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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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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조회 22912·댓글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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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국내엔 막스 빌(Max Bill)이란 이름으로 한정적으로만 소개되었던 독일브랜드 융한스(Junghans)가 최근 우림 FMG를 통해 정식 런칭했습니다. 

우리 회원님들께서도 홈페이지 상단 광고 배너나 스폰서 뉴스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이와 관련된 소식을 미리 예상하시거나 접하셨을 줄 압니다.  


시계생활 초반부터 이상스러울 정도로 독일시계를 좋아했고 때론 열정적으로 탐닉했던 제게 얼마 전, 융한스의 대표 라인이라 할 수 있는 

막스 빌 컬렉션의 크로노스코프(Chronoscope) 모델을 리뷰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왔을때, 사실 전 내심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무래도, 평소 관심가는 브랜드였고 시계였기에 리뷰를 빙자(?)해 해당 시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어찌 기쁘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타임포럼 생활 초반부터 일종의 경이를 갖고 바라보던 이곳 리뷰 섹션에 막상 제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형태의 글을 쓰는 입장이 되고 보니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담감 같은게 상당하더군요.(ㅠ.ㅠ;;;)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좋은 리뷰 기회를 주신 운영진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또한, 기존의 필진이신 리뷰어분들께도 무한한 존경의 인사 다시 한번 전합니다.(님들의 노고와 시계에 대한 열정 덕분에 저 역시 평소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융한스의 막스 빌 크로노스코프에 관한 리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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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한스 공식 홈페이지(http://www.junghans.de/index-en.html) 메인 화면 스캔 이미지입니다. 



국내엔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데다 브랜드 자체도 2000년대 들어서야 활기를 띠게 된지라, 

우리 커뮤니티 내에서도 생소한 브랜드로 분류되는 융한스(Junghans)이지만, 그 역사만은 무려 1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국내 매니아들에게 친숙한 막스 빌 라인 이외에도 융한스가 선보이는 라인은 좀 더 다양하고, 출시되는 모델들의 종류도 훨씬 방대합니다. 

첫 공식 파트너가 된 우림 측에서는 일단 막스 빌 라인과 융한스 마이스터(Meister) 컬렉션의 제품들을 선별적으로 국내에 소개한 뒤, 

앞으로 시장의 반응을 지켜 본 뒤 좀 더 다양한 컬렉션과 모델들을 수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되지 않을까 어렵지 않게 예상해 봅니다. 



융한스 브랜드의 역사나 주요 성과들까지 소개하자면 좀 더 글의 분량이 길어지고 부득이하게 

가독성이나 리뷰의 주인공이 될 해당 제품에 대한 집중도 역시 떨어질 것 같아서 생략할까 합니다. 

해당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나 우리 게시판 스폰서 뉴스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으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럼에도 막스 빌(Max Bill, 1908-1994)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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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태생의 막스 빌은 우리 시계 매니아들에게도 어느 정도 이상 친숙한 바우하우스(Bauhaus)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입니다. 

발터 그로피우스가 불을 지핀 바우하우스는 불과 15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 동안 존립한 교육 기관이었고 하나의 운동(Movement)이었지만, 

20세기 초를 너머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 및 건축, 디자인 등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념 내지 사조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바우하우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변화되던 실질적으로 창조적인 활동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바우하우스의 위치는 견고하다. 

 바우하우스를 빼놓고 근대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우하우스는 사진이나 건축, 그리고 신문 디자인 같은 여러 분야에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  

                                                          

                                                              - 프랭크 휘트포드(Frank Whitford)의 <바우하우스>(시공사) 중에서... 



"바우하우스는 명확한 교과체계를 가진 연구기관이 아니었다. 

 나는 바우하우스가 세계에서 그런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이념이었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 데사우 바우하우스 학장이었던,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한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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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인 칸딘스키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막스 빌의 40년대 말 회화 작품(왼편)과 50년대 초에 제작한 의자 세트(사진 오른편). 



