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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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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크라운 아니 트리플 써티피케이션



쇼파드는 제네바에 본사를 둔 메이커입니다. 제네바에 본사가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다른 메이커에 비해 조금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제네바 실'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비 제네바 권의 메이커의 경우 제네바 실을 받을 수 없기에 이것을 두고 배타적인 인증이라고 해서 크게 의미를 두고 싶어하지 않아 하기도 합니다만, 활용할 꺼리가 있다면 아무래도 더 좋겠죠. 쇼파드는 이런 지리적(?)인 장점을 이용해 트리플 써티피케이션(COSC, 제네바 실, FQF)이라는 투르비용을 만들기도 했죠. 사실 FQF(Fleurier Quality Foundation : 플러리에 마을 시계 협동조합(?)인 쇼파드, 파르미지아니(산하 무브먼트 메이커 보셰), 보베가 제창한 새로운 인증) COSC가 필수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살짝 말장난인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바젤월드 리포트가 계속 올라오고 있는 시점이긴 한데요. 이 기간 중 하루 짬을 내 쇼파드의 두 거점 중 하나인 플러리에에 다녀왔습니다. 제네바까지 보고 왔으면 좋을 법 했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일정상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포스팅은 바젤월드 리포트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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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맑은날 촬영하고 리터칭 거친 공식이미지 / 아래 : 흐린날 촬영한 구 플러리에 매뉴팩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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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담당했던 파멜라


바젤에서 플러리에까지는 차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스위스의 풍광이야 어디든 컴퓨터 배경화면급입니다만 바젤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꽤 괜찮은 코스였습니다. 멋진 호수(르망호인 줄 알았다가 다시 뉴샤텔호인 줄 알았으나 그 옆의 자그마한 에를라 호였던)를 만났다가 귀가 멍멍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도로가 없던 과거에는 꽤 험난했을 산길과 그 옆으로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등장하는 등 제법 굴곡진 길을 따라가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작은 마을 플러리에에는 쇼파드의 무브먼트 공장, 파르미지아니와 자회사 보셰, 성을 개조해 만든 보베가 모여 있었습니다. 쇼파드는 이곳에 두 개의 공장을 꾸리고 있었는데요. 플러리에 매뉴팩처와 플러리에 에보슈입니다. 전자는 최초의 건물이 1903년에 지어졌고 이후 증축과 신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후자는 최근 전략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플러리에 매뉴팩처의 경우 쇼파드가 하이엔드 시장의 진입을 위해 새롭게 만든 L.U.C 라인과 그에 탑재되는 인하우스 무브먼트 생산 계획과 맞물려 있고 이곳이 무브먼트 생산의 포인트이며 R&D팀이 상주합니다. 플러리에와 함께 또 다른 거점인 제네바의 경우 케이스 등의 생산과 쥬얼 세팅, 조립, 테스트가 이뤄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바젤월드 기간이라 겸사겸사 공장 견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나 바젤월드와 쇼파드가 파트너십을 맺은 깐느 영화제 기간이기도 했으며 게다가 불금이었기 때문에 몇몇 라인은 살짝 스킵하면서 견학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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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공장이 습격(?)을 받은 이래 내부 촬영은 기본적으로 금지라 텍스트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상상력을 발동하셔야 합니다. 플러리에 매뉴팩처와 에보슈 플러리에의 차이는 전자가 수작업에 관련된 일이 많다는 것이며 후자의 경우 자동화 설비에 의존하는 일이 더 많지만 기본적으로 무브먼트 생산을 담당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플러리에 매뉴팩처부터 살펴보았는데요. 이곳에도 기본적으로 CNC 머신에 의한 자동화 설비가 되어 있고 플레이트와 브릿지 류의 부품이 생산됩니다.


