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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젤월드 리포트에서는 독립 시계제작자들의 주요 신제품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올해 바젤월드부터는 기존의 독립 브랜드관인 ‘팰리스’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메인 1홀 3층(1.2홀) 한쪽에 ‘레 자뜰리에(Les Ateliers)’로 불리는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이를 대신했습니다. 레 자뜰리에 관에는 MB&F, 그래험, 아놀드 앤 선처럼 비교적 많이 알려진 브랜드 외에, 거의 ‘원맨’ 브랜드라 할 만한 규모가 매우 작은 신생 브랜드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독립 시계제작자들의 시계를 몇 점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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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실 독립 시계 브랜드는 할디만(Haldimann)입니다. 할디만은 스위스 중부 베른 일대에서 370년 넘게 대를 이어 시계 수리 및 제조업에 종사해온 할디만 가문의 전통을 잇는 브랜드입니다. 

뼈대 있는 시계 가문인 할디만 패밀리의 직계 후손인 비트 할디만(Beat Haldimann, 1964년생)은 1991년 자신의 고향인 툰(Thun) 호수 근처에 할디만 오롤로지(Haldimann Horology)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가업을 잇기 시작했는데요. 초창기에는 오래된 괘종시계나 탁상시계, 회중시계 등을 복원 수리하는 것으로 출발해, 2002년 센트럴 플라잉 투르비용 설계의 브랜드 첫 손목시계 컬렉션인 H1을 선보임으로써 시계제조사로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H1으로 세계적인 시계 관련 시상식을 석권하면서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친 할디만은 2005년에는 기술적으로 한 발 더 나아가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설계의 첫 손목시계 H2 플라잉 레조낭스(Flying Resonance)를 발표해 역시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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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손목시계 데뷔작인 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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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발표한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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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발표한 H8 

이후 2008년에는 다이얼에 핸즈가 아예 없는 독특한 센트럴 투르비용 시계 H8을 발표하고, 2010년에는 브랜드의 시그너처가 된 센트럴 투르비용 설계에 미닛 리피터 기능까지 더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 H3을, 그리고 2013년에는 투르비용 케이지 대신 처음으로 센트럴 밸런스를 갖춘 첫 엔트리급 사양의 타임온리 모델 H11을 발표하며 컬렉션 일부를 보다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H11 & H12 스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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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바젤월드에서 할디만은 기존 타임온리 버전인 H11과 스몰 세컨드 버전인 H12 라인에 처음으로 골드가 아닌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딥 블루(혹은 미드나잇 블루) 컬러 다이얼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눈에 띄는 다운그레이드 추세는 아무래도 경기 불황을 의식한 결과로 보이며, 한편으로는 워크샵 내에 이제는 제법 다양한 모델들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제조 인력이 갖춰졌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블루 트렌드’를 의식해 컬러 베리에이션을 내놓은 점은 자못 의미심장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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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H11과 H12는 직경 39mm와 42mm 케이스 둘 중 주문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다이얼 베이스 소재는 순은(솔리드 925 실버)이며, 미드나잇 블루 컬러 다이얼 바탕에 특유의 오돌도돌한 질감이 도드라지는 핸드 프로스트 실버 길트 피니싱 처리하고 로만 뉴머럴을 인그레이빙한 후 다시 컬러를 채웠습니다. 독특하게 생긴 오픈 팁 타입 핸즈는 1790년 할디만 프레레(Haldimann Frères)에 의해 제작된 한 포켓워치 핸즈 디자인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할디만은 다이얼은 물론 핸즈까지 자체 워크샵에서 직접 제작합니다. 특히 핸즈는 기본적인 CNC 머신조차 쓰지 않고 전부 수공으로 깎고 다듬어 완성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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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11 라인에 스틸 외 로즈 골드 케이스로도 미드나잇 블루 다이얼 베리에이션이 추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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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H12 스틸 버전에 블루 컬러 다이얼이 아닌 실버-로듐 다이얼 베리에이션도 추가됨  

