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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쉐 공동 설립자 부부의 포트레이트 

엠마뉴엘 페스타 비앙쉐와 로돌프 페스타 비앙쉐

ⓒ Bianchet

 

비앙쉐(Bianchet)는 국내 시계애호가들에겐 아직 생소한 신생 독립 시계제조사입니다. 스마트폰 온라인 거래 앱을 개발한 사업가 출신의 로돌프 페스타 비앙쉐(Rodolf Festa Bianchet)와 그의 아내이자 화가 겸 조각가인 엠마뉴엘 페스타 비앙쉐(Emmanuelle Festa Bianchet)가 지난 2017년 4월 스위스 뇌샤텔에 브랜드를 설립하고, 2019년 바젤월드에서 첫 컬렉션을 공개했으니 정말이지 이제 갓 워치메이킹의 세계로 입문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팬데믹 기간 스위스 오뜨 오롤로제리(Haute Horlogerie) 즉 고급 시계 산업이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오히려 신생 브랜드들은 이름을 알리기 좋은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비앙쉐 역시 독자적인 컬렉션으로 빠르게 인정을 받아 불과 4년여 만에 놀랍도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올해부터는 독립 시계 브랜드 전문 유통사인 아티산코리아(Artisan Korea)를 파트너로 만나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타임포럼은 비앙쉐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 하이브리드

 

비앙쉐의 첫 시계인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Tourbillon B1.618 Openwork)에는 CEO 로돌프 페스타 비앙쉐가 추구하는 컬렉션의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토노(Tonneau, 영문으로는 배럴) 형태의 케이스부터 눈길을 끕니다. 비앙쉐는 1906년 까르띠에가 최초로 선보인 토노 워치에서 특히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만곡형 실루엣의 우아함, 흔히 볼 수 있는 라운드와 스퀘어의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 손목 위에서 탁월하게 밀착되는 편안함 등 여러 미학적인 요소들과 인체공학적인 요소들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로돌프 페스타 비앙쉐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프랭크 뮬러의 유통업체였기 때문에 프랭크 뮬러의 시그니처 케이스인 생트레 커벡스에서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게 되었고,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케이스 형태로 토노만한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 케이스와 무브먼트에 담긴 황금비율 공식

 

시계 디자인 관련해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피보나치 수열에 담긴 황금비율(1.618)입니다. 오죽하면 투르비용 B1.618 컬렉션명에도 황금비율을 굳이 강조했을까요!? 유럽을 대표하는 유명 건축물과 예술작품에서 접할 수 있는 상징적이고 수학적인 규칙을 기반으로 토노형 케이스를 디자인하고(특히 프로파일의 미묘한 비율), 나아가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의 아키텍처에도 직선과 나선, 원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황금비율 공식을 적용했습니다. 

 

- 투르비용 B1.618 칼리버의 CAD 설계도

 

언뜻 봐서는 크게 눈에 띄는 요소가 아닐지 모르지만, 신생 브랜드로서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컬렉션에 모종의 서사를 부여하는 차원에서라도 세심하게 계산된 디자인 코드는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화가 겸 조각가로서 예술적 조예가 남다른 공동 설립자 엠마뉴엘 페스타 비앙쉐의 컬렉션 디자인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비앙쉐가 첫 컬렉션의 무브먼트로 투르비용을 선택한 것 또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비앙쉐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 바로 뇌샤텔이고, 시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가 나고 자란 고향이 또 뇌샤텔인 만큼,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1801년 발명한 하이 워치메이킹의 가장 상징적인 메커니즘인 투르비용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입니다. 투르비용은 시각적으로 일단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그 자체로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비앙쉐가 추구하는 또 다른 디자인 코드인 오픈워크 무브먼트와도 더할 나위 없는 합을 이룹니다. 

 

 

그리고 투르비용을 통해 컬렉션의 캐릭터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세그먼트가 어설프게 걸쳐 있지 않고 처음부터 명확하게 고급스러움(Exclusivity), 흔히 말하는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것입니다. 이제 갓 워치메이킹의 세계로 뛰어든 마이크로 독립 시계제조사로서 어차피 시계를 다종 생산할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컬렉션에 집중하면서 주요 레퍼런스를 극소량 한정 생산하는 방식을 고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 성공을 거둔 여느 독립 시계제조사들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비앙쉐로서는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 모릅니다. 

