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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품질에 대한 접근 방법
오늘 클래식님이 올려주신 ETA 7001과 Unitas 6497/8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매니아들 사이에 끊임 없이 제기되는 무브먼트의 품질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씁니다.... (일은 밀려있는 데.....^^;;;)
흔히들 "고급 무브먼트 = 비싼 무브먼트 = 정확하고 튼튼하며 고장 없는 무브먼트"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인터넷 시계 사이트에서 많은 논란을 가져옵니다.
즉, 비싸지만 싸구려 보다 정확하지도 않고 튼튼하지도 않은 무브먼트들의 존재(대부분의 하이엔드 무브먼트)가
이 등식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초보 매니아들의 분노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롤렉스가 최고다. 세이코가 최고다." 따라서, 롤렉스와 세이코야 말로 품질대비 가격에서
가장 우수한 정직한 브랜드라는 다소 무지막지한 결론(전제 자체가 잘못된...)도 서슴치 않고 등장합니다.
최근에도 타임존의 한 포럼에서 ETA 2892가 ETA 2824 보다 튼튼하고 정확하냐?는 질문에 대해
시계수리전문가님들 사이에 조금은 피곤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유의미한 수준의 개체수와 비교 동등성을 가진 데이타가 없는 몇 번의 경험에 의지한 의견들은
그야말로 의견일뿐이지 사실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제 눈의 안경(링고의 표현으로는 썬글라스...)이라는 것이지요....ㅋㅋㅋ
ETA 2892는 엄밀하게 조정되어 판매되는 것이 많고, ETA 2824는 대충 조정되어 염가로 만들어지는 것이 많아서
단지 시장에서 발견되는 조립제품들의 성능을 그대로 비교하여 그것이 그 무브먼트의 타고난 품질로 생각하는 것은
논리의 오류라는 것이었습니다. (비교대상의 비동등성....)
하물며, 무브먼트의 튼튼함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진 어휘인가?"라는 한 전문가의 덧글이
눈길을 끕니다.
시계 케이스에서 분리된 상태의 무브먼트의 튼튼함(내충격성??)을 비교한 실험이 존재하는가????
혹은 존재할 실질적인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누가 누구를 위해서 그런 소모적인 실험을 할 것인가???
따라서, 시계의 튼튼함이라는 명제는 유의미한 명제가 될 수 있지만(ISO 규격의 다이버 시계의 내충격성 요건 등),
무브먼트의 튼튼함이라는 명제는 지적 흥미의 대상일 지는 몰라도
실험적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유의미한 데이타를 만들 사람이 없으므로....)
다소 무의미한 매니아들이 재미삼아 할 만한 논쟁거리에 불과하며, 실험적 데이타가 모일 가능성이 전무하므로....
영원히 토론대상일 뿐이고 누구도 합리적으로 논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목소리 큰 넘이 혹은 뭔가 더 아는 듯한
넘이 이기는 한 마디로 쓸데 없는 지적 과시의 향연에 불과한 노름이지만....
참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토론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전문가를 자처하시는 분들의 다소 무책임한 표현들이 실제로 무브먼트를 분해하고 조립하며
타이밍 머신에서 검사하는 경험이 없는 초보 매니아들에게는 상당한 혼선도 불러 일으킵니다.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가????
적어도 데이타와 관련된 개체수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조업체의 데이타입니다.
ETA는 누가 뭐라고 하든 전 세계에서 무브먼트에 대한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그들은 무브먼트를 설계하고, 제조하고, 조립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이를 개선하는 경험이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ETA로부터의 데이타는 무브먼트의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줍니다.
이 자료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이나 전문가 처럼 보이는 매니아들의 의견과는 다른 제조업체의 공식적인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수백만개의 무브먼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체의 공식 통계자료(평균 및 오차율에 대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테크니컬 데이타를 통해 비로서 무브먼트의 해석(합리적인 데이타에 근거한 개인적인 의견)에
유의미한 자료가 얻어지는 셈입니다.
예전의 테크니컬 시이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데이타(정확성, 오차 등)들도 최근에는 공개되고 있는 듯합니다.
클래식님의 ETA 7001과 Unitas 6497의 데이타 몇 가지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들이 한가득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보고 느낀 점을 쓰느라고 바쁜 일도 중단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슬픈 사실...ㅠ.ㅠ
자 이제 구체적인 데이타들을 대비가 되도록 조금 옮겨 써 보겠습니다.