이렇듯 20세기 초 독일 아니 세계 최고의 디자인 스쿨 중 하나였던 바우하우스에서 수학한 막스 빌(Max Bill)은 

칸딘스키나 파울 클레 같은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거장급 교수님들로부터 회화를 전공했고, 

또 한편으로는 미스 반 데어 로에로부터 건축을(바우하우스 이전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르 꼬르뷔지에 Le Corbusier의 작업을 돕기도...), 

라슬로 모호이-너지로부터 공예를, 오스카 슐레머로부터는 조각을, 바르셀 브로이어로부터는 가구 디자인을, 헤르베르트 바이어로부터는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는 등, 미술, 건축, 공예, 디자인 분야에서 실로 광범위한 공부를 한 바우하우스의 적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1950년도에 독일(당시 서독) 울름 시에 디자인 연구소 겸 울름(Ulm) 조형 대학을 설립함으로써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어쩌면 시사적입니다. 

자신이 바우하우스 무브먼트의 중심에 있었으면서 그 DNA를 직접적으로 이어받은 데사우 바우하우스 졸업생이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지요. 



"현대에는 디자인 문제의 연구나 훈련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며, 그러한 연구소는 바우하우스가 해체된 이래 지금까지 없었다." 


                                                              - 울름(Ulm) 조형 대학 설립에 앞선 인터뷰 도중 막스 빌이 한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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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스위스 취리히에 완성한 Pavillon-Skulptur(위 사진 왼편)과 

198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시 도이치 은행(Deutsche Bank) 앞에 설치한 조형물 Kontinuitat (Continuity)(오른쪽 사진). 




막스 빌이 본격적으로 시계 디자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사이에 있었던 융한스와의 디자인 협업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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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빌이 디자인하고 융한스에서 56년에서 57년도에 제작 출시한 탁상형 시계(왼쪽 사진)와 가장 최초의 벽걸이형 시계(가운데 사진), 그리고 

역시나 초창기 버전의 타이머가 달린 벽걸이 형태의 키친 클락 Kitchen Clock(젤 우측 사진, 현재 오리지널과 동일한 카피 하나는 뉴욕의 모던 아트 뮤지엄에 소장 중). 



1946년에 브랜드 최초의 자사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생산하고, 55년도에는 독일 군용으로 납품되는 시계를 제작하기도 하고, 

훗날 1972년도에는 뮌헨 올림픽 공식 지정 브랜드였을 만큼 융한스는 한때 독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최고의 시계 브랜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융한스가 새로운 손목시계 제작을 위해 막스 빌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지금 관점에서 봐도 얼마간 신선한 면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유명 디자이너와 브랜드 간의 컬러버레이션이 일종의 유행처럼 되어 버리긴 했지만,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에 이런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분명 융한스로서는 자랑할 만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손목시계 역사에서 길이 기억될 롤렉스 서브마리너나 까르띠에의 탱크 & 산토스, 예거 르꿀트르의 리베르소,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와 같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기와 대중들이 알아서 선호해주고 알아보는 클래식하고 아이콘적 디자인의 시계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정통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직접 그 사조의 적자인 디자이너의 손을 빌어 탄생한 

융한스의 일부 시계 및 그 디자인적 DNA 역시도 분명 어느 부분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융한스 측의 의뢰로 시작된 시계 디자인은 처음에는 벽걸이 형태로 시작을 했습니다.(50년대 말에는)

하지만 62년도에 최초로 손목 시계 형태로 축소, 응용한 디자인을 선보이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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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막스 빌은 융한스 외에도 오메가의 80년대 중후반 일부 한정판 모델인 아트 컬렉션에도 디자이너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위 자료 사진 참조)


융한스의 막스 빌 컬렉션이 좀 더 시계 본연의 느낌과 바우하우스적인 스타일에 집중한 디자인이라면, 

오메가의 아트 컬렉션 시계들은 좀 더 독특하고 과거 칸딘스키에게서 사사 받은 회화적 구성주의적 요소까지 반영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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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막스 빌 컬렉션에서 선보이고 있는 모델들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재등장시킨 일종의 복각형 워치인 셈입니다. 

