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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Zenith)의 엘 프리메로(El Primero)는 현대의 기계식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제 크로노그래프의 영원한 명기이자 하이비트 칼리버의 대명사로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사실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는 꽤나 드라마틱한 과거(?)를 경험한 칼리버이자 시계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1969년은 크로노그래프 역사상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해였습니다... 

우선, 브라이틀링·호이어·해밀턴-뷰렌 등이 공동 개발한 크로노매틱 칼리버 11이 마침내 첫 선을 보인 해였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제니스가 약 7년 여의 연구 끝에 스페인어로 '첫번째'를 뜻하는 엘 프리메로를 발표했으며,  

그리고 몇 달 후 심지어 일본의 세이코에서도 첫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칼리버 6139)가 출시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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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당시의 첫 엘 프리메로 칼리버 3019PHC. 

   보다 자세한 설명 참조: 제니스 공식 홈페이지(http://www.zenith-watches.com/en_en/elprimero)



이렇듯 1969년은 기존 수동식 크로노그래프 역사에서 자동식으로 넘어가는 기념비적인 해였고, 

엘 프리메로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선구적이었고 태생적으로 위대해질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첫째, 진정한 의미의 첫 기계식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풀로터 + 컬럼휠 조합)

둘째, 당시에는 흔치 않은 시간당 36,600번(1초에 10회) 진동하는 하이비트 세대 개막 

셋째, 쓰리 레지스터 배열 & 각각의 서브 다이얼마다 다른 색상을 적용한 참신한 시도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는 1969년 런칭 당시 동시에 두 종류의 칼리버로 선보였습니다. 


하나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데이트 기능을 더한 3019PHC 칼리버이고(위 사진 왼쪽 시계 참조)

다른 하나는 크로노그래프에 트리플 캘린더와 문페이즈 기능을 더한 3019PHF 칼리버였습니다.(위 사진 오른쪽 시계 참조)


하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엘 프리메로는 분명 위대해질 운명을 타고난 칼리버였음에도 마침 1970년대 거세게 불어닥친 쿼츠쇼크로 사장될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초 제니스의 회사상황은 이래저래 말이 아니었는데요. 미국의 한 전자회사에 경영권이 넘어간데다, 당시의 경영진은 엘 프리메로처럼 그 설계부터

복잡하고 제조 비용이 많이 들고 또한 고급 기술 인력을 계속 육성해 나갈 여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저렴한 쿼츠시계들이 대세가 됐던 시기니 알만 하지요.





- 엘 프리메로를 보존한 제니스의 은인, 찰스 베르모 씨. 

  그가 사진 속에서 착용하고 있는 시계 역시 초창기 엘 프리메로 칼리버 3019PHF가 탑재된 트리플 캘린더와 문페이즈 기능의 시계입니다. 



그럼에도 엘 프리메로 초기부터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당시 수석 워치메이커 중 한 사람이었던 찰스 베르모(Charles Vermot, 위 사진 속 인물) 씨가 

엘 프리메로의 주요 설계 도안과 각종 부품들, 사전 조립된 NOS 무브먼트 일체, 제작 도구, 특허 서류 등을 일괄 다 잘 챙겨서 개인 소장하게 됩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경영권이 넘어가는 혼란스러운 시점에서 엘 프리메로는 자칫 엄한 사람들한테 넘어갔거나 경영진의 무지로 완전히 묻혔을 겁니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에 찰스 베르모 씨는 에벨과 롤렉스에 각각 NOS 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계약을 맺고 판매하게 됨으로서 전설의 귀환을 알리지요. 

롤렉스의 그 유명한 데이토나도 자사 무브가 나오기 이전 1980~90년대까지는 엘 프리메로 400(3019PHC의 개량형)를 수정한 칼리버가 탑재됐습니다.   

어디 롤렉스뿐이겠습니까?! 콩코드·쇼메·파네라이·율리스 나르덴·태그호이어 등 수많은 브랜드의 고급 크로노그래프 시계에 사용돼 유명세를 누리지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제니스 자사의 시계를 통해서도 엘 프리메로 칼리버는 198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새롭게 다시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기존의 오리지널 칼리버에서 부품 두께와 정밀도를 개선하고 전체 로듐 코팅을 하는 등 기능적, 미적으로도 점진적인 개선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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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에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과 엘 프리메로 칼리버 410. <사진 출처: orologi.forumfree.it>



1969년에 첫 선을 보인 크로노그래프 + 트리플 캘린더 + 문페이즈 기능의 칼리버 3019PHF는 1980년대 말 칼리버명이 410으로 변경됩니다.(위 사진 참조)

그리고 제니스는 410 칼리버만큼은 엘 프리메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400 칼리버의 경우와 달리 다른 브랜드에 따로 에보슈로 공급하지 않고,

가끔씩 발표하는 자사의 일부 한정판 시계에만 탑재하는 식으로 재고를 아껴가며 사용합니다.(그 배경까진 잘 모르겠으나 그만큼 제니스에겐 특별한 칼리버라는 뜻!)


그리고 LVMH 그룹에 합류한 직후인 2000년대 들어서는 410 칼리버는 갑작스레 잠정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게 됩니다. 

반면 다른 베리에이션의 칼리버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기 시작했지요.(크로노그래프 + 애뉴얼 & 트리플 캘린더,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조합에 이르기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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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4년 새해벽두에 410 칼리버를 탑재한 새로운 모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이름 또한 1970년대 초 발표된 오리지널 모델과 동일한 엘 프리메로 410입니다. 


지난해 선보인 슬레이트 그레이톤 다이얼 500개 한정판(Ref. 03.2092.410/91.C496, 공홈 관련 페이지 참조)과 

마찬가지로 같은 42mm 사이즈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두께 12.75mm로 동일하구요.(두께가 역시 좋군요.)


기존 데이트 버전의 엘 프리메로와 동일하게 쓰리 레지스터 배열의 다이얼에 그 상단 한쪽마다 월과 요일창이 배치되었구요. 

앞서 소개한 1970년대 초창기 모델이나 1990년대 초 모델과 레이아웃은 거의 동일합니다. 4시에서 5시 사이의 날짜창 위치까지도요.  

세밀하게 선레이 처리된 실버 다이얼 바탕에 각각의 서브 다이얼에는 기요셰 패턴을 넣고 6시 방향 문페이즈에도 잔잔한 패턴을 넣었습니다. 


타임온리 다이얼에 익숙한 분들께는 좀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그 다양한 기능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의 레이아웃은 무척 깔끔하고 정돈된 축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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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엘 프리메로 410 모델(Ref. 03.2091.410/01.C494) 역시 사파이어 글라스 케이스백을 통해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이비트 칼리버를 대표하는 뼈대있는 명기의 한 식솔답게 진동수 36,600 vph(5Hz)에 컬럼휠 방식, 50시간의 파워리저브 같은 스펙도 비슷합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전설적 칼리버를 꾸준히 선보이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기존의 베리에이션에 트리플 캘린더 + 문페이즈 조합이 늘어남으로써 트렌드를 의식한 느낌도 역력합니다. 

어찌됐든 개인적으로 반가운 신제품 소식이구요.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버전들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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