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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에 처음으로 글 올릴때 잠깐 언급한적이 있는데..

어릴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중학교때(아아.. 쌍팔년도군요.) 막연히 구찌 시계를 동경하다가 시계에 관심이 생겼고..

사회에 나와서 또 나름 열심히 살다가 기계식 시계에 대해서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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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 종족과 영웅 캐릭으로 나뉘죠.

첫 번째 부류는 무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 요구와 갈망으로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찜쪄먹게 열심히 파고,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 희생과 절제도 마다 않고 나아가죠, 소위 말하는 매니아입니다.

두 번째 부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인데, 뭐에 관심이 생기면 일단 관심을 보자기에 고이 싸서 어딘가에 얹어두죠.(주로 장롱같은데..)

그리고 그걸 손에 넣기 위해(사실은 그게 좋은지 어떤지도 잘 모르면서) 맹렬하게 돈을 법니다. 충분히 소유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면

그때가서 장롱을 열고 보자기를 꺼내죠. 옛다 관심.. 이러면서..

그리고 그걸 손에 넣은 다음부터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별로 희생도 안하고 절제도 안하죠. 이런 부류도 매니아는 매니아지만 조금 다른 유형의

매니아죠. 저는 이 부류에 속합니다.

그리고 극소수의 영웅캐릭은... 뭐.. 그런거죠.. 있자나요?.. 다 아시면서...

서랍을 열면 돈이 우수수 떨어지고... 수돗물을 틀면 돈다발이 떨어지고... 쓰고 써도 불어나는 돈을 주체할 수 없건만 머리도 똑똑하고 자세도

진지해서 그 물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게슈타포 권총꺼내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플래티넘/블랙 카드를 날려주며 '얼마면돼?'

를 지긋이 날려 주시는 영웅 캐릭터, 영국에서 말하는 Rain Maker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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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떡해서 기계식 시계에 손을 대시기 시작하셨나요?

그걸 연상해 보시면 본인은 어떤 종족인지를 가늠하실수도 있으실겁니다.

저는 시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잡지나 웹사이트를 섭렵하다가 어느 순간 하늘의 신탁을 받아
 
이젠 기계식 시계를 사야돼라고 운명적으로 느꼈지요.
 
그래서, 조금 구체적으로 찾아봤습니다.
 
정장을 자주 입으니까 가죽 스트랩으로 하고 음음음..... 그러다가 적당한 선에서 눈에 띈 이녀석
 
네.. 오리스 아뜰리에 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녀석이죠. 은은한 브라운 스트랩에 금빛 핸즈, 문페이즈까지...
 
 
오리스가 참 무난하고 이쁘긴 한데.. 음.. 조금 더 욕심이 나더군요.
'그래.. 좀 질러줘야지.. 너무 무난하자나?' 속으로 이렇게 열심히 위안을 하며 다시 몇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발견한 맘에 또 다시 쏙 든 녀석이.....
 
네.. 국시공의 그 이름도 찬란한 파일럿 워치 3717-02 입니다. (사진은 당근 어느나라에선가의 불펌입니다, 안 걸리길 바랄뿐이지요.)
 
가격도 이 정도면 훌륭하고... 넓직넓직한 다이얼에 크로노그래프까지.. 아아.. 좋아라..(이 나이에 이런 표현을.. 절대 오프는 못 나가겠군요.-.-;)
 
자.. 시계는 실물을 봐야돼. 실물을 차러 가보자.
 
저희 회사가 시부야 한복판에 있는지라.. 다행히 시계 샵들이 꽤 있는데 여러가지 모아놓고 파는 정식 리테일러 샵에 갔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좋은건 시계 샵이 많고 거의 대부분 다 실착을 해보고 살 수 있다는 거겠죠.)
 
' 이럇세이마세(어서오십시오)'
 
네온사인 화려한 삐까뻔쩍한 매장에 손님이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도요..
 
늦은 시간에 비가 조금 내렸었던것 같고.. 게다가 시부야의 정규 리테일러라 아무래도 사람이 적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다부류시의 파일로또 와치를 내놔보시오. 371702요.'
 
저는 사지도 않을 걸 아쿠아타이머니 포르투피노니 잔뜩 올려가며 열심히 폼 재고 있고, 점장은 간만에 걸린 손님이라고 굽신굽신 정신이 없슴다.
 
'역시 371702는 떡하니 멋진게 좋군.. 가격도 이 정도면 적당하고...ㅎㅎㅎ'
 
혼자 만족해하며 옆 진열대도 스윽 걸어보는데 브링브링한 브라이틀링, JLC 등등 마니 있더군요.
 
그런데 끝쪽에 제니스 매대도 있었습니다.
 
왜.. 제니스 매장에서 보신 분 혹시 계시면 잘 아시겠지만.. 그 웃는 얼굴들의 압박들은 장난이 아닙니다.
 
2개 소대가 헤쳐모여서 대롱대롱 웃고 있는데.. 나름 넋이 나갑니다. 이 자식들이 최면을 거는건가... 하고요.
 
아라미스 : "음.. 제니스군요.. 제니스도 함 줘 봐요."
 
점장 : (5초간 베시시 웃으며) " 손님... 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
 
......
 
...
 
..
 
.
 
 
 
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 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 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그 가격에 사실 수 있는 제니스는 없습니다.
 
 
 "아.. 네.. 그렇군요."
 
 
 
 
이때 저의 속마음은 이랬을 겁니다..
 
 '그 가격에 살 수 없다고..? 너... 날 무얼로 보는 게야? 너 지금 내가 못 살거라고 생각하는 게야? 아니면 앞으로도 영원히 3대에 걸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의 의도가 무엇이야? 이자슥, 나쁜 자슥, 해삼, 말미잘, 똥개, 꺼꾸로 매달아서 뼈와 살을 분리해 줄까? 크아악'
뭐.. 대강 이런 심정이 한 0.25초 정도 스쳐 지나가지 않았나 싶네요.. 아득한 기억인지라... -.-;;
 
그래서 걍 집에 왔슴다.
 
 
 
 
그리고...
 
 
샀죠.
 
 
 
이렇게요. -.-;;
 
아.. 물론 그 집에선 안 샀습니다. 매너가 있죠. ㅋㅋㅋㅋ
 
사고 보니까 원래 예산에서 8,9 배 정도 올라갔네요.. 뭐 그런거죠.
 
마누라님에게는 살짝 한 마디 해 줬습니다.
 
"인생이 뜻대로 잘 안되더라."
 
(사실은 마누라랑 같이 가서 샀습니다.. 고진말이에요. ^^)
 
여러분들께선 어떻게 하다가 그녀석(첫 기계식 시계)과 만나셨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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