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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계식 시계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타임포럼 역시 신입 회원들의 가입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이들은 위한 쉽고 간략한 가이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당연히 이 시리즈는 기계식 시계 초심자들을 위한 '맛보기'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타임포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회원들에게는 진부한 내용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기계식 시계가 뭐야?

기계식 시계는 영어로 매커니컬 워치(Mechanical watch)를 직역한 것입니다. 시계는 핵심 부품인 무브먼트(Movement)에 의해 움직이며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무브먼트에는 전지의 힘으로 작동하는 쿼츠(Quartz) 무브먼트와 태엽을 감아 그 힘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무브먼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기계식 무브먼트가 탑재된 시계를 기계식 시계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기계식 시계는 손목 시계 뿐만 아니라 회중시계, 탁상시계, 벽시계에도 통용되는 말이지만 여기에서는 손목시계를 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무브먼트의 구조는 감긴 태엽이 풀리면서 생기는 힘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칙적인 운동을 시간의 측정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장치로 구성됩니다. 금속 소재의 스프링과 기어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하나의 무브먼트에는 최소 1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현재에는 많은 공정이 자동화되었지만 아직도 손으로 직접 가공, 조립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그래서 인간미가 남아있는 산업 분야이기도 합니다.

시계는 18세기 유럽에서 발전했고, 이후 스위스로 시계 산업이 집중되어 현재 스위스는 시계산업, 특히 기계식 시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 외에 독일이나 일본 등이 기계식 시계를 생산하는 산업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 시계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이 동영상 한편이 잘 설명해준다 >


정확성에서 기계식 시계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루 오차 ±5초 이내면 매우 정확한 시계로 간주합니다. 쿼츠 무브먼트나 GPS 방식의 시계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오차율입니다. 이미 70년대 쿼츠 시계가 등장하면서 기계식 시계는 역사에서 사라질 뻔 한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기계식 시계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고급 시계의 기준으로 새로운 호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부활한데에는 기계식 시계는 잘 관리만 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쓰다 버리는 쿼츠 시계와는 달리 구입가격은 조금 비싸더라고 사용연한이 길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 할 시계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고급 시계, 비싼 시계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각박한 현대인의 삶에서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할 동반자이자 친구로 기계식 시계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의 향유'야말로 시계 마니아들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씨스루 백케이스를 통해 보여지는 무브먼트의 움직임은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마치 살아 숨쉬는 생명체의 심장같아 전율마저 느끼게 되는데요. 남자들이 기계식 시계에 빠지는 가장 강력한 입덕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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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은 이정도로 끝내고, 다음은 기계식 시계에 빠진 사람들이 어떤 시계를 좋아하며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럼 '맛보기' 첫번째로 파일럿 워치부터 시작합니다.



파일럿 워치가 뭐길래

파일럿 워치. 말 그대로 비행기 조종사(파일럿)를 위한 시계를 말합니다. 타임포럼같은 시계전문 커뮤니티에서 가장 인기높고 선망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특유의 깔끔한 외형에 가독성 높은 디자인은 시계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매력 넘치는 시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파일럿 워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건 아닙니다. 라이트 형제에 의해 시작된 동력 비행기의 역사는 불과 100여년 전의 일로, 파일럿 워치 역시 비행기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죠. 물론 그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초기 비행기에는 비행을 위한 계측 장치들이 아직 미비한 시기였습니다. 조종사는 하늘을 날며 일일이 땅위의 지형지물과 지도를 대조해가며 항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야간 비행은 불가능했고, 린드버그처럼 대서양을 횡단한다거나 어린왕자의 저자인 생텍쥐베리처럼 사하라 사막을 가로질러 비행한다는 것은 비행중 항로를 확인할 지형지물이 없고, 항로설정이 0.1도만 빗나가도 목적지에서 수백킬로미터 외딴곳으로 갈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이때 파일럿에게 시계는 항로를 계산하는 장비로도 활용되었기에 그 정확성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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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워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건 바로 전쟁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비행기는 급격한 발전을 이뤘고, 파일럿 워치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확성의 향상과 더불어 전투상황에서도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가독성. 야간 작전 상황에서도 시간을 볼 수 있는 야광 성능, 점점 늘어나는 전자장비에 대비한 항자기성 등이 추가됩니다. 파일럿 워치의 전형적인 디자인이 완성된 것도 이 시기의 일입니다.

현대에는 각종 첨단 비행장비들이 비행기 자체에 장치되어 조종석(콕핏)의 각종 계기판이 조종사의 안전한 비행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시계 역시 더욱 정확하고 기능도 많고 GPS 수신까지 되는 첨단 시계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 비행기를 조정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런 시계를 착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정확성도 떨어지고 과거의 유물같은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파일럿 워치에 사람들은 매료될까요?

