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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1073  공감:17 2012.04.01 03:34

안녕하세요. 스위스 포럼을 방문해 주신 회원님들. Eno(이노) 인사 드립니다. 



뜻하지 않게 최근 제 글이 연달아 공지에 오르는 바람에, 이번 스위스 포럼 이벤트는 그냥 빠질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반면 또 어떤 모종의 책임감 마저 느끼게 되어 이벤트 활성화를 위해 참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더군요.


일전에 호호맨님께서도 말씀해주셨지만, 저 역시 TF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더이자(저도 호호맨님처럼 아직 뵌적은 없습니다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동안 항상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부족한 글에 이런저런 격려도 주시고 스위스 포럼 분위기 조성을 위해 늘 바쁜 시간 쪼개어 

봉사하시는 우리 스위스 포럼 대장이신 토리노 님을 봐서라도 어떤 의무감 때문에 더 이 이벤트 참여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 글의 주제는 이벤트 참여글이라기엔 너무나 뜬금없고 무거운 주제인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image.jpg 

폴란드 출신의 화가 '백진스키'의 작품입니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가장 심란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화가 중 하나지요.  



그렇다고 여기서 화가의 작품 세계 얘기나 하자는 건 물론 아닙니다. 

오늘 제 글은 다분히 개인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 외할아버지의 기일이었습니다. 전 이 즈음이 되면 늘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옵니다. 

물론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는 벌써 10여 년 가까이나 됩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저 하늘나라로 가셨으니까요. 






위 동영상의 기타 연주를 들어보시면 아마 많이 귀에 익으실 겁니다. 클래식 명곡인 <Grandfather's Clock>이란 곡입니다.  

히라이 켄이라는 일본 가수가 또 절절하게 노래로 불러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도 제법 널리 알려진 곡이지요. 



몇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저녁 시간대였습니다. 당시 하던 일을 마치고 쓸쓸히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어디선가에서 이 할아버지의 시계라는 곡의 

기타연주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그래서 문득 주위를 둘러 보니, 그 인근에 있던 한 작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곡이었습니다. 


전 그날 밤의 그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도 추위를 느끼기는 커녕 그 자리에서 서서 그 잔잔한 클래식 기타의 선율을 한동안 경청했습니다. 

물론 전 이 곡의 제목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전에도 여러 번 들었었기에, 그 음악을 듣는 순간 뭐랄까요... 갑자기 묘한 전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감상적으로 변한 제 마음 탓인지 코끝이 시려와 결국 눈물 한 두방울을 떨구었던 기억이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생생합니다. 



death_maid1.jpg

에곤 쉴레의 <죽음과 소녀>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된 작품이지요. 




아주 어릴 적 저는 부모님이 두 분 모두 매우 바쁘셨습니다. 두 분 다 일을 하셨고, 그래서 자주 할아버지 댁에 맡겨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 신기하게도 저희 할머니는 저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성격이 괴팍하고 고집이 세고 장난이 심해 버거운 아이라고 규정하신 거였죠.

 

반면 저희 할아버지는 늘 이런 저를 이래저래 살뜰하게 챙겨주셨습니다. 

같이 자전거도 타고,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할아버지가 동네 어르신들과 약주라도 드시러 시내로 나가게 되면 같이 쫄랑쫄랑 따라 가기도 하고, 낚시터에 가기도 하고, 

점심이나 저녁도 챙겨주시고, 암튼 그 힘든 베이비시터 역할을 할아버지는 그 시절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도 기꺼이 자청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조금씩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전 어릴 적 가장 좋은 소꿉친구였던 할아버지란 존재를 늘 잊지 않았습니다. 

주말이면 외갓집에 안 가냐고 조르기도 하고, 밤마다 전화기를 붙들고 할아버지에게 쓸데없는 하루 일과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방학 때면 꼭 다시 내려가 집에 오기 싫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유년시절 제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는 분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을 거쳐, 어느덧 질풍노도의 고등학생이 되면서 저는 점점 그 분에게 눈에 띄게 소홀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과 달리 연락도 거의 안 드렸고, 

가끔 명절 때만 그저 형식적으로 찾아 뵙는 나쁜 손자가 된 것이지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늘 반갑게 저를 맞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요. 

