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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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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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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고급 시계제조사들 사이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워치의 출시가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스포츠 워치 이미지와 가장 동떨어져 보이는 독일의 랑에 운트 죄네마저 브랜드 첫 스틸 스포츠 워치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트렌드를 좀 더 앞서 예견한 메종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스페셜 컬럼의 주인공인 피아제(Piage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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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출시한 폴로 S 컬렉션 © Piaget

2016년 7월 14일, 새로운 모습으로 리-론칭한 폴로(Polo) 컬렉션(당시에는 스틸 제품으로만 구성해 '폴로 S'로 명명함)은 피아제 최초의 본격 스틸 브레이슬릿 워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피아제는 전통적으로 골드 혹은 플래티넘과 같은 귀금속을 주로 시계 케이스 소재로 사용해왔습니다. 예외적으로 2009년 론칭한 폴로 포티파이브(Polo Fortyfive)처럼 일부 라인업에만 티타늄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스틸 소재만으로 이뤄진 별도의 라인업을 구축하기는 처음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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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로 S 블루 다이얼 제품을 착용한 유명 모델 제이슨 모건 © Mert & Marcus for Piaget

피아제가 스틸 스포츠 워치를 선보인 이유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명합니다. 골드 소재를 특별히 선호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구매를 꺼리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브랜드 입문 장벽을 낮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전략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1972년), 파텍필립의 노틸러스(1976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버시즈(1996년, 전신 ‘222’는 1977년)와 같은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소위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삼대장으로 통하는 컬렉션들이 지난 수 년간 더욱 맹렬하게 소비되는 현상을 지켜보며 피아제 역시 모종의 위기감을 느꼈을 터입니다.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고급 기계식 시계를 바라보는 모종의 인식 전환 때문에 드레스 워치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현실에서 피아제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스포츠 워치 컬렉션인 폴로를 재소환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명분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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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출시한 오리지널 폴로 워치 © Piaget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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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시드니 팜 비치에서 열린 국제 폴로 대회를 후원한 피아제 
가운데 은발의 신사가 당시 메종의 수장이었던 이브 G. 피아제다. 

피아제는 1979년 출시한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에 동명의 귀족적인 스포츠에서 착안한 폴로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창립자의 4대손이자 당시 CEO였던(현 피아제 명예회장) 이브 G. 피아제(Yves G. Piaget)의 남다른 열정에 의해 실제 여러 폴로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물론 오리지널 폴로 워치는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는데요. 그리고 스틸은 외장 소재로는 아예 사용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케이스 일체형으로 구성된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18K 옐로우 골드로만 제작했고, 당시 3.1mm 두께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쿼츠 무브먼트 기록을 수립한 울트라-씬(Ultra-Thin) 칼리버 7P를 탑재해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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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로 데이-데이트 버전의 1980년대 지면 광고 이미지

오리지널 폴로 워치만 보더라도 1970년대 유행한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 디자인의 스포츠 워치들(ex. 로열 오크, 노틸러스)과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케이스 소재부터 다르고, 디자인적인 접근도 젠타 류의 시계들과는 결을 달리 합니다. 그럼에도 골드 링크를 강조한 특유의 브레이슬릿 디자인을 케이스 및 다이얼까지 확장한 듯한 독창적인 외형은 폴로 워치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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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출시한 2세대 폴로 워치 
38mm 직경의 옐로우 골드 케이스에 울트라-씬 자동 칼리버 504P를 탑재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잠시 생산이 주춤해진 피아제 폴로는 새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2001년 한층 모던해진 디자인으로 컴백합니다. 바야흐로 2세대 폴로 컬렉션이 시작된 것인데요. 그 후 폴로 컬렉션의 명맥을 잇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속되지만 1970~80년대 세계 부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1세대 폴로 컬렉션만큼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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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출시한 폴로 포티파이브 크로노그래프 Ref. G0A34002
티타늄 케이스에 일부 스틸 소재 사용. 2001년 론칭한 2세대 폴로 컬렉션과 현행 3세대 폴로 컬렉션을 잇는 일종의 가교와도 같은 라인업이다. 

다시 현행 폴로 워치로 화제를 돌리면, 피아제는 2016년 완전히 새롭게 리-디자인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과 함께 전 모델 스틸 제품으로만 구성한 뉴 폴로 라인(폴로 S)을 론칭한 데 이어, 2018년 폴로 컬렉션에 다시 골드 제품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폴로 워치 탄생 40주년을 맞은 올해 2019년에는 베젤 및 다이얼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2종의 골드 신제품과 컬렉션 최초로 그린 다이얼을 적용한 스틸 신제품 1종을 출시해 컬렉션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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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폴로 핑크 골드 모델 3종 

올해의 피아제 폴로 신제품 중 우선 골드 모델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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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제 폴로 42mm 핑크 골드 모델 Ref. G0A4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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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제 폴로 42mm 핑크 골드 모델 Ref. G0A44011

두 골드 모델 모두 이전의 쓰리 핸즈 데이트 버전과 케이스 사이즈는 동일합니다. 직경 42mm, 두께 10.1mm 크기의 핑크 골드 케이스에 한 버전(Ref. G0A44010)은 베젤에 56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1.53캐럿)를 세팅하고, 다른 버전(Ref. G0A44011)은 베젤에 56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다이얼 전체에도 동심원 형태로 496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1.86캐럿)를 세팅해 피아제의 또 다른 DNA인 하이 주얼러의 면모를 과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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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두 핑크 골드 신제품의 국내 출시 가격은 베젤에만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Ref. G0A44010)은 4천 900만 원대, 베젤 및 다이얼까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하이 주얼리 워치 버전(Ref. G0A44011)은 8천 100만 원대로 각각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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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출시한 엠퍼라도 쿠썽 투르비용 화이트 골드 모델 Ref. G0A36040

