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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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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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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빅 사이즈에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굳이 성(性)적으로 분류하자면 마초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스포츠 워치들이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새 밀레니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이런 무브먼트(움직임)의 중심에는 파네라이나 브라이틀링, IWC, 위블로 같은 브랜드들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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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위 '트렌드' 속에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상대적으로 여성스럽고 섬세한 시계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위치를 지닙니다. 



특히, 이들 컬렉션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Poetic Complications) 시리즈는 

해리 윈스턴의 오퍼스처럼 독특한 컨셉 워치 성격이 아닌데도 단지 그 미적인 수려함만으로도 매년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반클리프 아펠 워치하면 떠올리는 가장 상징적인 컬렉션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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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선보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 중 가장 많이 화제가 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디 아펠 페어리(Lady Arpels Fairy, 위 첨부 사진 중 왼쪽 모델)나 

퐁데 자무르(Pont des Amoureux, 2010년도 출시, 위 사진 오른쪽) 같은 시계들은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특히 여성들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한눈에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와 같은 미사여구를 터트릴 만큼, 

이런 표현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요즘 시쳇말로 ‘마성의 귀요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위 영상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퐁 데 자무르(Pont des Amoureux)’ 워치의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입니다.

 

참고로 Pont des Amoureux(퐁 데 자무르) 워치는 지난 2010년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2010에서 

올해의 여성 시계상(Ladies Watch Prize)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 외의 여러 세계 시상식에서도 주얼리 및 여성시계 관련 부문에서 상을 받았지요. 


흡사 우리네 설화 속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듯, 하루에 두 번(12시에) 남녀가 만나 키스를 나눈다는 설정의 

이 서사적이고 아름다운 디테일의 레트로그레이드 워치는 반클리프 아펠을 시계 매니아들의 뇌리에 가장 확실하게 각인시킨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은 올 초(2012년) SIHH서 공개된 반클리프 아펠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를 소개하는 일종의 홍보용 필름입니다.   



그 밖에도 5년여의 세월 동안 다양한 시계들이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 안에 꾸준히 편입되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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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가 이렇듯 공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전에는, 

반클리프 아펠 하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 주얼리 브랜드 정도로만 인식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국내에선 같은 리치몬트 그룹 소속이라 할지라도 까르띠에나 피아제와 같은 높은 인지도에는 솔직히 비할 바가 못 되었지요.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보석 및 금속 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클리프 아펠이 

본격적으로 워치메이킹에 뛰어들어 근 몇 년 간 보여준 성과는 고무적인 것이었습니다. 


물론 피아제처럼 전통 있는 진정한 매뉴펙처로의 경지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또 까르띠에처럼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다채로운 대중적 컬렉션을 바탕으로 큰 매출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로까지 성장했다고도 보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반클리프 아펠 만의 유니크한 행보는 분명 워치 인더스트리 내에 얼마간의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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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아펠은 그리고, 올해 새로운 시도 하나를 더 추가합니다. 



바로 60여 년 전 처음 공개된, 전 경영인의 이름을 딴 피에르 아펠(Pierre Arpels, 1908년 회사 경영에 동참한 줄리앙 아펠의 셋째 아들로 2세대 경영인) 

컬렉션을 새롭게 리뉴얼해 선보인 것입니다. 기존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 제품들이 특유의 서사적이고 여성스런 이미지 때문에 곧잘 

여성용 내지 하이 주얼리 타임피스로만 분류되었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피에르 아펠 컬렉션은 본격적인 남성용 컬렉션이라고 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단, 일부 모델은 유니섹스(남녀 공용) 제품으로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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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첨부한 자료사진 중 왼쪽은, 파리의 한 사교파티에 참여할 당시의 아펠(Arpels) 가의 3형제 끌로드(Claude), 자끄(Jacques), 그리고 피에르(Pierre)의 모습. 

사진 속 가운데 인물이 바로 아펠 가의 2세대 경영인 중 한 명으로써 브랜드를 세계적인 하이주얼리 브랜드로 키운 피에르 아펠. 그가 30살이 된 1949년도 사진임.

오른쪽 사진은 말년의 피에르 아펠의 모습. '신사의 품격'을 여전히 간직한 인상 좋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오른 손목에는 역시나 피에르 아펠 워치를 착용하고 있다.  