그 말씀의 일부라도 지금은 기억을 해내고 싶지만 전 그리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너무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그러고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5교시 즈음 수업을 듣는데 엄마가 선생님을 통해 연락을 해왔습니다. 

지금 빨리 준비해서 어디 어디로 오라는 것이었죠. 그렇게 나갔더니 엄마는 차를 이끌고 저를 픽업해 외갓집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 그 전까지 할아버지가 몇 달 간 병원을 출입하시고 큰 수술도 하시려다 포기하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었습니다. 

일부러 저희 부모님이 예민한 제가 괜히 신경쓰게 될까봐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 것이었죠.(또 제가 방학 동안 미국에 다녀온 바람에 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몇 달 만에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데 머리가 띵했습니다. 그냥 멍해져서 외갓집까지 가게 되었지요. 

그러고 그 분을 보게 되는데.... 



안방 상석에 자리를 깔고 누워 계신, 한쪽에는 병원에서 가져온 듯한 링겔까지 꽂혀 있는 그 모습은 제겐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안 본 몇달 만에 너무나 수척해지신 할아버지...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림 속의 병자처럼 피골이 상접해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은 제가 최초로 목도한, 망연자실 죽음을 기다리는 이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그 날 영면하시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더 아파하셨고, 고생을 하셨지요. 물론 이미 병원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해서 

집으로 옮겨 모신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 손자 손녀들, 수많은 아들 딸들이 다 멀리서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천천히 자식들을 다 불러 들여 한 자리에 모이게 하시려고 그렇게 며칠을 더 견디셨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11.jpg 

뭉크의 <죽음과 소녀>. 



가족들은 돌아가면서 교대로 식사를 하고 할아버지 곁을 지켰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는 저와 할아버지 단 둘만 그 크고 썰렁한 방에 남게 되었습니다.  

전 그 시간들이 솔직히 너무나 정말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네... 아직 어린 소년이었으니까요. 철딱서니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계속 불안불안해 하면서 

병석에 누운 할아버지 옆을 똥마린 개마냥 서성대다 할아버지 방 한구석에 놓여진 책장과 장식장 등을 뒤적이며 계속 정신산만하게 딴청을 피웠습니다. 


그러다가 장식장 제일 하단 미닫이를 여니, 그 곳에 작은 단지 하나가 있는 게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그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안엔 꿀이 들어있었습니다. 단지의 바깥 상자를 보니 무슨 특산 꿀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저는 근데 그 순간 아주 이상하고 기묘한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냥 뭔지 모르게 갑자기 미친듯이 허기가 지기 시작했고 부지불식간에 손가락 두개를 푹 집어넣어 그 꿀을 조금씩 꺼내 핥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너무 맛있더군요. 그건 지금까지 먹어본 가장 달콤한 꿀맛이었습니다. 전 갑자기 허겁지겁 손가락을 깊게 넣어 그 꿀을 와구와구 퍼먹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손가락을 쪽쪽 빨며 몰두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응응응...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고개를 휙 돌려 바라보니, 

할아버지가 누운 자리에서 살짝 손가락을 드시며 희미하게 미소지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마치 산 송장처럼, 식물인간처럼 손하나 까딱 못하시고, 눈도 가끔 끔벅거리는 게 전부셨던 할아버지가 정말 놀랍게도 제게 손짓을 하고 

얼굴은 한결 밝아지신 것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속에서 울컥하더군요. 그래서 꿀단지를 제자리다 넣어 놓고 바로  

할아버지 곁으로 가서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그 때 제 손에 닿았던 할아버지의 미미한 온기가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온기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날 새벽에 영면하시고 말았지요. 저는 그 임종을 못 봤습니다. 어른들이 또 못 보게 했지요. 



할아버지의 돌아가심은 제겐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첫번째 사건이었고, 처음 목격한 진정한 의미의 죽음이었습니다. 