피아제 폴로 컬렉션은 공통적으로 라운드와 쿠션 형태가 혼합된 메종 특유의 '형태 속의 형태(Shape-within-shape)' 디자인 코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메종의 최상위 컴플리케이션 라인인 블랙 타이(Black Tie)를 통해 전개한 엠퍼라도 쿠썽(Emperador Cushion) 시리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엠퍼라도 쿠썽의 볼륨감 있으면서도 미니멀한 케이스 디자인을 뉴 폴로 컬렉션에까지 확대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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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폴로 S 컬렉션의 드로잉 이미지 

스포츠 워치 디자인하면 으레 스테레오타입처럼 롤렉스의 오이스터 케이스처럼 단순한 형태를 떠올리거나 반대로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나 리차드 밀의 RM 시리즈처럼 아방가르드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해당하는 무난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적당히 클래식하면서도 스포티한 에지를 보여주는 유형의 시계는 의외로 종류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필자가 보기에 피아제 폴로 컬렉션은 정확히 이 중간에 해당하는 시계입니다. 케이스 디자인부터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고,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 수트건 캐주얼 차림이건 TPO(시간, 장소,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두루두루 착용할 수 있는 올-라운더 스포츠 워치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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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로 S 그린 다이얼 Ref. G0A44001 (500피스 한정) 

올해 출시된 폴로 S 그린 다이얼 리미티드 에디션은 폴로 컬렉션이 지닌 트렌디한 요소 또한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계 업계를 강타한 그린 컬러의 유행 공식을 따르면서도 피아제의 그린 다이얼은 타사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별화된 느낌을 선사합니다. 1979년 오리지널 폴로 워치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수평 가드룬(Godroon) 기요셰 패턴과 은은하게 반짝이는 메탈릭 그린 컬러 다이얼은 보는 각도와 조도에 따라 어둡게도 보였다가 밝게도 빛났다가 다채로운 컬러감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폴리시드 가공 및 로듐 도금 마감한 아플리케 인덱스와 도핀 핸즈, 메종 이니셜 로고(P)를 오픈워크 가공한 초침이 어우러져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각 인덱스와 핸즈에는 화이트 컬러 야광도료(수퍼루미노바)까지 코팅해 밤에도 시간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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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화이트, 슬레이트 그레이, 블루 다이얼 폴로 S 모델 착용샷 

2016년 론칭 당시 화이트, 슬레이트 그레이, 블루 3가지 컬러 다이얼로만 선보였던 폴로 S 라인업에 올해 처음 그린 컬러 다이얼이 추가됨으로써 앞으로 다른 컬러 다이얼의 출시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이얼과 스트랩 컬러만 바뀌어도 시계의 전체적인 느낌은 사뭇 달라 보이는데요. 골드 케이스가 컬러 사용에 조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면, 스틸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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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로 S 그린 다이얼 모델 착용샷 

유무광이 조화를 이룬 42mm 직경의 스틸 케이스는 이전 버전과 다름 없이 전체 미려하게 가공, 마감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소재의 성질 자체가 더 무르고 연마가 까다로운 귀금속(골드류)를 주로 다뤄온 이들인 만큼 골드 케이스에 기울인 정성과 노하우가 스틸 케이스에서도 빛을 발한 터입니다. 다이얼을 보호하는 전면 글라스 소재는 사파이어 크리스탈이며 평평하게 가공되었습니다. 내부 반사 방지 코팅 처리를 해 다이얼이 한층 선명하게 보이며 가독성에도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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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폴로 S 블루 다이얼 모델 케이스백 촬영 사진 

케이스백 역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삽입해 매뉴팩처 자동 무브먼트를 노출합니다. 총 180개의 부품과 25개의 주얼로 구성된 칼리버 1110P는 시간당 28,800회 진동하고(4헤르츠), 약 5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더블 배럴 구조지만 단지 파워리저브 증대만을 위한 목적이 아닌, 양 배럴의 상호보완적인 에너지 교환을 통해 기어트레인에 보다 안정적으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반면 풀-로터 타입의 자동 무브먼트치고는 4mm 정도의 적당한 두께를 갖고 있어 케이스 두께 역시 9.4mm 정도로 비교적 슬림한 편입니다. 이는 당연히 착용감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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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피아제 무브먼트의 특징인 동심원 형태의 코트 드 제네브 패턴을 비롯해, 촘촘하게 페를라주 마감한 메인 플레이트와 얕게 앵글라주 마감한 브릿지, 핑크색 주얼 컬러와 대비를 이루는 열처리한 블루 스크류, 피아제 문장과 매뉴팩처 피아제 영문을 함께 인그레이빙하고 전체 슬레이트 그레이 컬러 마감한 로터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백은 6개의 스틸 스크류로 고정돼 있으며, 수영을 포함한 각종 레저-스포츠 활동에도 안심할 수 있는 100m 방수 사양을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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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브레이슬릿 모델을 지원한 이전 컬러 다이얼 버전과 달리, 폴로 S 그린 다이얼 버전(Ref. G0A44001)은 그린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형태로만 선보입니다. 버클은 스틸 소재의 탈착이 용이한 디플로이언트 버클(폴딩 버클). 참고로 국내 출시 가격은 1천 140만 원입니다. 기존의 블루 다이얼 스트랩 버전(Ref. G0A43001)과 더불어 남성 시계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저렴한 엔트리 레벨 제품으로 가격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특히 다른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집니다. 또한 그린 다이얼 버전은 500피스 한정판으로 국내에도 매우 적은 수량만 입고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희소성도 있습니다.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대기자 리스트가 있을 만큼 어느 때보다 반응이 뜨겁다고 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은 가까운 주요 백화점 내 피아제 부티크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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