60년대초에 막스 빌에 의해 선보인 손목시계 디자인을 다시 부활시켜 상용화하기 시작한 것이지요.(즉 융한스에 의해 꾸준히 생산된 컬렉션은 아닙니다.)


60년대 초 당시엔 현재의 크로노스코프 형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시계도 선보이지 않았지요. 당시엔 그저 아라빅 인덱스의 타임온리 모델들만 있었습니다. 

막스 빌 컬렉션을 부활시켜 현행 컬렉션으로 안착시키겠다고 마음 먹은 융한스 측에서 컬렉션의 다양성을 주기 위해 기능에 디자인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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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리뷰의 주인공인 막스 빌 크로노스코프(Chronoscope)를 집중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해당 리뷰의 메인으로 잡은 모델은 전체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실버톤의 화이트 계열 다이얼을 가진 모델 되겠습니다. 

또한 기본 스트랩이 가죽 스트랩 모델이 아닌 메쉬밴드 모델입니다.(물론 가죽 밴드는 따로 호환이 됩니다. 러그 사이즈 20미리로 일명 줄질이 쉽게 가능하지요.^^)



막스 빌 크로노스코프를 본 첫인상은 역시나 참 깔끔하다였습니다.(사실 이번 리뷰 작성 훨씬 이전인 몇년 전 이미 처음 봤던 모델이었음에도...) 


비슷한 느낌과 기능을 가진 IWC의 클래식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포르투기즈 3714와 작년에 첫선을 보인 신형 포르토피노 3910 모델들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단아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IWC는 알아도 융한스 시계를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Eye-catching) 시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크로노그래프 모델로써 극상의 심플리시티를 지향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발표할 때는 어느 부분 한계 같은 것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레이싱이나 파일럿 컨셉의 워치가 아닌 이상, 최대한 절제된 느낌의 다이얼 안에서 크로노그래프의 기능성과 

상하 투카운터 다이얼을 활용하면서도 여백의 미학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융한스의 막스빌 크로노스코프 제품은 절제된 디자인안에 크로노그래프의 기능성과 가장 기본적인 가독성(시인성) 사이에서 

적절한 비율(Proportion)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적어도 제 눈에는 상당히 이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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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품인데 케이스 처리가 조금 다른 버전의 모델을 옆에 두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스틸 케이스에 일체감을 주는 은색의 스틸 핸즈(로듐 도금 처리됐는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음)를 가진 모델과 

스틸 케이스에 골드 도금한(10미크론 정도로 두껍게 도금해서 벗겨짐이 덜하다고 함) 금장 모델에는 핸즈 역시 통일감을 주는 도금 핸즈가 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골드 도금 처리한 금장 모델은 애초 브라운 계열의 가죽 스트랩 모델만 출시되고 있습니다.

(메쉬 밴드와 색이 조화롭지 않으니 줄질은 가능하지만 딱히 줄질의 필요성을 못 느낄 듯...)


스틸 케이스에 메쉬밴드를 기본으로 하는 모델은 시계 그 자체로도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며, 또한 요즘 같은 여름철에도 올라운드형 워치로 활용될만 합니다. 

반면, 금장 케이스에 브라운 카프 가죽 스트랩 모델은 단지 케이스 색상만 다른데도 외관상 충분히 중후하고 보다 더 클래식한 드레스워치의 느낌을 선사합니다. 


2-30대 초중반대의 젊은 소비자들에겐 스틸 케이스 모델이 어필할 듯 싶구요. 금장 모델은 조금 연령대가 있는 분들께 더 잘 어울릴 거 같습니다.(타 모델 역시 마찬가지)

케이스 전체가 솔리드 골드인 시계는 그 가격대가 기본 1천만원을 훌쩍 호가하니(브랜드 따라선 그 배 이상), 

2백만원 중반대의 금장 워치도 훨씬 저렴한 가격대에 골드 케이스 워치 느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선 제법 메리트 있는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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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빌 크로노스코프의 은색 계열 다이얼은 사진상으로는 잘 포착이 힘든 면이 있습니다. 

