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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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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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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IWC 포르투기스 오토매틱. Ref. 5001
  
 
사람이 사는데 인연이 없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계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쓰기에 종종 인연과 함께 따라옵니다.
사람이 사는데 시계를 사는데 이어진 인연은 IWC의 포루투기스 오토매틱과의 만남을 가져왔고 이 시계에는 IWC의 역사성과 커다란 우아함이란 개성넘치는 조합이 담겨져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커다랗게 다가오는 다이얼이 눈에 뜨입니다.  공식 스펙상 시계의 지름은 42.3mm로 요즘 시계치고 그리 크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이얼 면적으로 따지면 얇은 베젤 부분으로 인해 어지간한 시계보다 큽니다. 리뷰 모델은 검은 다이얼 모델로서 메탈릭 블랙으로 칠한 캔버스 위해 은빛이 수놓아져 있다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정갈하게 은빛을 반사하는 긴 유선형의 우아한 제비형 시계바늘과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가 고급스러움을 뿜어냅니다.
 
 
유광 금속의 시계 바늘과 아라비아 숫자가 주는 우아한 분위기는 전 포르투기스 모델이 가지는 특성입니다. 포르투기스의 미적 DNA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반사코팅을 입힌 크리스탈 너머로 보이는 이 우아함은 IWC방식의 깔끔함이 넘치는 우아함 입니다. 깔끔하고 단순하며 우아해보이는 다이얼 디자인이라는 장점 자체는 IWC만의 장기는 아닙니다만, 포르투기스 라인에서 보이는 이러한 개념의 실현과 해석은 IWC만의 방식이라는데 그 매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3시와 9시에는 각각 7일 파워리저브 표시와 서브다이얼 초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상하로 서브다이얼이 자리한 포르투기스 오토 크로노그래프 모델과 미적으로 가장 큰 대조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균형과 대칭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때 포르투기스 오토매틱 5001모델에는 다이얼 윗쪽의 "IWC Schaffhausen"이라는 글씨가 2줄에 걸쳐 써져있고 하단에는 "AUTOMATIC"이라고 한줄로만 쓰여져있기에 다이얼 위 여백의 공간미의 균형을 잡는데 아쉬운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6시 방향의 인덱스가 날짜창으로 교체된 부분도 심플함과 균형미를 둘 다 조금씩 흐뜨려 트리지 않나싶습니다.
 
 
좌우상하에 거친 완벽한 대칭을 아름다운 시계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는건 아니며, 그리하여서도 안되겠지만 포르투기스 오토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Ref. 3714와 다이얼만을 평면적으로 비교하였을때 3714가 더 좋은 호응을 얻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Ref. 3714의 경우 전통적인 6시 방향 서브다이얼의 모양새에 12시방향의 크로노그래프 분침으로 균형미를 더했다는 미적 성취가 뒷받침 되어 있지만요.
 
 
 
 
케이스는 시계를 표현할때 자주 쓰이는 '유광과 무광의 조화'라는 해묵은 표현을 다시금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두터운 옆면으로 펼쳐진 무광 헤어라인 가공에는 커다란 감흥을 느끼게 됩니다. IWC의 현행품을 볼때마다 가장 크게 느끼는 공통적인 사항이지만 옆선의 라인이 두께에 관계 없이 미려합니다.
 
 
두께에 대해 언급하자면, 포르투기스 5001은 13.9mm의 두께로 실제 착용시 상당히 두껍다는 느낌을 주고 상당수의 잠재 구매자들을 해당 모델로 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인중에 하나입니다. '참치캔'이라는 위트 넘치는 표현이 들어맞기도 합니다. 이 두께는 시계의 실제 착용시 실용성과 편안함은 물론 케이스의 전체 균형상 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며, 역사적으로도 직경은 넓되 얇은 회중시계 무브먼트로 시작하였던 포르투기스와의 원형과도 큰 괴리를 낳게 합니다. 
 
 
하지만 IWC로부터 이러한 두께를 감수하게 한 요인은, 이 시계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기계의 매력을 느끼는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브먼트 때문입니다.
 
 
 
이 시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38,2mm의 직경에 7.2mm의 두께를 가진 무브먼트 50010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IWC가 IWC, 랑게, JLC의 재건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블럼라인이 비교적 많지 않은 나이에 별세하기 전 유작처럼 발표되었던 포르투기스 2000 한정판 모델의 심장이었던 칼리버 5000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칼리버 50010은 칼리버 5000에 날짜창을 추가한 무브먼트입니다. 물론 약간의 세월에 따른 개선사항은 있었다고 하지만 기본 성격과 특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칼리버 5000과 리뷰 모델의 무브인 칼리버 50010의 개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8,000 bph 슬로우비트: 어려운 조정 과정을 거치는 대신 무브먼트의 마모를 늦춰주는 하이엔드 무브에서 종종 발견되는 비트수 입니다. 이 조정에는 매우 숙련된 '조정사'들의 긴 시간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회중시계의 대표적인 진동수로서 조정이 어렵고 외부 충격에 따른 비트에러가 발생할 확율이 높지만 무브먼트의 장기적인 수명에 유리합니다. 옛 자사무브 Cal. 89역시 이 진동수를 채택하였고 이에 따른 고증에 충실한 진동수입니다.
 