피에르 아펠은 반클리프 아펠 하우스 역사에 있어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생전 활발한 성격 탓에 수많은 사교계 인사들과 교류했고, 매일 그날 그날의 의상에 맞춰 타이와 슈즈, 악세사리를 신중하게 선택했을 만큼 

당대의 댄디(Dandy)였던 피에르는 한편으로는 건축과 디자인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던 그는 하다못해 손목시계 하나도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즈드 워치(Customized watch)를 갖고 싶어서 자신이 직접 드로잉한 시계를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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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드로잉 사진 속의 시계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리고 이 시계를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에 들어 하던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기 위해 본격적인 상품화를 결정한 시기가 

바로 4년이 흐른 뒤인 1949년입니다. 이후 이 워치 컬렉션은 피에르 아펠의 이니셜과 탄생연도를 따서 <PA49>워치라 불리게 됩니다. 






위 영상은 피에르 아펠과 PA49 컬렉션의 탄생 과정을 대략적이나마 잘 개괄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얇고 가벼운 케이스에, 바로 이전 세대의 아르데코(Art-Deco) 무드와 이후 세대에 유행할 동양적 젠(Zen)스타일까지 예견한 듯한 

단순명료하고 기본에 충실한 모던한 디자인은 피에르 아펠이 일찍이 얼마나 확고한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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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부터는 오늘 리뷰의 주인공이 될 2012년 새롭게 선보인 피에르 아펠 컬렉션을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60여 년 전 첫 선을 보인 오리지널 PA49 워치를 충실히 재현했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만큼, 

새로 선보인 피에르 아펠 컬렉션에선 세월의 흐름이 무색해지는, 말 그대로의 클래식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베젤 및 케이스 측면이 얇은 우아한 원형의 케이스와 12시와 6시 방향에 한 개씩 장착된 물방울 내지 T자형태의 러그, 

절제된 화이트 다이얼과 로만인덱스는 60년 전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흡사한 싱크로를 보여줍니다.(위 오리지널 PA49 모델 드로잉 사진과 비교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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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크기와 소재, 다이아몬드 세팅 유무에 따라 총 8가지 모델로 출시된 피에르 아펠 컬렉션 중에서 국내에는,

핑크 골드 42mm 1점, 화이트 골드 38mm 1점, 핑크 골드 & 베젤 다이아몬드 세팅 38mm 1점, 이렇게 3점이 입고되었다고 하네요.

(단, 이는 현 리뷰 작성 이전의 상황임을 밝혀둡니다.) 


참고로 이번 달 말에 반클리프 아펠의 피에르 아펠 컬렉션이 국내에 첫 공식 런칭한다고 합니다. 

런칭 시점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다른 모델들도 추가로 입고되었을 거라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군요.  




그럼 일단 3점의 피에르 아펠 컬렉션의 케이스 외관부터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에르 아펠 워치를 특징짓는 가장 눈에 띄는 요소로는 이 시계가 기본적으로 울트라 슬림(울트라 씬Ultra-Thin) 워치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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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mm 정도의 매우 얇은 두께는 케이스 측면(profile)을 일반적인 직선이나 곡선 형태가 아닌,

경사지게 양쪽에서 사면(beveling)처리를 함으로써 육안상으로나 손목에 착용시 한결 더 얇아 보입니다. 


이는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시계가 소매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반클리프 아펠식 배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울트라 씬 워치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피아제의 '알티플라노(Altiplano) 베이스 모델(38mm, 기계식 핸드 와인딩 430P 무브먼트 탑재)과 

비교했을 때도(비록 바로 옆에 놓고 비교한 건 아니었지만), 

반클리프 아펠의 피에르 아펠 워치 컬렉션은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이니, 예상했던 거보다 더 얇아서 조금은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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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골드와 화이트골드 두 가지 소재로 출시된 이 시계들은 전체 골드 소재임에도 

비슷한 크기의 스틸 소재의 드레스워치와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를 못 느낄 만큼 무게 역시 가벼운 편입니다. 


더구나 얇은 두께와 38mm, 42mm라는 동양인 남성 손목에도 적당한 크기, 매우 짧은 독특한 형태의 러그 때문에 손목에서의 밀착감 역시 매우 훌륭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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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반클리프 아펠의 핑크골드는 여느 브랜드의 그것과도 또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타 모 브랜드의 핑크골드가 구리빛이 좀 더 선명하게 도는 다소 경박한 느낌의 핑크골드(그들 표현에 따르면 로즈골드에 가까운)라면, 

반클리프 아펠의 핑크 골드는 보다 따스하고 윤기가 도는 옐로우톤 바탕에 은은하게 핑크톤이 감도는 느낌입니다. 