H11과 H12 모델에는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H11과 H12를 각각 탑재했습니다. H11을 베이스로 스몰 세컨드 버전인 H12가 탄생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펙은 거의 동일하며(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 14리뉴 직경의 무브먼트 중앙에는 별도의 브릿지와 함께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할디만 자체적으로 응용한 부품들(센트럴 밸런스와 이스케이프 휠 등)이 위치해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노출되고 있습니다. 센트럴 투르비용도 그렇고 센트럴 밸런스 역시 할디만 컬렉션을 상징하는 시그너처로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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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리테일가(스위스 기준)는 H11 모델의 경우 3만 스위스 프랑(CHF)이며, H12 모델은 3만 1천 스위스 프랑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소재가 스틸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금액대는 높은 편이지만 독립 시계제작자의 조금은 특별하고 희소성 높은 시계를 찾는 이들에겐 나름대로 매력적인 옵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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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utilainen

피니싱 장인으로까지 추앙되는 핀란드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카리 부틸라이넨(Kari Voutilainen)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브랜드 부틸라이넨의 매우 특별한 신제품 1점을 소개합니다. 

Voutilainen 28 Aki-No-Kure 
부틸라이넨 28 아키-노-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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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틸라이넨은 몇 해 전부터 일본 전통 래커 공예 스튜디오인 운류안(Unryuan)과 손잡고 극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유니크 피스를 제작해왔습니다. 올해도 그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마스터 장인 타츠오 키타무라(Kitamura Tatsuo)의 지도 하에 스위스 오뜨 오롤로지(파인 워치메이킹)와 일본 전통 공예가 만난 독특한 아트 피스를 완성했습니다.  

‘아키-노-쿠레(Aki-No-Kure)’로 명명된 신작은 한 눈에도 예술적인 터치가 인상적입니다. 다이얼은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팜파스그래스(일본산 갈대의 일종)의 잎사귀를 형상화했는데, 래커 다이얼 위에 골드를 흩뿌리는 일본 전통 공예 기술인 일명 ‘마키에(Makie)’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라덴(Raden)으로 불리는 기술을 응용해 얇게 조각낸(그린과 골드 컬러 처리된) 마더오브펄 인레이를 블랙 래커 위에 장식하는 식으로 꾸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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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힌지 디테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케이스백에도 다양한 공예 기술을 적용, 그 덮개부에는 거미줄과 거미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킨주간'으로 불리는 일본 전통 카타나(검) 집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하드 메탈 소재 위에 골드 인레이 방식으로 거미줄을 입혔으며, 입체적인 거미 모양은 구리 바탕에 부분 골드를 입히고 우리에겐 블랑팡의 최근 유니크 피스 다이얼 제작에 활용된 테크닉으로 잘 알려진 일본 전통 공예 기술인 ‘샤쿠도(Shakudō)’를 응용해 특유의 그라데이션 효과까지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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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덮개 안쪽은 더욱 화려합니다. 안쪽 전면에는 블랙 래커 바탕에 바다고둥(소라)과 전복에서 유래한 조각들을 부착하고, 다양한 마키에 기법을 응용해 골드 파우더를 흩뿌려 수면 위를 나는 잠자리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또한 무브먼트 플레이트(저먼 실버 베이스) 상단에도 블랙 래커 처리 후 래칫 휠 부분에는 전복 껍질을 덧붙이고, 나머지 부분에는 마키에 기법으로 골드 조각을 붙이는 식으로 완성했습니다. 

