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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토요일날 저녁에 간만에 여자를 만났습니다.
우연히 알게된 여자와의 첫 만남.. 항상 떨리고 긴장됩니다.
나이 얘기하기 싫지만, 30대 중후반.. 올해가 뱀띠인 제 해이군요..
일에 치여서, 한달에 명품 두어개씩 지르는데 만족감을 느끼고,
주말이면 낮밤으로 해외축구나 하루종일 보고, 지난해 예거를 입문했으니 담엔 어디서 돈을 빼서 어떤 시계를 살까 고민하던 요즘입니다.
일본에선 초식남이라고 한다죠~? 근데 명품쇼핑 좋아하지만, 제 본래 네이쳐는 초식남은 아니거든요.. 강력한 육식남이죠.. 히키코모리는 더더욱 no...
비도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불던 토요일 저녁 약속한 장소에 자리잡고 기다립니다.
주변이 전부 남녀커플입니다. 저처럼 첫 만남으로 보이는 커플도 있습니다.
힐끗힐끗 곁눈질해 봅니다. 내 짬밥상 너희는 글렀다 싶은 커플도 있고, 메뉴판 고를때부터 이미 맘에 들기로 결정한 커플도 있네요..
택시타고 오는데 조금 늦는다는 카톡이 옵니다. 뭐 긴장된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군요..
물한잔 마시고, 오면 뭘 주문할지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이리저리 메뉴판 넘겨봐도 머리속은 딴생각 뿐...
첫인사는 그냥 웃으면서 하고, 무슨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지..? 엊그제 카톡으로 뭘 좋아한다고 했더라..
3일전 약속잡던 날 밤에 했던 카톡을 스크롤 해봅니다. 마치 10분전에 얘기한걸 스토리텔링하듯 기억력 좋은 것처럼 대화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뭘 물어보지..? 뭐라고 대답해야 무난할까..? 공통분모를 뭘로 설정하지..??!!
국회의원 질의응답 답변서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듭니다...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호감을 얻어야 하니깐요...
드디어 밑에 도착했다고 문자가 옵니다. 앞에 웨이터 불러서 1층 내려가서 에스코트 부탁합니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이제 끝입니다. 대면해야 합니다.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겨놓던 찰나, 때가 된듯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첫인상.. 나쁘지 않습니다.
자리에 앉아 몇마디 건네봅니다. (PC통신, 싸이월드 시절까지 포함해서) 카톡에서 본 사진보다 실물이 더 이쁜 여자는 난생 처음입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오호라~ㅋ @_@
말도 잘 통합니다. 전 다소곳한 여자보단 좀 활발한 여자가 좋은데, 성격도 맘에 듭니다.
해산물이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를 돌돌 말면서 외모를 다시한번 스캔합니다.
그래.. 남자들 다 똑같지.. 슴가도 사진에서 눈대중해본 이상입니다...
후아~ 이 비오는 날 핑크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왔습니다. 얼마전 우결에서 본 고준희가 생각나는군요.. 그정도 포스는 아니지만, 꽤나 잘 어울립니다.
탁자가 늘씬한 다리를 가리고 있는게 아쉽네요.. 이건뭐 하늘이 내게 주신 마지막 기회인것 같습니다..
소개해준 후배놈.. 그래.. 내가 그동안 얼마나 술을 사줬는데, 이정도는 해줬어야지... 맘속으로 흡족해 합니다..
분위기 좋게 마무리하고, 차나 한잔 할까요~? 합니다. 비오는 걸 감안해서 같은 빌딩에 괜찮은 카페가 있는 걸 미리 알아뒀죠..
자리를 옮깁니다. 이놈의 육식남 근성.. 안볼수가 없죠.. 각선미 예술입니다... 왜 이제서야 나타났니...?!ㅎㅎㅎ
회사얘기, 영화얘기, 음악얘기,,, 그녀의 취향과 사는 얘기를 듣고,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비슷한 점이 많군요..
역시나 공통분모는 외로움의 고민.. 더이상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ㅋ
가족중에 친오빠가 중학교 동창이란 사실도 알게 됩니다. 친언니는 시집안가고 버티는 내 동생의 고등학교 동창이군요..
이 바닥 좁은거 알기에 최대한 젠틀하게 언행에 조심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만난지 3시간이 지나 저녁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하기로 하고, 데려다 줍니다.
주말 잘 보내라는 카톡 한번 주고받고..
토요일의 여운이 아직까지 맴돌고 있습니다. 미치겠습니다. 어릴적이었으면 바로 성급하게 쇼부봤을 터인데, 솔직히 이젠 그럴 용기도 없습니다.
8시부터 지금까지 업무도 안 잡히네요..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한주 되세요~ 출근하자마자 의례적인 카톡 날렸더니 비슷한 답장이 오네요..
써니힐 & 데이브레이크의 내맘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만 계속 듣고 있습니다. 돌아버리겠네요..
