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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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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라는 이름과 기능 구성은 누가 가장 빠르게 달리는지 가늠해 우승자를 결정하는 레이스, 특히 모터스포츠가 목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베젤에 새긴 타키미터와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드러내는 카운터가 조합해 이루는 특유의 외관이 잘 말해줍니다. 하지만 같은 목적의 크로노그래프는 스피드마스터뿐만이 아니었고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계의 운명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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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달은 완전하게 베일을 벗지 않은 미지의 별이지만, 우주계획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에는 훨씬 더 큰 두려움과 동시에 기대로 차있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인 달에서 사용할 시계는 예측불허의 상황과 조우할지 모르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시계 메이커가 제품의 출하를 위해 진행하는 일반적인 테스트가 나약해 보일 만큼 가혹한 테스트를 거쳐야 했고,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이를 통과한 유일한 시계였기 때문에 달을 밟은 위대한 업적을 누릴 자격을 가지게 됩니다. (‘오메가 문워치, 장대한 서사의 시작’에서 상세 테스트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나사에서 시계 구입을 담당했던 제임스 레이건(James H. Ragan)에 따르면 나사의 입찰에 응했던 브랜드는 4개였습니다. 그 중 해밀턴은 회중시계 형태라 바로 탈락했고 나머지 3개가 오메가, 론진, 롤렉스였지만, 오메가를 제외하고는 열 테스트에서 바늘이 휘거나 글라스가 녹는 문제로 탈락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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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달을 밟은 뒤에도 나사의 우주계획에 동행했습니다.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대를 거듭했고 그러면서 언제 위대한 여정을 겪었냐는 듯,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습니다. 첫 발매가 이뤄진 195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오랜 기간에 걸쳐 무수한 모델을 선보여왔습니다. 무려 500 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시계 하나의 역사와 디테일을 다룬다는 사실은 놀라운데,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는 이런 예에 해당하는 소수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과 같은 시계를 다룰 때는 세대를 구분해 논하곤 하며, 전통과 업적을 동시에 이룬 시계에서는 합리적인 접근일 듯 합니다. 그러므로 이것의 연대기를 구성하기에는 너무 짧은 분량이 아닐까도 걱정이 되지만 큰 발자취를 따라 그려내 볼까 합니다. 


전설의 시작 Ref. CK2915 (19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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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32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모터스포츠와 같은 레이스의 계측을 목적으로 만든 시계입니다. 첫 모델인 Ref. CK2915는 그 구성을 잘 보여줍니다. 요즘과 달리 베젤은 케이스인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톤이며 브로드애로우라 부르는 화살 모양의 바늘을 사용했습니다. 탑재한 무브먼트는 칼리버 321로 현재 브레게에 흡수되어 이름이 사라진 르마니아(Lemania)가 제작한 칼리버 27 CHRO C12(지름 27mm, 크로노그래프, 12시간 카운터를 의미)를 베이스로 삼습니다. 르마니아는 좀 재미있는 무브먼트 메이커였습니다. 과거 프레드릭 피게(현재 블랑팡이 흡수)나 예거 르쿨트르(예전에는 에보슈도 공급)같은 하이엔드 메이커를 위해 공급했거나 아니면 ETA처럼 범용 무브먼트를 공급하는 식으로 시장을 구분했던 것에 비해, 르마니아의 무브먼트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었습니다. 칼리버 5100처럼 플라스틱 부품을 다수 사용한 저가격대의 범용부터 칼리버 321의 베이스처럼 하이엔드 지향의 크로노그래프까지 다양했습니다. 아직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시대가 저물지 않아 선택지가 넓었지만 오메가는 칼리버 27 CHRO C12를 베이스로 택했습니다. 컬럼 휠, 캐링암 클러치의 고급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피니싱은 다소 러프했지만 도금한 무브먼트 플레이트와 스틸 부품의 대비가 아름다웠고, 성능에서도 더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 르마니아가 오메가의 자회사 같은 포지션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겁니다.
 