부틸라이넨은 매번 이런 아티스틱한 유니크 피스를 통해 모종의 테마를 담고자 노력해왔으며 올해는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삶의 순환’을 다루고자 했습니다. 마치 물결치는 듯한 갈대숲의 모습과 흡사 명상에라도 잠긴 듯 고요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미와 잠자리, 그들을 감싸고 있는 우주적인 느낌의 배경까지 전체적으로 한눈에도 시적인 테마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팔라듐계 골드로 제작된 케이스 직경은 39mm이며, 무브먼트는 30mm 직경의 기존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를 수정 탑재, 새롭게 고안한 다이렉트 임펄스 이스케이프먼트(Direct impulse escapement)가 두 개의 이스케이프 휠과 함께 적용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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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na Krüger

시계 업계에 흔치 않은 여성 독립 시계제작자이자 디자이너인 피오나 크뤼거(Fiona Krüger)는 올해도 변함없이 ‘스컬(Skull, 해골)’에서 영감을 얻은 신제품을 이어갔습니다. 컬렉션의 성격을 이렇게 일관되게 이끌어가기도 쉽지 않은데, 데뷔한지 얼마되지 않는 신생 브랜드인 만큼 한동안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는 확실한 디자인 정체성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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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24피스 한정 제작된 셀러브레이션 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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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발표한 쁘띠 스컬 시리즈 

앞서 그녀 관련 뉴스에서도 언급했지만, 피오나 크뤼거는 평소 자신이 좋아한 라틴아메리카 화가들의 화풍과 멕시코의 할로윈인 디아 드 로스 무에르토(Dia de Los Muertos) 축제에 등장하는 해골의 이미지서 지대한 영감을 얻어 스컬 컬렉션을 런칭했습니다. 2013년 첫 스컬 시계를 발표한 이래, 2014년 말 블랙 스컬(Black Skull)을, 2015년에는 한층 컬러플한 디자인의 셀러브레이션 스컬(Celebration Skull)을, 2016년에는 케이스 사이즈를 줄여 남녀 모두에게 적합한 쁘띠 스컬(Petit Skull) 시리즈를 블루, 화이트, 블랙, 그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컬러 다이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Petit Celebration Skull 'Eternity' & 'Enigma'
쁘띠 셀러브레이션 스컬 ‘이터니티’ & ‘이니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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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피오나 크뤼거는 작년에 성공적으로 선보인 쁘띠 스컬 시리즈를 이어가며 2015년 발표한 셀러브레이션 스컬의 컬러플한 디자인을 차용한 쁘띠 셀러브레이션 스컬(Petit Celebration Skull) 2종을 선보입니다. 

전작 셀러브레이션 스컬에서 케이스 크기만 줄어든 말 그대로 ‘쁘띠’ 버전으로 봐도 무방한데, 하나는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총 7가지 컬러의 유색 프레셔스 스톤을 세팅하고, 다른 하나는 스틸 바탕에 블랙 PVD 코팅 마감해 두 시계의 인상이 사뭇 차이를 보입니다. 컬러 젬세팅 버전을 가리켜 피오나 크뤼거는 영원을 뜻하는 ‘이터니티’라는 별칭을 붙이고(자신의 할머니가 소유한 이터니티 링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음), 블랙 PVD 버전에는 수수께끼를 뜻하는 ‘이니그마’를 병기한 것도 두 시계의 차이를 반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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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 공통적으로 가로 폭 34.5mm x 세로 48mm x 두께 9.8mm 스틸 소재 케이스에, 3겹의 브라스(황동) 다이얼 바탕에는 6가지 종류의 컬러 래커를 핸드 페인팅 방식으로 칠해 해골의 모습을 형상화하고(일종의 메티에다르 기법에 해당), 덧붙여 해골의 프레임인 다이얼 외곽 및 눈두덩, 입가에는 축광시 선명한 블루 컬러를 띠는 수퍼루미노바 야광 도료를 덧발라 낮이건 밤이건 시계의 개성을 한껏 뽐낼 수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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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했으며(칼리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소프로드 베이스일 확률이 큼), 전체 스켈레톤 가공 후 로터에도 옐로우, 블랙, 퍼플 삼색을 이용해 꽃잎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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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셀러브레이션 스컬 ‘이터니티(컬러 젬셋 버전)’와 ‘이니그마(블랙 PVD 버전)’는 각각 18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으며, 공식 리테일가는 2만 2,5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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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stantin Chaykin

