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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포럼의 글 중에 Eno님께서 적으신 덧글 중 일부입니다.
"자체 인하우스 무브가 될 수 있는 요건으로는 크게 두 갈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새로 무브를 설계, 제작한 경우를 뜻하며(진정한 의미의 IHM겠지요.)
또 다른 하나는, 자기네가 무브를 새로 설계하진 않았어도, ETA 수급 의존이 아닌,
자체 시설 내에서 무브를 구성하는 전 파트를 생산하고 다양한 고급 수정을 가한 이른바 개량형 수정무브 또한
광의적인 개념에서 인하우스의 범주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모스의 푸조 베이스 알파나 앞서 언급한 진과 다마스코의 7750베이스의 개량형 인하우스 무브먼트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스위스 브랜드인 모리스 라크로아와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ETA 수정 무브먼트들,
파네라이의 유니타스 베이스 수정 무브먼트 같은 경우는
앞서 언급한 광의적인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제가 감히 Eno님을 저격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1g 만큼도 없으며.. ^^;
다만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해주셨고, 제 생각은 조금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타임포럼 내에서 흥미로운 토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로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자체 시설 내에서 무브를 구성하는 전 파트를 생산하고 다양한 고급 수정을 가한 이른바 개량형 수정무브"를 자사무브라고 인정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IWC의 Caliber 5000 무브먼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무브먼트는 IWC의 자사무브먼트라고 인정은 받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ETA 7750 기반의 수정 무브먼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간혹 듣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브먼트의 생김새를 비교하면 ETA 7750과 IWC cal. 5000은 전혀 닮은 구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능적으로도 캠방식의 크로노그래프인 ETA7750과 자동 7 days date 무브먼트인 IWC cal. 5000이 비슷해보이지도 않습니다. 전혀 다른 기능과 미적인 구성, 그리고 새로운 와인딩 시스템이 더해져 있어 ETA7750의 모습을 찾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새로 만든 무브먼트가 아니라 ETA7750 무브먼트을 기반으로 탄생된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아직도 일부의 사람에게는 진정한 자사무브먼트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블랑팡이나 노모스의 무브먼트는 어떨까요?
모든 부품을 IWC 내에서 생산하고 기능 및 외형적인 면에서 전혀 새로운 무브먼트가 되었음에도 7750의 기반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로 모든 이에게 자사무브먼트로 인정받지 못하는 IWC 5000 calibre를 생각하면, 블랑팡이나 노모스의 무브먼트의 모든 부품이 자신들의 회사 안에서 모두 만들어졌고, 정밀한 수정이 가해졌다 하더라도, 기본 틀이 범용 무브먼트의 설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결국 "자체 시설 내에서 무브를 구성하는 전 파트를 생산하고 다양한 고급 수정을 가한 이른바 개량형 수정무브"일 뿐이지, 그 이상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브먼트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사실 예술품을 바라보는 기준과 비슷합니다.
물론 시간을 측정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중요시되기는 하지만, 기계식 시계에서의 정확성이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쿼츠 무브먼트와 비교할 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어느정도 기준을 넘어서면 정확성이라는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고급 무브먼트의 조건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하이엔드 코스메틱 피니싱도 실제 시계의 정확성에 기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그 무브먼트의 피니슁이 얼마나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흠잡을데 없이 가공되었는가, 얼마나 무브먼트의 레이아웃이 더 우아한가 하는 등의 것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란 어차피 mature technology이고, 신소재의 적용 이외에는 아브라함 브레게 이후로 - 특히나 지금같은 스마트폰의 시대에는 - 그다지 더이상 나올게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예술품의 세계에서는 오리지날리티가 중요시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그림은 The Raft of the Medusa 라는 그림입니다. Louvre에 소장되어 있는 이 그림에 대한 정보는 여기에서 더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 그림에 대한 현대식 오마쥬입니다.
물론 아래의 그림을 더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두 그림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 논하자면 Gericault의 오리지날 그림의 예술적 가치와 두번째 현대적 해석의 가치는 비교할 수 있는게 아니겠지요.
아무리 한 회사에서 모든 부품을 수급하여 만들지라도, 그리고 제아무리 질높고 세밀한 수정을 가할지라도, ETA같은 범용 무브먼트를 수정한 개량형 수정무브가, "개량형 수정무브"를 뛰어넘어 자사무브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오리지날리티를 가지지 못하니까요.
또한가지의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위와 같은 무브먼트가 있습니다.
중국제 Asian movement나 Parnis 무브먼트 같은 것입니다.
