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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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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언제, 누구와 먹는지 또 자신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 시계도 그렇습니다. 이전 36,000vph의 하이비트 모델인 Ref. SBGH005의 리뷰를 제가 한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아시아 리미티드 에디션이며 같은 하이비트인 Ref. SBGH031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리뷰어가 했다면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겠지만 Ref. SBGH005부터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름 지금 그랜드 세이코가 어떤 느낌인지 제 스스로도 재확인해보는 리뷰가 될 것 같습니다.

 

세이코는 2010년 후반 무렵, 일본과 아시아 일부 시장에만 공급했던 그랜드 세이코를 월드와이드라인으로 전환합니다. 일차원적으로는 그랜드 세이코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가거나 해외 배송을 해주는 일부 상점을 통해야만 했던 것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세이코의 최상위 라인이 어떤 것인지를 전세계에 보여주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월드와이드 런칭 당시 첫 주자에서는 빠져있었지만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곧 런칭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는데요. 예상대로 한국 땅에도 부틱을 차렸고 그것을 중심으로 그랜드 세이코를의 전개에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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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풀 라인업은 아니지만 나름 핵심모델은 공급이 되고 있고 100주년 기념 모델 같은 애니버서리 에디션도 일부 들어오며 국내 라인업 상황은 괜찮은 편인데요. 리뷰의 Ref. SBGH031처럼 일본에서는 나오지 않는 에디션을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그랜드 세이코 라인업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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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imeforum.co.kr/3938270 <- Ref. SBGH005 리뷰에서 무브먼트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다 했기 때문에 최대한 반복되지 않도록 말해 보려고 합니다. 탑재된 칼리버 9S85 36,000vph로 진동하는 소수의 무브먼트입니다. 제니스 엘 프리메로가 36,000vph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을 정도지만 크로노그래프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대량생산 형태의 자동 무브먼트로는 칼리버 9S85의 존재도 독보적일 것 같습니다. 하이비트의 진동수를 가져가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프레임을 떠올리면 좋을 듯 한데요. 30프레임과 60프레임 영상의 부드러움의 차이는 초침으로 나타나겠지만 이것이 주 목적은 아닐 것이고 정확성과 연관이 있겠습니다. 30프레임의 영상과 60프레임의 영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중 한 프레임에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는다고 하면 어떤 쪽에서 더 티가 날것인가라고 한다면 답은 전자일 겁니다. 프레임이 높아질 수록 이런 문제에서 유리해진다고 봐야 하는데 시계의 진동수를 프레임으로 대응한다면 진동수가 큰 쪽이 잘못된 진동이 발생했을 때 더 유리할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비교입니다만 기계식의 최대 진동수인 5Hz(72,000vph)(10배가 넘는 태그 호이어도 있지만 극히 짧은 시간만 유지되므로 예외)와 쿼츠의 32,768,000hz와 비교하면 그 정확성의 차이가 어떤지는 역사를 통해 확인되니까요.

 

