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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일을하게 되면서;; 컴터앞에 앉아도 일을 하기 싫음에 재미로 시작한 뻘글입니다만, 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어 -_ -;;; 타포에도 올려봅니다 ㅎㅎ



수필 (이라 쓰고 뻘글이라고 읽는)의 특성상 독백느낌의 반말체는 미리 양해를 드립니다 헠헠


위트아닌 위트나 맞춤법, 요즘 인터넷 어투 등등.. 언어유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가볍게 쓴 글이니 재미로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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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도 두둑히 먹었겠다... 간만에 방망이 깍던 노인을 집필하신 

윤오영 선생님에 빙의하여 수필 (이라 쓰고 똥글이라 읽는디.. 헠헠) 을 시작해본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116520 데이토나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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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년전의 일이다. 학생의 신분으로 허영심에 찌들어 고가의 시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때가 말이다. 사실 시계라는 사물에 애착을 가진건 이보다 훨씬 전의 일이지만, 처음으로 기백만원짜리의 시계를 구입한 때. 7년전인 2009년의 봄이었다. 당시는 비싼거삼 = 티나야 함 = 올림픽 공식키퍼 오메가 퍄퍄 = 크고 아름다우면 좋음 = 핫한 플래닛오션 45.5 미리 = 우왕 굳 할 때이니, 지금 생각하면 시게질 뉴비의 어리석음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본다. 당시 니만형제의 부도로 세계경제는 어수선한 상황이었고, 환율은 무지막지하게 뛰었으며, 시계값이 일년에 3차례나 인상! 되던 시기이도 하다. 본인이 방패간지를 뽐내며, 45.5 미리의 다이버 시계를 셔츠에 들어가던 말던, 복장에 어울리던 말던, 난 오메가 차는 사람이거든요??? 하며 다닐 시기에도, 왕관사의 서브마리너는 최고의 인기제품 중 하나였지만, 살수도 없던 섭마는 졸부의 상징 로오렉스의 시계 였으며, 반값에 더 크고 아름다운 피오가 있었으니, 정신승리하고 혼자서 퍄퍄퍄 하고 다닐떄였다. 누구나 뉴비인 시절은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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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년쯤 지났을까. 내 손목엔 세라믹 서브마리너가 올려져 있었다. 사실 당시에도 신섭에 대한 열망으로 구매를 한건 아니었다. 막 바젤월드에 소개가 된 뒤 실제소비자들에게 풀리고, 너무나도 핫핫핫해서 백화점에서 웨이팅이 1년은 걸리던 시절.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니 무리해서 한번 사볼까? 라는 마음으로 병행신품을 구매하였다. 일단 구하기만하면 수업료는 조금내고 팔면 그만일 때 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손목위의 왕관이 주는, 그것도 로올렉스사의 대표모델 중 하나인 섭마는 나=롤렉스 라는 착각을 주기 충분했다. 그냥 신섭을 차고 있으면 옆집에 살고있는 페더러 형이랑 시계담소를 나눌 수 있을것만 같았고, 주말엔 용인CC 쯤에 가서 타이거형이랑 라운딩 한번 뛸 수 있을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맛 뭐지 이 느낌은.. 롤멘의 시작이었다. "파텍필립이 될 수 없는 롤렉스가 과연 파텍필립이 되고 싶어할까?" 라는 문구가 마음에 너무 와닿았고, 최고의 정신승리를 할 수 있던 시기였다. "너네 로올렉스사의 최고인기 레전드 제품인 신섭은 차보고 말하는거니? ㄲㄲㄲ" 교만이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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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당에 입당한뒤 여러가지 시계들을 차보았다. 그리고 블랙스틸 데이토나를 구매하는 것은 숙명처럼 느껴졌다. 당시 블랙스틸 데이토나의 인기를 말하자면... 매장에 들어가서 데이토나 검판 있어요?? 라고 물으면 종업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호갱님, 데이토나는 구할 수 가 없고 웨이팅도 받지 않습니다. 설령 받아도 2년은 지나야하는데 괜찮으시겠수? 그럼 완납부터 하고, 그 사이에 인상이 있으면 추가금까지 내야한다우 깔깔깔"


압구정 병행샵에서는 신품 1250만원 짜리를 중고임에도 1500만원에 팔고 있었으며, 개인장터에서 1300만원에 올려놓으면 제발 나한테 팔아줘요 유유 하던 시기는, 흑토나의 인기와 그 프리미엄을 짐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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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간이 흘러, 밤놀이의 전성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임온리 금통 드레스 혹은 기타 시계들이 물망에 올랐다. 브레구엣,VC,랑에,쟘보 등등.. 물론 이때도 흑/백토나를 이미 차보았고, 15300 을 착용하고 있었을 때 이므로 흑토나에 대한 열망은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평생을 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질리지 않게 착용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다시 한번 블랙스틸 데이토나 116520 을 선택하는 두번째 인생일대의 실수를 하게 된다. 물론 첫번째는 결호... 아 아닙니다 ㄷㄷㄷㄷ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가 바뀌어야 미래가 바뀔텐데... 흙흙


암튼 이건 흑토나를 추억하는 글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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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국내 롤렉스 매장 스탬핑의 잉크가 거의 다 말라갈 즈음, 서방의 바젤이라는 소도시에서 시끌벅적함이 들려왔다. 익스1의 절뚝핸즈, 신섭의 돼지러그, 펩시의 화골온리 출시 등 항상 바젤월드 마다 통수를 날리기에 바빴던 로올렉스 이 망할 놈들이 웬일인지 너무 착해졌다. 