중국제 무브먼트라고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개중에는 꽤 좋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것도 있고,
본래 ETA 무브먼트에는 없는 꽤나 복잡한 수정 (바이 레트로그레이드 등)을 보여주는 무브먼트들도 있습니다.
그러한 수정이 가해진 중국제 무브먼트들은, 모든 부품이 중국에서 수급되어 만들어졌고, 또 범용무브먼트보다 더 복잡한 기능들도 보여주게 되니,
이러한 중국제 카피 혹은 짭퉁 무브먼트들도,
"자체 시설 내에서 무브를 구성하는 전 파트를 생산하고 다양한 고급 수정을 가한 이른바 개량형 수정무브"이기 때문에 중국제 자사무브먼트라고 보여질 여지가 있을까요?
앞으로 중국제 카피무브가 아닌, 중국내의 Inhouse Movement라고 해야하나 라고 하면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이 되어지지가 않으실겁니다.
당연합니다.
그 무브먼트들에 오리지날리티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자사무브"라는 기준은 되도록 좁게, 엄격하게 사용되어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초 무브먼트 설계자가 의도한 크기와 두께 그리고 무브먼트 레이아웃과 피니싱 등,
그 모든 것이 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고 다른 회사 또는 무브먼트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을 때에서야,
진정한 의미로 그 무브먼트를 "자사 무브먼트"라고 부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자사무브" "In-house movement"의 정의는 어떻게 내려져야 할까요?
타임포럼 회원님들의 생각들도 궁금합니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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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shutte_original
2012.05.08 10:01
자사 설계제작으로 규정한다면 애매한것이 예를들자면 스와치그룹 상위 브랜드들입니다. 블랑팡 브레게 자케드로의 경우 피게무브의 사용이 빈번하지만 그 정도의 무브먼트를 양산형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식으로는 한도 끝도 없기에 아주 넓게 보면 사실 eta무브 자체도 스와치 그룹 내부에서 보자면 인하우스라고 볼 수 있을것 같군요. 인하우스냐 아니냐에 신경쓰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무브먼트냐 아니냐가 조금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굉천
2012.05.08 12:33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정의'를 내릴 수준은 안되지만, 심정적으로는 솔직히 건무님의 의견에 좀더 가깝네요.
뜬금없지만, 그래서 저는 예거를 좋아합니다.
이 무브가 IHM이라고는 하는데, 혹시 기존 무브의 설계를 베이스로 만든건 아닐까?
무브에 올라간 모듈은 혹시 외주를 줬거나 타사의 기술지원을 받아 만들어진건 아닐까?
하는 식의, IHM에 대한 1%의 의심조차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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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2.05.08 12:36
아 궁금한 것이 있는데, 어디선가 본 자료에 의하면 롤렉스의 cal.3135도 와인딩 기구 이외의 배열 등은
eta 2824와 거의 동일하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이 잘못된 것일지도;;)
그렇다면, iwc의 cal.5000 이 일부 사람들에게 eta 7750 수정 무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일부이겠습니다만) 롤렉스의 cal.3135도 진정한 의미의 IHM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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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2.05.08 14:23
건무님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에 관한 평소의 생각이 담긴 글 잘 보았습니다. ^^
흠... 저 역시 님께서 예술작품을 비근한 예로 들며 설명하신 '오리지널리티' 부분에 있어 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당연한 부분이지요. 그렇기에 저 역시, 애초 제가 생각하는 인하우스 무브를 설명하면서 전제를 깔기를,
브랜드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완성한 무브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IHM>이라는 단서를 제일 먼저 언급했던 것이구요.