ETA 7001 ETA 6497/8
TOP TOP Chronometer
직경 23.3 mm 36.6 mm
두께 2.5 mm 4.5 mm
석수 17 석 17 석
밸런스 재질 글루시듀르 글루시듀르
밸런스 스프링 재질 아나크론(니바록스 1) 아나크론(니바록스 1)
박동수 21,600 BPH (6 비트/초) 18,000 BPH (5 비트/초)
메인스프링 Nivarox NM Nivarox NO
파워리저브 42 시간 53 시간
토크 760~790 p.mm 1950~2150 p.mm
진동각 Max 320 ~ Min 200 Max 320 ~ Min 200
조정 3 포지션 3 포지션 5 포지션
일평균오차 7+-7 초/일 5 +- 5 초/일 6+-4 초/일
포지션 최대오차 25 초 15 초 10 초(?)
이소크로니즘 오차 최대 15 초 +- 10 초
일단 대충 정리하며 위와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용된 재질 등은 동일한 상태입니다.
도리어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 직경과 두께입니다.
직경과 두께의 차이점이 가져온 가장 심각한 차이는 바로 메인스프링이 전달하는 토크입니다.
즉 ETA 7001의 토크가 760~790 p.mm임에 비해 Unitas 6497/8의 토크는 1950~2150 p.mm나 되어
Unitas의 토크가 ETA 7001의 2.5 배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시계의 정확성에 영향을 주는 인자중에서 이 데이타에 빠진 것은 밸런스의 크기입니다.
데이타가 없지만 당근 Unitas의 밸런스가 ETA 7001의 밸런스 보다 클 것입니다.
시계 브랜드들과의 수 많은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명확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토크가 크고, 밸런스가 크고, 박동수가 높으면 정확해지기 쉽다."
따라서, 큰 토크를 낼 수 있는 큰 배럴(직경과 두께에서)와 큰 밸런스를 설치할 수 있는 두껍고 큰 무브먼트일수록
정확하게 조정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ETA 7001은 TOP 급으로만 제조되어 3 자사체 조정뿐입니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ETA 7001은 하루 평균오차에서 +- 4 초 정도 Unitas에 비해 낮은 정확도 밖에 성취할 수 없는 데
그 이유는 바로 자세차(포지션별 최대 오차)가 ETA 7001 은 25 초나 되는 데, Unitas는 15 초 밖에 안되는 것이며
또한, 이소크로니즘 오차(메인스프링의 토크가 낮아져서 생기는 오차)도 ETA 7001은 15 초인데....
Unitas는 10 초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즉, 직경이 작고 두께가 얇은 무브먼트는 기본적으로 토크가 약해지며, 밸런스가 작아지므로 박동수를
조금 더 크게(18000->21600) 한다고 할 지라도 구조적으로 직경이 크고, 두꺼운 무브먼트에 비해
포지션에러에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이소크로니즘에서 손해를 보게 되므로
동등한 조정작업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하루 평균 오차는 +- 4 초 정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며....
COSC 인증 규격 내로 들여 보내기 어려우므로 만들지 않는다.
요것이 클래식님의 자료로부터 링고가 해석해낸 지식인 셈입니다.
이런 내용이 바로 링고가 울트라슬림 무브먼트의 분석에서 구체적인 데이타 없이 다양한 역사적인
사실들로부터 추론해 내었던 내용인 것입니다.
즉, 무브먼트의 정확성은 원리적으로 무브먼트의 크기와 두께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작고 얇은 무브먼트를 크고 두꺼운 무브먼트와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은 정당한 비교 평가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테크니컬 시이트에서는 보증에 관한 중요한 문구가 발견됩니다.
위의 자료에 언급된 한계 수치들은 한 로트(몇 개인지는 모름)에서 95 %에만 그 범위내에 들 수 있다.
즉, 불량률 5 %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시계를 구입해도 5%의 소비자는 열받을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 여러분들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습니까????
이런 구체적인 데이타를 통해 지난 몇 년간 공부한 지식들을 객관적으로 지지받는다는 것이 즐거워서
이 글을 올렸습니다.
너무 글씨만 많아서 읽기 지루하므로.....
저녁 늦게 (야근 예정임....ㅠ.ㅠ) ETA 7001과 Unitas의 사진 몇 장 폼 나게 섞어 넣도록 하겠습니다....
결론 : 롤렉스와 세이코는 파텍 필립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보다 정확한 무브먼트를 만든다.
그러나, 특별히 기술이 우수하고 성실해서라기 보다는 그들보다 유리한 조건의 무브먼트만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이엔드의 무브먼트가 비싼 것은 그것이 얇기 때문이다.
비싼 무브먼트는 정확하고 튼튼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얇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얇은 것이 싫다면 굳이 돈을 낭비하지 말라....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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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07.06.20 18:01
바쁜 일을 제쳐두고 글을 쓰실 정도면 지금쯤 눈에서 초롱초롱(?)하게 광채를 내뿜고 있는 링고님의 모습이 상상 됩니다. 푸허허허허. JR 야마노테선에서 눈에서 광채와 함께 IWC가 최고여라고 열변을 토하시던, 제가 처음 링고님을 만났던 그때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푸허허허허허. -
클래식
2007.06.20 18:22
다른 ETA 무브먼트 자료들도 있는데 올려드릴까요? ㅋㅋㅋ -
링고
2007.06.20 18:58
참고로....