특유의 그레이톤 다이얼은 각도나 빛의 양의 따라서 어쩔땐 연한 미색의 아이보리 빛이 돌기도 하고, 또 메탈릭한 은색 그대로 보일 때도 많으며, 

좀 더 환한 할로겐 조명 아래서나 자연광 아래서는 오프 화이트된 다이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노모스(NOMOS)의 화이트 다이얼과 비교했을 때는, 

노모스의 다이얼이 좀 더 자잘한 알갱이 같은 것이 느껴지는 오팔라인(Opaline) 다이얼 느낌 그대로라면,   

융한스 막스 빌 컬렉션의 화이트 다이얼 제품들은 노모스에 비해 좀 더 채도가 낮고 

차가운 메탈 느낌이 더 강하게 도드라지면서 자잘한 표면 질감 느낌도 덜 합니다.(그렇다고 밋밋하진 않음.)



인덱스의 프린트 상태는 매우 얇고 깔끔하며 역시나 다이얼 전체의 모던한 분위기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완성도 있게 잘 처리돼 있습니다. 

그리고 동서남북, 12-3-6-9 이렇게 네 방향에만 루미노바 안료를 점을 찍듯 도트(Dot)형태로 처리한 점도 특기할 만 합니다.(12시 방향은 두 개임)


별도의 챕터링, 그러니까 레일로드 형태의 챕터링이 아닌 일반 오픈형 바 인데스 처리한 부분이나, 그 안에 아라빅 인덱스를 작은 크기로 배치한 점, 

9시 방향의 영구초침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간결하게 브랜드 네임과 제품명을 기입하는 방식, 

기존 베이스가 되는 데이-데이트 모듈에서 날을 생략하고 다이얼 바깥 쪽이 아닌 인덱스 안쪽에 아라빅 인덱스와 함께 자연스럽게 섞이게 한 점 등 

전반적인 다이얼 느낌이 앞서도 언급했지만 크로노 기능이 있는 시계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고 군더더기 따윈 없는,  

수수하고 담백한 독일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도 및 막스 빌로부터 이어 받은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잘 계승한 시계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칼 같이 시원하게 쭉 뻗은(그렇다고 일반적인 소드 형태의 핸즈는 아닌) 얇은 형태의 핸즈나 초침, 크로노침도 

정갈한 시계 특유의 인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있게 잘 처리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은 디테일이긴 하지만,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시계의 얼굴이 되는 다이얼의 아주 작은 디테일들, 하다 못해 아라빅 인덱스의 프린트된 상태, 그 형태(가령 독특한 폰트를 선택한 이유나...)까지도 

우리 매니아들은 허투로 넘길 수 없다고 봅니다.(헤헤... 갑자기 왠 뻘소리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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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한스는 적어도 막스빌 컬렉션 내에서는 흔히 시스루백이라 불리는 투명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보여주질 않습니다.(전부 솔리드백이지요.) 

융한스의 가장 대중적인 라인이고 입문 모델들인 셈인지라, 딱히 특별한 무브먼트를 사용하지도 않고, ETA범용을 약간 수정한 수준이기에 

기실 보여줘야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둥글게 처리된 솔리드백은 

플랫한 사파이어글라스를 박은 일반적인 시스루백 모델들보다 오히려 더 멋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지름 40미리 케이스 전체를 반짝 반짝 유광 폴리싱 처리하고 솔리드백 또한 거울처럼 유광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사항만 얇게 각인을 넣었지요. 위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인 상태가 정말 얇고 그 깊이도 얕습니다. 

가뜩이나 유광인지라 스크레치에 약한데, 시계를 자주 풀러놓고 책상이나 이런데에 케이스백이 지속적으로 마찰이 생겨 스크래치가 누적되면 

이 얇은 인그레이빙들은 스크레치 때문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뜬금없지만 해보았습니다. 


