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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CLASSIC ::

Chronoswiss Kaliber C. 112 for Regulateur 24

建武

조회 8597·댓글 26
chronoswiss_kaliber_c112.jpg
 
Chronoswiss Kaliber C. 112 for Regulateur 24 CH1123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던 타임마스터의 무브먼트 c. 672는 유니타스 6497을 기본 무브먼트로 하여, 눈에 잘 보이는 곳에는 세심한 신경을, 그리고 기능상 별로 차이점이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그대로 두어 "가격대비 최대한 아름답고 좋은 성능의 무브먼트"로 수정을 하였다고 결론지은적 있었습니다. 뭐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만, 어떤 분은 "베이스 무브먼트에 별로 수정은 가하지도 않고 조금 보이는 데만 신경써서 가격은 비싸게 받아먹는 무브먼트"로 혹평하실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고 저처럼 쉽지 않은 중용의 길에서 조화를 잘 찾은 무브먼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점에 따라 전자의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렇게 좋게 표현하는 것에는 타임마스터라는 시계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과 크로노스위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아주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DSC07711.JPG
C. 672 for Timemaster
 

 
하지만 크로노스위스가 자신들의 모든 무브먼트에서 그와 같은 - 비용을 낮추며 보기에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만드는 -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 한 예가 바로 여기 있는 c. 112, 바로 크로노스위스 25주년 기념시계인 Regulatuer 24에 사용된 무브먼트입니다. 
 
 
 
 

 
 DSC08407.JPG
특이하게도 가죽줄에도 "Regulateur 24"라고 모델명이 적혀있는 한정판 레귤레이터
 
 

 
한눈에 보기에도, 거기에 제 조악한 사진기술까지 더해져도, 타임마스터에 사용된 c. 672보다는 고급 무브먼트 같다는 느낌이 드실 것입니다. c. 672와 같은 형태의 2 브릿지 디자인(혹은 3/4 플레이트)입니다만, 우선 브릿지의 모양이 c. 672와 같은 직선적인 모양이 아니라 유려한 곡선 모양입니다. 그리고 브릿지 주변의 앵글라쥐 처리가 이 c. 112 무브먼트가 더 고급이라고 쉽게 느끼게 해주는 부분일 것입니다. 
 
 
 
 

 
  DSC08425.JPG
 
매우 깔끔한 플레이트 디자인
 
 
C. 112는 29.4mm의 지름과 3.3mm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무브먼트입니다. 그래서 40mm의 Regulateur 24의 케이스에도 상당히 적당하게 잘 어울리는 무브먼트입니다. 

 

 

 


DSC08610.JPG
 
적절한 사이즈의 무브먼트와 케이스.

그런데 이 c. 112의 베이스 무브먼트는 무엇일까요? 많은 범용 무브먼트를 봐오신 분도 이 무브먼트가 본래 무엇이었을까 짐작하시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회중시계에 쓰였을법한 상당한 크기의 수동 무브먼트,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역진방지 클릭이 있는 이런 모양의 수동무브먼트는 많이 보시지 못했을것입니다. 크로노스위스의 자사 무브먼트는 아닐텐데 말이지요. 어떤 범용 무브먼트를 수정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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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Marvin의 Cal. 700 무브먼트입니다. 아시다시피 크로노스위스는 Marvin과 Enicar의 NOS (New Old Stock) 무브먼트들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계회사들에서는 볼 수 없는 오래 전의 시계 무브먼트들을 크로노스위스에서는 만나볼 수 있지요. 물론 전통적인 시계제작을 중시하는 크로노스위스의 현대적 수정이 들어간 모습으로 말입니다. 

Marvin 700 무브먼트는 상당히 오래전의 무브먼트인지라 사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었습니다. 겨우 구해본 것은 그림인데요, 크로노스위스가 수정하기 전의 Marvin 700 무브먼트와 크로노스위스의 c. 112를 한번 비교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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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in 700 무브먼트 사진이 작은 것 밖에 없어 아쉽네요..
 
