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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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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의 일정을 마치고 방문 일정 첫째 날 플러리에에 위치한 파르미지아니와 무브먼트 메이커인 보쉐(Vaucher), 둘째 날엔 다이얼 메이커 카드랑스 & 하블리지(Quadrance&Habillage)와 케이스 메이커 레 아티상 보티에(Les Artisans Boitiers)에 다녀왔습니다. 파르미지아니는 예전 에르메스에 매각했던 보쉐의 지분 25%를 다시 매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ETA가 2019년부터 기계식 무브먼트의 외부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등 무브먼트 수급이 더욱 큰 중요성을 띄게 될 것이고, 특히 보쉐 같은 고급 무브먼트를 공급하는 메이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보쉐의 소유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파르미지아니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산도스(현 노바티스)의 창업자 아들인 에드와르 마르셀 산도스가 설립한 산도스 제단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드와르 마르셀 산도스는 화가이자 조각가였는데요. 예술혼을 지닌 그의 영향이 현재 파르미지아니 브랜드 전반에 끼치지 않나 싶습니다. 매년 예술적인 아트 피스나 메티에 다르를 선보이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까요. 산도스는 복원가인 미쉘 파르미지아니가 스스로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 뒤, 2000년 헤어스프링, 밸런스, 이스케이프 류를 만드는 아토칼파(Atokalpa), 케이스 메이커 레 아티상 보티에, 2001년 스크류, 피니언 같은 마이크로 부품을 만드는 엘윈(Elwin), 무브먼트 메이커 보쉐, 2005년 다이얼 메이커 카드랑스 & 하블리지를 인수하는데요. 이 다섯 회사를 보면 시계를 하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즉 이것으로 하나의 완전한 매뉴팩처를 완성한 셈이며 이는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산도스 재단 아래의 시계 사업부에서 파르미지아니를 포함 각기 개별적인 자회사로 운영하다가 파르미지아니가 다섯 회사를 총괄하게 되었고 이들은 앞으로는 보쉐 by 파르미지아니 등으로 변경해 파르미지아니의 통제권 및 브랜드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첫째 날부터 보시죠. (시계가 완성되는 공정을 따라 시간을 무시하고 배치하려 했으나 핵심인 아토칼파와 엘윈이 빠진 관계로 시간 순으로 구성했습니다) 제네바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플러리에에 도착합니다. 다른 메이커처럼 산길을 달려 귀가 멍멍해질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산이 솟아있는 풍경이 창 밖에서 계속 보이죠. 플러리에는 예전 쇼파드 매뉴팩처의 소개를 할 때 들어보신 적이 있는 지명일 건데요. 파르미지아니, 쇼파드, 보베가 이곳에 매뉴팩처를 꾸리고 있고 F. Q. F(Fleurier Quality Foundation)라는 독자적인 규격을 함께 제정했으나, 보베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빠지고 현재는 파르미지아니와 쇼파드 만이 이것에 따라 만든 시계는 F. Q. F를 명시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플러리에는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마을에 접어들자 마자 곧 보쉐에 도착합니다. 무브먼트 메이커답게 무브먼트로 몸통을 만든 보쉐의 심벌(?)이 맞이해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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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쉐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R&D실입니다. 보쉐는 파르미지아니의 무브먼트를 비롯 외부에도 무브먼트를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코룸의 골든 브릿지(설계는 블랑팡의 플라잉 투르비용을 설계했었던 빈센트 칼라브레제), 리차드 밀의 자동 무브먼트가 대표적이고 몇몇 복잡 무브먼트도 생산합니다. 그리고 소량 생산의 스페셜 무브먼트 제작 의뢰도 맡고 있습니다. 생산 수량이 적은 소형 클라이언트의 의뢰에도 어렵지 않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무브먼트의 컨셉이나 기능을 전부 결정해서 의뢰하기도 하지만 대략적인 컨셉만 정해서 제작 의뢰를 하더라도 스무스하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R&D에 인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지에서는 부가티의 칼리버 370, 톤다 1950의 칼리버 702의 캐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R&D실 중앙에 있는 엄청나게 커다란 프린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설계가 완료된 무브먼트의 분해도를 확대해 프린트해 한 눈에 확인해 보기 위함이고 합니다. 스위스의 여느 시계 메이커가 그렇듯 자유로우면서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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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R&D에서 무브먼트의 설계를 마친 프로토타입을 실험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오차 측정에서 내구성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파르미지아니의 주력 무브먼트를 포함 소량 발주된 스페셜 무브먼트도 포함됩니다. 컨셉을 받아 본격 생산을 하기 이전의 테스트는 60~100일 정도를 소요합니다. 매일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테스트를 마친 후 담당 직원이 임시 케이스에 넣어 직접 착용을 하고 매일 리포트를 보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없다면 생산을 하게 되는데 다시 7~10일에 걸친 테스트를 합니다. 위 이미지에서는 오차 테스트터, 손목에 착용한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테스터와 테스트 담당을 하는 직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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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C머신 같은 기계를 이용해 플레이트류를 가공하는 곳입니다. 들어서자 마자 진한 기름 냄새가 풍깁니다. 플레이트의 형태를 만들고 소량 주문을 받은 무브먼트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플레이트 가공도 이곳에서 진행됩니다. 한가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런 CNC 공정을 마친 다음 바로 옆 방에서 현미경을 이용해 제대로 가공이 되었는지 면밀하게 검수하는 인원이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파르지니아니는 물론 외주 제품까지 담당하는 만큼 퀄리티 컨트롤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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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계가 늘어선 이곳은 위 이미지에서 보시다시피 CNC가공을 마친 플레이트류에 드릴링을 해 루비를 세팅하고 기어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해 플레이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이 이뤄집니다. 드릴링 머신의 숫자에 비해 담당하는 인원은 한, 두 명에 불과한데요. 