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코 다이버 시계의 족보 SEIKO
수만개의 세이코 7S26 무브를 쓰는 다이버 시계가 전세계에 퍼져 있지요.
그러나 손쉽게 살 수 있는 만만한 세이코 다이버 시계들이
그저 그런 "같은" 값의 가격표가 달린 수많은 알록달록한 패션 시계들과 분명한 선을 긋는 팩트는,
바로 일본의 오래된 족보 있는 다이버 가문 (자식이 아주 많~은) 의 후예라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SKX로 오토매틱 다이버를 처음 사게 되고,
그 후론 종종 스위스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만.....
첫사랑 세이코 다이버의 스토리를 들어보곤 싶어도,
세이코 다이버 레퍼런스 가이드 같은 영문 사이트까지 가긴 귀찮으니,
간단히 (사진 하나씩만...) 정리해 볼까 합니다.
아시아 최초로 다이버 시계를 만든 세이코의 다이버 계통, 특히 프로페셔널 다이버 쪽이 아닌 대중적인 모델, SKX 쪽으로 보면,
0세대 [1962~1965] Seiko Sportmatic Silverwave - 세이코 다이버 시계의 조상
Inner Bezel이 회전하는 50m 방수 (1962) 및 30m 방수 (1964) 두 가지 모델.
이 실버웨이브 조상님의 4시 방향 용두 위치는 후대 세이코 다이버의 기본이 됩니다.
그나저나 이미 10년전인 1953년에 100m 방수인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블랑팡 피프티 패텀스가 나온 걸 보면,
당시 이들 스위스 선수들은, 패전국 일본의 세이코가 따라가기가 참 벅찬 상대였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1세대 [1965~1968] 6217-8000 - 최초의 세이코 다이버 시계
시계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아시아 최초 (1965년) 의 다이버 시계"입니다. 150m 방수.
이 일본 최초, 세이코 최초의 다이버 시계, 6217의 별명은 62MAS 입니다. autoMATIC을 오토"마치"쿠로 발음하는 일본인들이 붙인 닉네임입니다.
2세대 [1968~1976] 6105-8000 - 세이코 다이버 시계의 기본 확립
쿠션 (에 가까운 타원형의) 케이스는 같은 시기의 DOXA Sub 300T와 비슷하지만,
세이코의 전매 특허인 4시방향 용두와
사각형 크롬 둘레 안의 야광 인덱스는 세이코 다이버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2세대 [1970~1977] 6105-8110 - 유니크한 크라운 가드
멀리서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케이스 형태 때문에, 가장 인기 있는 빈티지 세이코 다이버 중 하나입니다.
스크류-인 타입은 아니지만 돌려 넣는 (Turn-and-Lock Type) 4시 방향 용두를 웨이브 형상의 크라운 가드가 잡아주고 있는데,
이 크라운 가드는 0세대 실버웨이브 때부터 채용한 세이코 다이버 로고, "세이코 웨이브"의 곡선 형상을 그린 것이란 설이 유력합니다.
일본의 상징,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카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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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5-8000도 그렇고, 이 2세대 세이코 다이버 6105 모델들은 베트남 전쟁터에서 미군이 즐겨 사용했던 시계입니다. 방수되고 튼튼하고.....
60년대 말 네이비씰 지급품이었다고도 하네요.
이 시기에 세이코 프로페셔널 다이버 계열이 나타나 대중적인 모델과 차별화를 시도했었는데.....
SKX 쪽으로 가기 전에, 마린마스터의 할아버지 (6159-7001, 1969년) 의 사진만 보고 넘어가자면,
세이코의 패밀리룩에 대한 집착도 롤렉스만은 못해도 상당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전혀 족보와 무관한 다른 유전자의 외형이 줄줄이 나오곤 합니다만...........
이때부터 이미 케이스백이 막혀 있는 모노코크 바디 케이스를 썼고, 여기서부터 마린마스터와 스모가 유전되어 오지요.
3세대 [1976~1981] 6306-7000 - 크고 둥글넓적한 쿠션케이스, 완성된 세이코 다이버의 얼굴
1976년 이쯤에서 드디어 하얗고 동그란 프린트로 된 야광 인덱스와, 단검&화살표 모양의 시분침이 나타났습니다.
