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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발레드주를 대표하는 190여 년 전통의 매뉴팩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는 2024년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에서 '정밀 제조사'를 뜻하는 '프리시전 메이커(The Precision Maker)'를 슬로건처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전개한 '워치메이커의 워치메이커(The Watchmaker of Watchmakers)' 캠페인에 이어 메종의 근간이 되는 가치인 정밀함과 정확성 추구를 일련의 듀오미터(Duomètre) 신제품을 통해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Duomètre Heliotourbillon Perpetual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용 퍼페추얼

 

올해 예거 르쿨트르의 하이라이트 노벨티는 단연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용 퍼페추얼입니다. 용어마저 생소한 헬리오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2개의 독립적인 배럴과 기어트레인을 갖춘 일명 듀얼-윙 컨셉(Dual-Wing concept)의 혁신적인 듀오미터 메커니즘을 결합한 오직 예거 르쿨트르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하이 워치메이킹 신제품입니다. 

 

 

1833년 브랜드 설립 이래 세계 최초로 마이크론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인 밀리오노미터(Milionometer, 1844년)를 발명한 매뉴팩처 예거 르쿨트르의 기저에는 항상 정밀함과 정확성 추구가 핵심 가치이자 과제처럼 남아있습니다. 자사의 독창적인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위해 듀오미터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배경 역시 충분한 등시성을 보장하면서 해당 기능을 크로노메트리(크로노미터) 수준으로 정확하게 제어하고자 하는 완벽함의 발로라 할 수 있는데요. 자이로투르비용(Gyrotourbillon)으로 알려진 최초의 다축 투르비용과 다양한 형태의 헤어스프링 개발 역시 메종의 핵심 가치를 이어가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라 하겠습니다. 

 

 

'태양'을 뜻하는 영미권의 접두사를 회전 케이지를 이용해 중력을 적극적으로 상쇄하는 투르비용과 결합한 헬리오투르비용은 언뜻 이름만 들어서는 낯설게 여겨지지만, 2004년 자이로투르비용으로 시작된 메종의 다축 투르비용(Multi-Axis Tourbillon) 제조 역사의 연장선상에 놓여져 있습니다. 2개의 축을 따라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자이로투르비용과 스페로투르비용(Sphérotourbillon)에서 한발 더 나아가 헬리오투르비용은 3개의 축을 따라 회전하는 쓰리-액시스 투르비용(Three-Axis Tourbillon)의 설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공상과학영화 '인셉션'에 등장하는 팽이를 연상시키는- 실제 회전 팽이 효과(Spinning top effect)에서 영감을 얻은- 헬리오투르비용은 완전히 새로워진 조절 기관(Regulating organ), 투르비용 케이지 구조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중력에 대응하면서 2007년 출시 및 특허를 획득한 듀오미터 메커니즘 안에 유기적으로 통합했습니다. 

 

 

더욱 가볍고 빠른 키네틱(Kinematic, 운동학적인) 효과를 위해 3개의 케이지는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했으며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라믹 볼-베어링을 사용하고, 총 163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12mm 직경의 케이지 전체 무게는 0.695g에 불과합니다. 밸런스와 수직으로 세팅되어 동축에 맞물린 첫 번째 케이지 및 첫 번째 케이지와 평평하게 놓여진 두 번째 케이지는 약 40° 각도로 기울어진 채 일반적인 투르비용 케이지 보다 빠르게 분당 2회전(30초에 1번 회전)하고, 나머지 세 번째 케이지는 분당 1회전(60초에 1번 회전)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자세(방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력에 의한 오차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라 하겠습니다. 20° 각도로 기울여 30초와 15초 단위로 빠르게 회전운동을 지원했던 스페로투르비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듯하면서도 3개의 축을 따라 회전하기 때문에 한층 다이내믹한 모션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밸런스의 시간당 진동수도 이전 듀오미터의 21,600vph(3헤르츠)에서 28,800vph(4헤르츠)로 끌어올려 다축 투르비용의 기민한 회전운동에 기여합니다. 참고로 다축 투르비용 설계 관련해 비슷한 구성을 갖춘 그뢰벨 포지의 콰드러플 투르비용과 비교해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새로운 다축 투르비용 구조를 위해 이전 스페로투르비용처럼 원통형의 새로운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Cylindrical balance spring)을 개발해 탑재했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위해 헤어스프링까지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제조사는 스위스 내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그랑 메종은 발레드주 르상티에에 위치한 인하우스 매뉴팩처 시설에서 자체 개발 제작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합니다. 

