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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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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 & 워치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워치메이킹을 향한 뜨거운 도전은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엔 루도 시크릿 워치와 뻬를리 워치 같은 여성용 주얼리 워치를 비롯해, 오토마통 장인 프랑수아 주노(François Junod)와 협업한 엑스트라오디네리 오브제(Extraordinary Object)와 같은 하이엔드 클락에 천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다시 메종의 시그니처 타임피스 컬렉션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Poetic Complications)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4 현장에서 만난 반클리프 아펠의 주요 노벨티 몇 점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Lady Arpels Jour Nuit & Lady Jour Nuit watch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워치 

 

밤하늘에 총총한 별과 달을 보면 아무리 드센 영혼도 어느 순간 몽글몽글 차오르는 감성에 젖게 마련입니다. 별과 달, 은하수 나아가 태양계 전체까지 경외의 눈으로 올려다보며 우주를 움직이는 신비로운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셀레스티얼 타임피스(Celestial Timepiece), 아스트로노미컬 타임피스(Astronomical Timepiece)로 통하는 천문, 천체 시계는 고도로 진화한 인간의 과학적 사유와 기계공학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서사시(Poetry of Time)'를 표방하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의 세계관은 어느 순간 자연과 동식물의 영역을 뛰어넘어 ‘우주의 서사시(Poetic Astronomy)’로까지 뻗어가며 반클리프 아펠만의 유니크한 천체 시계의 역사를 쓰게 하고 있습니다.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Midnight Planétarium 2014년),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Lady Arpels™ Planétarium, 2018년),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Midnight Zodiac Lumineux, 2018년), 플라네타리움 오토마통(Planétarium automaton, 2022년)과 같은 일련의 결실들은 하이 워치메이킹과 하이 주얼리, 그리고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오직 반클리프 아펠이기에 가능한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줍니다. 2024년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2종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 또한 메종의 장기를 유감없이 과시합니다. 낮과 밤의 순환을 독자적인 회전 디스크 모듈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하루 24시간의 흐름을 서정적인 이중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출시한 천체시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단순화한 모습이지만 메종이 추구하는 '시간 및 우주의 서사시' 테마와 무한한 상상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감성만은 여전합니다. 

 

 

반클리프 아펠은 2008년부터 낮과 밤의 움직임을 24시 모듈(24-hour module)로 구현한 데이 앤 나잇(Jour Nuit) 워치를 꾸준히 전개해왔습니다. 때로는 낮과 밤 중 어느 하나에만 집중해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해당 타임피스만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 컴플리케이션의 종류(더블 레트로그레이드)가 아예 다르긴 하지만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주와 뉘 버전처럼 특유의 서정미를 강조하고자 낮과 밤을 테마로 활용한 예도 있습니다. 특히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워치는 등장과 동시에 큰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2008년 당시만 해도 이런 식으로 직관적으로 낮과 밤을 회전 디스크로 표시하는 시계는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1세대 데이 앤 나잇 워치를 전면 리뉴얼해 선보이면서 38mm와 33mm 두 가지 사이즈로 선보임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4년 새로운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워치(38mm)와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워치(33mm) 모두 이탈리아의 무라노(Murano)에서 제작 및 얇게 커팅한 어벤츄린 글래스를 24시간 회전 디스크 다이얼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전통 방식 그대로 1,200°C(2,192°F)에서 가열해 완성한 짙은 블루 컬러 어벤츄린 글래스만을 사용한 것입니다. 다이얼 제작에만 꼬박 한달 정도가 소요됐다고 하니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고급스럽습니다. 무엇보다 특유의 조밀한 질감 때문에 별이 총총한 밤하늘의 느낌을 제대로 연출합니다. 여기에 태양은 옐로우 골드 조각 위에 옐로우 사파이어를, 달은 화이트 골드 조각 위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스노우 세팅 기법으로 장식해 낮과 밤의 극적인 대비를 보여줍니다. 태양이 독야청청 고고하게 뜬 낮에는 볼 수 없는 커다란 별 장식 역시 화이트 골드 조각 위에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오각별을 형상화했습니다. 

