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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Ademars Piguet; AP)의 Royal Oak(RO) 15300 입니다.


이 다음세대 RO인 15400이나 15450도 이제는 구형이 되고 올해 신모델 RO 15500이 나왔으니,


구형 RO라고도 못하고 뀨형 RO라고 불러야 할 처지지만...


39mm 싸이즈가 점보 15202 말고는 단종되어 뜻하지 않게 귀한신 몸이 된 녀석입니다.


H 시리얼이니 15300 최후 생산품에 속하기는 하지만, 2011년 스탬핑으로 판매된지 어언 8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2012년에 제가 원판매자분께 중고로 득했으니(생각해 보면 정말 싼값이었음...ㅎㅎ) 저에게 온지는 7년째가 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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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 주인분이 만들어 놓은 기스에 맘상해서 일본으로 정식 폴리싱 한번 보낸 후...(우와~지금봐도 맴찢...ㅠㅜ)


지금까지 오버홀 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8년 동안 오버홀 없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를 처음 구입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지받는 주의사항은 기계식 시계는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정기적으로 '오버홀'이라고 불리우는 분해, 소지, 주유를 행해 줘야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오버홀 주기는 대략 5년 정도로 권고받고 있고요...


오버홀 주기를 무시하고 계속 사용했을때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경고받고는 하지요.


대표적인게 오일이 다 말랐을 때 각 부품간의 마찰이 증가하여 부품이 다 마모되어 못쓰게 될 것이라는...


제가 뭐 특별히 용감하거나 무식한 건 아니어서...


저도 이 RO를 오버홀 시도를 해 봤습니다. 그것도 3번이나요...


한 5년 정도 지났을 때 제가 신뢰해 마지 않는 압구정 다사장님에게 들고 갔지요...


오버홀 해 달라는 제 부탁에 다사장님은 오차를 재 보시고 씨쓰루백을 루뻬로 자세히 보시고는 아직 오차가 양호하고 오일이 남아 있으니 더 사용했다 가져오라...퇴짜를 놓으셨습니다.


그 뒤 작년, 재작년 다시 한번씩 가져 갔으나 역시 똑같이 퇴짜를 맞았습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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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3번째 갔을때 제갈량 얼굴이라도 봤지, 올해도 또 가져갈 생각인데 올해 퇴짜맞으면 네번째가 되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제 RO는 크라운 업 포지션으로 일오차 +-1초를 보이고 있으니, 사실 오버홀이 필요 없는건 맞습니다.


이렇듯 제 RO가 오버홀 없이도 8년째 쌩쌩 돌아가고 있는건 아마 제가 시계가 여러개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개의 시계를 돌아가면서 차게 되니, 매일매일 사용하는 경우보다 오버홀 시기가 상당히 연장되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5년에 한번 오버홀을 권장하는 것은 하나의 시계를 매일매일 자주 사용할 때 대략적인 오버홀 기간을 말하는 것이지,


개인마다 시계를 사용하는 시간이나 습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오버홀을 5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언제 오버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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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는 편리하게도 우리에게 자신이 오버홀 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때가 되면 스스로 보내줍니다.


사용자는 시계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낼 때, 그것을 알아 듣기만 하면 되는거죠.


이번 알쓸신시(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시계사전) 2탄은 바로 시계가 알려주는 오버홀 신호입니다.


https://www.timeforum.co.kr/brand_HighendIndependent/17108475


이 글은 알쓸신시 1편을 읽고 오시면 이해가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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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알쓸신시 2탄! 오버홀을 어느때에?


1. 오버홀이 다가오는 시계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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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는 태엽에서 발생하는 동력을 기어를 통해 밸런스 휠로 전달, 밸런스 휠을 밀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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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에 의해 밸런스 휠과 연결된 헤어스프링이 꼬이고(Tic...)...다시 풀리고(Toc...), 이렇게 꼬였다 풀렸다 하면서 생기는 밸런스 휠의 일련의 움직임을(Tic-Toc) 탈진기(Escapement)를 통해 규칙적으로 제어해 시간을 표시하는 기계입니다.


이 밸런스 휠과 헤어스프링은 상당히 작고, 가볍고, 예민한 부품으로서...


만약 태엽 → 기어 → 밸런스 휠로 가는 동력 전달 과정에 조그마한 문제라도 생긴다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즉, 각 동력 전달체계를 원할하게 하기 위해, 즉, 마찰을 줄이기 위해 해놓은 오일링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마르거나, 엉기거나, 떠억이 진다면 동력 전달이 효율적이지 못하게 되고 밸런스 휠로 가는 힘이 줄어들게 되지요(이를 토크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토크가 떨어지면 밸런스 휠을 힘차게 밀어주지 못해 헤어스프링이 꼬이는 각도가 작아지게 되고(이를 진동각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럼 헤어스프링이 꼬였다 풀리는 Tic-Toc의 시간이 짧아지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오일이 완전히 말라 부품이 마모되기 훨씬 전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이때를 잘 캐취해서 오버홀을 진행해도 시계에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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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만들어진 이 Minerva Pythagore 시계는 해외 온라인 구매를 한 시계인데 판매자는 오버홀이 되어있는 시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계가 도착하고 측정한 일오차가 +25~30초 정도 빠른 상태였죠.


