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브레게(Breguet)는 올해로 250살입니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린 생일 잔치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첫번째 챕터부터 뭇 애호가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브랜드의 역사적인 서브스크립션 회중시계를 손목시계로 재현한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가 브레게 250주년의 화려한 시작을 알립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오늘날 브레게의 시초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 1747~1823)는 시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습니다. 시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로 불리는, ‘올타임 레전드’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단 한 명의 위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 뇌샤텔에서 태어난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선대의 영향을 받아 유년기 시절부터 일찍이 시계수리 및 워치메이킹에 눈을 떴습니다. 1775년에는 마침내 프랑스 파리 일드라시테(l’Île de la Cité, 시테섬) 부둣가의 퀘드올로지(Quai de l'Horloge) 건물에 자신의 공방을 열게 됩니다. 위인의 작은 그 공방이 오늘날 브레게가 되고 올해 250주년을 맞은 셈입니다.
-서브스크립션 회중시계 N° 3424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자신의 공방에서 최초의 셀프와인딩 시계 퍼페추엘(Perpétuelles, 1780)을 시작으로 브레게 핸즈 및 인덱스(1784), 기요셰(1786) 다이얼, 충격흡수 장치 파라슈트(Pare-chute, 1790)를 개발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게 되고,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스위스로 피신하게 됩니다. 혁명이 잦아든 1795년, 파리로 다시 돌아온 그는 공방을 재건하기 위해 다양한 시계를 제작합니다. 여러 시계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서브스크립션’ 워치입니다. 오늘날 브레게 트래디션의 모태로 알려진 그 시계입니다.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모금)이라는 이름은 시계를 구입하고 싶은 주문자가 착수금을 지불해야 하는 주문 방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서브스크립션 워치를 소개하는 브로셔에서 “시계의 가격은 600 리브르(livres)입니다. 시계를 주문할 때 총 금액의 25%를 선납해야 합니다.” 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약 700개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역설적이게도 복잡한 기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위인이 제작한 가장 단순한 형태의 시계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바늘이 단 하나입니다. 브레게 숫자(아워 마커) 사이로 촘촘히 새겨진 5분 단위 인덱스를 통해 시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헌터백을 열면 드러나는 무브먼트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천재성을 잘 드러냅니다. 가운데 커다란 배럴이 자리하고, 그 위로 기어트레인의 센터 휠(2번 휠)과 큼지막한 밸런스가 대칭을 이룹니다. 단순하지만 미학적인 이 독특한 메커니즘은 오늘날 트래디션 컬렉션에서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서브스크립션 워치가 그렇게 추앙받는 이유는 또 따로 있습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직접 제작 의도와 기술적 사양에 대해 문서까지 남겨 설명했던 몇 안 되는 제품이 바로 서브스크립션 워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문서에서 파워리저브(36시간)를 비롯해 지름 25리뉴(약 61mm), 싱글 핸드 등 서브스크립션 워치의 특징을 상세하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애정이 담긴 시계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전설이 특히 아끼던 그 전설의 시계가 브레게 250주년을 맞아 이렇게 손목시계로 다시 돌아온 겁니다.
첫인상은 역시나 그때 그 시절처럼 깔끔합니다. 티 없이 말끔한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 위로 장인이 손수 만든 푸른 브레게 핸드가 유유히 흐릅니다. 돔형 다이얼에 거의 붙어서 회전하는 바늘이 가리키는 브레게 아라비아 숫자(아워 마커), 5분 단위로 쪼갠 레일로드 트랙 역시 그랑 푀 에나멜로 나타낸 것이라 합니다. 다이얼 중앙과 6시 방향 사이에는 시리얼 번호와 함께 서브스크립션 문구를 표시한 ‘시크릿 시그니처’가 빛 반사에 따라 은은하게 드러납니다. 브레게는 예나 지금이나 에나멜 위에 해당 시그니처를 새길 때 ‘다이아몬드 포인터 팬터그래프’라 부르는 정밀 도구를 활용합니다. 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는 다이얼 굴곡에 맞춰 완만한 곡선을 그립니다.
-전통적인 블루잉으로 제작하는 브레게 핸드
-다이아몬드 포인터 팬터그래프
케이스는 색깔이 오묘합니다. 핑크 골드와 옐로 골드 중간 정도되는 컬러인데 톤이 좀더 따뜻하고 은은한 빛을 냅니다. 독특한 이 골드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와 같은 18세기 워치메이커들이 사용했던 골드 소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름은 ‘브레게 골드’. 합금 비율은 골드 75%에 실버, 구리, 팔라듐 등의 소재로 구성됩니다. 브랜드에 따르면, 브레게 골드는 화사한 광채를 내는 건 물론 변색에 강하고 시간이 흘러도 고유의 성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사이즈는 지름 40mm, 두께 10.8mm입니다. 전면 글라스에 맞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케이스 디자인은 사람의 손목에 맞춰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다고 합니다. 브레게 손목시계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측면 플루티드 밴드는 이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빈 자리는 표면의 결을 살리는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대체합니다. 덕분에 케이스가 보다 깔끔해 보이긴 합니다. 간결한 다이얼과도 잘 어울립니다.