 

 

비앙쉐는 무엇보다 토노 쉐입 케이스에 딱 들어 맞는 독자적인 토노형 투르비용 무브먼트 개발에 특별히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앞서 강조한 황금비율(1.618)의 공식은 물론, 공학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오랫동안 컬렉션을 빛낼 이상적인 무브먼트를 고심했는데요. 크고 작은 무브먼트 스페셜리스트들과 각종 부품 관련 제조사들이 즐비한 뇌샤텔 고장(주 안의 여러 도시들 중 전통적으로 시계마을로 유명한 라쇼드퐁과 르로끌도 있다)의 지리적인 이점과 인맥을 십분 활용해 100% 스위스 메이드 개발, 제작한 오직 비앙쉐만을 위한 독점 투르비용 칼리버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무브먼트 제조 관련 파트너사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요. 밸런스 스프링과 이스케이프먼트 등 마이크로 엔지니어링 부품 전문 제조사로 H. 모저앤씨가 속한 멜브(MELB) 그룹의 자회사인 프레시전 엔지니어링(Precision Engineering AG)을 비롯해, 이노테크(Inhotech), 펠라(Feller), 그렐리에(Crelier), 골덱(Goldec), 반디(Bandi), AE 데콜라주(AE Decolletages), 울트라덱(Ultradec), 프로토필(Protofil), CMT 리켄바흐(CMT Rickenbach), 퀵파츠(Quickparts), GMG 등이 그것입니다. 

 

 

투르비용 B1.618 칼리버는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 그리고 분당 1회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까지 샌드블래스트 가공한 5등급 티타늄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트하게 블랙 DLC 코팅 처리해 특유의 미감을 드러냅니다. 브릿지의 상단면은 새틴 브러시드 마감하고, 브릿지의 측면 테두리는 수작업으로 얕게 베벨링(앵글라주) 마감하는 등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특징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배럴 및 와인딩 관련 부품들, 기어트레인의 주요 휠, 캐논 피니언, 스켈레톤 브릿지의 고정 스크류 등은 티타늄 또는 스틸 소재를 그대로 노출해 블랙 DLC 코팅한 나머지와 대비를 이룹니다.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시간당 21,600회 진동하고(3헤르츠), 파워리저브는 4일이 넘는 약 110시간 정도를 보장해 비슷한 스펙의 다른 하이엔드 제조사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습니다. 비앙쉐의 모든 무브먼트는 라쇼드퐁에 위치한 자사 공방에서 조립되며, 별도의 COSC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타이트한 6포지션 조정으로 높은 정밀함을 보장합니다.   

 

-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 카본

 

-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 하이브리드

 

수동 무브먼트의 모습 자체는 굉장히 모던하다 못해 어그레시브해 보이지만 전통적인 하이 워치메이킹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선배인 리차드 밀의 접근 방식과도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인데요. 대담한 토노형 케이스와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조합부터 리차드 밀과의 유사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하지만 신생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 분야의 전설적인 성공 사례인 리차드 밀과의 비교가 나쁠 게 없고 오히려 득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리차드 밀 시계를 선호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을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이유로 비앙쉐 같은 몇몇 후발주자들이 수혜를 입은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 2023년 신제품,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

 

비앙쉐는 대표작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와 최신작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Flying Tourbillon Grande Date B1.618)까지 컬렉션을 크게 카본과 티타늄 두 메인 소재로 나눕니다. 카본 버전은 말 그대로 외장 케이스의 대부분을 카본으로 제작한 것이고, 편의상 하이브리드(Hybrid)로 분류한 다른 버전은 카본 컴포지트와 5등급 티타늄(베젤 등)을 혼용한 것을 뜻합니다. 카본 자체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조 카본이나 카본 파이버(탄소 섬유)를 적층하는 과정에서 레진을 침투해 형성하는 방식이 아닌, 카본 파이버 필라멘트를 45˚ 및 90˚ 각도로 방향층을 바꾸며 적층할 때 사이사이 티타늄 분말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얻은 일명 티타늄 더스트-하이 덴시티 카본(Titanium-Dust-High-Density Carbon)을 사용해 나름대로 차별화합니다. 이렇게 제작된 카본 케이스는 카본 재질 특유의 물결 패턴이 티타늄 입자 덕분에 더욱 선명해 보이고 소재 자체의 밀도가 높아져 강성 또한 좋아진다고 합니다. 덧붙여 비앙쉐는 미들 케이스와 베젤 접합 부위, 그리고 크라운의 테두리에 각각 천연 벌캐나이즈드 러버(Natural vulcanized rubber, 가황고무)를 추가해 이질적인 소재의 조합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방식은 또 '아트 오브 퓨전'을 표방하는 위블로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아닐 수 없군요.