사실 전 어릴 때 남동생도 한 명 세상을 떠난 기억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의 죽음은 그렇게까지 큰 의미나 기억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땐 너무 어렸고, 그저 조금 슬프다, 같이 놀 동생이 없으니 이상하다, 뭐 이 정도였지 그렇게 가슴에 사무치고 그렇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은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형언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이었습니다. 당시 사춘기였기 때문일까요? 



할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다음 날, 가족들은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모였습니다. 사실 그 자리는 어른들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도, 전 

끝까지 우겨서 결국 다시 할아버지댁에 갔습니다. 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할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을 보고 느끼고 싶었나 봅니다.   



그때 엄마랑 이모들은 갖은 옷가지를 정리해 한 쪽에 쌓아두었고 그걸 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방에 모인 남자 어른들은 각종 문서며, 자잘한 소품 같은 것들을 정리해 나갔는데, 그 중엔 손목시계도 하나 있었습니다. 


큰 삼촌이 그 조금은 오래된 시계를 서랍 속 한 작은 상자에서 꺼내자마자, "어, 우리 아버지 롤렉스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시계를 몇번을 요란하게 흔들더니 "시간 잘 가는데?"라고 덧붙였던 기억도 생생히 납니다. 


전 뭔가?하고 호기심에 다가가 그 시계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손에 시계를 쥐어 보니 일단 전체 골드라서 그런지 엄청 무겁더군요. 

그리고 금두꺼비같이 참 샛노랗고 특이하게 생긴 시계라고 당시엔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삼촌이 시계를 제 귓가에 가져다 대면서 "자... 들어봐 시간 가는 소리가 나지?"라고 하더군요. 

전 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시계가 살아 있어.... 째깍째깍... 이상한 소리가 나..... 



어린 마음에도 그 순간이 신기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전에 그런 종류의 기계식 시계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시계는 당연히 집안의 장자인 큰 삼촌이 물려 받았습니다. 고로 전 그 이후로는 그 시계를 잘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제게 두 가지 잊기 힘든 큰 기억을 안겨 주었습니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잃은 듯한 깊은 슬픔,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계식 시계와의 첫 조우...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군대에 가고, 다시 군에서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고... 

어느 덧 대학 졸업을 몇 해 앞둔 나이의 청년이 됩니다. 



그런 어느날 저의 부모님은 제게 하나의 선물을 해주십니다. 당시 제 생일 즈음에 맞춰 말이지요. 


DSCF0031.JPG   


그것은 다름아닌, 롤렉스의 데이져스트였습니다. 



제가 난생 처음 선물로 받아본 기계식 시계이자, 실제로 제 첫 기계식 시계 입문용이자, 또한 처음 경험하는 고가의 물건이었지요.


전 당시 부모님이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이 시계를 제게 선물할 생각을 하시게 됐는지 그 자세한 연유는 잘 모릅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자랄 때도 부모로부터 무슨 시계나 고가의 생일선물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언젠가 제가 할아버지의 롤렉스 얘기를 꺼냈다는 점과 더불어 제가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를 종합해 이 시계를 선물한 것이라 전 막연히 헤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전 이 시계를 그다지 아껴 주지 않았습니다.(사실 공부하고 어쩌고 하느라 바빴지만)

당시엔 물론 시계 자체를 차긴 했어도 쿼츠제품만 착용했지, 굳이 이 낯선 종류의 시계를 찰 하등의 이유를 못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기계식 시계에 거의 매력을 못 느끼고 열정이 없던 시절이었지요. 


그리고 더불어, 롤렉스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과거 할아버지의 유품을 연상시켜서 왠지 모르게 심리적인 역작용을 일으켰습니다. 

항상 차고 내 것으로 호흡하기엔 뭔가 보기만 해도 묘하게 할아버지의 존재를 연상시키게 하는 면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왠지 모를 거부감...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 또한 부모님의 선물이란 점이 더해져서 더 함부로 못 차겠더군요. 

그래서 거의 모셔만 두거나 가끔씩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아껴 착용하고 그랬습니다. 



