 09:32
역시 반클리프아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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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반
2017.10.20 18:01
와웅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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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19.12.29 00:29
반클리프 시계는 한편의 동화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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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20.11.23 03:17
예술품들만 모아 놓은것 같네요
시계 한점 한점이 예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