기계식 하이비트의 역사는 쿼츠 이전과 쿼츠 이후로 볼 수 있는데 이전에는 역시나 정확성을 위해서 택했겠죠. 빠른 진동수는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에 더 많은 운동을 요구해 정확성을 얻으려 하는데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죠. 그것은 윤활성, 마모 같은 요소입니다. 현대의 기계식 시계의 진동수가 28,800vph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유가 이 두 가지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듯 한데요. 세이코가 36,000vph를 다시 꺼낸 것은 정확성에도 있지만 과거 36,000vph를 만들었던 역사성과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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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9S85 1998년 그랜드 세이코를 부활시키면서 내놓았던 9S55에서 발전된 형태로 28,800vph의 보다 대중적인 칼리버 9S65와 함께 세이코 최상위의 기계식 자동 무브먼트입니다.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는 전전 단락의 링크를 참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크류 다운 크라운을 풀면 크라운 포지션이 0이며 수동 감기가 됩니다. 직접 칼리버 9S85를 만져보셨다면 특유의 느낌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손끝으로 기억한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 가는 듯합니다. 몸으로 체득한 동작이 나도 모르게 나온 것 같은 이치로 다시 감아보니 예전의 감기 느낌이 떠오릅니다. 크라운을 감으면 가볍지 않지만 경쾌한 리듬으로 매끈하게 돌아가는 감촉이 재생되는군요. 크라운을 한 칸 당긴 포지션 1에서는 날짜 조정, 한 칸 더 당긴 포지션 2에서 시간 조정으로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시간 조정 시에는 약간의 유격을 예상하고 돌리면 좀 더 원하는 위치로 바늘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살짝 미끄럽다고 표현 할 수 있는 조작감이나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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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리미티드 에디션인 Ref. SBGH031는 총 200개가 발매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대만, 싱가폴에서 자주 출몰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이것의 백미는 다이얼인데요. 다이아몬드와 그랜드 세이코의 상징인 사자를 이용한 패턴으로 붓으로 만드는 다이얼을 뺀다면 보기 드물게 화려한 다이얼입니다. 이 패턴은 세이코 워치메이킹 100주년이자 그랜드 세이코용 쿼츠 무브먼트인 9F 20주년을 맞이해 만든 Ref. SBGX103G의 다이얼 패턴과 약간 유사한 구성인데요. 이것의 다이얼이 20주년을 기념하는 로마자 XX을 패턴화 했다고 했다면 리뷰 모델은 스웨터 등에 종종 사용하는 아가일(Argyle) 패턴이 떠오릅니다. 짙은 파란색의 다이얼로 빛에 따라 변화가 풍부해 매력적입니다. 다이얼 덕분에 표정이 풍부한 시계가 되었는데, 색상 자체가 다소 어둡기 때문에 패턴을 확실하게 보려면 직사광선처럼 강한 광원이 필요합니다. 다이얼의 색상이나 패턴뿐 아니라 날짜 창에 표시되는 숫자, 즉 숫자를 인쇄한 데이트 링도 다이얼 다이얼 색상에 맞춰 은색을 사용해 포인트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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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지름 40mm이나 위, 아래 러그가 연결되어 케이스의 날개처럼 보이는 디자인입니다. 그 부분만큼을 지름에서 차지하므로 다이얼은 다른 40mm 케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편입니다. 실제로 느껴지는 지름은 38mm 내외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측면에서 봤을 때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케이스 형태, 돌출된 케이스 백으로 다소 통통하다는 인상입니다. 이는 직접 착용했을 때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다이얼, 섬세한 장식을 넣은 인덱스,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는 바늘 가공, 피부와 접촉하는 케이스 마무리를 보면 비슷한 가격대에서 적수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딱 하나 브레이슬릿과 케이스를 연결하기 위해 브레이슬릿 양 끝의 엔드 링크와 케이스 사이의 틈이 유일한 약점이죠. 그런데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보면 틈이 뚜렷하게 보이는 이미지가 나오는데요. 실물은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되지만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된 것은 분명한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본사에 꾸준한 건의가 있었고 해결책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은데, 다른 모델까지는 확인 할 수가 없었던 관계로 전반적인 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환영할 만한 변화입니다. 케이스 백은 칼리버 9S85가 보이는 시스루 백이며 방수는 100m로 물에 대한 걱정 없이 착용 가능해 실용적인 측면에서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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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함을 추구하는 시계의 본질, 좀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실용적인 럭셔리를 지향하는 그랜드 세이코는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다방면으로 활용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매일 착용할 수 있기에 같이 한 만큼 애정도 생기겠지만 빨리 질릴 수도 있을 겁니다. 제 경험상 오래 착용했던 시계는 쉽게 질리지 않는 시계입니다. 쉽게 질리지 않기 위한 조건의 하나로 심플함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리뷰의 Ref. SBGH031는 심플하다고 하기에 다이얼이 제법 화려합니다. 물론 화려함에도 정도 차이는 있는데 여기서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나름 엑센트로 화려함을 준 차림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매일 착용한다면 매끈한 화이트 다이얼의 또 다른 그랜드 세이코가 필요할 듯 합니다. 반대로 그랜드 세이코의 심플함이 심플함이 아닌 심심함이라고 느껴진다면 Ref. SBGH031의 다이얼이 그 심심함을 달래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별한 다이얼을 지녀 컬렉터블한 아이템이기도 한데요. 지역 한정이라는 조금 독특한 형식이 컬렉터의 구미를 자극 것도 Ref. SBGH031에 주어진 성격일 듯 합니다.

 


사진 : Pic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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