이게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르게 말로 설명을 하자니 어려운데, 

결론은 같은 골드소재라도 브랜드별 합금 방식에 따라서 그 색상이 미묘한 차이를 띨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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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을 포함한 케이스 옆면은 폴리쉬드 처리를 했으며, 케이스백은 브러쉬드 처리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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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개의 스크류로 고정된 솔리드 케이스 백에는 브랜드 네임과 제품 시리얼 및 소재를 알려주는 정도의 간단한 사항만 인그레이빙 돼 있습니다. 


반면, 자사제작 무브먼트(IHM)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현행 고급시계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파이어 글라스로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솔리드백을 선택한 점은 다소 의아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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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용 제품이기 때문에 케이스백의 구체적인 시리얼 넘버는 추가 보정 작업으로 지웠음을 알려드립니다.)  



초침조차 생략한 이 극도로 심플하고 클래식한 타임 온리 워치를 그나마 현대적인 컬렉션으로 비춰지게 할 

어쩌면 유일한 선택이 바로 씨스루(See-through)형태의 케이스백이 아닐까 싶은데,

게다가 피아제의 830P 무브먼트는 구조는 단순하지만 무브먼트 구석구석 코스메틱도 제법 아름답게 돼 있거늘...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우아한 에티튜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누군가 만약 반문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솔리드백은 제게는 조금은 아쉬운 디테일이었음을 어쩔 수 없이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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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피에르 아펠 컬렉션은 요리조리 뜯어볼수록 감탄할 만한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그 또 다른 예로, 매우 얇고 둥그런 형태의 T자형 러그 역시 케이스 측면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좀 더 미묘한 곡선 형태로 사면 처리가 돼 있으며, 

또 38mm 다이아 베젤 모델 같은 경우는 양 옆 러그 지지대에도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럭셔리함을 과시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피에르 아펠 컬렉션 워치에는 크라운 중앙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지요. 

VVS퀄리티의 상급 다이아몬드가 화룡점정으로 박힌 케이스 옆면은 그래서 누가 봐도 이 시계가 범상치 않은 급(級)의 시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사면처리된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케이스 측면 정 가운데에 반짝반짝 청명한 눈을 빛내고 있는 다이아몬드... 뭔가 섹시하기까지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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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럼, 시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다이얼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반클리프 아펠 워치의 진가는 다이얼에서 제일 먼저 엿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의 상징적인 컬렉션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몇몇 모델들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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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해당 자료 사진 출처: 반클리프 아펠, 페이스북(facebook) 홈페이지(http://www.facebook.com/vancleef.arpels



그랑 푀 에나멜 내지 샹르베 에나멜링, 경우에 따라선 바요네(Vallonne)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에나멜 기법을 도입하면서까지 

가히 집착적으로 아트에 가까운 노벨티를 제작해온 이들 하우스의 다이얼 제작 수준은 이미 업계에선 명성이 자자합니다. 


각종 에나멜링 기법 및 미니어처 페인팅을 마스터하고 오닉스나 마더 오브 펄, 각종 보석류를 활용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으로 여기는, 

이들의 화려한 솜씨를 상기했을 때, 피에르 아펠 컬렉션의 단순하다 못해 심심해 보이는 다이얼은 그리 눈길을 끌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의 솜씨란 항상 더도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가장 베이직한 디자인에서 그 진가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피에르 아펠 컬렉션의 다이얼은 단순하지만 계속해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섬세한 아름다움으로 번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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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12-3-6-9, 이렇게 딱 네 방향에 위치한 인덱스는 아플리케 타입의 로만 인덱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로만 인덱스는 폴리쉬드 처리돼 있으며 케이스 소재와 동일한 골드입니다.

(스틸에 로듐이나 14K로 도금처리를 한 게 아니라, 솔리드 골드라는 뜻입니다. 핸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덱스 형태는 우선 시각적으로 상하, 좌우 대칭이 완벽한 배치를 보여주며, 

그 사이 사이에 프린트된 바통(Baton) 인덱스는 다이얼의 절제된 느낌을 배가시켜 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다이얼 가운데의 이너서클과 층을 이루며 어우러져 방사형, 내지 햇살의 이미지도 형상화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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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38mm의 화이트 골드(다이아몬드 세팅) 모델 및 핑크 골드 제품. 




