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建武 635  공감:3 2012.05.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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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까르띠에라는 브랜드를 생각하시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까르띠에와 남성 시계를 연상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까요?

 

까르띠에, 피아제, 쇼파드.

정말 훌륭한 기계식 시계들을 만들고 있고 진정한 Manufacturer들이지만, 일반적인 인식은 보석 브랜드라고 되어있는 비운의 브랜드들입니다.

 

특히 까르띠에는, 약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최초의 손목시계를 만든 브랜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까르띠에의 최근 남성시계에서 보여지는 행보는 정말 놀랄만큼 진지하고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에 다른 브랜드들에 보여주지 못하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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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타임포럼의 모더레이터 및 리뷰어 몇명을 까르띠에에서 초청해주어서 Finewatchmaking Watch class에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청담동의 까르띠에 메종. 일종의 Flagship store인데 저도 방문은 처음해봤었습니다.

 

Watch class라는것은 일반적으로는 기계식 시계들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동시에 자신들의 시계의 우수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자리인데 과연 까르띠에라는 곳은 어떻게 할런지, 그리고 타임포럼의 사람들을 초청해서 어떤 얘기를 들려주려 하는지 상당히 궁금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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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분위기는 훌륭했습니다. 역시 메종이라는 이름을 단 매장 답구나 생각이 들었지요. 뭐 세세한 것은 직접 방문해서 보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청담동 거리에 있는 매장들이 독립매장들이다 보니 백화점 매장들보다는 방문하는 손님들이 아무래도 적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더 친절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적거든요. 그리고 고객은 편한 쇼핑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지갑은 열리고, 가벼워지는.. 음음. 그런 부작용도 약간은 예상이 됩니다.

 

아무튼 2층에 도착하자 이미 몇몇 분들이 와계셨고, 곧이어 까르띠에 직원분들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준비된 다과도 맛있었고요, 전체적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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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이어진 와치클래스의 프레젠테이션. 그러나 내용 자체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자료 같았고, 저희 일행들에게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아주 간략하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는 2009년부터 시작된 Cartier의 Finewatchmaking watch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들이 이 Finewatchmaking 시계들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죠.

 

아시다시피 기계식 시계의 기술은 이미 Mature technology입니다. 신소재를 적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브라함 브레게 이후로 부터 혁신적인 기술적인 발전은 이루어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의 금속가공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작고 정교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도리어 오버사이즈 시계의 유행이 불면서 그러한 것도 별 의미 없이 과거의 유산들을 다시 발굴해서 조금씩 더 발전시키는, 아주 작은 정도의 기술적 발전만 이루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기계이라 하더라도 모두 공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물건은 아닙니다. 패션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것은 하나의 디자인적인 요소가 고려된 예술적 기계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점에 있어서 까르띠에는 보석 브랜드가 시계를 예쁘게 만들기로 하면 어떻게 예술적으로 잘 만들 수 있는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양만 예쁘게 해놓는 시계들은 아닙니다. 특히 Finewatchmaking 시계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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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에 있던 시계들 중에서 제 시선을 가장 먼저 끌어잡은 것은 Rotonde skeleton Tourbillon 이었습니다. 45mm라는 거대한 케이스 안에 있기는 하지만, 이 시계의 아름다움은 정말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습니다 (에 뭐 물론 정말 아름다운 가격으로는 표현이 되더군요...).

 

시계의 무브먼트를 skeleonize 하여 뚫려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뚜르비용 모두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시계 브랜드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까르띠에는 그것을 굉장히 예술적으로 잘 합니다.

 

 

 

다른 시계들도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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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Rotonde로 돌아와서..

 

사진으로는 이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지 않는 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마치 다이알의 인덱스처럼 보이는 저 숫자 부분들도 모두 무브먼트의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고급 무브먼트의 브릿지에서 보이는 피니슁들이 모두 저 숫자들에 가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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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냐 하면 저 숫자들의 옆면에도 모두 앵글라쥐 피니슁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금속의 옆면을 사선으로 깎고 모두 갈아서 반짝반짝하게 폴리슁해놓았다는 말이지요. 저 작업은 기계가 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 손으로 해야하는것이고 노가다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저런 마감을 할 때 가장 어려운게 무엇이냐, 바로 앵글라쥐의 예각처리입니다.

