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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663 2007.10.31 18:05

얼마전 타임존의 미네르바 포럼이 폐쇄되었습니다. 미네르바는 2000년 룩셈부르크 투자가 그룹에 매수되어 고급화의 길로 나섰지만 그리 신통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경매 형식을 거쳐 리치몬드 그룹에 재매각됩니다.

 

 

 

TZ 한정 모델 <사진 출처 : SteveG 홈페이지>

 

미네르바는 거의 유일하게 저렴한 가격에 자사 무브먼트를 담아 심플하면서도 단아한 케이스로 시계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메이커였습니다. 비록 무브먼트는 세련되지 못하고 피니싱은 거칠었지만 마치 소박한 옹기처럼 부담 없고 퍽이나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나쯤 가져보고 싶었지만 화려한 다른 시계들에 눈이 팔려 번번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었습니다.

 

 

SIHH의 회장에서 잊혀졌던 미네르바는 몽블랑의 콜렉션 빌레 1858’ 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옹기와 같던 옛 모습은 2000 1차 매각된 이후부터는 세련되게 만들어진 도자기처럼 변해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작이 용이한 직선적인 브릿지를 사용하던 옹기는 세련되고 매혹적인 곡선으로 탈바꿈 되어버렸고 이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움으로 가득 차게 되었지요. 브릿지의 모서리를 매끄럽게 만드는 앵글라쥬, 골드 샤톤에 둘러한 큼직한 루비, 썬 버스트 모양으로 가공된 라쳇 휠, 매혹적인 스완넥 등등.

 

 

창업가이자 사장을 비롯해 미네르바의 20명이 채 안 되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시계사들이 손으로 만들던 무브먼트는 이제 몽블랑의 이름을 달고 판매됩니다. 전 예거 르쿠르트 사장 출신의 앙리 존 베르몽은 이번 매수를 위해 몽블랑에 초빙된 인물로 그에 의하면 연간 200개 정도의 미네르바 무브먼트가 생산될 것이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과연 입고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소량 한정 생산됩니다) 대략 정해진 리테일 예상가는 미네르바 시절 2000불 남짓하게 팔리던 Cal.48 (비록 화려하게 변신은 했다지만) 40,000 불이 넘을 것 같습니다. 2번에 매각에 소요된 비용과 향후 무브먼트 공급을 위해 투자될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미네르바와 같이 정직한 메이커를 들여다 보면 그들의 시계 만들기에 감동을 받아 감성에 젖게 되어 40배나 비싼 가격을 받는 몽블랑을 욕하게 되지만, 냉정히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내심 마음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미네르바가 돈 대신 받았던 찬사에 취하지 말고 조금만 더 영약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제 미네르바라는 이름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듯 합니다. 리치몬드로서는 브랜드로서의 미네르바가 아니라 메이커로서의 미네르바가 더 필요했던 모양이니까요. 다만 한가지 다행인 것은 콜렉션 빌레 1858’에 사용된 무브먼트의 브릿지 위에는 아직도 미네르바라는 각인 선명히 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미네르바에의 헌정을 담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가 더 크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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