다음은 러시아의 독립 시계제작자 콘스탄틴 샤이킨(Konstantin Chaykin)입니다. 독립 시계제작자협회(AHCI, Académie Horlogère des Créateurs Indépendants) 정식 멤버이기도 한 그는 레 자뜰리에 부스가 아닌 2홀 1층에 위치한 AHCI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근작 중에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활동사진을 손목시계로 창의적으로 변주한 2014년 모델 씨네마(Cinema)가 크게 이슈화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다소 조용한 행보를 보여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올해 콘스탄틴 샤이킨은 단 한 점의 시계로 다시금 바젤월드 2017 최고 화제의 인물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다름 아닌 조커(Joker) 워치 때문이었는데요. 관련해 이미 타임포럼 SNS 채널 및 외국의 여러 사이트를 통해 시계를 접한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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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 대표 빌런 중 하나인 조커를 콘스탄틴 샤이킨은 익살스럽게 비틀어 한 시계 안에 표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조커의 양 눈이 다이얼 양쪽에서 시와 분을 가리키고, 조커의 트레이드마크인 찢어진 붉은 입으로는 문페이즈 디스크를 변주해 조커의 낼름거리는 듯한 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좌우에 위치한 독립 크라운으로 각 시와 분을 조정할 수 있는데, 흥미롭게도 샤이킨은 대표적인 범용 자동 칼리버인 ETA 2824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고안한 더블 디스크 모듈을 추가해 조커의 눈을 형상화한 이색적인 디스플레이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구성이 새롭진 않지만 시각적으로는 ‘와우’ 효과를 보장하는 6시 방향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9시 방향 크라운 중앙의 코렉터를 눌러 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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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워치는 이렇듯 조커의 외형적 특징에 기능의 포커스를 맞춘 상당히 재기발랄한 신제품으로, 케이스 소재도 스틸을 사용하고 무브먼트도 상대적으로 평범한 칼리버를 베이스로 하고 있어 가격 접근성도 매력적입니다(아직 픽스되진 않았지만 대략 세금 제외하고 7천 유로가 조금 안 됨). 아마도 샤이킨이 지금껏 만든 가장 파격적인 컨셉에, 금액적으로도 가장 저렴한 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바젤월드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웃게 만든 콘스탄틴 샤이킨의 조커 워치는 오직 스틸 케이스로만 단 99피스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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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Candaux

마지막으로 소개할 브랜드는 발레드주 르 솔리아(Le Solliat)의 젊은 독립 시계제작자 다비드 칸도(David Candaux)가 설립한 D. 칸도입니다. 

다비드 칸도는 4대째 시계를 제작해온 이름난 가문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파텍필립의 컴플리케이션 공방에서 활약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으며, 다비드 그 자신도 14살 무렵부터 시계제작자를 꿈꾸며 일찍이 시계 수리와 제조 과정 전반을 익혔습니다. 이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르 상티에의 매뉴팩처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에서 실력을 다진 후 독립한 그는 유명 시계 디자이너인 에릭 지루(Eric Giroud) 등과 교류하며 바돌레(Badollet)의 독특한 플라잉 투르비용 시계인 이브레쎄(Ivresse)를 비롯해, 레벨리온(Rebellion)의 540 매그넘 투르비용(Magnum Tourbillon) 등을 설계하면서 점차 그 이름을 업계에 알리게 됩니다. 비록 올해 바젤월드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처음 데뷔했지만, 그는 신인이라기엔 이미 어느 경지에 오른 인물로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숨은 실력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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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 – The First 8 
1740 – 더 포스트 에잇 