자동화 공정이므로 전체를 제어할 수 있는 인원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이곳에서는 오일의 사용을 최소화해 친환경적 그리고 오일을 쓰면서 오일에 이물질이 들러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소재의 특성상 티타늄과 골드는 오일을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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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링을 하고 있는 곳 바로 옆에서는 앵글라쥬 작업이 진행됩니다. 약 세 명의 인원이 담당하고 있고 한 시간에 브릿지 20개 정도를 소화합니다. 그 옆에는 코드 드 제네바 가공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머신 가공을 합니다. 머신 가공이라고 해도 사람이 브릿지를 세팅 한 뒤 천천히 밀어 넣어 패턴이 나타나도록 하죠. 이미지에서는 머신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촬영할 수 없었던 유일한 부분이 레이저 인그레이빙 머신입니다. 최신 설비이기 때문에 노출을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에르메스 칼리버 H1837같은 H 이니셜을 반복하는 패턴이 깨끗하게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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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스템핑을 합니다. 아까의 최신 분위기가 나는 드릴링 머신과 달리 오래된 느낌인데요. 실제로도 전통의 손 때 묻은 기계들입니다. CNC 머신으로 가공하는 일이 더 효율적이나 부품에 따라서는 이런 옛 기계가 더 효율적일 때도 있습니다. 정밀한 CNC 가공을 위해서는 세팅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런 방식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미지처럼 롤을 감아서 부품을 찍어내는데 한 시간에 약 백 개 정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는군요. 현대와 전통을 조화롭게 이용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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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방으로 들어오면 플레이트류를 도금하며 스켈레톤 가공을 하는 기계가 보입니다. 가는 실을 이용해 플레이트를 잘라내는 스켈레톤 가공을 할 수 있습니다. 실의 두께를 달리 선택해 스켈레톤 표현의 강약을 줄 수 있습니다. 실의 소재는 의외로 일반적인 스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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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CNC, 드릴링을 마친 메인 플레이트, 앵글라쥬, 코드 드 제네바를 거친 브릿지나 이미지 가장 위처럼 투르비용 브릿지 등의 코스메틱 피니시(데코레이션)를 진행합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 특히 하이엔드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페를라주를 담당하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는 하루에 약 메인 플레이트 200개 정도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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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브릿지 홀 스톤 주위의 폴리시 가공, 보다 정교한 앵글라쥬 등 일차적인 머신 피니시를 거친 부품을 핸드 피니시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여성인데요. 다른 메이커에서도 그렇지만 핸드 피니시의 담당은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아무래도 작업 자체가 섬세함을 요구하므로 여성에게 더 적합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시계 학교 과정을 마치고 각자의 특화 과정을 포함 12년 정도의 학습과 교육을 받고 가공의 노하우가 필요한 공정이기 때문에 여성들 중에서도 베테랑이 많고 스스로도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무브먼트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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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피니시 과정을 감상하고 나오면 다시 공장 기계가 들어선 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은 생산 주문을 받은 무브먼트의 각종 툴을 만드는 곳입니다. 예를 들면 조립, 분해에 필요한 특별한 공구 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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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피시니를 마치고 완성된 플레이트류, 아토칼파에서 받은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 엘윈의 스크류와 기어, 피니언을 이용해 하나의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곳입니다. 조립 과정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고 한쪽은 중간급 다른 한쪽은 컴플리케이션 같은 고급 라인입니다. 중간급 한 켠에서는벨런스, 이스케이프먼트, 기어트레인을 세팅하고 있고, 조립 파트에서는 하루에 30개 정도의 페이스로 조립이 이뤄집니다. 고급라인에서는 생산효율보다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기므로 하루에 몇 개라고 정확하게 말하긴 어려우나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개 정도의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가 조립됩니다. 여러 명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 당 조립 가능한 숫자는 훨씬 더 줄어줄겠죠. 다른 메이커라면 이곳을 상당히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나 보쉐에서는 크게 비중을 두고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전체 생산과정을 보여주고 어떻게 무브먼트가 만들어지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인상으로 매뉴팩처링에 있어 자신감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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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이곳입니다. 척 보기에도 앳된 소년, 소녀들이 열심히 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꿈나무 양성을 위한 공부방 정도로 말할 수 있을텐데 약 20명 정도가 이곳에서 미래의 워치메이커를 꿈꾸며 시계를 배웁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어릴 때에 학습이나 직업교율을 시키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스위스에서는 좀 이례적인 친구들입니다. 15살 정도부터 입학(?)할 수 있고 특별한 나이 제한은 없으나 20세 정도가 많은 축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시계를 배우는 한편, 일반적인 학교도 다니면서 자유롭게 시계를 배울 수 있는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시계를 배울 정도이니 상당히 열정적인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4년 정도 부품의 제조에서 시계 구조에 대해 배운 뒤 테스트를 받습니다. 애초부터 워치메이커가 되기 위해 들어왔기 때문에 2%정도만 떨어지며 합격 후에는 보쉐의 소속이거나 파르미지아니 계열에서 일하게 됩니다. 워치메이커 수급이 어려워진 요즘 고급 인력의 확보를 위한 좋은 방법이자 브랜드 전통을 이해시켜 보다 좋은 시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본사인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카드랑스 & 하블리지와 레 아티상 보티에의 Part 2로 이어집니다.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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