우주를 향해 Ref. CK2998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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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쉬라가 착용했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첫 세대인 Ref. CK2915와 비교했을 때 2세대인 Ref. CK2998은 케이스 지름이 약간 더 커져 지름 40.0mm에 가까워졌고, 베젤은 알루미늄 소재에 검정 배경으로 하얀색으로 타키미터 프린트를 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현행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인상에 가까워집니다. 바늘 모양도 변화가 따랐는데요. 카운터 바늘과 같은 알파 핸드로 변경됩니다. 이 모델은 머큐리 프로그램인 시그마 7 미션을 수행한 월터 쉬라와 함께 우주로 향했고, 그가 Ref. CK2998를 착용하는 데에 있어 나사(NASA)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무브먼트는 Ref. CK2998과 마찬가지로 칼리버 321을 탑재해, 성능적인 부분에서 변화는 없었습니다.


나사 공인 Ref. ST105.003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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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는 동일한 칼리버 321을 탑재했고, 1세대에서 2세대로 이어질 때처럼 외관에 있어 드라마틱한 변화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리퍼런스 넘버의 체계가 달라졌고, 타키미터의 가장 큰 숫자가 1000에서 500으로 현실적(?)으로 변화합니다. 평균속도를 측정하는 눈금인 타키미터에서 ‘평균속도 1000’은 어지간해서 쓸 일이 없었을 테죠. (Ref. ST105.003 이전에 선보인 Ref. ST105.002를 3세대로 보기도 하지만 Ref. CK2998의 연장선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서는 Ref. ST105.003을 3세대로 보겠습니다) 검정색 다이얼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하얀색 바톤(Baton) 핸드를 사용해 현행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에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사의 우주계획에 사용할 수 있는 시계라는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베젤에 타키미터 이외에 텔레미터나 펄소미터 프린트를 찍은 모델이 등장하며, Ref. ST105.002부터 시작된 디테일입니다.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 Ref. ST105.012 (196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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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디자인의 원형이 1964년에 등장합니다. 이전까지 좌우대칭을 이루는 케이스와 직선적인 러그를 사용했지만, 4세대인 Ref. ST105.012는 푸시 버튼과 크라운이 있는 오른쪽 케이스가 왼쪽보다 더 확장된 형태를 지닙니다. 제임스 레이건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푸시 버튼이 돌출되어 무엇인가에 걸리는 일이 많다는 불만을 토로했고, 오메가에게 개선을 요청해 4세대부터 비대칭 케이스로 등장합니다. 덕분에 푸시 버튼과 크라운을 케이스로 보호했고 어딘가에 걸리는 일도 방지했습니다. 다이얼에는 스피드마스터 프린트 아래에 프로페셔널이 새롭게 자리하며 시계의 성격을 확인시켜줍니다. 개량과 개선을 이뤄낸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과 함께 역사적인 문 랜딩을 수행합니다.(닐 암스트롱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달착륙선의 시계고장으로 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해 두고 내리게 됩니다). 이 후 지속적으로 나사의 우주계획과 함께 하며 문워치라는 별칭을 얻게 됩니다. 4세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케이스는 42mm로 더 커졌고, 비대칭 케이스와 더불어 살짝 비튼 듯 한 트위스트 러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변함없이 칼리버 321을 탑재했습니다.