시침과 분침만으로 구성된 타임 온리형 워치로써 피에르 아펠 컬렉션은 가장 정석에 가까운 비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라는 브랜드명과 하단의 작은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 프린트를 제외하면, 그 어떠한 군더더기도 배제하고 있지요.


다만 다이얼 중앙에 위치한 이너서클(Inner circle, 이 테두리 역시 케이스와 같은 소재의 금으로 디테일하게 마감됨) 안에는 

브랜드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벌집 모양의 패턴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엠블럼 및 파리 방돔광장 메종의 홀마크에도 차용되는 벌집 패턴은 

한편으로는 드레스 셔츠에서 엿보이는 패턴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냥 밋밋한 형태의 다이얼이었다면 자칫 너무 단조로워 보였을 터인데, 

양각인덱스와 다이얼 가운데의 추가 원형 테두리 안에 반클리프 아펠 식 기요셰라고 할 만한 벌집 모양 패턴을 

일정한 간격으로 추가함으로써 잔잔한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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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화이트 래커드(lacquered) 처리된 다이얼은 결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순결하고 단정하며, 

핸즈 및 인덱스 같은 다른 디테일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통적인 PA49 컬렉션 특유의 심플리시티(Simplicity)를 바람직하게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시계 안팎으로(?) 제법 많은 DNA를 공유하고 있는 피아제의 알티프라노 컬렉션이나 랑에 운트 죄네의 작소니아 씬 신제품과 비교해 봐도 

단순한 디자인 안에서도 각 브랜드들만의 색다른 차이점 내지 개성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어 또 다른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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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으로는 기본 블랙 색상과 (모카나 초코에 가까운)다크 브라운, 그리고 블루톤이 은은하게 도는 연 그레이톤 색상의 

최상급 엘리게이터가 각각의 모델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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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엘리게이터는 미시시피 악어로 불리며 그 부위에 따라 하급과 상급이 많은 품질과 가격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풀컷(Full Cut)은 배쪽에서만 소량 얻을 수 있는 넓적한 대나무 무늬를 가리키는데, 

이번에 리뷰를 위해 미리 만나본 3점의 반클리프 아펠 피에르 아펠 워치 컬렉션에는 모두 패턴이 훌륭하고 잔잔한 윤기가 도는, 

한눈에 봐도 무척 고급스러운 최고급 품질의 엘리게이터 스트랩이 장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정교하게 마무리된 듯, 스티칭 마감조차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스트랩은 저 개인적으로도 참 탐이 날 정도였습니다.

(물론 반클리프 아펠의 스트랩은 러그 형태 특성상 오직 반클리프 아펠의 시계에만 호환이 되기에 결과적으로 구매할 당위성은 없어졌지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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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에는 또한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의 탱버클이 장착돼 있습니다.

역시나 케이스와 같은 소재의 핑크 내지 화이트 골드 소재가 사용되며, 

브랜드 네임과 이니셜(VCA), 소재의 특성(750)을 가리키는 정도의 정보만 간략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참고로 따로 호환되는 디버클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시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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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get 830P 무브먼트(사진 왼쪽)와 

830P와 838P가 동시에 탑재된 2008년형 Altiplano Double-Jeu 모델의 모습(오른쪽 사진). 

(해당 사진 및 관련 리뷰 출처 PuristsPro: http://piaget.watchprosite.com/show-forumpost/fi-881/pi-2830741/ti-473071/s-0/)



피에르 아펠 컬렉션에 사용된 무브먼트는 앞서도 밝혔다시피, 피아제의 울트라 씬 기계식 핸드와인딩 무브먼트인 830P입니다.


38mm, 42mm 두 버전으로 출시된 총 8가지 모델 모두가 같은 무브먼트를 공유하고 있군요. 


참고로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에서 피아제의 무브먼트가 사용된 건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일부 모델들에는 JLC의 무브가 쓰이기도 했다는...)  

그중 피아제 830P는 다른 여성용 하이 주얼리 워치들에도 사용된 선례가 있지요. 