116500 LN 스틸 데이토나 세라믹 발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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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충격과 공포였다. 평생을 함께할 시계를 선택한 바로 다음해, 무전기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다니... 그토록 좋아했던, 완벽한 신신익스1 의 출시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드는 발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찬찬히 해외불펌 사진들을 보다보니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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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데이토나의 디자인에는 스틸 베젤이 더 어울린다는 정신승리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 데이토나의 가장 큰 매력은 오밀조밀한 차돌같음이라고 생각하는데, 블랙 컬러의 세라믹 베젤 도입은 시계를 전체적으로 크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준다. 흑토나의 경우 다이얼의 윤기와 세라믹 베젤의 블링거림이 마치 하나의 판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40미리로 표기해놓고 38미리라고 쓰는 구토나와는 달리, 실제 40미리로 보이게하는 효과가 생김으로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시리즈 연장선상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까지 들었다 (까레라 의문의 1승) 세라믹의 블링거림은 스티베젤의 블링거림과는 또 다르다. 스틸베젤도 엄청나게 반짝이지만 자그마한 토나의 다이얼을 베젤과 확연하게 구분지어 준다. 뉴토나의 팬시해짐과 세련됨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구형과는 그 맛이 다르기에... 어느것의 우위를 말한다기보다는 개인이 느끼는 감성이 더 중요한게 기계식 시계라는 어이없는 시장이 아닌가. 하지만 백토나는 빼박 세라토나 승 헠헠헠헠헠 


세라믹 베젤을 차용한 데이토나가 기존에 없던 것이 아니다. 이미 골드와 플래티넘 모델에는 세라믹 베젤 적용이 되어있었지만, 난 기존의 골드베젤에 더 마음이 갔다. 이번에 야심차게 내놓은 그린 데이토나 역시 기존의 골드베젤이며,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화골청토나 역시 세라믹 베젤을 적용하지 않았다. 세라믹 베젤 데이토나와 기타 골드(혹은 스틸)베젤의 데이토나. 그 둘은 그냥 다른 시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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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점(準據點, reference point)


행동경제학에서 준거점 의존성 (reference dependency) 이란, 어떠한 기준점을 가지고 있을 때, 그 후에 일어나는 상황을 그 기준점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시계라는 취미에 대입해보면, 시계생활을 시작한 초장기 즈음에 (세이코 프리미어 최고를 외치는 극초반말고) 형성된 시계 선호도를 기준으로 준거점을 설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신형섭마가 나왔을때도 구형섭마에 대해 준거점, 즉 로망을 가지고 있던 유저들에게 엄청난 반감을 샀다. 철컹철컹 철판떼기 버클, 깡통브슬의 개선, 고급스럽고 낡지않는 세라믹소재의 적용, 좁쌀야광 극대화라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나타났음에도, 구형 유저들이 생각하는 섭마의 밸런스 라는 측면에서는 먼지가 되도록 까였다. 물론 이 시기 즈음에 시계에 입문하여 두 시계를 비교해보는 유저들의 눈에는 구섭vs.신섭은 비교불가 신섭의 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형 매니아들의 마음에 섭마는, 적당히 투박한 툴워치 느낌의 얄쌍하고 날렵한 구형의 그 시계였던 것이다.


나에게는 116520 블랙스틸 토나가 그랬다. 물론 고물성애자들이 빨아마지않는 16520 토나가 누군가에게는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4~5년전에 시계생활에 한창 빠질 무렵 최고의 인기시계는 116520. 이제는 구토나 되어버린 그 데이토나였고, 평생을 함께 할 시계로 주저않고 다시 선택할 만큼 멋진 시계가 스틸베젤 흑토나이다. 물론 다시 선택하라면 세라백토나를... 존예 헠헠헠헠


물론 유부남이 된 뒤 자금줄이 끊겨 기변도 못하는 한낱 퇴물인 내가 "세라토나 구리거든요???" 한다고 해서 새로운 데이토나가 가지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구형으로 전락한 스틸베젤 토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차후 노망난 필리듀포옹이 인터뷰에 나와서 "PP 5140 존못이거든??? 심플리시티 짱짱맨" 한다고 해서, 외계인 고문시켜 만든 5140 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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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은 시계이야기를 하는 열린 공간이다. 물론 자유게시판 같은 곳은 시계이야기 보다는 이상한 어그로 자주 끌리는 순수한 아재들이 모여 떡밥 하나 떴다! 하면 그 이야기만 주구장장하는 이상한 곳이기도 하지만, 주 이야기는 시계이야기이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반박하고 토론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그래서 너는 뭐차는데 등의 입시계 착출로 이어지는 공간이 되면 안된다. 내가 구토나를 추억하며 이렇게 늦은밤 뻘글을 쓰고 있다고 해서, 팔수도 없는 예물시계의 중고시세를 올리려는 의도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소리다. 토요일밤을 넘어 일요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런 무책임한 글을 썼다고 해서 욕은 하지 말아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멋진 세라토나가 나와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을 최고존엄 크로노 시계 116520 스틸베젤 데이토나에게도 편견없는 시선으로 사랑을 보내주길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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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상관없이 훈훈한 마무리를 위해 기분전환으로 넣은 짤입니다)









럭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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