케이스백 역시 작은 나사로 고정한 게 아닌 작은 원형의 홈으로 돌려 여는 방식인 점은 뭔가 마음에 드는 디테일입니다. 

케이스백 중앙에 60년대 초 원조 시계를 디자인했던 막스 빌의 시그너처가 들어간다는 점도 특별한 그의 작품 하나를 소유한 듯한 기분을 선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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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처리된 케이스백 외에도 융한스의 시계들은 일반적인 사파이어 글라스와는 다른, 

융한스가 자체 개발한 볼록한 특수유리를 사용합니다. 


플랫한 사파이어 글라스 워치들만 보다가 볼록한 Convex한 글라스의 시계를 보고 있자니, 

오래된 빈티지 시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완전 돔형의 플랙시 글라스는 아크릴 베이스에 좀 더 표면 스크레치에는 강하게 만들고, 

내부 UV차단 코팅을 해서 다이얼 변색에 대응하며, 시계 다이얼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시인성이 좋고 심도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투명도를 높이는 특수한 공정으로 완성된다고 합니다.

이 특유의 볼록 글라스 역시 오묘한 톤의 다이얼과 함께 사진상으로는 잘 표현되기 힘든 융한스 막스 빌 컬렉션만의 독특한 특징적 요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베젤이 상당히 얇은 데다, 케이스 전체(측면이나 백까지)를 둥글둥글하게 곡선처리를 하고, 특유의 돔형 글라스까지 볼록 솟아있다 보니, 

시계를 스트랩을 제거하고 보면 흡사 조약돌을 보는 듯한 느낌도 주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사이드 바이 사이드로 비교해보진 못했지만, 까르띠에의 발롱블루나, 노모스의 오리온 컬렉션의 시계들과 비교해도 재미있는 비교가 될 거 같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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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한스 막스 빌 크로노스코프에 쓰인 무브먼트는 J880.2 입니다. 칼리버 이름만 봐서는 흡사 자체 설계, 제작한 무브처럼 보이지만, 

J880.2는 사실 ETA 범용인 7750 베이스를 수정한 것입니다.(사정상 케이스백을 열고 무브먼트를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좀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막스 빌 라인의 다른 모델들, 가령 타임온리형 수동(매뉴얼 방식)이나 오토매틱 워치 역시 2801(J805.1)이나 2824-2(J800.1)를 수정한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탑급 이상의 무브먼트를 가져다 수정한 건 아니고, 모두 Elabore급이 쓰이며, 로터 각인 및 오차조정 외에는 

특별한 수정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게 해외 유저들이나 커뮤니티에서도 공통된 반응입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직접 무브를 열어 보고 분석하지 않는한 클리어하게 밝힐 수 없는 부분인지라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융한스 막스빌 라인의 브랜드 자체 포지셔닝이나 비교적 저렴한 리테일가 대비 등을 고려했을 때, 

탑급이나 그 아래 등급의 무브냐, 과연 자사무브라는 이름에 준할 만한 수정이 되었는가 아닌가 하는 차원의 부분은 

그다지 논쟁거리를 제공할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어쩌면 이 부분 역시 소비자들이 판단할 몫이겠지요.)


크로노 조작 버튼을 눌렀을 때의 느낌이나 로터의 미묘한 회전음(약간의 웅웅거림) 같은 반응은 7750 베이스 특유의 느낌과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파워리저브 시간이나 시간의 정확도 부분은 시계를 오래 만져보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제가 실제 판단하기엔 부족한 부분이기에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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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스트랩 모델도 있고 따로 가죽 스트랩이 호환이 되기도 하지만, 전 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메쉬밴드 모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올이 촘촘하고 은은하게 새틴 피니시 처리된 메쉬 밴드는 이 시계를 실용적이면서도 한결 우아하게 돋보이게 합니다. 


보통 메쉬 밴드 올이 너무 굵거나 전체 유광처리되면 흔히 말하는 조금은 싼티가 나게 마련입니다. 