 

 

투르비용 케이지와 함께 노출한 하부 메인 플레이트에는 다크 블루 컬러 래커 처리로 마치 밤하늘에 다축 투르비용 케이지가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신비로운 효과를 부여했습니다. 오픈워크 가공한 골드 프레임(브릿지)의 측면부는 베벨링 및 폴리시드 마감하고 상단부는 마이크로블래스트 마감해 하이 워치메이킹 모델의 품격에 어울리는 모습을 부여합니다. 또한 가장 외곽의 3번째 케이지에 3개의 레드 액센트 처리한 삼각형 장식을 더해 측면의 사파이어 디스크 및 하부의 스케일을 가리키며 20초 단위 인터벌을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이전 세대 듀오미터의 점핑 세컨드(Jumping seconds) 디스플레이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헬리오투르비용만의 쓰리-액시스 투르비용 설계를 나름대로 시각적으로 표현한 디테일이라서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무려 654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388에는 또한 고도로 정교한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얼을 통해 드러나는 디스플레이 형태가 이전 세대의 히브리스 메카니카나 듀오미터 퀀템 루너와 같은 제품들과도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일부 이전 히브리스 메카니카 모델(특히 2013년 선보인 칼리버 176)을 떠올리게 하는 그랑 데이트와 낮/밤 인디케이터 디자인에서 착안한 새로운 문페이즈 디자인을 엿볼 수 있지만,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변주를 보여줍니다.

 

 

3개의 디지털 디스크로 구성된 연도 표시 방식은 기존의 마스터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칼리버 868)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특허 받은 새로운 윤년 인디케이터 방식을 채택해 끝자리를 레드 컬러로 표시합니다. 구조가 매우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디스플레이 형태라 앞으로 예거 르쿨트르의 다른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에도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서브다이얼(카운터)에 포인터 핸드와 함께 월 인디케이터까지 통합해 연과 월을 한층 일목요연하게 표시합니다. 부채꼴로 커다랗게 9시 방향에 오픈워크 처리하고 다축 투르비용을 노출시킨 듀오미터 특유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다각적으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대칭을 이루며 122년에 한번 꼴로만 수정하면 되는 정교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와 함께 요일 인디케이터를 통합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에 한해서는 주로 전통적인 트리플 캘린더 레이아웃을 선호했던 예거 르쿨트르였기에 이러한 변화는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표시하는 오프센터 다이얼 3시 방향에 그랑 데이트 디스플레이를 통합시킨 설계도 재미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인 만큼 시계가 정상 작동하는 한 이론상 2,100년 2월까지는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로운 칼리버 388에는 독자적인 보호 시스템을 탑재해 시간을 앞으로만 조정하지 않아도, 조작 실수로 또는 여행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타임존 변경시 시간을 뒤로 조정하더라도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여느 퍼페추얼 캘린더 보다 시간 조정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용이 더욱 편리하다는 뜻입니다. 

 

 

한편 타임 디스플레이 측면에는 2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놓여져 있습니다. 듀오미터 컨셉인 만큼 2개의 배럴과 2개의 개별 기어 트레인으로, 하나는 시간 측정을 위해, 다른 하나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포함한 다른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위해 존재합니다. 파워리저브는 각 배럴당 46시간. 컴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동력의 일부를 끌어와야 하므로 안정적인 에너지 흐름이 방해를 받아 등시성 및 정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예거 르쿨트르는 2007년 듀오미터 컨셉을 출시하며 특허까지 받아 자사의 기술력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2024년 새로운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용 퍼페추얼은 핑크 골드 소재로만 선보입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4mm, 두께는 14.7mm로, 다축 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 듀오미터 컨셉을 통합한 특수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감안하면 착용하는데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사이즈로 제작됐습니다. 복잡한 디스플레이를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44mm 크기는 차치하고, 두께는 이전 세대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용이나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 등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능에 비해 비교적 컴팩트한 사이즈를 유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 듀오미터와 차별화하는 새로운 듀오미터 케이스가 도입됐습니다. 19세기 제작된 사보네트(Savonette) 타입의 포켓 워치에서 영감을 얻어- 불어로 사보네트는 둥근 모양의 비누를 뜻함- 러그 양쪽 가장자리를 제외하면 샤프한 에지가 없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 흡사 조약돌과도 같은 케이스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케이스 측면을 보면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폴리시드 가공한 돔 베젤부와 대조를 이루는 브러시드 마감한 미들 케이스의 연결부가 실루엣은 볼륨감이 살아있으면서 보다 슬림하게 리-디자인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면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부터 케이스 측면부로 이어지는 스무스한 라인이 시계를 한층 부드럽고 우아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그리고 케이스 좌측면을 개방하고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탑재해 특징적인 다축 투르비용 케이지의 입체적인 모션도 좀 더 다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 기믹은 공교롭게도 같은 그룹 내 바쉐론 콘스탄틴이 2021년 선보인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와도 어딘가 닮아있습니다.  

 

 

기술력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위스 발레드주의 '찐' 매뉴팩처 예거 르쿨트르의 야심찬 신작,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용 퍼페추얼(Ref. Q6202420)은 놀랍게도(?!) 한정판이 아닌 정규 모델로 선보입니다. 단, 하이 워치메이킹 모델 특성상 한해 제조 수량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테일가 역시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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