 
 
실사가 아닌 도안에 불과해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우선 브릿지 디자인에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c. 672에서는 하나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던 직선적인 브릿지 모양이 전부 다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앵글라쥐 처리되어서 각이 지지 않은 부드러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니 C. 112의 제네바 스트라이프는 용두 방향과 직각이 아닌 약간 사선으로 그어져 있네요. 밑의 C. 111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요?)
 
 
 
 

 
DSC08629.JPG 
 
플레이트의 단면을 경사지게 깎아놓은 앵글라쥐. 뾰족한 플레이트 끄트머리가 인상적입니다.
 
 
앵글라쥐 처리는 파텍필립 혹은 오데마 피게와 같은 빅3 브랜드처럼 곡면으로 부드럽게 chamfering된, 그런 최고급의 앵글라쥐는 아닙니다. 하지만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든 앵글라쥐인 것은 분명합니다. 밸런스 콕은 단면이 점점 좁아져야 하는지라 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지만 역시 앵글라쥐가 들어가 있으며,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수공으로만 작업해야하는 예각 앵글라쥐도 두개나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c. 112의 예각 앵글라쥐는 c. 672의 그것보다 더 예리하고 섬세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브랜드가 크로노스위스임을,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리테일 가격 차이를 생각해주세요~)

 
 
 

DSC08627.JPG

 
빨간 원으로 예각을 표시해놨지만 사진 크기가 줄어들어서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 ㅠㅠ 사진 중앙부 홀스톤 주변부입니다.
 

 
그 다음으로 눈에 쉽게 뜨이는 무브먼트의 모습은 제네바 스트라이프입니다. 일전에 파텍필립의 무브먼트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은 제네바 스트라이프 하나만으로도 무브먼트의 전체 광택이 전혀 다르게 반짝반짝일 수 있는 것과, 별거 아닌것 같은 평범한 디테일 가공 하나도 극한까지 밀어부치면 얼마나 큰 차이점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c. 112의 제네바 스트라이프는 물론 파텍필립 정도는 아닙니다만 (리테일 가격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그래도 같은 브랜드에서도 c. 672의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비교하면 훨씬 정교하고 부드러운 가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무브번트도 더 반짝거리는 모습입니다. 이것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 중 하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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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위스 로고의 모양도 좋습니다. 상당히 넓은 공간을 가진 무브먼트지만 잔재주는 부리지 않고 여백의 미(?)를 보여줍니다.
 

 
 
또 한가지 눈에 뜨이는 부분은 크라운휠과 라쳇휠입니다. 이 부분이 눈에 뜨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c. 672나 기타 다른 범용무브먼트를 사용한 것들 보다 톱니 이빨의 가공이 조금 더 섬세하게 폴리슁이 된것 같이 보입니다. 톱니의 옆면을 보면 폴리슁이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신경이 많이 쓰인 마감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역진방지 클릭 마감도 한번 쳐다봐주면서, 이 시계의 무브먼트는 흔히 볼 수 있는 범용무브먼트가 아닌, 크로노스위스에서만 볼 수 있는 무브먼트라고 생각하면서 마치 자사무브먼트라도 가진것 같이 생각하면 쓸데없는 소유자의 허영심도 일부분 채워질런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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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역진방지 클릭. 왼쪽에는 17 Jewel이 사용되었음을 알리는 "17 STEINE"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센터휠의 경우도 상당히 눈에 띄는 톱니바퀴인데 이쪽의 톱니는 그냥 겉면이 샌딩처리 되고 끝나있습니다. 이 부분도 크라운휠처럼 가공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약간 남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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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중 가장 눈에 잘 띄는 센터휠
 

 
무브먼트에서 기타 아쉬운 점들을 꼽자면 밸런스휠과 미세조정 레귤레이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c. 112에 사용된 밸런스휠도 글레시듀르 밸런스휠로 무척 좋은 재질의 밸런스휠입니다만, c. 672의 밸런스휠처럼 (비록 장식이지만) 밸런스콕이 붙은 휠이었으면 조금 더 예쁘게 보일 수 있지 않았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레귤레이터도 붙어있기는 하지만 미세조정이 가능한 부분이 아니어서 살짝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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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블록 내진장치와 레귤레이터. 미세조정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은 너무 높은 기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시계는 크로노스위스이지 파텍필립이나 오데마 피게가 아니라고 생각해줘야 합니다. 물론 크로노스위스 시계들의 다이알이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브먼트에서까지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피니슁을 바란다면 그건 좀 무리이겠지요 (리테일 가격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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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크로노스위스거든요. 
 