또한 메쉬 밴드 자체가 조금은 올드한 이미지가 각인돼 있는데다, 

손목에 털이 좀 있는 사람에겐 메쉬의 올에 털이 끼는 불상사(?) 같은 것도 발생할 수 있는지라 살짝 호불호가 갈리는 면이 있지요. 

하지만 융한스의 메쉬 밴드는 올이 매우 촘촘하고 보드랍게 가공도 잘 되어 있기에 메쉬밴드에 자칫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특히 손목에서의 착용감이나 시계와의 어울림, 전체적인 느낌 같은 것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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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조절이 쉽고 실용적인 버클부의 모습입니다. 

고정 버클의 마감은 살짝 아쉬움이 있지만, 다른 쪽 걸쇠가 되는 부분의 버클 쪽은 

융한스라는 로고가 깔끔하고 얕게 각인돼 있으며 탈착을 자주 해도 쉽게 헐거워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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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막스 빌이 디자인한 융한스의 시계 케이스 형태를 봐도, 우린 그가 제작한 다리가 세 개인 의자와 탁자 시리즈도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습니다. 


1949년에 완성한 세 발 나무 의자(three-legged chair)는 그가 설립한 울름 디자인 연구소 초창기 시절의 성과물이기도 해서 울름 체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막스 빌의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에서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오브제 중 하나입니다. 


60년대 초 융한스의 의뢰로 손목시계를 디자인하게 되었을 때도 고로 이 세 발 나무 의자의 디자인적 요소를 본의 아니게 참고했을 것입니다. 

직선과 곡선이 혼용된 독특한 형태의 짧고 쭉 뻗은 러그 형태만 봐도 어느 정도 그 공유된 디자인적 요소를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참고로, 융한스 막스빌 라인의 시계들은 크라운에 특별한 각인 같은 것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위 사진의 옆모습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민자지요.

융한스를 상징하는 8각형 별이나, 아니면 융한스 브랜드명을 연상시키는 J나 막스 빌의 M이나 이런 이니셜 같은 걸 각인하지 않은 건 조금 의외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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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면서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독일 브랜드답게 패키지도 상당히 단출합니다. 

시계를 풀렀을 때 잘 고정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홀더 같은 게 케이스 안 인조가죽 바탕에 홈이 파진 부위에 고정돼 있는데, 

여담이지만 시계를 올려 놓았을 때 제법 간지나게 보이게 합니다.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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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계를 사랑하는 일부 매니아들만이 알고 경험했던 브랜드, 융한스. 

하지만 정식 수입 파트너를 만나 앞으론 좀 더 이들의 다양한 시계들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해당 브랜드 시계 및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이전에, 시계를 좋아하는 매니아의 한 입장으로서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 몇년 간 국내 기계식 시계 시장의 외연이 크게 확장되고 시계를 취미로 열성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매니아층도 한층 늘고 그 층위도 두터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시계 시장에선 아직까지도 일부 익숙한 메이저 브랜드들만이 선전하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분명 많은 브랜드들이 소개되고 있긴 하지만, 그 많은 브랜드가 지닌 다양성과 매력, 색깔 같은 것들이 

국내 시장에선 충분히 제대로 소개되고 어필되는 풍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입니다. 



작지만 내실 있고 개성도 강한 브랜드 융한스. 

과연 융한스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수준 이상 꾸준히 선전해 주며 롱런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마 누구도 쉬이 예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시계 본연의 기능성에 충실하면서도 훌륭한 디자인적 요소들을 반영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고급스럽고 전체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마감된 

이들 브랜드의 시계를 단지 부족한 국내에서의 인지도나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마다할 이유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막스 빌이나 마이스터 컬렉션 같은 경우는 특유의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갖는 경쟁력 같은 게 

분명 있다고 봅니다. (오버사이즈 트랜드에 대한 반발로 최근 다시 불고 있는 클래식한 사이즈의 심플 워치의 유행과 패션계 전반의 레트로 무드...)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럼에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 역시, 

클래식한 드레스워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나 기계식 시계 입문자들에게 즐거운 고민거리를 안겨 주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리뷰협조:

우림FMG


촬영협조: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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