레이디 아펠 프롬 디 어스 투문, 카시오페아 데코나 레이디 아펠 아프리카 랜드스케이프 시리즈 같은 모델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직경 26.8mm에 2.5.mm 두께를 가진 진동수 21,600vph(3HZ)에 큰 배럴 덕분에 풀와인딩시 60여 시간 정도의 파워리저브 타임을 갖는

이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앞서도 언급했지만 솔리드백 형태라서 평상시 움직임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어쩐지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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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830P의 이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430P 무브가 장착된 피아제의 베이직 모델(위 왼쪽 사진 참조)이 

현 피에르 아펠 컬렉션과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싼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기능적으로 좀 더 개선되고 미적으로도 아름다워진 피아제의 비교적 신형(?) 타임온리 수동 무브인 830P가 탑재된 

반클리프 아펠의 피에르 아펠 컬렉션도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분명 어느 부분 메리트가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고로 반클리프 아펠의 피에르 아펠 워치는 38mm 화이트 골드 모델 같은 경우는 2천 1백만원, 

 42mm 핑크 골드 모델 같은 경우는 2천 2백만원대,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38mm 핑크골드 모델 같은 경우는 4천 1백만원대에 국내 리테일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물론 무브먼트가 아닌 케이스 및 다이얼 등 외적인 디자인 면에서도 

반클리프 아펠의 피에르 아펠 컬렉션은 피아제와는 사뭇 다른 어필하는 매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본의 아니게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컬렉션과 자꾸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되는데, 

알티플라노가 보다 샤프하고 도회적인 남자의 시계라는 이미지라면,  

반클리프 아펠의 피에르 아펠 컬렉션은 어딘가 더 프랑스적이고 로맨틱한 느낌입니다.^^;; 




(이번 리뷰와는 사실 전혀 상관없지만, 반클리프 아펠의 시계들에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있는 

 같은 리치몬트 산하 브랜드인 피아제의 매뉴펙처 현장과 알티플라노 컬렉션의 기술적 발전과정 등을 담은 

 관련 영상자료 하나 함께 참고해 보시라고 첨부해 봅니다.) 




잠시 샛길로 빠졌는데, 피아제의 830P는 피아제의 현행 수동 시계들에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무브먼트입니다. 

832P(24시간계 표시), 835P(레트로그레이드 세컨즈), 838P(스몰 세컨즈), 그리고 그 밖의 스켈레터나이즈(Skeletonized) 무브먼트의 베이스가 되고 있지요.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피아제는 최근 몇 년 간 출시된 자사의 신제품 모델들에는 830P 무브를 탑재한 모델들을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신 반클리프 아펠이나 근자에 모(母) 그룹인 리치몬트(Richmont)에 합류한 랄프 로렌에 주로 공급해주고 있지요. 

이게 무브먼트 공유를 통해 공생을 도모하려는 그룹 내의 내부 방침 때문인지 어쩐지 그 내밀한 속사정까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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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P의 첫 와인딩시 느낌은 역시나 태생이 고급 무브먼트답구나 싶었습니다. 

태엽이 감기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거슬리는 잡음이나 걸림 없이 상당히 스무스하게 사르르 감기는 첫 느낌은, 

이전에 경험한 유니타스/ETA 베이스나 푸조(노모스 알파 포함), 마빈, 라쥬 페레 베이스, IWC 빈티지 수동, 롤렉스 1225 칼리버 같은 

우리 주변에서 그나마 흔히 접하기 쉬운, 비교적 저렴한(?) 여타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들과는 확실히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 '느낌'이라는 것이 다분히 필자의 심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분명 미묘하게 반응하는 감각의 차이로 판단했을 때 앞서 열거한 무브먼트들보다는 와인딩시 조작감이 매우 부드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15바퀴 이상 와인딩 했을 때의 미묘하게 쫀득해지는(?) 텐션도 인상적이었고, 

크라운이 성인 남자기준으론 다소 좀 작은 편인데도 생각보다 손에 딱 달라붙는 느낌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 진동소리는 의외로 좀 크게 느껴지더군요. 

초침이 있는 모델도 아니고, 또한 핵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간의 정밀조정은 딱히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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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았던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의 한 장면...  


극중 길(Gil) 역의 오웬 윌슨(Owen wilson)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시 분만 표시되는 아주 심플한 형태의 골드 소재의 타임온리 워치를 착용하고 나옵니다. 