칼리버 861 Ref. ST145.022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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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피마스터스 프로페셔널 Ref. ST145.022 / (아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마크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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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861

Ref. ST145.022는 장수 모델의 하나로 30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오메가 카탈로그에 등장합니다. 이 무렵 쿼츠 손목시계 등장에 따른 스위스 시계의 악화된 시장상황이 반영되어 있기도 할 것입니다. 케이스나 다이얼 외관에서의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않습니다. 큰 변화는 무브먼트로 칼리버 321에서 861로 변경됩니다.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클러치 방식 중 많은 수에 해당하는 캐링 암은 유지되었지만, 컬럼 휠이 캠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베이스 무브먼트에 해당하는 르마니아의 칼리버 1873을 탑재하면서입니다. 오메가와 르마니아는 1932년부터 SSIH 그룹에 속해있어 무브먼트 수급이 용이했던 것이 지속적인 르마니아 무브먼트 탑재의 이유였을 듯 합니다. 물론 성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겠죠. 이듬해인 1969년에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베리에이션인 마크 II가 선보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케이스와 러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오벌(Oval) 케이스를 사용해 디자인에서 구분되었습니다. 


모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문워치 Ref. 3570.50 (1997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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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1861

1997년 발표된 Ref. 3570.50는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리퍼런스 넘버 체계가 한 차례 변하면서 현재의 긴 리퍼런스 넘버(Ref. 311.30.42.30.01.005)가 되었지만 기본은 동일합니다. 칼리버 861에서 칼리버 1861로 변경되며 주얼 수가 하나 늘었고, 코퍼나 골드로 플레이트를 도금했던 칼리버 861과 달리 로듐 도금을 택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의 스틸 부품과 대비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하나의 톤으로 정돈된 느낌도 나쁘지 않습니다.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등장 이후 줄곧 운모유리(Hesalite crystal)를 고집했지만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와 시스루 백 버전을 출시해 선택지를 늘렸습니다. 우주공간에서 글라스 파손 시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날카로운 조각으로 깨지는 점을 우려한 고집 아닌 고집으로, 그야말로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운 관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폴로 11호 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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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올드린의 문 랜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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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1호 5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과 칼리버 3861

201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하나는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1호 5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Ref. 310.20.42.50.01.001’입니다. 10년 전 아폴로 11호 40주년 기념 모델과 비교하면 많은 부분에서 컬렉터들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 주로 서브다이얼의 그림만 바꾼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한정 모델을 두고 다소 피로감을 느꼈던 것과 비교해 상품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Ref. 310.20.42.50.01.001에는 칼리버 3861을 탑재하며 칼리버 1861을 베이스로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파워리저브 증가,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에 기반한 내자성능을 갖췄습니다. 시계의 디테일이 있어서도 아폴로 11호와 달착륙선, 달에 발을 내딛는 버즈 올드린과 그 발자국을 서브 다이얼과 케이스 백을 이용해 그려낸 것으로 부족해, 패키지 구성으로 확장해 현장감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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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50주년 문샤인 리미티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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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BA125.022

또 하나는 ‘아폴로 11호 50주년 문샤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1969년 발표했던 첫 번째 골드 케이스인 Ref. BA125.022를 되살려냈습니다.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오리지날의 재현에 충실하면서도 새롭게 오메가가 문샤인 골드로 명명한 골드 케이스와 지르코늄 베젤, 칼리버 3861, 시계 요소요소에 숨겨놓은 아폴로 11호와의 관련한 디테일을 담아 성대한 기념을 진행합니다. 최근 발표한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321 플래티넘은 5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는데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동 크로노그래프인 칼리버 321을 복각했고, 케이스 소재로 가장 값비싼 플래티넘에 담아내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컬렉터와 팬들에게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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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터뷰에서 오메가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생산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했고,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말을 지키고 있습니다. 수동 시계의 수요, 특히 수동 크로노그래프는 거의 사라진 요즘이라 지키기 어려운 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메가는 아폴로 11호 50주년을 기획하며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가치와 헤리티지에 대해 다시 한번 그 무게를 느낀 듯하고, 그간 발표한 새로운 모델들의 완성도로 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계를 접했다면 수동 시계, 특히 수동 크로노그래프는 생소할지도 모릅니다. 자동 무브먼트와 비교하면 불편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아름다움과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가지는 헤리티지에 대해 음미해보려 하고 눈을 뜬다면, 이 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시계가 있다는 사실에 분명 고마움을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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