답은 이미 위에 언급한 파일럿 워치의 역사와 디자인에서 유추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기계식 무브먼트가 탑재된 시계는 태엽을 동력으로 하기에 정확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보다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는 인간의 노력과 의지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먼 옛날 구식 프로펠러기를 타고 하늘을 날던 파일럿의 로망이 마침표를 찍습니다. 파일럿 워치를 차는 순간 대서양을 날던 린드버그가 되고, 스핏파이어의 조종사가 되어 독일 전투기를 향해 총격을 날리는 상상 속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럼 이제 파일럿 워치의 계보를 잇는 현행 대표모델 몇점을 만나볼까요.


​IWC 마크 18
​IWC Mark VIII

현재 가장 유명한 파일럿 워치는 단연 IWC의 마크 시리즈입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고 팬덤 역시 강합니다. 기능 중심의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가독성과 심플한 디자인은 파일럿 워치의 표준이자 전형이라 보면 될 듯 합니다. 

2차대전 당시 영국군에 공급되던 마크 시리즈의 후손으로, 올해 새롭게 마크18이 SIHH 2016을 통해 선보이며 파일럿 워치의 적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직경 40mm에 항자기성을 위한 내부 연철 케이스(Soft-iron inner case)가 특징입니다. 탑재 무브먼트는 전세대와 같은 기계식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칼리버 3011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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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파일럿 몬트레 디에로네프 타입 20 40mm
Zenith Pilot Montre d'Aeronef Zenith Type 20 40mm

제니스는 다이얼에 'PILOT'을 표기할 수 있는 유일한 특허권을 가진 회사입니다. 당연히 제니스를 제외하고는 어느 브랜드도 'PILOT' 표기를 하지 못합니다. 파일럿 워치 역사가 매우 깊은 시계브랜드로 최근에 파일럿 위치 라인에 몬트레 디에로네프 컬렉션을 추가했습니다. 1930년대 프랑스 공군에 납품되던 항공계기판용 시계 '몬트레 디에로네프 타입 20'을 모티브로 하며, 프랑스어인 '몬트레 디에로네프'는 '탑승 시계'라는 뜻입니다.

손목시계로 재탄생한 몬트레 디에로네프 컬렉션은 제니스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엘리트 681 오토매틱 무브먼트 탑재하고 파워리저브 50시간을 가집니다. 가격이 높은 만큼 만듦새가 뛰어나고 방수 성능이 꽤 높은 10 Bar(100m) 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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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스 빅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1
Oris Big Crown ProPilot Calibre 111 

기계식 시계만을 고집하면서 대중적인 가격대의 시계를 선보여 온 오리스 역시 오랜 파일럿 워치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빅크라운은 오리스의 대표적인 라인이자 대중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컬렉션인데, 최근 빅크라운 라인에 현대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을 더한 제품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오리스가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캘리버 111 모델은 오리스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시대를 새롭게 연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리스는 합리적이고 대중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주로 선보였는데, 이는 주로 범용 무브먼트를 탑재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가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향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제품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탑재된 칼리버 111은 10일 파워리저브의 고스펙을 자랑하며, 앞으로 오리스 제품 전반에 중심이 될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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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카키 에비에이션 테이크오프 오토 크로노
Hamilton Khaki Aviation Takeoff Auto Chrono

미국의 대표적인 시계브랜드 해밀턴 역시 오랜 파일럿 워치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카키 에비에이션은 해밀턴의 파일럿 워치 컬렉션으로 기계식 무브먼트는 물론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실용적이고 완성도 높은 모델들로 구성되어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시계입니다.

카키 테이크 오프 오토 크로노 리미티드 에디션(Khaki Takeoff Auto Chrono Limited Edition)은 스위스 산악 구조대인 에어 체르마트(Air Zermatt)와 협업으로 선보이는 모델이며, 손목 시계인 동시에 조종석 항공 계기판에 부착시킬 수 있도록 분리가 가능합니다. 항공기 조종석 계기판의 영감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베젤로 움직이는 양방향 회전 테두리가 있어 카운트다운 기록이 가능합니다. 탑재 무브먼트는 해밀턴 H-31 이며 1,999개만 생산되는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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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이신 에어맨 넘버 1
Glycine Airman No.1

1953년 탄생한 글라이신 에어맨은 최초의 24시간 듀얼타임 시계로 60년이 넘는 시간을 사랑받아 온 파일럿 시계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글라이신을 대표하는 모델인 만큼 오랜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파생모델이 나와 오히려 정통성을 희석시키는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흠인데, 최근 오리지널 모델을 충실히 재현한 에어맨 No. 1 을 선보여 시덕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 오리지널 모델의 재현에 충실해 케이스 직경이 36mm로 최근 흐름에 비해 좀 작은 편이며, 스크래치에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대신 ​초기 버전과 같은 돔 형태의 플랙시(plexi) 글라스를 채택한 것이 특징입니다. 탑재된 무브먼트는 ETA 2893-2 베이스의 기계식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GL 293 입니다. 자사 무브먼트를 보유하지 못한 글라이신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 과거 파일럿 워치의 로망을 가장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몇 않되는 현행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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