 

 

매우 가볍지만 단단한 카본과 고성능 경량 합금의 대명사인 5등급 티타늄을 외장 소재로 사용한 덕분에, 게다가 오픈워크 무브먼트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 투르비용 케이지 등 대부분의 부품까지 티타늄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계의 무게 자체도 놀랍도록 가볍습니다. 첫 컬렉션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의 경우 스트랩을 제외하고 카본 버전은 44그램, 카본/티타늄 하이브리드 버전은 52그램 정도이며, 2023년 론칭한 새로운 컬렉션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는 하이브리드 버전도 55그램 정도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6,000G 이상의 엄청난 중력가속도에서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충격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브랜드 측은 강조합니다. 마이크로 케이블과 특수한 죔쇠 시스템으로 무브먼트에 가해지는 다양한 충격을 흡수하고 견디도록 설계된 리차드 밀의 시계(ex. RM 27-04 라파엘 나달)가 12,000G 정도의 충격을 견딘다고 할 때, 비앙쉐의 무브먼트는 특수한 부속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무브먼트 자체의 설계와 케이스의 구조 및 소재만으로도 높은 내충격성을 보장한다고 어필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 칼리버

 

케이스의 직경은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는 가로 43 x 세로 50 x 두께 13mm, 후속작인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는 가로 43 x 세로 51 x 두께 14.35mm로 조금 더 두껍습니다. 2023년 신제품인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는 기존의 검증된 인하우스 수동 투르비용 B1.618 칼리버 기반에 브랜드의 설명에 따르면 랑에 운트 죄네에서 영감을 받은 빅 데이트 컴플리케이션을 추가한 것으로, 다이얼 12시 방향에 나란히 놓여진 데이트 디스크와 함께 커다란 빅 데이트 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리에이션별로 테두리 컬러를 다르게 처리함으로써 나름대로 가독성까지 고려했습니다. 무브먼트의 특징적인 스펙이나 가공 및 마감 처리 방식은 전작인 투르비용 B1.618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빅 데이트 기능을 추가하면서 파워리저브 성능은 다소 감소해 90시간 정도를 보장합니다. 전면 글라스와 마찬가지로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의 다른 면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방수 성능은 전작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의 50m 보다 개선된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는 100m까지 보장합니다. 

 

 

스트랩은 퀵 체인지 시스템을 적용하여 누구나 간편하게 교체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컬렉션에 관계없이 천연 가황고무 소재의 컬러 스트랩을 기본으로 블랙 스트랩을 추가 증정해 유저들의 편의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5등급 티타늄 소재의 폴딩 버클을 지원해 탈착이 용이합니다. 

 

 

비앙쉐의 첫 컬렉션이자 대표작인 투르비용 B1.618 오픈워크의 리테일가는 카본 모델 기준 5만 5천 스위스 프랑이며, 2023년 새롭게 론칭한 플라잉 투르비용 그란데 데이트 B1.618은 역시나 카본 모델 기준 6만 5,5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 한화로는 대략 1억 원대 초중반 정도로, 독자적인 카본 합성물 케이스에 익스클루시브 투르비용 무브먼트, 그리고 각 베리에이션별로 21피스를 넘기지 않는 희소성 등을 감안할 때 비교적 수긍할 만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비앙쉐 제품 관련해서는 국내 수입 파트너인 아티산코리아(Tel. 0507-1362-8467)를 통해 문의 및 서울 논현동(강남구 언주로147길 12)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에도 예약 방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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