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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바 1501 2011.01.20 21:48

*  LUMINOX 7102  사용기.

2002년 월드컵의 열기도 추억도 식어버리고, 신규 아이템 개발로 연구소밖을 나갈수도 없었던 2003년 3월, 잠시 휴식시간에 들어간 인터넷...옥션에서 누미녹스 7102를 주문 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34mm 미들사이즈에 앙증맞은 핸즈가 신기했습니다.

루미녹스 답지않게 작은 사이즈의 케이스에 18mm 러그사이즈의 튼튼한 스틸밴드가 달린, 나름 다이버용으로도 사용가능한 200미터방수, 다이버슈트용 연장버클까지...

2003년 5월, 사운을 걸었던 개발 프로젝트는 멋지게 성공했고, 개발팀은 인센티브를 챙겨 각자 해외 보상휴가를 떠났습니다. 물론 7102도 함께 하였지요.

당시 IMF의 어두운 터널을 같이 걸어나오며,  결국 명퇴의 길을 걸었던 주변 동료들의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들모두 대한민국의 A급 엔지니어였고,  80년대 경제도약시대의 동기생들 이였기에...

 

몇년후 우리가 개발한 프로젝트와 금형기술들을 적용한 자동차들이 미국시장과 중국을 멋지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우리가 이룬것이 무었이였는지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그토록 오르지 못하던 고급 승용차로서의 조건,  소음과 진동을 잡은 겁니다. 중국도, 인도,.러시아,브라질..까지도 차를 만들지만 그들과 우리의 기술이 차원이 다르다는걸 보여주는 그것...엔진평형(Balancing)기술 입니다.

이후 열심히 살아가며.. 베젤의 시간계는 마모되어 갔지만...

머리의 흰머리도 늘어가고, 이마의 주름살도, 그리고 아이들도 많이 컷지만...결국

저는 7102와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2007년의 라이딩사고로 유리가 깨지고, 케이스가 밴드에서 분리되고, 밴드의 충진고무도 삭아서 떨어져나가고, 베젤도 상부에 큰 긁힘이 생겼었지만... 미림시계의 정성어린 AS와 직접해본 폴리싱작업에 의해 1년만에 재탄생한 7102..

2009년 4월에는 그토록 오랫동안 버텨온 받데리가 임무를 완수하고 교체되며 오버홀 하였답니다.

약 6년만의  받데리교환과 오버홀이네요.

굳굳하게 세월을 이겨낸 덩치작은 큰형님 7102의 사용기를 즈음해, 6104/6402 루미녹스 형제들이 지원샷에 나섰습니다.

가끔 손목에 올려보는 7102.

빅사이즈의 시계들이 난무하는 요즘. 미들사이즈의 예쁘고 의젓한 과거의 시계들이 그리운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주물식과 프레스/가공식도 아닌 보기드물게 냉간단조식의 강인한 케이스를 가진 7102.

요즘은 왜 그런 루미녹스가 없는지...아쉽기만 합니다.

 

빈티지의 오랜 연륜도, 지샥의 업적도, 세이코의 영광도 없었지만...

본인의 인생과 함께한, 영구소장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