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개지지 1521 2007.01.24 21:36
 
 
1. 서문
 
  네......... 참 먼길을 돌아도 왔습니다.
 
  여태 모든 고민들은 어느덧 부질없이 느껴지지요. 처음에 적당히 배우고 지를 타이밍을 놓치고, 이런 저런 시계들을 직접
발품을 팔아 목도하면서 눈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시계에 대한 열정을 공감해주시는, 그런 열정을 저에게 전염시킨 많은 분들의
도움과 더불어 그래도 계속해서 지적호기심이 충족되던 시절이었고, "지금의 나"는 어떤 시계가 좋을거 같다....라는 주관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몇백만원 이라는건 다들 동의 하시겠지만 작은 돈이 아닙니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자신에게 돈이 얼마나 있냐를 떠나서,
돈이 불어나는데는 투자에 있어서는 복리효과의 힘을 탄 "시간"이라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그런 큰 돈을 쓰는건 어쩌면 자신이 돈을 벌수있는 수단을 위한,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업료로 써야 어찌보면
더 응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리 후 몇일간의 시간이 지나도록 후회는 남지 않습니다. 소비
자체에 대한 후회도, 소비의 선택 대상에 대한 후회도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조심스레 내려야 할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시계를 사기위해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돈을 모은다는 실천에 대해서 체득하였고, 내가 단순히 후일의 "소비"를 위해서 지금 "투자"하는거다 라는 애매한 개념보다
내가 어떤 느낌과 성취감를 위해 "투자"라는것을 해야하는 것인가라는걸 배웠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너무 자기합리화일까요?
(정작 다들 돈을 모으고 나면 그 과정을 떠올리게되어 소비를 오히려 안하게 된다지만........ 저에게 있어서 시계는 그렇지가
않은거 같군요. ^^;)
 
 구두에 빠진적도 있고,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에 빠진적도 있었지만 철없이 부모님 돈으로 그런 취미를 즐기던 시절을
벗어나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_-;) 제 스스로의 근성이 가미된.......... 네........ 제가 원래 서두가 좀 깁니다.....
저의 시계 마크 16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디카가 수중에 없고 그렇다고해서 조만간 수중에 들어올거 같지도 않으니 퍼온 사진 하나 딸랑 올리고 진행하겠습니다. ^^;
 
 
 
 
2. 시계 자체에 대한 저의 짤막한 감상입니다. TF의 알라롱님의 리뷰와 중복되는 부분은 최대한 빼도록 하겠습니다. ^^;
   a. 케이스
      전 마크의 군용의 역사에 대해선 오히려 간과하고 싶어합니다. 현재의 직업도 직업인지라 군용이라면
제발 좀 벗어나고 싶다라고 누누히 말해왔었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에서 언급되어있듯이 유광과 무광의 조화가
아름다운 케이스 입니다.  제 방식대로 표현해볼까요? 조나단 쌔끈합니다. 특히 그냥 보통 모서리 부분에 유광처리가
되어있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이 피니싱이 들여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감흥을 자아냅니다.
 
      전체적으로 겸손한 외모이지만 이 모따기와 크리스탈 바로 옆의 유광처리는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좀 거슬리면서도 신기한 부분이 있다면...... 러그의 케이스백 쪽이 엄청 날카롭습니다. 손을 대면 베일거 같은 느낌!
손을 대면 섬찟하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손목 위에서는 이 부분이 손목에 닿을 일이 전혀 없기때문에 착용시에는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이 날카로움이 시계 주인이 아닌사람이 함부로 만지면 다친다~ 하고 얘기해
주는거 같기도 합니다.
 
     무광처리의 결도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사진으로는 보고 느끼기 쉽지 않았던 부분이고요.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것은 케이스의 직경과 두께입니다.
착용시에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계가 없는듯 시계를 차고있다고 잊어버리는것도 아니고......
절묘합니다! 특히 두께는 11.5mm 라는 스펙상의 두께가...... 이렇게 편한 두께인줄 몰랐었습니다. 직경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1mm의 차이가 이 작은 시계의 세계에서는 미치는 영향이 많은거 같습니다. 
  제 손목은 16~17cm 정도인데....... 착용감, 손목위에서의 밸런스, 손목을 구부리는데 없는듯 편함... 모든것이
아름답습니다. ^^;
 
 b. 다이얼
[사진 출처: TF 대표 동안 알사마님의 마크 리뷰]
 
다이얼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움은......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됩니다. 단순히 무반사 코팅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케이스와의 조합때문에 그럴수도 있는것 같습니다.
 