다소 잔잔하던 플롯은 예상대로 뒷면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릅니다. 전설이 21세기에 환생한 듯합니다. 새로운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VS00이 오리지널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현대에 맞춰 원작을 재해석하기 위해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는 물론 주요 휠까지 브레게 골드를 입혔습니다. 각 표면은 브레게가 ‘샷 블라스트’라고 부르는 일종의 샌드 블라스트 가공으로 오톨도톨한 질감을 살렸습니다. 샷 블라스트는 일반적인 샌다 블라스트보다 표면의 입자감이 고은 게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칼리버 VS00은 오리지널 서브스크립션과 마찬가지로 정중앙에 커다란 배럴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프리스프렁 밸런스와 기어트레인의 2번 휠이 대칭을 이룹니다. 배럴부터 기어트레인, 밸런스에 이르기까지, 동력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부품은 서브스크립션의 전통대로 별도의 브릿지가 각각을 지지합니다. 배럴은 큼지막한 그 크기 덕분에 풀 와인딩 시 약 4일에 달하는 파워리저브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배럴 표면에는 서브스크립션을 설명하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문구가 정교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무브먼트를 감싸는 케이스백 테두리에는 독특한 장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브레게는 이를 가리켜 퀘드올로지(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첫 공방이 있던 건물) 기요셰라 말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이 기요셰는 옛 공방이 있던 프랑스 시테섬의 독특한 곡선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합니다.
-퀘드올로지 기요셰 제작 과정
-무브먼트 인그레이빙
오늘날 칼리버 VS00에서는 시류에 맞춘 현대적인 부품도 사용됩니다. 등시성을 높이기 위해 끝을 한번 꼬아서 말아올린 브레게 특유의 블루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을 스와치 그룹에서 근래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니바크론 소재로 제작한다고 합니다. 티타늄 합금의 니바크론은 자성은 물론 온도 변화 및 충격에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그룹의 엔트리 브랜드에서 주로 사용했던 니바크론 밸런스 스프링을 맏형인 브레게에서 사용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입니다. 니바크론 밸런스 스프링이 이제 검증을 마쳤고,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에서 해당 부품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손목시계로 다시 태어난 전설의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네이비색 양면 악어가죽 스트랩에 브레게 골드 핀 버클 조합으로 선보입니다. 브레게 250주년을 기념하는 시계답게 패키지도 특별합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던 붉은색 모로코 가죽에서 영감을 받아 비슷한 컬러의 송아지 가죽으로 프레젠테이션 박스를 손수 제작했다고 합니다.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Ref. 2025BH/28/9W6)는 한정판은 아니지만 시계 특성상 생산량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 단종되도 이상하지 않은 건 물론입니다. 가격은 6965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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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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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계
2025.04.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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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핸드 손목시계 자체가 워낙 드물지요. 250주년 의미를
많이 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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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분을 어떻게 보는지 한참 봐도 아직은 모르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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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시간 사이 인덱스 하나가 5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60분을 온전히 읽어 낼 수 있어요.
다른 시계들은 분침, 초침을 위해 5칸 각 1분으로 분리이지만
이 시계는 핸즈 하나로 모두 해야해서 5분씩 12칸으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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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뚜기
2025.04.27 00:37
오 디자인 미쳤네요.
가격도... 한정판은 아니지만 한정판같은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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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실물을 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피스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소유하고 싶네요.
오랜만에 브레게가 열일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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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25.04.27 15:35
브레게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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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가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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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star
2025.04.27 20:47
원핸드 시계는 처음 보네요 멋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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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하나로도 고급스러움을 줄 수있는 브레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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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 다운 모델이네요. 아주 살짝만 싸이즈가 작았다면 어땠을까..괜시리 트집 잡아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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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 여기 저기에서 난리입니다. 컬트시계가 되기 시작한 금통 VC 222 을 능가하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브레게는 1년에 한개의 모델만 발표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알려지지는 않은 시계 디자인이 브레게 수장고에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실물은 부척 보고 싶네요. 조만간 단종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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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한 번 보고 싶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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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9900000
2025.05.07 02:16
멋진 시계네요, 한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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