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ason456 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와 대학 졸업 이후 한동안 일본에서 살았습니다.
거주기간은 4~5년 남짓이겠으나 거주기간 외에도 친척들을 만나거나 이런저런 일로 자주 다녀서 친구도 많고..어릴적 추억도 많은 곳입니다.
레벨5 게시판에 석양님께서 일본 스시집을 문의하는 글을 올리셔서 답글을 다는 도중 몇 가지 확인차 일본 친구들의 페북에도 접속해보고,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보니 꽤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에 본 게시판에 삼성동 맛집에 대한 긴급문의를 올려 도움을 받았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겸하여 제가 아는+새로 알게된 내용을 공유코자 합니다.
제가 맛 감정사도 아니고, 주관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정도 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시계의 서열을 나누듯 세상엔 다양한 서열이 있습니다.
현재 거주중인 미국에도 대학교, 기업, 식당,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서열을 분석한 자료들이 난무합니다.
일본 역시 다르지 않아 일식집에 대한 서열을 나누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대단한 관심거리인데, 고급 스시야의 경우 주 고객층인 긴자의 금융인들 사이에서의 서열이 신뢰도가 높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일본에 방문하기 전 일식집을 예약하게 되면 주로 도쿄의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 추천을 받고 예약을 합니다.
그들의 신뢰도가 높은 이유는 경험이 많음에 더하여 외국 손님들과도 자주 찾기 때문에 외국인의 기호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 일식집의 서열을 나누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가장 쉬운 것이 역시 '가격' 입니다.
인기가 있으면 가격이 높고, 맛은 없는데 비싸기만 하면 망하니까요....
저는 어렸을 적엔 덴엔초후 라는 곳에 살았고, 커서는 긴자 부근에 살았는데...도쿄의 스시집은 뭐니뭐니해도 긴자입니다.
어릴때는 주말에 긴자 나들이를 가서 초밥을 먹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었으나, 슬프게도 "어린이는 계란초밥" 이라 하여 다른 생선을 주지 않던 나쁜 곳도 있었습니다.
얼핏 듯기로 긴자의 고급 스시집만 500개가 넘는다 하니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도쿄 고급 스시야의 99%는 긴자에 몰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연히 긴자에서 '싸고 좋은 스시집' 을 찾기란 힘들고, 가격이 그 가게의 수준이라 보셔야 합니다.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집도 없다는 점은 다행이지요.(어쩌면 있을지도 몰라요)
각설하고, 본격적인 서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본 서열은 도쿄 토박이인 일본 증권회사 직원의 외국인 접대 경험을 참고하여 제 경험과 일본 친구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것입니다.
페북으로 설문조사 비슷한 것을 해보니 반응이 뜨겁진 않았지만 큰 차이가 없었고, 그 중 제가 전혀 모르는 곳은 제외하였습니다.
최근엔 미슐랭 별점도 유행하듯 퍼지니 그 역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1. 극상 : 저녁기준 3만엔 이상, 대부분 미슐랭 3스타, 한두달 전 예약 필수, ( ) 안의 점수는 다른 의견을 참고한 제 주관적 평점
-지로 스키야바시(4.5점) : 노인. 오노 지로 할아버지의 점포. 30여년 전부터 여러번 간 집인데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요즘 알았음(미슐랭3스타를 받으며 유명해진 것도 있음). 현지인에겐 아주 높은 평가를 받지만 외국인들에겐 별로라는 평도 있음. 30~40분 이내에 식사 완료. 무표정의 엄숙한 분위기. 다른곳도 안되지만 여긴 특히 사진 절대불가.
-스시 미즈타니(5.0점) : 노인. 오노 지로상의 제자. 2번 가봤는데 오노상보다는 덜 엄숙. 외국인이 좋아함. 1시간 정도 식사.
-스시 아라키(5.0점) : 아저씨. 1번 가봤는데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 1시간 정도 식사.
-스시 사이토(4.5점) : 아저씨. 소문만 들었음. 긴자가 아닌 아카사카. 가네사카 신지의 제자이나 더 호평받음. 동일수준으로 긴자보다 가격이 싸다!(2~3.5만엔), 엄숙함이 덜함.
-스시 소라(5.0점) :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38층. 긴자 근처 니혼바시. 국내 인지도는 낮지만 일본인들이 최고라 함. 전망이 좋지만 전통 스시야의 분위기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비추. 신용카드 사용가능. 여성들이 좋아함..(제 아내는 좋아합니다^^)
-기요타 스시(4.5점?) : 아주 유명한 곳인데 못 가봤습니다. 별로라는 사람도 있어요.