원래는 저는 마크16의 시계바늘이 마음에 안들고 괜히 멋부린거 같아서, 게다가 가격도 더 저렴하게 구할수 있는
마크 15를 찾아 해메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 마크 16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히게 된건 마크 16의 외모에 정통성이 심히 떨어진다는 주제의 토의를 거치면서
였습니다. 파일럿 시계의 적자인 B-uhr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마크......... 그냥........ 이게 이뻐보입니다. 문제는 빅파일럿도 
이뻐보이기 시작한  거라는게 가장 큰 문제이지만요. 저건 너무 크잖아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착용하신 분들을 보니
다들 얼마나 멋져보이시던지. ^^;;
 
 
3,6,9가 없는 모습이 시계 다이얼에 Crosshair가 있는것 같은 인상이 더 깥끔하게 펼쳐집니다. 좌우 위아래로의 균형도
더 잘맞아 보입니다. 팔불출스러운 의견일 수도 있으나........ 정말 그렇습니다. ^^;;
 
 
c. 스트랩
 
  악어가죽 스트랩입니다. 악어가죽이라고 안써있어서 소가죽에 프레싱을 한걸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 질감이 악어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여름도 다가오고 주위에서 자꾸 부추겨서 5연밴드가 끌리기도 하지만........ 계속 악어가죽이 제일 잘어울린다고
자위(-_-;)하고 있습니다. 브레슬렛 착용샷을 보니 시계가 아예 달라보여서 정말 시계 하나 더 사는 셈 치고 지를만 하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다시한번 무조건 외치겠습니다. 악어가죽 최고!
 
  악어가죽줄이 세련되어진 마크16의 새로운 외모에 버팔로 줄보다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IWC의 디자인 담장자들은
얼마나 많이 고민 했겠습니까. 그들의 고민을 믿는 측면도 있습니다. ^^;
 
  d. Movement
 
아쿠아 타이머 속에 들어있는 IWC Cal 30110의 사진입니다.
흔하디 흔한 2892가 들어가있는 무브라는게 마음에 걸리냐구요? 전혀 안그렇습니다!!!
조립되기전 ETA의 수정으로 스위스 에보슈의 전통을 계승하는 형태일 뿐더러......
믿을만하고......... 정확하고.......    게다가 이 두께의 마크를 가지게 해준다는게 좋습니다.
 
우리가 그리도 검증된 정치인을 찾듯이..... 저도 검증된 무브를 반갑게 맞이할 뿐입니다. ^^;;
 
그리고........ 저같은 입문기의 시계돌이에게 있어서......... 2892는 꼭 경험 혹은 소장해야할 우리 세기의 대표 무브가
아니겠습니까.
 
무브의 실질적인 사용상의 검증에 있어서...... 얼마나 천재적인 설계자가 만들었는가.... 얼마나 훌륭한 브랜드가
제작과 조립을 수행했는가는 사실 어찌보면........... 감성으로 이해하는 부분인것 같습니다.
 
절대적으로 믿을수 있는건........ 그 무브먼트의 "역사적"인 검증입니다. 범용 무브인만큼 방대한 검증을 거쳤다는점이
소량생산되는 무브먼트보다는 더 수학적으로, 머리로 믿을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기계식 시계의 매력은 이 부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일수 있게도 하지만요.....)
 
 
 