D. 칸도의 데뷔 모델에는 ‘1740’이라는 연도가 함께 병기돼 있습니다. 이는 창립자 다비드의 고향이자 스위스 파인 워치메이킹의 요람인 발레드주에 워치메이커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해를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의미심장한 연도를 모델명에 사용한 것만 봐도 다비드 칸도가 브랜드의 뿌리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포스트 에잇(The First 8)’은 8가지 새로운 시계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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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 – 더 포스트 에잇은 43.5mm 직경의 스틸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형이 얼핏 원형처럼 보이지만 케이프 프로파일이나 러그 등 디테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대칭형을 띄고 있습니다. 특히 화룡정점은, 두툼하게 솟은 버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옆에서 보면 마치 한쪽이 움푹 들어간 조약돌처럼 눈에 띄게 비대칭형을 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 및 글라스를 이런 식으로 일반적이지 않게 비대칭형으로 만드는 것부터가 공임이 많이 가는 작업이며, 대량생산과는 무관한 모델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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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으로 살펴보면, 1740 – 더 포스트 에잇은 오프센터 다이얼(3시 방향)로 시와 분을 표시하고(다이얼 중앙의 긴 블루 핸드는 초침), 대칭을 이루는 9시 방향에는 커다란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케이지의 주요 부품들은 경량화를 위해 대부분 티타늄으로 제작되었으며, 정면에서 봤을 때 밸런스는 약 30도 가량 기울어진 채 60초마다 1회전합니다. 여기에 케이지로 향하는 기어트레인 중간에 별도의 콘스탄트 디바이스(레몽투아)를 더해 5초마다 한번씩 점핑하면서(닻 모양의 새틀라이트 휠을 통해 제어) 안정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이른바 콘스탄트 포스 메커니즘을 적용했습니다. 다이얼 12시 방향에 위치한 별도의 창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인데 여느 브랜드와는 또 조금은 차별화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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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조정은 케이스 6시 방향에 위치한 원형의 크라운으로 조정하는데, 일종의 시크릿 크라운으로, 푸셔를 누르듯 가운데 부분을 꾹 누르면 크라운이 튕겨 나오는 식입니다. 다시 집어넣을 때는 역순. 해당 크라운 설계 관련해서는 특허도 획득한 상태라고 하네요. 다이얼은 로즈 골드 바탕에 시분을 표시하는 서브 다이얼은 그랑푸 가공한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입니다. 블루 핸즈는 불에 달군 스틸 소재로 주사기 모양을 닮아 시린지(Syringe) 핸즈로 명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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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다비드 칸도가 직접 설계부터 피니싱까지 마친 완전한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1740을 탑재했습니다. 직경 35mm, 두께 6.2mm 사이즈에 총 309개 부품을 사용했으며, 진동수는 3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55시간입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드러난 무브먼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니싱 상태도 수준급입니다. 브릿지 각 모서리는 세심하게 앵글라주 처리되었으며, 주얼홀 테두리는 블랙 폴리싱 마감(일부 골드 샤통 사용)하고, 브릿지 한쪽에 위치한 골드 메달리온에는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브랜드 로고와 주요 기능을 함께 인그레이빙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칼리버를 측면에서 봤을때(이는 공식 이미지상에서만 표시됨), 플레이트 일부분(바이 플랜 투르비용 케이지 측면)에 칼리버의 주요 스펙을 촘촘하게 새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필요 이상의(?) 공을 들인 모처럼만에 진짜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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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칸도의 야심찬 첫 시계, 1740 – 더 포스트 에잇은 다소 특색없는 베리에이션 류의 신제품들이 범람한 올해 바젤월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시계 중 하나였습니다. 제작자의 뿌리이기도 한 발레드주의 파인 워치메이킹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와 함께, ‘중고 신인(?)’의 데뷔작 답지 않은 노련함과 패기어린 시도가 돋보였으며, 무엇보다 시계 곳곳에 기울인 디테일한 정성은 분명 요즘 시대에는 귀해진 가치를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아직은 생소한 젊은 시계제작자의 앞날을 어느덧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상으로 바젤월드 2017 리포트 독립 시계제작자 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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