하지만, 머리로는 이런 진정한 의미의 IHM의 가치를 충분히 헤아리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이러한 다소 불량한?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인하우스 무브라는 범주를 과연 타이트하고 한정적으로 정의 하는 것만이 항상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제가 확실히 건무님이나 일부 회원님들에 비해선 IHM를 바라보는 기준이 느슨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매뉴팩처 브랜드들만이 설계, 제작할 수 있는(그러한 R&D 차원의 종합적 여건과 헤리티지가 뒷받침 되기에),
거기에 오뜨 오를로제리의 가치에 수반되는 다양한 코스메틱과 고급 소재를 활용한, 님께서도 언급하신 예술적 가치를 지닌 IHM 만이
인하우스 무브이고, 그 외는 그렇지 않다라고 일축해 버리는 일부의 관점 또한 그간 종종 지켜보면서 다소 우려가 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일부 열혈 인하우스 옹호론자나 맹신론자들의 시선은 자칫 파쇼적으로 치달을 소지도 있습니다.(물론, 건무님이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이들이 바라보는 관점으로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부 매뉴펙처 브랜드들의 IHM외에는 다른 브랜드의 새로운 성취나 어떤 결과물이 나와도,
그건 그냥 ETA 베이스의 개량형 수정에 불과해, 내지 아무리 화장질을 했다고 해도 그게 과연 오리지널리티가 있어? 라는 식의 삐딱한 잣대를 먼저
들이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저는 그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국내는 물론 몇몇 해외 시계 관련 커뮤니티 내에서도 이런 형태의 모습을
종종 여러번 접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이와 관련해서 으레 불처럼 일어나는 논쟁들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식의 소모적인 인하우스 논쟁이 과연 누구 좋자고 이러는 건가 싶은 마음이 제일 먼저 강하게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생각하는 방향이 많이 느슨해졌습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개량형 수정 무브도 말그대로 In-House, 그들 매뉴팩처내서
외부 수급에 의존 없이 생산한 것이라면, 광의적인 차원에서 인하우스로 인정해 줄 수도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저 역시 건무 님께서 마지막에 언급하신, 중국의 씨걸이나 파니스, 그밖의 상하이 무브들처럼 엄청난 생산력을 바탕으로 무조건 막 찍어낸듯한
ETA 클론 무브를 바라보며 '이것도 그럼 인하우스 무브겠네?'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이게 자가당착적인 모순인지도 모르지만,
다소 느슨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저임에도, 어느 정도 이상의 고급 피니싱과 좋은 소재의 파츠를 쓰지 않은 무브는 인정하지 않는 면이 있는 것입니다.
기계식 시계에 있어서 무브먼트란 생명을 주는 심장이거늘,
그 심장을 대충 아무렇게 모양만 그럴싸하게 흉내내어서 만들었다고해서 결코 좋은 시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튼 제가 바라보는 인하우스 무브의 범주는 이렇습니다. 다소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기준인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저 역시 좋은 시계의 가치를 볼 줄 알고, 그것을 향유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인하우스 화제를 꺼내는 많은 분들의 마음(그 의도의 이면) 바닥에는 저와 비슷한 마음이 있으리라 봅니다.
다시 말해, 모름지기 인하우스라면 고급 시계의 요건들을 일정 부분 충족하고, 그 해당 브랜드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농밀하게 녹아난 응결체이기 때문에
이를 향유하거나 헤아린다는 것은 곧,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 않을 좋은 시계의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자긍심의 한 발현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누구나 AP나 JLC, PP, 랑에 같은 하이엔드급 IHM를 경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시계의 가치를 머리로는 대략적이나마 이해한다고 쳐도, 현실적으로 그다지 경험할 기회가 없거나, 또는
그런 테크니컬한 or 미학적 차원까지 굳이 집요하게 소급하고 싶어하지 않는 매니아들도 많습니다.
이런 조금은 평범한(?) 매니아들, 단지 시계가 좋아서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소유한 시계가 IHM로 분류된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앞서 언급한 묘한 자부심과도 연계되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위 댓글에서 굉천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다소 논쟁의 소지가 있는 롤렉스의 일부 무브먼트나, 님께서도 언급하신 IWC의 일부 무브먼트,
또 저랑 커츠님이 언급한 노모스의 무브먼트 같은 경우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보다 윗급의 IHM를 향유하고 있는 이들이나 소위 무브먼트 박사분(?)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고 콧방귀를 낄수도 있는 부분일 테지만,
이들 브랜드들의 시계들을 소장하고 향유하고 사람들 입장에선,
'내 시계도 인하우스 무브먼트래, 흠... 흔한 ETA 범용이나 허접한 수정무브는 아니란 말이지? 성능차이는 거기서 거기겠지만 뭔가 기분상이라도 좋군,
자, 플레이트나 브리지 모서리를 봐, 수정도 나름 정말 잘 돼 있어, 역시 이 정도 돈을 지불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시계군...' 하는 식으로,
이렇게 조금은 단순하지만 또 유쾌한 심정으로 받아들이시는 분들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이들을 굳이 무브 및 기계식 초심자라고 지적하고 싶지도 않구요.)