 
 
그리고 프리스프렁 밸런스와 미세조정 레귤레이터 등 시간오차 조정을 세밀하게 하는 부분이 없다고 해서 그렇게 아쉽지 않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 부분은 미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계 본연의 목적인 시간의 정확성을 높이는 기능적인 부분이 더 큰데, c. 112는 크로노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무브먼트인지라 신뢰성이 높다는 부분입니다. 물론 c. 112 자체는 이번 레귤레이터 24에 처음 사용된 무브지만, c. 111은 Orea부터 10년이 넘게 사용된 크로노스위스의 무브먼트입니다. Orea에 사용된 c. 111의 경우 테스트 결과 보통 일오차 2~3초내의 좋은 성능을 보여줬고, 또 이미 크로노스위스에서 오랜기간에 걸쳐 데이터를 축적해놓아 무브먼트의 안정성과 정확성에서는 보장이 된다고 보여집니다. c. 111과 c. 112의 차이는 레귤레이터이기 때문에 시침을 12시 쪽으로 옮겨놓은 작업 하나와 24시간계로 만들기 위해 톱니바퀴 이빨의 숫자 차이정도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외에는 동일한 무브먼트이고, c. 111의 경우엔 현재 시리우스 타임온리에도 사용되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무브먼트이기에 정확성은 크게 우려할 부분이 아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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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무브먼트 이야기만 하려 했지만 다이알 이야기가 나온김에 잠시 시계를 뒤집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크로노스위스의 장점은 역시 하이엔드 시계들과 비교해보아도 그다지 아쉬울게 없는 다이알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이 특히나 크로노스위스의 아이콘과도 같은 레귤레이터라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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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계이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10시 10분이 아닌 8시 8분을 취해봤습니다.  
 
 
 
레귤레이터 24의 다이알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기존의 레귤레이터와 다르게 붉은 색이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한정판 답게 6시 초침 밑에는 한정판 번호가 쓰여있고 (스틸버전은 2025개 한정) 홀수 시간 표시와 25주년을 상징하는 25분 표시에도 붉은 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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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은 다이알
 

 
굉장히 정교하게 신경쓴듯한 다이알 프린팅과 Matte한 느낌의 다이알, 그리고 블루핸즈가 주는 느낌은 그 어떤 고급시계와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자세히 비교하면 작은 손색은 있습니다 ㅋ 하지만 가격표를 잊지 말아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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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크로노스위스 특유의  케이스 역시 매우 깔끔한 느낌을 주는 모습입니다.
 
 

 
이 무브먼트와 시계가 독특한 점 또 하나는, 타임마스터의 경우 무브먼트 번호와 케이스 번호가 따로 있었습니다. 무브먼트는 무브먼트대로 생산하고, 케이스는 케이스대로 생산한 다음에 조립했다는 점인데요, 이 한정판 레귤레이터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이알과 케이스, 그리고 무브먼트의 한정판 번호가 모두 동일하게 일치합니다. 그야말로 한정판 다운 넘버링이죠. 이러한 점 역시 C. 672와는 다르게 크로노스위스가 이 한정판 레귤레이터에는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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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마스터 때와는 다르게 또 신경을 쓰면 이정도 무브먼트는 쉽게 만들어낸다 싶은 아우라를 보이는 C. 112였습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굉장히 재미있고 훌륭한 무브먼트의 시계를 affordable하게 제공해주는 크로노스위스의 시계는 그래서 매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앞으로 크로노스위스의 자사무브먼트 채용 시계도 많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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