 
-브레게 오버코일 헤어스프링과 16개의 스크류 무게체가 달린 스크류 밸런스: 밸런스 부분 역시 IWC의 명기중 명기라 불리는 캘리버 89의 전통을 따릅니다. 커트 클라우스에 의하면 브레게 오버코일은 하이비트이거나 작은 발란스를 사용할때는 정확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발란스가 커지고 비트수가 낮아짐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크류 밸런스의 사용은 옛 고증에 충실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살아생전 블럼라인 사장은 프리스프렁 방식은 '아름답지 않다'라는 고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랑게도 IWC도 그의 사후에야 프리스프렁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싱글베럴의 7일 롱 피워리저브: IWC의 소재기술을 활용한 기술적 우수성의 전통을 선보이는 부분입니다. 내부에 담긴 메인스프링은 니바플렉스 1등급으로서 매우 긴 길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길다란 스프링을 사용하는 경우 너무 강한 토크로 인해 메인스프링 배럴이 내부에 심한 마모로 인해 수명상의 단점을 가질 수 있으나, 전기 산화처리를 거친 알루미늄 코팅을 통해 루비와 같은 경도를 이룩해 배럴에 적용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1950년대 후반에 개발된 기술이었으며 IWC의 경험상 효과가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파워리저브는 8일정도 가능하지만 파워리저브가 7일까지 떨어진 이후 급격히 저하되는 토크로 인해 등시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브레이크' 메카니즘이 시계를 멈추게 합니다.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자동감기 성능을 보여주는 IWC만의 자동감기 방식입니다. IWC의 옛 자사 명기 8541에서 그 역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역시 개발에 중추를 담당하였던 커트클라우스에 따르면 IWC의 트레이드마크 격으로서 채용한 자동감기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1950년대 처음 출시 된 후 50년대와 60년대에 시계를 수리할때마다 자동감기 부분에서 부터 전혀 교체해야 할 부품이 발생하지 않아 커트클라우스를 놀라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자동감기 시스템으로서 칼리버 5000시리즈에 적용될 때는 무브먼트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한 구조의 조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칼리버 5000시리즈의 커다란 직경을 활용한 거대한 로터는 물리적으로도 감기효율이 좋을수 밖에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7일 파워리저브로 인해 전체적으로 메인스프링의 토크가 클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사용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감기효율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IWC의 공식 포럼 모더레이터이자 매니아인 Michael Friedberg와 개발팀의 일원인 Kurt Klaus에 따르면 IWC의 5000시리즈 무브먼트는 그들의 고전적인 명기 칼리버 89와 칼리버 8541의 결합을 이루어 낸 조합이자 좋은 전통과 새로운 기술의 조합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무브먼트의 가장 큰 장점은 IWC의 역사를 종합하는 프로젝트라는 IWC만의 산물이라는데에도 있지만, 큰 케이스에 걸맞게 큰 무브먼트라는 의미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위에 조금 비교를 한 포르투기스 오토 크로노그래프 모델의 경우, 커다란 직경의 케이스에도 불구하고 내부에는 30mm 직경의 밸쥬 7750를 수정한 무브먼트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케이스에 맞지 않는 사이즈의 무브먼트를 사용한다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밸쥬 7750의 두께는 7.9mm이고 칼리버 50010은 7.2mm이지만 케이스의 두께는 Ref. 3714보다 Ref. 5001이 더 두꺼울 수 밖에 없는건 펠라톤 자동감기 시스템의 로터의 형태 때문입니다. 밸쥬 7750의 로터형태는 로터의 가장자리로 가면서 무브먼트의 두께가 얇아지는 반면 펠라톤 시스템의 로터는 중심부의 두께가 가장자리까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IWC다운 미학을 담고있는 금메달이 박힌 아름다운 로터의 생김새를 보면, 이 정도 두께에 의한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씩 시계를 뒤집어 보면서 혼자 쓰윽 웃을수 있는건 옛날과 비교해 잃어버린 것도 많은 현대의 기계식 시계 매니아의 몇 안되는 특권입니다. 예술적으로 우아한 다이얼. 그리고 공학적으로 아름다운 무브먼트 사이에 긴 두께가 생길수 밖에 없는건 어쩌면 예술과 공학의 거리를 시계 자체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껍고 커다란 케이스 안에, 그 둘이 모두 다 담겨있습니다.
 
 
 
 
Probus Scafucia.
 
 
Fin.
 
Written by 개지지
Photographed by 알라롱
 
 
뱀꼬리: 현행 Ref. 5001모델은 리뷰 모델과는 달리 51010이라는 변경된 무브먼트를 사용합니다. 변경사항은 18,000 bph에서 21,600 bph로의 진동수 변경과 프리스프렁 방식 밸런스를 포함합니다. IWC의 공식적인 입장은 '제조상의 효율성'을 위한 변경이지만 이로 인해 개선된 '정확성'을 체험하고 있다는 실제 유저들도 많습니다. 무브먼트의 예술적인 측면과 18,000비트에 대한 선택인가, 조정이 더 용이하기 때문에 더 정확하리라 유추되는 무브를 선호할 것인가는 시계 자체가 그렇듯이...... 개개인의 선호도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고 봅니다. 끝으로 멋진 사진 찍어주신 알라롱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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