CNC에 의해 형태를 갖춘 부품은 피니싱 단계로 넘어갑니다. 빠르게 진행되어 기억이 좀 중구난방이라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핸드 피니시 과정도 있었다가 CNC 머신 옆에서 작은 부품을 전기 도금하는 기계를 봤다가 생산 단계를 정확하게 따라가는 견학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서 단순히 부분별로 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코스매틱 피니싱인 페를라쥬는 수작업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사람이 도구를 가지고 페를라쥬 하나하나 패턴을 새기는 것은 아니고 기계를 사람이 조작합니다. 회전하는 원통 모양의 기계가 플레이트의 표면에 닿으면서 페를라쥬 패턴이 나옵니다. 페를라쥬 각 개별 패턴의 간격이나 겹침을 사람이 조정하게 되므로 하나하나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제가 본 L.U.C 무브먼트의 경우 상당히 꼼꼼하게 페를라쥬를 넣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고 하지 않는 꼼수는 없었습니다. 페를라쥬는 완전 자동화가 가능하긴 합니다만 기계가 수작업 흉내를 내는 것이거나 좀 저렴하게 CNC로 만드는 건데요. 여담입니다만 전자의 경우 그 기계가 상당히 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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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를라쥬와 같은 코스매틱 피니싱인 코트 드 제네바(제네바 스트라이프)는 반자동화 설비로 만들어 냅니다. 사람이 플레이트를 기계 위에 올려 놓으면 그 위를 지나가면서 패턴이 새겨집니다. 수작업이라고 하는 경우 플레이트를 기계에 사림이 직접 밀어 넣는 방식인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넣는 게 관건이자 기술입니다. 고급 메이커라면 둘 중의 하나의 방식을 선택할 건데 손에 의지하는 방식이 좀 더 고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면을 음각하고 염료를 채우는 과정이 있는데 표면 음각하는 것만 살짝 봤던 것 같습니다. 레이저 가공 방식이며 음각의 깊이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당연히 길어집니다. 중간에 베벨링(Beveling) 과정을 보았고 이 과정의 경우 많은 공장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경험, 숙련도, 섬세함이 요구되어서가 아닐까 하군요. 정확하게는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에 탑재되는 부품의 베벨링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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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컴플리케이션 모델의 경우 테스트와 케이싱도 진행됩니다. 방문자를 위해 컴플리케이션의 일부 부품을 조립하는 영광을 줍니다만 다행이 저는 아니었습니다. 만약 제가 했더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나머지 점심 못 먹었을 겁니다. 직접 체험해 보면 시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때만) 느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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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보완이 유지되는 R&D 파트만 제외하고(플레이트 도금 파트도 못 본 것 같긴 하나) 주요 생산, 조립 과정을 보고 난 뒤 2006년 개장한 건물 내 L.U.C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쇼파드의 시계 뿐 아니라 시계사의 흐름과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시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행객이 접근하기에는 위치가 수월한 곳은 아니지만 기회가 있다면 둘러볼 가치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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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QF 인증 모델


점심을 먹고 FQF을 알아보기 위해 구  마을회관 시청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건물 한 켠에 FQF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FQF COSC를 포함, 코스매틱 피니싱, 실제 착용 시뮬레이션 테스트등이 포함된 인증입니다. 플리에르 지역에 기반한 쇼파드, 파르미지아니, 보셰, 보베가 제창했으나 현재는 보베가 빠진 3개 메이커만 멤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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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한 이미지와 제공된 이미지를 함께 쓰다보니 봄에서 갑자기 겨울로 변하는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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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QF를 거쳐 플러리에 에보슈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플러리에 매뉴팩처보다 건물의 규모나 그에 비례해 설비의 숫자가 많지만 대량생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3~4시 무렵이면 퇴근하는 시계회사의 패턴상 근무하는 인원이 적었던 탓도 있는데 사람보다 기계가 중심인 공장입니다. CNC와 같은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와 브릿지를 생산하는 공정, 이를 피니싱하는 공정은 플러리에 메뉴팩처와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5천개 정도의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점차 그 숫자를 늘려 2015년에는 1만 5천개의 무브먼트 생산이 목표하고 하는데요. 쇼파드가 갑자기 시계 생산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파르미지아니의 보셰처럼 외부 공급도 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ETA 라인을 인 하우스로 전환하는 것이라면 목표 숫자가 타당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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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리에 에보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위 이미지의 쥬얼 세팅 머신이었습니다. 공정이 아주 빠르진 않았지만 흥미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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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리에 에보슈는 넓기는 하지만 설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커서 볼거리는 플러리에 매뉴팩처에 비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본 것이라 조금 견학이 짧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았군요. 아무튼 되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스산한 중세시대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지는 플러리에를 뒤로 하고 바젤로 향했습니다. 사실 플러리에까지 거리가 있어서 일정상 하루를 비워야 하는 거라 부담도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마을에 세워진 이정표에 파르미지아니, 보베 같은 익숙한 이름을 보니 죄다 가보고 싶었지만 (수입사가 다른 관계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가 볼 날이 있겠죠? 그래서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를 (동행했던 Picus_K님이)제안하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시리즈를 계속 완성해 아카이브로 완성해 볼까 합니다. 내용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양해해 주실거라 믿고 쇼파드 플러리에 방문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도면 찍어서 안팔아넘길테니까 내부 좀 찍게 해달라능)



사진 쇼파드, 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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