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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사회 초년생 때 였습니다. 납품건으로 한전을 찾아가서 차장과 미팅을 하고 본부장 미팅을 진행했었어요. 겨우 일개 사원이 슈퍼갑 본부장을 알현하게 되니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그때 만난 본부장은 생각보다 많이 젊어 보이셨습니다. 얼굴이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입사와 함께 업무능력 인정받아 고가에서 미끄러짐 없이 승승장구 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능력자 인상과 포스를 지니고 계셨지요.
생각보다도 더 날카롭고 때로는 시원시원하시고 생각이 깨어있으신 분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건 잘 다림질된 하얀 셔츠에 가려져서 반쯤 보이던 IWC. 포르토피노 클래식 모델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때 기억이라 가물가물하네요.
여튼 미팅은 잘되었고 이후 5년정도 일을 진행했었고, 그 본부장님이 풍기는 아우라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여유가 되면 IWC라는 브랜드의 시계를 꼭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도 더불어서.
팍팍한 삶에 찌들어 그때의 그 감정은 많이 무뎌졌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직을 하고 다수의 PM을 수행하며, 소소하게 성과급조로 시계 선물도 받았습니다. 까르티에 발롱블루나 테그호이어 같은. 그때 잠깐씩 IWC라는 시계가 다시 뇌리에 떠오르기는 했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월급쟁이로서 부담이 많았어요.
불과 얼마전까지 참 좋아하고 잘 차고 다녔던 시계는 루이비통에서 나온 시계였습니다. 이 시계도 사연이 있는데 해외 대학에서 공부할때 영어가 정말 잘 안되는 중국아이를 프로젝트 때 마다 챙겼었어요. 사실 측은지심에 챙겼지만, 말을 못한다 뿐이지 독해능력은 뛰어나서 자료서칭에 큰 도움이 되었었죠. 저도 도움이 되서 그 이후부터 챙겨서 진행한건데, 졸업할때 조그만 상자를 하나 건내더군요. 고마웠다면서.
그 시계가 루이비통에서 처음 런칭한 시계였습니다(사진의 시계. 좀 꼬질꼬질하죠 ^^; 연식이 또 되서요). 물론 기술력이 있거나 한 브랜드는 아닐지라도 황동색 페이스를 가진 그 워치가 참 예뻤고 잘 차고 다녔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친구는 중국 내에서 10 손가락 안에 드는 부동산 업자의 자제분이었다는 사실. 지금은 웃으면서 그 정도 부자면 바쉐론 같은걸 해주지, 별로 안 고마웠나보다며 우스게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올해 37살의 나이로 사업을 런칭했습니다. 자만할 수 없는게 사업이지만 올해 포케스팅을 매출 30억 정도로 잡고 있고, 순항 중이에요. 그러다가 어제 문득 IWC가 떠올랐습니다. 이때까지 정말 치열하게 살았는데,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나름 내 자신을 위한 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와이프한테 얘기했더니, 자신도 그러고 싶었다고, 해주고 싶었다고 저를 현대백화점으로 끌고 갔습니다. IWC 매장을 가서 시계를 보다가 여러 모델을 봤는데 생각보다 스테인레스 케이싱이 손목에 잘 받지를 않았어요. 한두푼 하는게 아닌데 고민됬죠. 골드 케이싱으로 하기에는 부담스러웠구요.
그래서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뒤로 하였습니다. 전 다시 회사로 와이프는 약속이 있다며, 백화점에서 해어졌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와이프가 장난스럽게 절 맞이합니다. 그러면서 쇼핑백 하나를 건내주는데 엄청 묵직했죠.
다음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글자 제한이 있는 모양이네요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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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량
2016.10.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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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드린
2016.10.05 12:28
동량님 감사합니다 :)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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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테스터
2016.10.05 14:12
참고로 글자제한은 없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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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ter
2016.10.05 22:18
글을 읽으며 제가 어떻게 시계를 좋아하게 되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하나의 사연쯤이 있지 않을가 생각되는 글이네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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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f
2016.10.07 11:48
필력이 좋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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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렉로
2016.10.07 12:42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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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Kim
2016.10.17 09:48
잘봣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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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조
2016.10.18 13:34
케이스도 엄청나게 고급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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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발바닥
2016.11.25 23:07
지금봐도 영롱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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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같이파란
2017.01.20 18:03
그런 로망같은 직장 선배가 있으면 내 발전에도 참 좋죠~
저도 그런 직장 선배로 인해. 시계도 알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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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2017.05.04 11:08
이쁘네요 ㅎ허허
셔츠에 가려져서 반쯤 보이던...
공감합니다..
글 읽는 내내.. 이야기가 궁금하게
진행이 되네요..
글 솜씨가 좋다는 생각을 하다 이 모든게
현실을 바탕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시작하시는 단계에 충분히 고무적인 일
인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상을 준다는건..
건승기원 의미로 추천!!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