영화상에서 클로즈업씬이 없기에, 또 워낙 클래식한 디자인에 브랜드 로고 같은 게 드러나지 않는 수수한 형태라서 어느 브랜드의 시계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저는 이 영화 속의 이지적인 소설가 캐릭터인 길(오웬 윌슨)과 부드러운 이미지의 심플한 드레스 워치가 정말이지 그 어떤 시계보다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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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담이지만, 위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알다시피, 반클리프 아펠의 남성용 향수 이름 중에 공교롭게도 Midnight in Paris가 있답니다.^^ 

위 커머셜컷 속의 반클리프 아펠 미드나잇 인 파리 향수가 2010년도에 출시됐고, 영화는 작년인 2011년에 발표됐으니, 

우디 앨런이 혹시 이 향수 제목에서 모티프를 얻어 새 작품을 구상한 건 아닐까 하는 정말이지 엉뚱한 상상 같은 것도 해보았습니다. ㅋㅋ  




시 분침으로만 이루어진 타임온리 슬림 워치는 그 지지층이랄까요, 수요층이 대체로 이미 정해져 있게 마련입니다. 


롤렉스 스포츠 모델이나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를 수집하는 매니아들에게 이런 종류의 시계가 눈에 차기란 좀처럼 드물며, 

크로노그래프나 기타 다양한 기능을 선호하는 컴플리케이션 매니아들에게도 심플 워치는 자칫 지루하고 답답한 시계로 폄하될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종류의 다양한 기계식 시계들을 오랜 세월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소위 기계식 시계 내공이 어느 경지에 달한 분들 중에는 심플 워치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적잖이 있습니다. 


또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시고 시간 자체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시간을 보는 일종의 우아한 사치품으로써 

고가 유명브랜드의 심플 워치를 선호하시는 신사분들도 분명 우리 주변엔 존재합니다. 


아니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디자인적 취향 때문에 심플 워치를 선호하거나, 혹은 

시간에 속박되고 싶어 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과 에티튜드를 지닌 예술가 유형이나 댄디 중에도 심플 워치를 선호하는 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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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에 반클리프 아펠의 Midnight in Paris 워치를 착용하고 참석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그 어느 누가 됐든, 클래식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울트라 씬 워치가 

최근 몇 년 간 시계 업계의 뜻밖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된 건 분명 일정부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는 근 십여 년 넘게 지속, 과열된 큼지막한 오버사이즈 트렌드에 대한 명백한 반작용이자,

일부 사치스런 스포츠 워치로 대변되는 마초적인 과시품으로써의 시계가 아닌, 

자신만의 보다 은밀하고 프라이빗한 소유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심리상태 내지 사회적 경향과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하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아니, 이런 거창한 분석 따윈 접어놓고라도, 예부터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하지요. 유행이란 어차피 돌고 돌게 마련이다, 라고요...^^



기계식 시계 시장이 어느 부분 과열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기능들은 어차피 일상생활에선 불필요한 사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란 가장 단순할 형태로 드러날 때에야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순수주의자(Purist)라고 지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분명 우리 각자의 내면엔 이런 단순함을 원형(原形)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하고자 함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유행(트렌드)은 분명 어느 시점에서 이전 세대를 답습하고 복제하게 마련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뉴 피에르 아펠 워치 컬렉션은 이러한 클래식을 향한 강렬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리뉴얼하게 된 것이 아닌가, 저 개인적으로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한 근 몇 년 간 오로지 하이 주얼리풍의 눈에 띄게 화려한 아트피스 제작에만 주력해온 반클리프 아펠이 자신들의 컬렉션을 되돌아보고 

그 외연(外緣)을 확장하기 위한 한 대안으로써 가장 클래식한 라인의 부활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도 일정 부분 충분히 짐작케 합니다. 

더불어 워치메이커로서 보다 더 내실 있는 행보를 다져나가겠다는 반클리프 아펠 만의 의지의 표현이자 결단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합니다. 


어찌됐든 결론적으로 판단은 소비자들 개개인의 몫이겠지요. 

하지만 소비자이기에 앞서 시계라는 오브제 자체를 좋아하고 시계산업의 발전에 늘 관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매니아 중 한 사람으로서 

반클리프 아펠 워치 컬렉션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뷰협조:

반클리프 아펠 


촬영협조: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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