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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코(Seiko)가 1974년 론칭한 크레도르(Credor)는 브랜드의 최상위 하이엔드 라인으로 한해 제조 수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대체로 일본 내수용에 그쳐 아직 국내에는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크레도르 스프링 드라이브 소네리(2006년), 크레도르 스프링 드라이브 미닛 리피터(2011년), 후가쿠 투르비용(2016년)과 같은 일부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이 역주행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크레도르의 명성을 각인시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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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도르 스프링 드라이브 소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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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도르 후가쿠 투르비용 

그리고 2008년 첫 선을 보인 에이치(Eichi)와 2014년 크레도르 40주년을 맞아 공개한 에이치 II(Eichi II) 역시 전 세계 하이엔드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점차 화제가 됐는데요. 시분초만 표시하는 심플한 타임온리 시계가 뭐가 그렇게 특별해 주목을 받게 됐을까요? 비밀은 바로 무브먼트에 있습니다. 어느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세이코만의 독자적인 스프링 드라이브 칼리버를 바탕으로, 이례적으로 무브먼트 피니싱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까다로운 시계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의 눈에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혹자는 독립시계장인 필립 듀포(Philippe Dufour)의 명작 심플리시티(Simplicity)에 빗대어 크레도르 에이치 시리즈를 '동양의 심플리시티'로 칭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필립 듀포와의 인연 역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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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발표한 에이치 II GBLT999

크레도르가 탄생하는 세이코 엡손 산하 매뉴팩처 내 하이엔드 공방인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Micro Artist Studio)의 창단 멤버 시오하라 겐지(Kenji Shiohara)와 모테키 마사토시(Masatoshi Moteki) 등은 일본 NHK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시간의 명장(Master Hand of Hour)'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무작정 필립 듀포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듀포의 르 상티에 공방에까지 초대되어 무브먼트 피니싱과 관련한 테크닉을 전수 받았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필자가 2015년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당시 워치메이킹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필립 듀포의 액자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 소속 워치메이커들이 노장에게 존경을 표하는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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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발표한 에이치 II 블루 포셀린 다이얼 GBLT997

일본어 '에이치(銳智)'는 한자로는 예지, 즉 지혜를 뜻합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에이치 II 버전은 기존의 화이트 포셀린(Porcelain, 도자기) 다이얼 대신 일본에선 '루리(Ruri)'로 불리는 라피스 라줄리를 곱게 가루로 치대어 정제수 및 미량의 원소와 함께 특수하게 배합한 도료를 여러 겹에 걸쳐 덧바르고 건조한 후 구워내는 식으로 완성했습니다. 베이스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제작 방식 자체는 스위스의 전통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짝 돔형을 띠는 영롱한 다크 블루 포셀린 다이얼 위에 화이트 골드를 녹여 극세모 붓으로 인덱스와 브랜드 로고를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일일이 핸드 페인팅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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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 II 블루 포셀린 다이얼 버전(Ref. GBLT997)은 플래티넘 케이스로만 선보입니다. 케이스 직경은 39mm, 두께는 10.3mm이며, 전면 글라스는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듀얼 커브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습니다. 무브먼트는 기존의 에이치 II와 같은 핸드와인딩 방식의 스프링 드라이브 칼리버 7R14를 탑재했습니다. 월 허용오차 범위가 +/-15초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하며, 파워리저브는 약 60시간 정도를 보장합니다. 최근 그랜드 세이코 일부 하이엔드 모델에 탑재되는 9R 시리즈도 베이스는 크레도르 7R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의 오랜 연구 개발과 워치메이킹 노하우의 결정체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앞서 강조했듯 무엇보다 아름다운 무브먼트 피니싱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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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꽃잎을 연상시키는 오픈워크 배럴 덮개 장식과 열처리한 블루 스크류, 그리고 세심하게 모따기 후 앵글라주 마감한 브릿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 피니싱 측면에서 무엇보다 필립 듀포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델인 만큼 스위스 발레드주의 시계제조사들이 무브먼트 피니싱 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장샹 나무(Gentian wood)와 성질이 유사한 홋카이도 북부에서 자생하는 한 나무를 깎은 툴을 이용해 끝에 다이아몬드 페이스트를 묻혀 한 명의 스페셜리스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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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 II 블루 포셀린 다이얼 버전(Ref. GBLT997)은 한정판은 아니지만 크레도르 라인 특성상 한해 극소량 제작될 예정이며, 2021년 세이코 창립 140주년을 기념해 내년 1월부터 일부 지정된 세이코 부티크에서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리테일가는 유럽 기준으로 5만 9,000 유로(EUR), 한화로는 약 7천만 원대 후반에 달합니다. 일반 시계애호가들 보다는 쉽게 접하기 힘든 특별한 하이엔드 시계를 찾는 일부 마니아 및 컬렉터를 위한 시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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