 

 

반면 사이즈가 작은 33mm 버전은 태양을 옐로우 골드 바탕에 핸드 기요셰 인그레이빙으로 특유의 방사형 패턴을 새겼습니다. 밤에만 뜨는 달과 별은 화이트 골드 조각 위에 다이아몬드 스노우 세팅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했고요. 38mm 버전에는 화이트 마더오브펄을, 33mm 버전에는 다크 블루 마더오브펄을 차등 적용하고 기요셰 장식 패턴 또한 다르게 적용해 한 눈에 사이즈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33mm 쪽이 모자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좀 더 복잡한 형태의 기요셰 장식으로 처리됐습니다.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워치(38mm)와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워치(33mm) 두 버전 모두 레이디 아펠 특유의 케이스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으며, 베젤 및 프로파일(미들 케이스), 러그 상단과 측면, 크라운 중앙까지 화이트 골드 케이스 바탕에 촘촘하게 최상급의 다이아몬드를 풀-파베 세팅해 하이 주얼리 워치의 속성 또한 가져갑니다.

 

 

차세대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워치(38mm)와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워치(33mm)의 숨겨진 가장 큰 변화는 24시간 모듈을 스위스 제네바주 메헝(Meyrin)에 위치한 반클리프 아펠의 워치메이킹 워크샵(Les Ateliers Horlogers de Van Cleef & Arpels)에서 자체 개발 제작했다는 점입니다. 2008년 데뷔한 1세대와 이후 전개한 일련의 데이 앤 나잇 워치에는 유명 독립시계제작자 장-마르크 비더레히트(Jean-Marc Wiederrecht)가 설립한 아장호(Agenhor)에서 공급 받은 24시간 모듈을 사용했다면, 이제 인하우스 기술로 완전히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베이스 칼리버는 여전히 같은 리치몬트 그룹 산하의 무브먼트 제조사 발 플러리에(Val Fieurier)의 그것을 이어 사용했습니다. 발 플러리에의 자동 베이스(ex. Q020)는 레이디 아펠 빠삐용 오토메이트 워치,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 등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의 여러 모델들에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워크호스입니다. 무엇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얹어 수정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메종으로서는 다른 에보슈나 인하우스 베이스 칼리버 개발을 서두를 필요성을 못 느낄 터입니다. 

 

 

조작은 간단합니다. 크라운을 뺀 1단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시와 분 핸즈가 움직이면서 어벤츄린 글래스 회전 디스크도 함께 움직입니다. 이후 낮/밤 시간대에 맞춰 시간을 조정하면 끝! 

 

 

화이트 골드 케이스백 중앙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삽입하면서 안쪽에 최소 30겹에서 36겹에 달하는 에나멜 코팅을 입혀 다이얼에서 볼 수 있는 지구와 달의 테마를 메티에 다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여러 겹의 에나멜 층은 각기 다른 컬러와 톤, 두께로 도포된 후 일정한 소성과 건조를 거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메종의 시그니처인 페어리(요정) 또한 한쪽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형상화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일반적인 페인팅 방식이 아닌 고귀한 플래티넘 소재로 요정의 실루엣을 다듬고 점묘법에서 착안한 일종의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블루 컬러를 잔잔하게 입혀 배경과 어우러지게 했습니다.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케이스백의 데칼까지 이렇게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제조사도 아마 손에 꼽을 겁니다. 또한 글라스백의 나머지 투명한 부분으로는 플래티넘 로터 위에 새긴 방사형의 패턴과 함께 별의 윤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깨알 같은 요소지만 이 또한 역시 반클리프 아펠 답습니다. 

 

 

새로운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 워치(38mm)와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워치(33mm)는 한정판이나 넘버드 에디션이 아닌 정규 모델로 앞으로 계속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리테일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도구 없이 쉽게 교체 가능한 블루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버전 외 5연의 작은 링크로 연결된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다이아몬드로 풀-파베 세팅한 버전까지 함께 선보입니다. 스트랩/브레이슬릿 유형에 따라 금액대는 수천만 원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Lady Arpels Brise d’Été watch

레이디 아펠 브리즈 데떼 워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의 또 다른 노벨티입니다. 불어로 '여름 바람(Brise d’Été)'을 뜻하는 이름처럼 잔잔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꽃과 줄기가 미동하며 생동감을 표현하고, 그 주위로 나비 한 쌍이 서로를 좇듯 회전합니다. 창립 이래 메종의 무수한 마스터피스들에 영감을 준 자연에서 착안해 하이 워치메이킹과 메티에 다르를 넘나들며 반클리프 아펠표 하이엔드 워치를 완성한 것입니다. 