3. 결론
 
 이 시계를 저 혼자서 들여다보고 얻은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지만...... IWC라는 그래도 어느정도의 프레스티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도 높지만...... 가장 감동스러운 순간은.........
시계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제가 마크 16을 차고있는걸 보고 "시계 이쁘다. 근데 되게 잘 어울린다" 라고 말할때였습니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계를 차는건 아니지만.......... "잘 어울린다"라는 말이 너무나도 고맙게 들려졌습니다.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요?
분명 저에게도 더 잘 어울리는 시계가 있을수 있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이 시계가 더 잘 어울릴수도,
이 시계보단 마크 15가 더 잘 어울릴수도, 아예 완전히 다른 시계가 잘 어울리실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제가 분명하게 느끼는건 저에게 잘 어울리는 시계중에 하나를 드디어 만났다는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마크 16은 그냥 마크 16으로서의 의미 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에 입문하면서 알게된 많은 분들과의
인연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냥 모르고 지나쳐 살았을 많은 분들을, 세계를 시계로 인해 알게 되었고, 지금 제 손목위의
마크 16은  제 고민의 결정체이기도 하지만 그 인연들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세련되어 보이고, 믿음직하고, 착용하기 편하고, 전통이란것의 가변성을 보여주는 마크 16. 게다가 이런 이야기까지
담게 되어버린 시계인데 제가 어찌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나중에 장기 사용기를 올리고 싶습니다. 그때쯤에는 사진도 같이 찍어서 올릴수 있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1월 24일 개지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PROBUS SCAFUSIA [138] cr4213r 2008.12.09 17645 26
공지 IWC FORUM BASICS [150] cr4213r 2008.05.31 27781 14
Hot IWC 인제니어 크로노 구매겸 서비스 후기 (IWC3725-01) [12] johanlee 2024.03.26 1478 4
Hot 펠라톤 와인딩 오너들에게 드리는 제안 [16] mdoc 2024.02.28 1964 11
Hot 뉴 인제뉴어 삼인방! [25] darth vader 2024.02.13 2567 3
Hot iwc 부엉이 세븐데이즈 정식 오버홀 관련입니다. [2] 닌자7 2024.02.06 1014 1
» [Pilot's Watch] IWC Classic Pilot's Mark XVI 사용기 [38] 개지지 2007.01.24 1521 0
2024 [Pilot's Watch] 빅파 충동구매 ㅠㅠ [35] file daddaism 2017.01.15 1510 1
2023 [Pilot's Watch] 결국 마크18로 입당했습니다. [27] file NotThat 2016.11.22 1505 0
2022 [Pilot's Watch] 마크 18 구글링 해보니까 이런 모델도 검색되네요. [18] file 표적 2016.01.06 1505 1
2021 [Pilot's Watch] 【스캔데이】 니가 왕자면.. 난 황태자다...!!! ㅋㅋㅋ ^^* [42] file 레드베니 2013.10.18 1504 2
2020 [Pilot's Watch] 마크18 어린왕자로 인사드립니다. [23] file 빈티지사랑 2017.02.13 1495 0
2019 [Pilot's Watch] 마크17 브레이슬릿 사기조심하세요~ [38] 멨돼지 2019.04.22 1491 9
2018 [Pilot's Watch] 마크18 어린왕자 브레이슬릿 구매~ [24] file 바보사랑 2016.10.07 1486 0
2017 [Pilot's Watch] IWC 사랑 [31] file 건전한 2016.03.04 1485 2
2016 [Pilot's Watch] 마크 18 어린왕자로 입당합니다!! [34] file 인사이더 2016.12.13 1464 0
2015 [Pilot's Watch] 파일럿워치 가격인상이라네요 ㅠㅠ [24] file GOOJE 2019.12.15 1462 0
2014 [Pilot's Watch] 어제 매장에서 디버클 구매를 했습니다. [10] file blackfleece 2016.07.08 1461 1
2013 [Pilot's Watch] IWC는 처음이네요 어린왕자로 인사드립니다. [29] file 군사마 2017.06.25 1455 5
2012 [Pilot's Watch] 구형 빅파 [38] file 카푸치노 2017.08.17 1454 3
2011 [Pilot's Watch] IWC 파일럿 36mm 구매했습니다. [19] file 사투용 2017.05.27 1452 3
2010 [Pilot's Watch] 마크17어린왕자 마크18어린왕자 [6] 빠라쑝 2016.04.21 1441 0
2009 [Pilot's Watch] IWC포럼도 예전같지 않네요. [15] file 감독님 2018.08.04 1440 3
2008 [Pilot's Watch] 마크 18 어린왕자 브레이슬릿 로 입당합니당 [9] file 훈남이 2016.10.09 1436 0
2007 [Pilot's Watch] 아,꿈에도 그리던 빅파일럿!!! [40] 주윤발 2006.09.15 1435 0
2006 [Pilot's Watch] 빅파 어린왕자로 입당해요~ [22] file 초절정완소 2016.11.24 143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