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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책 소개 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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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이 작품은 지난해 <온더 로드>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습니다. 요즘 LA에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김지운 감독이 요즘 읽고 있는 책이라고 추천했었는데요. <길 위에서>를 읽다 보면 근사한 방랑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답니다. 이 책은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이기도 하죠.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국내 소개한 책이에요. 무명 작가였던 잭 케루악이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는데 출간하자마자 그는 ‘비트들의 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됩니다. 이 책을 본 후에야 ‘비트’라는 말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당시 이 소설에 영향 받은 젊은이들은 전국을 방랑하며 1960년대 히피 운동을 탄생시키는 도화선을 만들었다고 하죠. 미국의 비트 세대가 사실은 요즘 유행하는 오리지널 ‘힙스터’의 원조 격인 셈이죠.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킬 유어 달링>의 주인공들이 미국 비트 세대들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그들의 정신세계와 의상이 너무 아름다워 이들의 특징을 무작정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는데요. <취향>의 저자 박상미는 그녀의 책 속에서 이런 정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이상함을 수용한다. ‘가짜’보다는 ‘진짜’를 추구한다. 재활용을 지지하고 낡은 것을 평가할 줄 아는 취향이고, 어쩌면 최신 브랜드 선호 문화에 대한 살짝 비틀어진 코멘트까지도 덧붙일 수 있다. 또 이들은 젊음에 고착된 것 같다. 이건 ‘피터팬 콤플렉스’와는 좀 다르다. 영원히 젊고 싶어하는 것. 보톡스를 맞는 것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영원히 젊게 꾸며가는 것이다. 또 노스탤지어적인 브랜드 향유.” 박상미가 그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저도 <길 위에서>를 읽으며 그들이 주는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에 정신없이 빠져들었죠.


“그날 밤 나는 해리스버그의 역 벤치에서 자야 했다. 새벽에 역장이 와서 나를 쫓아냈다. 사람은 누구나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랑스러운 아이로 인생을 시작하지 않는가? 그러나 곧 자신이 비참하고 불행하고 불쌍하고 눈멀고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탄에 젖은 섬뜩한 유령의 얼굴을 한 채 와들와들 떨며 악몽 같은 삶을 살아가는 불신의 날들을 맞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젊은 작가 샐 파라다이스는 뉴욕에서 미국 서부로 향하는 여행을 계획합니다. 덴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멕시코시티에 이르기까지 광할한 미 대륙을 히치하이크로 횡단하면서 헤어지고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묘사하는데, 모든 말들은 너무 현실감이 넘쳐서 실제로 그와 함께 서부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죠. 샐 파라다이스가 자신이 비참하고 불행하고 눈멀었다는 사실을 독백할수록 현실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관대해진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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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설터의 <어젯밤>


위에서<취향>의 저자 박상미가 말한 비트세대와 힙스터를 잠깐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그녀의 번역서 <어젯밤>도 시간의 허무함과 지리멸렬함에 대해 생각하며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죠. 특히 이 책을 쓴 제임스 설터에 대해서는 수 많은 평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수전 손택은 설터가 독서의 강렬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특히 어울리는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죠.


번역을 맡았던 박상미도 책의 후기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 ‘설터의 책을 번역하는 건 호화 저택에서 몸종을 거느리고 사는 기분이다. 아니, 그보단 바닷가에 지은, 커다란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며 사치스럽게 산 기분이다. 이제 그 집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보는 것처럼 장면이 연상되고, 문장 하나 하나에 긴장감이 잔뜩 실려 있죠. 중요한 건 어젯밤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럼에도 지금의 적나라한 모습에 조금쯤은 참담함 심정을 느끼고 있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가끔 했다.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책이나 어떤 인물이 그들을 완전히 바꾸어놨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그전에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 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제임스 설터는 짧은 문장 안에서 삶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고 넘어가죠. 책을 읽는 순간 순간, 우리에게 일어났던 뭔가 엄청났던 것 같은 일들이 희미하게 스칠 수도 있는데, 또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떠올려지게 되어서 기막힌 허무함을 함께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쿵쾅거리지도, 삶에 대한 지리멸렬함도, 어젯 밤에 대한 싫은 기억 같은 것들은 사라질 거라 생각해요. 그럼 모두에게 Good Luck!


글 / <스타일 H> 피처 디렉터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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