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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제가 다니는 스포츠센터에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아닌, 몇년 전 미국으로 건너온 20대 후반의 아일랜드 직원이 있습니다.
영화에도 가끔 나오지만 아일랜드인들이 고집이 세고 성격이 좋지 않은데다 인종차별이라 해야할까요...약자에게 무자비한 편입니다.
잉글랜드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인지 우리나라의 '한'과 비슷한 나쁜 기질도 있고, 저같은 동양인으로서는 별로 가까이 가고싶지 않은 부류입니다.
특히 그 친구는 대놓고 유색인, 특히 아시안을 싫어하는 부류여서 리셉션 데스크에 앉아서 아시안들을 보면 인사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립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지만, 가끔 뭔가를 물어봐야 할 때 그 직원이 있으면 불편하기도 하고..뭐 썩 기분좋은 태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얼마전 누군가 그 직원을 인종차별로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월 중순쯤 '주 인권위원회'같은 곳에서 몇 사람이 방문해 회원들, 특히 아시안들과 집중적인 면담을 하고 조사를 했습니다.
저도 조사에 참여했는데, 안좋은 말을 적나라하게 해줄까 하다가 그냥 "나는 인종차별을 느끼지 못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확대되는 것도 내키지 않고, 저와 마찬가지로 객지생활을 하는 젊은 친구에게 곤란을 겪게 하는 것은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나쁘게 말하긴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그 직원은 원래 불친절한 성격이어서 동양인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다는 정도로 말해 주었지요..(실제 어느정도는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일주일정도 안 보이더니 지난달 말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고개를 돌리진 않고 가볍게 목례 정도만 하면서 가끔 뭔가 말하고 싶은지 제 눈치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운동을 하는데 다가오더니
"당신이 좋게 말해줘서 큰 도움이 되었다." 라며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무례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라고 사과를 하네요..
일부 백인 회원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강하게 말했지만, 오히려 10명도 안되는 아시안 회원들이 인종차별이 없었다고 대답을 해서 앞으로 주의하라는 경고 정도로 끝났다고 합니다.
싫고 좋음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동양적 정서와 문제에 휘말리기 싫은 마음 때문에 그랬던 것 같지만..어떤 회원은 적극적으로 그 친구를 감싸주기도 했다고 하니,
어쨌거나 동양인에 대한 '의외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습니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보면...백인들의 태도가 '정의' 였다면, 아시안의 태도는 '관용' 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게 어색하기 그지없는 썩소와 함께 선물을 줬습니다.
머슬밀크라는 프로틴 드링크 4병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나보다 약한 위치의 외국인에게 잘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새로이 듭니다.
가끔 집에 일하러 오는 멕시칸에게도 좀 더 친절하게 대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앞으로도 그 직원과 그다지 친하게 지낼 것 같진 않지만..오랜만에 다른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좋은 하루입니다~ㅎㅎ
댓글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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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ng
2013.02.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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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2.06 14:10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나면 미국인들과 친하게 지낼 기회가 많은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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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man
2013.02.06 14:05
제이슨님의 큰 주먹을 보고도 평상시에 게겼다면
좀 혼나야 되는 넘인데.....
머슬밀크 4개로는 부족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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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2.06 14:11
몸집도 저보다 아주 약간 크고, 운동할 때 보면 힘도 미세하게(벤치프레스나 스쿼트 10kg 정도) 셉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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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2013.02.06 14:11
저는 옆집 미성년자 무면허 여학생이 주차하다가 제 차를 박아서 범퍼가 나갔을때도 울면서 난처해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이웃끼리 괜찮다고 하고는
그냥 제가 고쳤는데, 부모가 고맙다고 말로만 그러고는 그 흔한 와인한병 안사오더군요.... 그런일이 수도없이 많았습니다...ㅠㅠ
백인들은 일이 잘풀리면 지가 럭키라서 그러려니 하고는 유색인종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제 경우는 이젠 그냥 똑같이 대해 버립니다...무시하면 더 개무시하고, 잘난체 하면 10배 더 기죽여 버립니다....
배우고 교양있는 백인들은 덜그런데, 좀 션찮은 애들이 주로 그러더군요... 얼굴 하얀것이 벼슬인줄 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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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2.06 14:15
이번 일은 제게 특별한 피해가 없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일이어서 봐준것 뿐입니다.
범퍼가 나갔다면...저같으면 수리비를 받고 무면허만 봐줬을텐데...키위님 마음이 좋으시네요^^
동네 자체가 나이들고 교양있는 백인들 위주로 되어 있어서 다행히 이상한 백인은 없는데..일할 때나 식당 종업원 중에서 이상한 녀석들을 만나면 아주 기분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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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왕
2013.02.06 20:18
그 아일랜드 녀석의 태도,감정 변화를 이끌어 낸 결과가 좋아서, 좋은 결과이네요.
곤욕 치뤘다며 오히려 나쁘게 반응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죠.
동화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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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pher
2013.02.06 20:36
최초에 인종차별로 신고한 사람이 사실은 글쓴분이었다는 반전을 기대했는데.... -
강남스타일
2013.02.07 00:13
제이슨님..대인배인줄은 알앗는데..참을성도 좋으시네요.
저같으면 구구절절이 소원수리글을 작성햇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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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기매냐은식~
2013.02.07 06:23
커네티컷에 살때 아내가 백인 상사직원들에게 차별을 좀 받았었죠..
속상해서 울고그랬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정말 울컥~!! 했었던 기억..
뉴잉글랜드 지역은 아직 백인위주의 사회인것 같애요..
씨콜스키 군수업체 다니는 분이 계신데 "너도 내가 추천해줄께 되면 와서 일해라.." 하시면서 꼭 덧붙이시는 말이
"여긴 99% 백인들이야.. 그거 알고 결정해." 하더라구요.
전 서부쪽이 저에게 맞는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이 그닥 눈에 드러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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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2.07 07:00
모두 백인이면 일하기 힘들죠...
웬만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사는 것이 속편한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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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스토
2013.02.07 09:15
아 아름다운 결말 입니다. 관용과 정의. 좋으신 말씀이네요. -
yeshim
2013.02.07 10:11
우리도 인종차별 엄청심하지요...
우리 스스로가 그런데 쉽게 바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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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메
2013.02.07 10:30
유럽 섬나라가 유난히 인종차별이 심하네요.. 섬이라서 그런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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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kims
2013.02.08 22:34
저도 싱가포르에 처음와서는 동남아나 인도 친구들 보면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여기 온이후로는 완전히 잘못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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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스
2013.03.13 16:57
훈훈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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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en
2013.04.03 17:44
잘 참으셨네요~ 타지에서 애국하셨어요~^^
글 감사합니다. 저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리쉬의 본산인 보스턴에서 안그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살고 있죠. 물론 전문직들 중 아시안이 많아서 (특히 의사는 발에 채이는게 동양 남자) 특별한 인종 차별은 없습니다만, 확실히 아일랜드계 백인들이 차가운 건 사실입니다. 인종차별에 대해 대응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도 비슷하게 대응했겠지만, 사람 일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고는 넘어가는게 저도 더 편하더라구요.
그런데 미국 주류 사회에 적응을 잘 해 들어가시는 듯 해서 그건 부럽습니다. :) 저는 미국에 산 지가 좀 되었는데도... 결혼을 못해서 가정이 없어서 그런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미국 사람들과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일적으로 만날 때는 물론 잘 지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