2. 최고급 : 저녁기준 2만엔 이상, 미슐랭 1~2스타, 적어도 일주일 전 예약권장, 간혹 예약없이도 입장가능. 여러모로 1번보다 무난함
-스시 큐베이(4.0점) : 조선호텔 스시조의 제휴 본점. 위의 점포들에 비하면 대기업 수준. 넓고 쾌적함. 자유로운 분위기. 대를 이어온 전통있는 집이어서 인기 많음. 개인 스시야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내므로 최고로 치는 경우도 있음. 그러나 개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고 이타마에상에 따른 편차가 있음. 외국인이 좋아함. 스시조보다 낫다고 볼 수 있으나 가격을 감안하면 스시조가 낫다고 봄.
-스시 가네사카(3.5점) : 젊은데도 제자를 여럿 배출한 아저씨. 해외에도 분점이 있음. 너무 장사꾼같아 별로. 사이토, 이와 등 노렌와케(단순 사제관계인지 정확진 않음)들도 있으나 스시장인을 급조한다 하여 욕을 먹기도 함. 갈때마다 야쿠자 혹은 목소리 큰 사람들이 꼭 있어 꺼려지는데 아마도 엄숙하지 않은 분위기 때문인 듯.
-스시 이와(4.0점) : 아주 젊은 쉐프. 가네사카 출신. 가네사카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음. 가보진 않아 정확하겐 모르겠음.
3. 논란이 있는 곳 : 2만엔대 수준인데 3만엔대 가격을 받는 곳
-사와다(4.5점) : 무섭게 생긴 대머리 아저씨. 다른 곳보다 강한 맛 때문에 한국인이 좋아함. 엄숙하다기보다 위압적인 분위기이지만 말해보면 나름 친절함.
-요시타케(3.5점) : 붉은 식초를 사용한 밥이 특징, 원래 적절한 가격의 좋은 집이었으나 갑자기 미슐랭3스타를 받은 이후 가격이 올랐다고 함. 돈을 주고 미슐랭 3스타를 샀다는 의혹이 친구의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으니 주의하세요!
맘먹고 찾아 적어보면 더 있겠지만 이상이 제가 경험하거나 소문을 많이 들은 곳입니다.
대부분 비좁고 현금만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고, 요즘은 중국인들의 공세로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으면 막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단, 사진을 찍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 수 있음은 당연하죠.
요즘은 인터넷 덕에 스타쉐프 위주의 점포들이 유명세를 타는 경향이 있지만, 현지인 중에서는 큐베이같은 전통 스시집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노 지로상의 가게는 대를 이은 곳은 아니지만 나이도 많고 일가를 형성하고 있어 전통 스시집으로 분류 가능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좋은 가게들도 많이 있음은 물론입니다...그러나 그런 곳도 가격이 싸진 않아요.
제 주위엔 '크고 두꺼운'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과 도쿄 스시집에 가면 대부분 실망합니다.
크기가 작고 맛이 너무 밋밋하다고 말하지요.
그러나 그런 것이 에도마에 스시(도쿄식)의 특징이므로, 한국인에겐 터프한 오사카식 스시가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맵고 짠 음식에 익숙한 한국인이나, 짜고 단 맛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고급일식은 부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일본생활을 꽤 해서 일본음식에 아주 익숙한 편이지만 긴자에서 1만5천엔 이상 하는 집들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되거든요.
현지인들도 '2만엔 이상의 음식을 구분할 수 있는 미각' 은 따로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고급 스시집에는 가능하다면 현지인 단골을 통해 예약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다른 식당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더 그래요)
상기 고급 스시집을 방문하실 때는 '가격이 비싼만큼 더 맛있겠다'는 기대는 버리시고, 새로운 음식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가셔야 실망하지 않습니다.
긴자에서 최고 수준의 맛을 적절한 가격으로 경험하시려면 스시 아오키(아라키랑 헷갈리니 주의)나 고자사 등 1~2만엔 정도의 곳들도 있고, 더 싸게는 체인점들이나 츠키지시장의 초밥집들이 좋습니다.
어차피 맛은 거기서 거기...ㅎㅎ
좀 더 상세히 올리고 싶은데, 중급 스시집은 동네 중국집만큼이나 너무 많고 기억도 안 나서 적지 않습니다.
일본 스시집 여행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세요~~
스시가 생각나게 하는 포스팅이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