오버홀을 의뢰했을 때 시계의 오일이 모두 말라있고 지금까지 오버홀을 한번도 받지 않은 시계로 판정되었습니다.


이시계는 약간 위험했던게 마모가 좀 진행되었는지 무브먼트에 쇳가루까지 묻어나오던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오버홀 후에는 +2~3초 정도로 정확성을 회복했습니다.


2. 오버홀이 다가오는 시계는 자세차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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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전반적으로 빨리 가기 전에, 즉, 전체적으로 오일이 말라가기 전에 특정 기어나 부품의 오일이 먼저 마를수가 있습니다.


이는 생산당시 오일링이 균일하지 않았거나, 착용시 특정 포지션으로 많이 사용할 시 일어나는데요...


해당 포지션 쪽의 오일이 먼저 말라 특정 자세차에서 먼저 오차가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오버홀이 다가오는 시계는 파워 리접이 짧아진다.


이건 주로 자동(Automatic)식 시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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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식 시계는 모두 아시고 계시겠지만 우리 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 추가 돌아 태엽을 감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식 시계는 태엽이 모두 감겼을 때도 우리가 착용하고 있는 한 계속 추가 돌아 태엽을 끊임없이 감게되기 때문에,


이런 오버와인딩에 의한 태엽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Sliding spring" 또는 "Bridle"이라 불리우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Jean Adrien Philippe(예, 그렇습니다. Patek Philippe의 그 Philippe 입니다)이 발명한 이 장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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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와인딩 무브먼트의 태엽이 양쪽 끝단(inner & outer) 모두 태엽통에 고정되어 있는데 반해(그래서 핸드 와인딩 시계는 풀 와인딩을 했을 때 더이상 감기지 않고 저항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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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이 안쪽(inner) 끝단만 태엽통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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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쪽(outer) 끝단은 'Bridle'이라고 길쭉한 금속이 한겹 더 붙어있고, 풀 와인딩시 태엽이 끝까지 감기면 이 Bridle과 태엽통의 홈에 의한 마찰력으로 태엽이 금방 풀리지 않고 서서히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 마찰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태엽통 바깥쪽에는 끈적끈적한 구리스(grease)를 발라서 마찰력을 더해줍니다. 이 구리스는 윤활제 역할이 아니라 마찰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그래서 자동식 시계는 풀 와인딩을 하고 계속 감아도 약간의 저항감만 커질 뿐 계속 헛돌게 됩니다. 이런 방식때문에 자동식 시계는 오버와인딩에서 안전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오버홀 시기가 가까와 오면서 이 태엽통에 발라진 구리스가 마르게 되면 파워 리접이 떨어집니다. 마찰력이 떨어져서 풀 와인딩이 되기 전에 헛돌기 때문에 태엽이 끝까지 안감기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토크도 떨어져 시간도 빨리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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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계는 Blancpain의 Trilogy GMT24 로서 햇병아리 시절 종로의 질나쁜 중고샾에서 구입한 시계입니다.


이 시계의 무브먼트은 FP1150 계열로서 두개의 태엽통을 이용해 파워 리접이 100시간까지 나오는 시계죠.


샾에서 자체 오버홀을 했다고 저한테 판매했는데 오버홀이 상당히 날림으로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오버홀 당시 태엽통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버홀 되었고, 구매 후 측정한 파워 리접은 30시간도 나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항의 후 다시 태엽통을 열고 구리스를 추가하고 나서야 파워 리접이 회복되었습니다.




저도 예전 시계 초보였을때는 5년정도 주기에 맞춰 오버홀을 진행 했었습니다.


시계가 몇 개 없었던 시절에는 와인더도 사서 열심히 시계를 놀리지 않고 돌려주곤 했죠.


하지만 하나, 둘 시계가 많아지고 여러 경험을 해 보니...


궂이 열심히 와인더에 시계를 돌려 줘 봐야 오버홀 주기만 짧아질 뿐이고...

(시계를 오래 방치하면 오일이 굳는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한달에 한번씩만 차줘도 그런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매일매일 시계를 바꿔 차면서, 죽었던 시계를 다시 셋팅하고, 그날그날의 일오차를 측정해서 시계의 이상 여부나 오버홀 여부를 가늠해 보는게 제가 요즘 시계를 관리하는 스타일 입니다.


오버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 시계가 좀 빨라지거나, 자세차가 발생하거나, 파워 리접이 떨어지면 고민하십시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여러분의 시계는 오버홀 할 시기를 반드시 알려 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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