이젠 작업 방식도 잊은 듯 합니다.
어떡해야 되죠~??
댓글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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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하세
2013.04.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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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탄백마
2013.04.09 01:32
눈팅만 하고 가려다가 ㅋㅋ;; 필력좋으십니다.. 재미있는 소설보듯이 제가 다 설레이는 군요 ㅋㅋ
좋은 만남이어가시고 실례가 안된다면 나중 얘기도 올려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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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젼
2013.04.09 02:01
그냥 예전에 연애시작할때처럼 해도돼요
카톡많이 하지말구여 인연이면 될거예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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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세포
2013.04.09 02:17
먼저 죄송합니다, 분위기 깨는 것 같아 말씀 안드리려 했지만. . . 걍 하는게 나을 것 같네여. . . 사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언제나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며 온몸에 엔돌핀을 충만히 채우며 짜릿함을 만끽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은 바로 지금 경험하시는 이 순간들 입니다. 더 가까워 지면 질수록 비례해서 그 값진 느낌은 소멸해 갑니다.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부디 지금의 그 감각적인 설레임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시고 즐기시기를 바랍니다.....더불어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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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lovesim
2013.04.09 08:30
아 너무나 부럽습니다....
저는 그런 설레임을 10년전에 느껴본게 마지막인듯합니다....ㅡ.ㅡ
정말 진심으로 잘되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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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Spark
2013.04.09 10:27
그런 느낌이 뭘까요? 기억이 안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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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M
2013.04.09 10:28
다음 회 기대하겠습니다~!
잘되시면 인증샷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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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문이 있다
2013.04.09 11:38
와 고맙습니다. 갑자기 청춘으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얼마나 오랜만인지. ㅋㅋㅋ. 꼭 잘돼서 2부 봤으면 좋겠네요. 편하게 하세요. 운명의 상대는 편한데서 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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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옥이
2013.04.09 11:45
설레이는 글 잘 봤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쿨맨님 댓글..
입은 닫고 지갑은 연다..
한 수 배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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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소시민
2013.04.09 13:06
많이 설레여 하시는게 느껴지고 저두 막 기대가 되네요..
어릴적 성급함보단 조금의 세월의 여유를 보여주시는건 어떠실지..
"입은 닫고 지갑은 연다." 만고불변의 질리인듯.. ^^
2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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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쩌라고
2013.04.09 13:21
입은 닫고 지갑은 연다. 재밌는 문구네요.
2탄 너므 기대댑니다.
봄날에 행복한 사랑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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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iLL
2013.04.09 15:06
다음편은 써니힐의 - 두근두근으로 가시는건가요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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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en
2013.04.09 23:02
글을 읽으면서 아빠의 미소가 지어지는 건 왜일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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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투비자
2013.04.12 18:10
아, 나에게는 언제 이런 봄날이 오려나요???
요즘 날씨처럼 계속 춥기만 한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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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어엉
2013.04.12 21:45
으아 외로운 요즘입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조금있음 봄바람이 살랑살랑 할테니까요~
저도 모르게 잊혀졌던 감정들이 살아나 흔드네요~~
잘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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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8301
2013.04.13 13:18
글에서 설레임이 팍팍 느껴집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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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2013.04.15 15:00
제가 다 설레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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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마
2013.04.17 12:48
오~ 정말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대리만족이란 이런것 같습니다~제 연애감각도 다 잃어버렸거등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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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도를휘두르며
2013.04.18 11:10
여지껏 봤던 블럭버스터보다 훨씬 다이나믹하며..
여지껏 봤던 멜로 영화보다 훨씬 풋풋하며..
여지껏 봤던 스실러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며..
여지껏 봤던 코메디보다 훨씬 따뜻한 웃음이 느껴지며..
여지껏 읽고 시청해왔던 모든것보다 더 피부로 와 닿습니다.
꼭!!!!!!연재를 부탁드립니다!!!!!!!
왠지 저도 오래된 연인과 풋풋한 모습을 연출해보며 "시작하는 연인들-이원진" 의 느낌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습니다.
전 가끔 제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보면..
심장이 크게 한번 요동치는 느낌이 듭니다..
꼭!!!!!잘되셔야됩니다!!!!!
잘되시고 잘되셔서 부부의 연을 맺는 시간이 오신다면...왠지 제가 축하해드리러 갈꺼 같은 기분까지 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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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him
2013.04.18 13:57
제가다 긴장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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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다
2013.04.18 14:05
ㅎㅎ 저랑 동갑이시네요 저도 아직 싱글이랍니다 결혼이란걸 해야하긴하는데 아직 인연을 못 만났네요 천천히 급하지않게 돌아가려구요 좋은결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와썹맨R
2013.04.28 15:27
파팅하셔요!
늦기 전에 고백하심이 어떤가요 ㅎ 잘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