IMG_0717.jpg


그렇게 또 세월은 흘러 저는 대학을 졸업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첫 직장을 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월급을 조금씩 틈틈이 모아 그렇게 제가 처음 산 고가의 시계가 까르띠에 탱크 솔로입니다. 



이때만해도 여전히 기계식 시계에 그다지 정이 없었고, 시계를 그저 악세사리처럼 생각했던 저로선 그저 제가 평소 좋아하고 선망했던 스타일의 시계라는 이유만으로, 

이 시계를 구입하게 됩니다. 제가 일전에 글로도 남겼던 사각시계에 관한 이야기를 보시면 제가 왜 이 시계를 구입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실 겁니다.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brand_SwissBrand&category=3699613&document_srl=3551348



하지만 그렇게 또 한해 두해가 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기계식 시계의 매력에 제대로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전 그 즈음부터 다시, 부모님이 일전에 선물해준 데이져스트를 꺼내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트랜드로는 좀 아담한 보이사이즈?의 제품이었지만, 저는 그래도 크게 게의치 않고 잘 착용했지요. 

시계는 몇년을 제대로 사용해 주지 않았는데도 오차도 거의 없이 정말 잘 가더군요. 



하지만 제 돈으로 다시 그 정도의 고급 시계를 또 추가로 구입하기란 여의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즈음 이런 저런 대안을 모색하다 발견한 게 독일 브랜드의 시계였습니다. 진이나 다마스코 같은 시계들이 바로 그것이었지요. 



독일브랜드 진이나 다마스코는 사실 너무나 생소해서 전 따로 어디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서치 도중 타임포럼이란 곳을 처음 알게 됩니다.



그렇게 전 이곳에 입문하게 되었고, 타치코마 님을 비롯한 몇몇 선배님들의 글을 접하고는 

첫 파일럿 워치로 다마스코의 DA36을 구입하게 됩니다.   



DSCF0079.JPG



뭐 그 다음에 이어지는 스토리는 뻔합니다. 그렇게 몇년 간 이곳에서 이런 저런 브랜드와 종류의 시계들을 경험하게 되었고, 비교적 근자에는 


벨앤로스 BR03-92, 독일 브랜드인 진 856 UTC, 스모나 기타 세이코 다이버 같은 일본시계들 정도를 추가로 즐기며 타포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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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포에 가입한지가 엊그제 같은 데, 제가 어제부로 벌써 레벨도 6이나 되고 시간 참 빠릅니다...  

이곳에서 여러 정보도 쌓았고 인연도 만나고, 이런 저런 종류의 글도 써봤으며, 앞으로는 또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있을지 기대되는 면도 있지만, 

중요한 건,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회원으로 계속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너무 장황하게 언급한 듯 하여 본의 아니게 읽는 데 지장을 주었다면 죄송합니다. 

주말 저녁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회상에 잠기다 보니 상념도 저도 모르게 깊어지고, 그리움이 더해져 다소 오버한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할아버지의 체온이 빠져나간 유품 속 시계에서 처음 목격한 새로운 존재감...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초의 기계식 시계의 모습이었고, 제겐 묘하게 애잔한 무엇으로 가슴 속에 응결돼 있습니다.

 

제게 그 시계는 영원한 상실 뒤에 오는 아련한 그리움의 팔딱거림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시계의 주인은 세상을 떠나 한 줌의 흙이 되었거늘... 그 시계는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며 과거와 똑같은 움직임으로 새 날을 열어갑니다. 

그 묵묵한 지속성 속에 감춰진 끊임없는 고동소리... 전 그 소리 속에서 종종 할아버지의 심장소리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돌아가시기 전 식물인간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그분의 가슴에 저는 얼굴을 묻고, 아직 살아 계신가? 하고 확인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한 소년이 오래된 손목시계에서 처음 느꼈던 환희는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다시 재생된 그리움... 그로 인해 끊임없이 환기되는 아름다운 유년의 추억들... 말로 표현될 수는 없지만 생생하게 느껴지는 어떤 애틋함... 



길고 지루하고 심각하기 짝이 없어 게시판 성격과 어쩌면 맞지 않는 성질의 이런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인사 올리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럼 다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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