 

예를들자면 저 인덱스의 X자 안쪽에는 무려 예각이 4개나 있습니다. 아 물론 두개는 90도는 넘으니까 수학적으로는 둔각이지만 따지지 말고 일단 넘어가기로 합니다. 저 안쪽 부분을 손으로 마감하면서 옆면을 동일한 각도로 깎아내고 반짝반짝하게 폴리슁하는 작업은 그냥 일반적인 평면의 브릿지를 마감하는 것이나 돌출된 부분을 마감하는 것보다 몇 배나 까다롭습니다.

 

보통 무브먼트에 그러한 예각 앵글라쥐 처리가 몇개만 있어도 아 이거 신경써서 만든 무브먼트구나 라고 생각할텐데, 이 스켈레톤 무브먼트에는 당췌 예각이 모두 몇개인지 세어볼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브릿지들을 떼어네서 하나하나 가공하고 다시 조립하면 쉬울텐데 저 무브먼트의 outer ring을 보면 갈라진 틈도 보이지 않는 것이 그냥 하나의 통짜 브릿지인것 같아서 무브먼트 마감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나려고 합니다.

 

가운데 시계를 직접 가게 하는 무브먼트는 2개의 브릿지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이 브릿지들도 마감이 아주 죽을것 같이 잘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무브먼트 전체 사이즈는 매우 거대한 편이지만 시계를 구동시키는 부품들은 아주 작고 가운데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작고 얇은 무브먼트이고 또한 메인휠로부터 3번차 4번차 뚜르비용 케이지까지가 일직선으로 연결이 되게 되어있습니다. 그냥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만드는 것만도 머리에 쥐가 날 만큼 어려운 작업일텐데 그 안에서 구동계를 작고 얇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배열까지 신경쓰고 있습니다.

 

거기에 단순히 밸런스 휠을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뚜르비용 케이지를 돌리는 데에도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싱글배럴을 통해서 전해지는 파워는 50시간동안 전달이 됩니다. 어떻게 무브먼트를 효율적으로 만들었기에 그런 파워리저브가 나오는지 정말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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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자세히 보시죠. 정말 기가 막힌 무브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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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onde도 있었지만 이 Santos-DuMont도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계의 크기나 모양에 있어서는 이쪽이 훨씬 더 적절한 사이즈였고, 뚜르비용이 없기 때문에 가격도 훨씬 착해서 더욱 마음에 든 시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서 그 가격이 현실적이냐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타이거우즈랑 골프 내기 하는것과 코비 브라이언트랑 농구 내기 하는 것 중 어느쪽이 더 미친짓인가 뭐 그런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시계는 트윈 배럴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파워리저브가 70시간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대신 Rotonde와 같지 않게 트윈배럴이기 때문에 배럴부터 밸런스 케이지까지 일직선으로 아름다운 브릿지 모양이 되지는 않는다는게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요.

 

 

 

 

까르띠에의 Finewatchmaking 시계들을 보고 싶었지만 워낙 고가의 시계들이고 매장에 진열도 잘 안되어 있기 때문에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모두 만져보고 착용해보고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까르띠에는 보석 브랜드, 보석박힌 시계나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하실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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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그런것도 분명 잘 만들기는 합니다. 그것도 숨넘어갈 정도로요. 저처럼 예술에 대한 문외한이 보더라도 이런건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이고 훌륭한 무브먼트들을 갖추고, 동일한 기능의 무브먼트라도 까르띠에가 만들면 훨씬 더 예쁘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이 Finewatchmaking 시계들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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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미국 워싱톤 DC의 National Museum of Arts를 정말 할일 없이 방문해서는 정말 할일 없이 아무런 기대나 생각도 없이 그냥 거닐다가 어느 한 그림 앞에 멈춰서서 한동안 그 그림만 쳐다보다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Finewatchmaking 시계들을 보고 나온 제 마음에는 그때와 같은 뿌듯함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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