스크류-인 타입 용두, 22mm 러그 (지금까진 19mm 러그) 에 44mm의 동그란 쿠션케이스가 포인트입니다.
다른 시계들과 구분되는 이 둥그런 떡판 쿠션 케이스는, 요즘 보기 어려운 빈티지스러운 멋이 있죠.
일본 내수용으로 당시 가격 25,000엔
3세대 [1976~1988] 6309-7040 - 위와 동일한 쿠션케이스 (요즘은 왜 안만드는지 원....)
일본 내수용인 6306-7000의 무브에서 보석수를 줄이고 핵 기능을 뺀 베스트 셀러.
무브를 단순화하여 대량 생산과 정말 오래가는 내구성을 얻는, 세이코스러운 (일본 제조업의 기본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방식입니다.
상당히 많이 팔려서인지 많은 수가 남아 거래되고 있고, 30~4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믿기지 않을만큼 무브들이 쌩쌩한 것도 있습니다.
세이코 다이버에 즐겨 붙는 "탱크 같이 만든, built like a tank" 이란 말은 바로 이 모델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4세대 [1982~1988] 6309-7290 - SKX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SKX007과는 인덱스의 모양과 용두의 위치가 다를 뿐 (이건 4시인데 SKX007은 3:45 임)
거의 같은 모양의 케이스가 나왔습니다.
'80년대 들어서 절삭 가공 기술이 발달해서이겠지만, 이런 형태의 케이스를 대량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나봅니다.
1세대와 같은 사각형 인덱스를 3세대 방식으로 다이얼에 프린트했고, 4시 방향 용두는 스크류-인 타입이 적용되었습니다.
현재의 SKX 씨리즈처럼, 오렌지색 다이알이나 펩시베젤 등 색깔만 달리한 여러가지 6306-729X 씨리즈가 있었습니다.
5세대 [1988~1996] 7002-7000 - SKX의 형님
4세대 다이버와 거의 같은 케이스에 초기 모델들은 150m 방수이나, 후기 모델은 드디어 200m 방수를 실현하였고,
베젤 스프링을 채용한 역회전 방지 베젤을 채용했습니다 (위 사진의 베젤 인서트는 1자의 모양을 보건데 애프터마켓인듯).
현재의 SKX 씨리즈처럼, 펩시 베젤이나 태그호이어 스타일 베젤 등 모양만 달리한 여러가지의 7002 씨리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6세대 [1996~현재] 7S26-0020 - 모델명 SKX007
최장수 롱런하고 있는 Evergreen Model. 현행 모델들의 주장인 SKX007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십수가지의 변종 다이버 시계들이 현재 시판 중 입니다.
용두 위치를 4:00에서 3:45로 살짝 옮긴 4세대/5세대의 케이스(1982)와
3세대의 다이알 인덱스(1976),
3세대부터 전해오는 핸즈(1976),
3세대부터인 핵 기능과 수동 와인딩이 없는 간단명료한 무브(1976),
그리고 1세대부터 변함 없는 베젤인서트(1965)등이 담긴
이 SKX007 이야말로 어느 분 말씀마따나, 지루하게 무난하고, 예전 모델과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세이코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거겠죠.
물론 요즘은 파격적인 모양의 (다이버스러운) 세이코5나 전혀 다른 외관인 몬스터 등이 많이 나타나 예전같지는 않습니다만.
SKX007의 수수한 얼굴엔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만, 외관에 Mod를 열라게 하거나, 블링블링한 신 모델들을 쭉 보다 보면 문득 그리워지는 얼굴이네요.
나름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디자인입니다.^^ 그저 그런 수많은 서브마리너-워너비들과 동격은 아니란 거죠.
앞으로 7세대 다이버는 어쩌면 안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세이코 엔트리급 다이버 시계의 제조는
이미 SKX007이 나올 때부터 세계화되어서, 아시아 여러 곳에서 찍어내고 있고, 일본 세이코 본사는 이젠 별 관심이 없는 듯 하고.....
뭐 그런거죠.
참 그리고 장롱에 옛날 세이코 시계 있으신 분들, 버리지 마세요~~~~
즐거운 다이빙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