ETA 7001을 COSC 인증을 받아 판매한 유일한 브랜드가 블랑팡입니다.
블랑팡은 ETA 7001을 가장 잘 수정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절판되었으나 ETA 7001을 수정한 블랑팡의 ETA 7001 모델은 수 많은 매니아들에 의해 F. Piguet의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들 보다 사랑받고 있습니다. 블랑팡은 물론, ETA 7001 모델을 F. Piguet를 사용한 모델들 보다 저렴하게 판매했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괜시리 의심스러운 양심과 탁월한 조정 및 조립 능력에 대한 아름다운 설화라고 할까요????
파텍 같은 브랜드에서 ETA 7001 이나 Unitas를 수정해서 한 작품 만들어주었다면....
ETA 7001 이나 Unitas 도 밸쥬 22 같은 전설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오랜 역사를 통해 하이엔드로 유지되어온 브랜드들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오랜 역사가 남긴 탁월한 기술과 저급한 브랜드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힘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
은빛기사
2007.06.21 01:12
이렇게 잘,,정리해서 설명까지 덧붙여 올려주신 글도 어려우니..이쪽은 내가 관여할바가 아니다 라는 변명같은 생각도 해보지만,,언젠가는 시계도 자동차나 모든 공산품처럼 조금의 운도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습니다 친한사람과 같은모델을 같은날 구입하였는데 모양은 똑같은데 작동은 차이가 있었던거죠,,파워리저브나,크르노의 반응 느낌 (파워리저브는 30바퀴돌려주고,,그냥 내비두는것으로 ㅎㅎ) 기분일지도 모르고 브랜드쪽에서의 답변은,,(파워리저브의경우) 기계도 사용하는 이에따라 적응기가 있다,,라는,,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째뜬 지금의 저에겐 아직은 현실적이지못한
이혜만 따르는군요,,잘읽었습니다,, -
ft21
2007.06.30 15:28
두께줄이는게 어렵긴 하나보네요.. -
bottomline
2007.07.01 13:23
얇은 것을 포기한 저는 천만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바쁘신 와중에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무브에 관한글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옵니다..... ^&^ -
Kairos
2007.07.05 00:27
정말 좋은걸 배웠습니다. 눈이 초롱 떠지는 내용입니다........^_^;;; 단편적 경험이 쌓인다고 해서 그것이 데이타가 되는것은 아니라는거........... 정말 데이타의 조건은 과학입니다~ ㅎ -
No.1
2007.07.19 11:20
와..정말 좋은 글입니다...많이 베웠어요. 저는 시간오차가 어느정도 나더라도..얇은걸로..-_-) -
압둘라
2007.07.19 20:40
오랜만에 링고님의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주로 입문단계 정도에서 가장 호감가는 브랜드가 세이코, 다음 롤렉스였던 링고님의 글속에 있는 전형적인 초보가 저였으니까 정말 많은 생각이 드네요. 전 정말 롤렉스,세이코라는 회사와 제조방식,품질 등등 을 사랑했습니다.
우리가 컴퓨터 살때 사양, 즉 스펙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다 현대에서 "기계식 시계" 라는 아이템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순수성을 가진 회사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같은 초보들이 하이엔드와 굳이 롤렉,세이코의 정확성,내구성을 비교하는 것은 물론 가격대비 성능같은 스펙의 의미도 있습니다만 현대사회에서 "기계식 시계"라는 아이템에게 바라는 일말의 예술적 완성도일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허억허억~! -
압둘라
2007.07.19 20:55
그래서 굳이 하이엔드와 롤렉스,세이코 비교평가는 정확성,내구성과 더불어 두께의 얇은정도 역시 예술적 완성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냉정한 잣대로 리뷰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더불어 시대적 흐름에 따른 외적 디자인의 예술성이 두께의 얇은정도가 추구하는 예술적 완벽함과 과연 그 방향을 같이 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데이토나와 칼라트라바 의 비교는 넌센스일 수 있고 대신 서브마리너와 노틸러스에 대한 비교의 시각은 건전해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운리끼
2007.07.30 21:35
결론은 브랜드마다 다 다르다 인데 글이 넘 어렵사와요 - @ -:: -
Noblesse
2009.06.07 11:26
아하.. -
마추스
2010.02.09 12:36
아 머리아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남구보안관
2010.06.07 02:26
정보 얻어갑니다.. -
바비맨
2010.11.20 09:18
좋은정보 감사!! -
바비맨
2010.11.20 09:19
ㅋㅋㅋㅋ -
아카샤넬
2011.02.07 07:21
나름 좋은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