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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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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소개하기 앞서 빈센트 칼라브레즈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빈센트 칼라브레즈씨는 1970년대 부터 시계 업계에 투신한 독립시계제작자로, 그의 경력은

매우 특이합니다. 독학으로 시계 만드는 법을 배웠다는 부분도 그렇고, 스위스 내에서도 스위스-프랑스

계열 혹은 스위스-독일 계열의 사람들이 스위스 시계 부분을 꽉 잡고있는것과 반대로 그는 스위스-이태리

사람입니다. 철저한 주문생산과 독창성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시계에 대한 접근법은

필립듀포나 폴 쥬른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전통적인 시계장인적인 성격과 거리가 있습니다.







그를 계속 따라다닌 별명은 "시계업계의 이단아" 였으며, 타임포럼은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시계를 만드는

마지막 순간에 그를 인터뷰 할 수 있었습니다.












 

Vincent Calabrese

 





 

빈센트 칼라브레즈(이하 VICA) : 먼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알려줄 소식이 있다. 알다시피 나는 30년 넘게 혼자서 일해왔다. 중대한 결정이 최근 있었는데, 이는 내 브랜드의 시계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블랑팡의 크리에이터 및 연구
개발자로 편입되기로 한것이다.




 

타임포럼 (이하 TF): 이제 빈센트 칼라브레즈 이름으로 시계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것인가?

 



VICA:
그렇다.

 


TF:
한국의 시계 매니아들에게 인터뷰를 통해 소개되는것은 처음인데 어쩌면 독립제작자로서의 마지막 인터뷰일 수도 있겠다. 당신은 사실 시계업계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다. 시계업계의 이단아(iconoclast)라고 불리운지 오랜 세월이 지났고 나 역시 시계 매니아를 자처한지 2년이 지나서야 당신이 시계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철학에 따라서 지난 30년간 혼자서 시계를 만들어 왔는데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는가? 예를 들면 팀으로 일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생긴것인가?








 

VICA: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홀로 일해왔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내 시계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자유롭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연구를 통해 그런 제품을 내놓고 싶었다. 그리고 30년 동안 충분한 자유를 누렸다고 생각하며 이제 내가 축적한 시계에 대한 지식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TF: 독학으로 시계를 배웠는데. 그 과정은 어떠하였는가?

 


VICA:
워낙 혼자서 시작한데다 당시 나에게 부품조차 납품할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에 모든걸 다 혼자 만들어보면서 배울 수 밖에 없었다. 부품을 공급받는데 필요한 자본조차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 수 있는가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시계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공부였다. 독학을 하고싶어서 한게 아니었다. 할 수 밖에 없었다.














 

TF: 독학으로 시계를 배웠다는 점이 새로움이란 것을 추구하는데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하였다고 생각하는가?

 


VICA: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TF: 어느 정도 재고를 두고 판매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 텐데 언제나 주문을 받은 후에야 시계를 만들어왔던 이유는 무엇인가?



 

VICA: 나의 시계는 개인적인 서비스이다. 언제나 고객과 먼저 대화를 나눈 후에 그 고객에게 가장 기쁨을 줄 수 있는 시계를 판단하고 제안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일정 재고를 만들어 놓고 그걸 판매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없이 원한다는 시계만 주는 것은 나의 시계 비즈니스와 맞지 않는 것이었다.















 

TF: 시계의 창조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가? 옛 시계, 미술품, ?

 


VICA: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이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이 사람에게는 이런 시계가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나의 영감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것이 보인다.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며 그런점에서 일반적인 시계업계의 생산과 판매라는 패턴과 나의 시계는 동떨어져있었다.










TF: 7
년전 당신이 퓨리스츠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시계의 정확도에 대한 철학이 매우 놀라웠다. 시계의 정확함이라는 미덕은 시대에 맞지 않는 흘러간 가치라고 설파하였는데, 정확성과 얇음의 추구로 발전된 기계식 시계의 전통이라는 가치 자체를 아직도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하는가?



 

VICA: 와전된 것 같다. 시계의 정확성이라는 것이 흘러간 전통이라는 것이 아니라, 기계식 시계에는 발란스와 헤어스프링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진 구조 때문에 정확성에 명확히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금속이라는 것 자체의 한계 역시 고려하면 기계식 시계에는 영속성조차 크게 찾으면 안된다. 다만, 기계식 시계처럼 아름다운 것이 없을 뿐이다.








 

TF: 범용 무브먼트의 선택에서 ETA 2824 2892사이에서 당신은 언제나 2892를 선택하였다. 단순히 더 얇기 때문이었나, 다른 이유가 있는가?



 

VICA: ETA 2892 2824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2824는 정말 튼튼한 무브먼트이며 충격에 정말 강하다. 하지만, 등시성(isochronism)에서 2892가 더 우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TF: 단순히 2892의 파워리저브가 더 길기 때문에 등시성이 더 긴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것이고 그건 곧 더 강력한 토크의 메인스프링을 사용하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VICA: 중요한부분은 메인스프링의 토크와 발란스의 크기간의 균형이다. 그 둘의 균형이 더 잘 잡힌 것이 2892이고 2824는 시계는 멈추지 않더라도 부정확하게 시계가 돌아가는 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TF: 옛날에 밸런스와 헤어스프링이야 말로 극복해야 할 시계의 부품이고 이것들 없이도 기계식 시계가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그 생각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VICA: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발란스와 헤어스프링 없이도 기계식 시계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기다려달라.








 

TF: 앞으로 블랑팡에서의 크리에이터 역할은 어떻게 하는것인가? 출근을 하는건가?

 


VICA:
아니다. 지금 아뜰리에를 그대로 가지고 내 아뜰리에에서 일을한다. 다만, 블랑팡이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여 줄것이고 연구 인력을 내 아뜰리에로 보낼것이다.




 

TF: 수 많은 브랜드 중, 왜 블랑팡인가?


 

VICA: 블랑팡과는 간접적으로 같이 일한지 벌써 25년이 흘렀다. 서로에게 몰래 애정이 있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블랑팡의 투어빌런 개발등에 도움을 주었으며 최근에도 개발에 참가한 일이 있어서 이제는 아예 같이 일을 해보자고 하였다.





 


TF: 6
마스터피스라는 제품으로 시장에 등장하며 발리 드 쥬의 전통을 표방한 클래식한 제품을 만들어온 블랑팡과 당신처럼 이단아 같은 사람과의 조합이 사실 낯설게 들린다.



 

VICA: 그래도 왠지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TF: 당신의 시계를 제외하고 존경하는 시계 브랜드 3개만 알려달라.








 

VICA: 나도 크리에이터이다보니 남의 업적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 미안하다.



 

TF: 시간 내주어서 감사하고 블랑팡의 작품들을 향후 기대해 보겠다.

 





-끝-










P.S: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인터뷰 내내 통역을 진행해준 칼라브레즈씨의 따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동영상을 올리는데 도와주신 CR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CR님 사진은 못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