 

 

직경 38mm 케이스는 화이트 골드 바탕에 역시나 다이아몬드로 촘촘하게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시계의 백미는 다이얼입니다. 단순히 꽃과 줄기, 나비를 예술적으로 묘사해서만이 아니라 '여름 바람'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꽃의 줄기와 화관을 온-디맨드 애니메이션(On-demand animation)으로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게 기계적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성취를 인정할 만합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이 시계를 지난 1월 17일과 18일 제네바 메헝의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 워크샵에서 소수의 초청 프레스를 대상으로 한 프리뷰 행사를 통해 미리 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실물 제품 사진조차 못 찍게 할 만큼 보안을 철저히 신경 쓰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기술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기어트레인과 일부 센터 피스를 연결한 목업 장치를 통해서만 제품이 실제 어떻게 구동되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얼을 구성하는 요소들 하나하나가 워낙 얇고 섬세하고 자칫 시계를 함부로 다루면 애니메이션 구동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아 같이 동행한 기자들도 테이블 위에 놓여진 모습만 관찰하는 게 허용됐습니다. 

 

 

레이디 아펠 브리즈 데떼 워치에는 메종의 예술적 기교가 절정에 달한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Extraordinary Dials) 컬렉션을 떠올리게 할 만큼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제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에나멜링 기법도 적용됐습니다. 우선 꽃의 화관은 발로네 에나멜(Vallonné enamel)로 명명한 반클리프 아펠이 독자적으로 마스터한 새로운 에나멜링 기법이 적용됐습니다. 에나멜러가 아닌 이상 이를 기술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특수하게 배합한 에나멜 안료(더욱 미세하게 분쇄한 실리카 분말과 물, 오일의 황금비율)를 재료로 담비털로 맞춤 제작한 얇은 붓(브러시)을 이용해 에나멜 도료를 볼륨감있게 도포하고 이를 고온의 가마에서 소성한 후 일련의 건조 단계를 거쳐 다시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으로 세밀하게 심지어 실제 꽃처럼 잎맥까지 살아 드러날 수 있게 채색, 덧칠 그리고 번짐 표현을 반복합니다. 이게 말로 설명은 쉽지만 실제 완성하기까지는 전담 에나멜 장인의 노하우와 솜씨, 예술적 재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를 시스템적으로 교육하고 실제 제품에 정밀하게 응용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준비를 마친 반클리프 아펠의 남다른 열정 또한 칭송할 만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싱그러운 하늘색 화관 위에 옐로우 골드 프롱과 함께 스페사르타이트 가넷을 장식해 암술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얇은 비정형의 입체적인 골드 조각에 촘촘하게 그린 컬러 에나멜을 입혀 줄기를 형상화합니다. 

 

 

무광의 화이트 마더오브펄 다이얼 하부를 장식한 겹겹의 화이트 골드은 더욱 커다란 꽃잎과 생동감 있게 뻗어나가는 줄기를 표현합니다. 아래의 커다란 꽃잎 역시 발로네 에나멜로 채색하고 중앙에는 스페사르타이트 가넷으로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잎사귀는 골드 프레임 안을 파낸 후 샹르베 에나멜(Champlevé enamel) 기법으로 연그린 색을 채우고, 다른 진한 풀잎에는 플리크-아-주르 에나멜(Plique-à-jour enamel) 기법이 적용되었으며, 굵직하게 펼쳐진 잎에는 그린 차보라이트 가넷을 촘촘하게 세팅해 싱그러움을 표현했습니다. 한편 다이얼을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나비들은 화이트 및 옐로우 골드 바탕에 플리크-아-주르 에나멜 기법으로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을 받으며 투과하는 얇고 섬세한 그린 또는 옐로우 컬러 날개를 얻었습니다. 

 

 

 

무브먼트는 발 플러리에 자동 베이스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온-디맨드 에니메이션 오토마통 모듈을 얹어 수정한 최신 버전을 탑재했습니다. 다만 무브먼트 및 모듈 관련 보다 자세한 정보까지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레이디 아펠 브리즈 데떼 워치는 넘버드 에디션으로 수량은 밝히지 않았지만 극소량 한정 제작 선보일 예정이며, 모델 특성상 리테일가 역시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 워치메이킹 기술력의 총아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노벨티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메종의 예술적인 기교의 끝판왕인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 컬렉션의 신제품과 세상에 단 한 점씩만 존재하는 매우 특별한 하이엔드 오토마통 클락으로 구성된 엑스트라오디네리 오브제 노벨티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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