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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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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시계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해 봤을 겁니다. 작고 소중한 나의 시계를 아무렇게나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시계 수가 적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러 개로 늘어난다면 진지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보관함이나 워치 와인더 또는 금고처럼 시계를 위한 거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부벤앤줴르벡(Buben & Zörweg)은 이 같은 고민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해결사 같은 존재입니다. 

 

부벤앤줴르벡은?

 

유년기를 함께 보낸 해럴드 부벤(Harald Buben)과 크리스찬 줴르벡(Christian Zörweg)은 1995년 자신들의 이름을 따 부벤앤줴르벡을 설립했습니다. 1998년 부벤앤줴르벡은 타임 무버(TIME MOVER®)라는 워치 와인더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계 관련 기구를 만드는 엘마(ELMA)와 함께 개발한 타임 무버는 워치 와인더의 단점으로 지적된 소음과 자성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내구성으로 시계 애호가로부터 눈도장을 받았습니다. 2008년 부벤앤줴르벡은 금고 사업에 뛰어들며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합니다. 부벤앤줴르벡의 금고는 독일 표준 제정 및 관리 기관(DAkks)으로부터 금고 분야 최고 등급인 VdS 인증을 받을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합니다. 아울러 세계 유수의 은행에 금고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위스 최대의 금고 제작사 카바(KABA)와 함께 금고 시스템까지 개발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워치 와인더 및 금고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부벤앤줴르벡은 현재 70여개국에 판매처를 두고 있습니다. 본사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슈투트가르트와 인접한 포르츠하임에 있습니다. 모든 제품은 100% 독일에서 제작됩니다. 

 

 

타임포럼은 지난 11월 21일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부벤앤줴르벡 부티크에서 부벤앤줴르벡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크리스찬 줴르벡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시계 산업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과 독일 제조업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크리스찬 줴르벡과의 대담은 시종일관 흥미로웠습니다. 

 

-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2층에 위치한 부벤앤줴르벡 부티크 전경

 

만나서 반갑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부벤앤줴르벡 한국 수입사인 지노물산의 초청을 받아 올해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개장한 부벤앤줴르벡 부티크를 방문했다. 고객들과 만나 부벤앤줴르벡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 벽시계, 워치 와인더, 금고를 결합한 그랜드 인피니티(Grande Infinity)

 

한국 고객들과의 만남은 어땠나? 

 

아주 즐거웠다. 부벤앤줴르벡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고객들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그 중에는 100개가 넘는 시계를 보유한 헤비 컬렉터도 있었다. 브랜드를 중요시하기 보다는 시계 그 자체의 가치를 고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 모터 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터보(Turbo)

 

금고 사업에 진출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부벤앤줴르벡 입장에서는 진화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하지만 혁명이 아닌 진화다. 우리 고객의 대부분은 컬렉터다. 많은 시계를 보유한 고객들은 우리에게 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시계를 보관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문의했다. 이에 우리는 금고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부벤앤줴르벡이 금고를 제작한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현재 다양한 기능을 갖춘 금고는 부벤앤줴르벡을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부벤앤줴르벡은 더 이상 워치 와인더만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는 컬렉터를 위한 금고를 만드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시계도 만들지 않나?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대부분은 솔리테어, 그랜드 인피니티, 그랜드 일루젼 같은 최고급 금고에 투입한다. 

 

- 워치 와인더 레볼루션(Revolution)

 

 

워치 와인더 제조사의 수는 매우 적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워치 와인더는 니치 마켓이다. 시계 애호가만을 위한 시장이다. 그렇지만 자동차나 시계처럼 여러 세그먼트가 있다. 부벤앤줴르벡은 워치 와인더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이자 최상위 세그먼트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브랜드다. 물론 미드레인지와 로우레인지 브랜드도 있다. 이들은 부벤앤줴르벡과 함께 워치 와인더 시장 형성에 기여한다. 모두가 부벤앤줴르벡의 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부벤앤줴르벡은 하이엔드 시계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위한 하이엔드 브랜드다. 저렴한 엔트리 제품을 늘려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시계 브랜드에 워치 와인더를 공급하기도 하나? 

 

우리는 중립을 지키려 한다. 특정 브랜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가 어느 한 브랜드와 계약을 맺는다면 다른 브랜드들도 우리와 계약을 맺고 싶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계 브랜드에 워치 와인더를 공급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급 계약을 맺으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부벤앤줴르벡이 나아갈 길이 아니다. 우리는 시계 컬렉터를 위한 브랜드로 남고 싶다. 

 

- 슈퍼카 메이커 부가티(Bugatti)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시론 그랜드 일루젼(Chiron Grande Illusion)

 

부가티, 제이콥 앤 코, 부메스터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얻기도 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배울 때도 있다. 협업은 아름다운 동행이다. 벨루티(Berluti)와의 협업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비스포크 제품 제작에 한해 벨루티에서 공급한 가죽을 사용한다. 일반 고객들에게는 벨루티 가죽으로 제작한 금고를 홍보하거나 보여주지 않는다. 오직 비스포크 서비스를 의뢰한 고객만 사진을 통해 대략적인 콘셉트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벨루티 본사에서 파견한 2명의 장인이 부벤앤줴르벡 본사에 방문해 이틀에 걸쳐 금고에 사용할 가죽의 파티나 작업을 진행한다.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은 오로지 최고급 제품에 한해서만 이루어진다. 협업은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 부벤앤줴르벡의 플래그쉽 모델 솔리테어(Solitaire)

 

비스포크 서비스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고급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선, 구성과 옵션에 관해 고객과 상의한다. 금고를 예로 들면, 원하는 가죽의 종류와 색, 스티칭, 금속의 소재와 PVD 코팅을 통한 색 처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금고 내부의 워치 와인더나 트레이 구성도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금고의 경우 주문에서 제작까지 대략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고객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금고를 제작하는 과정은 매일매일이 전쟁과도 같다.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모든 일은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제작 과정에서 수정과 보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다양한 품질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여러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가죽을 교체해야 할 때도 있고, 마감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 우리는 장인들을 결코 재촉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할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부벤앤줴르벡의 제품을 보면 아름다운 오브제나 가구를 보는 것 같다. 부벤앤줴르벡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나?

 

부벤앤줴르벡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다. 독일 브랜드다. 독일식 디자인은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며, 단순한 것을 지향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 양식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부벤앤줴르벡의 마스터피스를 구입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라고 설명한다. 부벤앤줴르벡의 제품은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내구성과 영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벤앤줴르벡 디자인의 모토는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필요할 때도 있지만 과도한 장식은 가능한 한 피한다. 너무 많은 요소를 투입하는 것도 지양한다. 제품의 안정성이나 보안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적으로도 산만하다. 디자인은 명확해야 하고 제품 고유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금고를 사용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딱히 없다. 금고에 들어 있는 워치 와인더의 수명은 대략 40년 정도다. 워런티 기간은 5년이지만 실제로는 40년 동안 문제없이 구동하는 것을 상정하고 제작한다. 하루에 1시간은 시계 방향으로, 1시간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설정한 뒤 7년 동안 테스트를 한 적도 있다. 금고의 경우 키패드로 비밀번호를 설정해 열고 닫을 수 있지만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비상용 열쇠도 제공한다. 

 

- 워치 와인더 겸 보관함인 일루젼(Illusion)

 

제품에 상처가 나거나 가죽이 상했을 때는 어떻게 하나?

 

부벤앤줴르벡 본사를 비롯해 70여개국에 있는 부벤앤줴르벡의 판매처와 애프터 서비스팀이 업무를 수행한다. 가죽에 상처가 나거나 금속의 코팅이 벗겨지는 등 수선이 필요한 경우 고객은 언제든지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독일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포르쉐는 오래된 자동차도 고객이 정비를 원할 경우 기꺼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벤앤줴르벡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우리는 언제나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부벤앤줴르벡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부벤앤줴르벡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장인 정신을 꼽는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지, 전략은 유효한지를 파악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장인 정신이다. 이는 마치 자기 성찰과도 같다. 많은 고객들이 부벤앤줴르벡의 마스터피스와 마주할 때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독일의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인 정신이야말로 부벤앤줴르벡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다. 장인 정신 없이는 부벤앤줴르벡의 어떤 마스터피스도 탄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