전 어쩌면 이런 부분까지 포용하고자 제 딴에는 인하우스의 범주를 넓게 잡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건무님께서 언급하신 그 모호하지만 어떤 <기준>에 관해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심정적으로는 너무 타이트한 잣대는 묘한 반발심을 일으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과연 인하우스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관련해선 어느 선에서의 통념상의 기준치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칼로 무자르듯 정확한 정의는 곤란하며,
결국은 단지 이를 바라보는 이들 개개인의 입장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댓글을 작성하며 중간중간 다소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한 면이 있는데, 이는 건무님을 겨냥한 게 아닌,
말 그대로 일부만 콕 집어 왜곡해서 해석하거나 부풀리기 좋아하는 불특정 강경론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표현이니,
혹여 님께서 이를 보시고 감정이 상하지는 않으셨길 하는 바람입니다. 여튼 제 보잘것 없는 댓글 하나를 시발점으로
이토록 열정적인 필치로 건무님이 바라보는 인하우스 무브에 관한 유려한 설명을 주셔서 감사히 잘 보았고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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建武
2012.05.08 15:39
Eno님의 왠만한 포스팅 싸다구를 날려버리는 덧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저도 글을 적으면서 조금 조심스러웠던 면이 Eno님의 자사무브에 대한 생각에 반대를 표하는 일이라 자칫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했었는데 이해해주신것 같아 감사합니다. 저도 Eno님의 덧글을 보면서 감정 상하는 일같은 것은 없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제 기준에서의 In-house movement 에 대한 정의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adjective, adverbwithin, conducted within, or utilizing an organization's own staff or resources rather than external or nonstaff facilities: in-house research; Was the ad created in-house or by an outside advertising agency?Dictionary.com 에서 가져온 단어 "in-house"에 대한 정의인데요, 말 그대로, 무브먼트의 연구, 설계, 생산, 제작 등이 모두 한 회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을 저는 In-house Movement 혹은 "자사무브"라고 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하이엔드급 IHM만이 IHM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Eterna가 여전히 ETA SA와 한 회사였다면, ETA 무브먼트가 적용된 Eterna의 시계는 모두 자사무브먼트라고 불러도 당연히 옳은 말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의 Eterna는 그 자신들만의 자사무브를 생산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저는 Sea-gull 의 무브먼트도 일부는, 적어도 언젠가는, 자사무브로 인정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ㅎㅎㅎ
또 만약 Parnis 같은 브랜드들도, 설령 품질은 조악할지라도, 처음부터 스스로 설계를 해서 카피품이 아닌 제대로 된 무브먼트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이름으로 판매를 한다면, 그것 역시 자사무브로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합니다. ㅎㅎㅎ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사무브" 라는 타이틀에 그다지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내 시계의 무브먼트는 범용 무브먼트가 아니야. 이건 희소성이 있는 자사무브먼트라고' 하는 생각이 소유자의 마음을 채워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제 자신도 거기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ETA 무브먼트의 가격대 성능이 다른 무브먼트들을 압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구입할 기회가 오면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런 타이틀보다, 실제 무브먼트의 성능과 마감 등에 눈을 돌리게 되면, 어쩌면 ETA 수정 무브먼트들이야말로, 블랑팡에서 본, 노모스에서 본, 파네라이에서 본, 그 러한 수정 무브먼트들이 가장 합리적이고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과 사용자들에 의해서 그 안정성과 성능이 충분히 증명이 된 ETA 무브먼트의 설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것에 대량생산하는 무브먼트가 가지기 힘든 세밀한 수정과 뛰어난 마감을 각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더해나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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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
2012.05.08 18:06
어느 정도 시계에 눈을 뜨게 되면 항상 접하게 되는 화두가 아닌가 싶습니다... IHM 이야 말로 기계식 시계에 있어 가장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죠..
"IHM - 수정이 많이 되서 원래 모습을 찾기 어려운 무브 - 수정이 어느정도만 된 무브 - 거의 되지 않은 무브" 이렇게 분류 했을때 IHM 의 범위를 앞에 2개로 볼것이냐
제일 앞에 한개로 볼것이냐.. 인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건무님 의견에 좀 더 가까운거 같습니다.. 아마 개인 성향이나 성격도 판단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지 않나 싶네요.. ^^; 중국제 IHM 역시 정의만 만족시키면 IHM으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IHM과 성능은 항상 비례하는것만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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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하나
2012.05.09 00:47
주옥같은 글과 리플들 잘보고 배워갑니다....어렵네요.....애정남이 나타나서 정해줬으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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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황
2012.05.09 09:47
진지한 두분의 토론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시계에 대한 지식이 좀 쌓이면서 바로 부딪히는 주제이면서 정의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걸 느끼게되는 마치 수학의
몇가지 난제같은 주제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렇게 나름 생각해 왔습니다. 먼저 하이엔드의 무브는 건무님이 정의한 협의의 엄밀한 IHM 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그건 그만큼 품위있는 시계를 만든다고 비싸게 받는데 남의 설계를 갖다가 쓰는건 아니죠..사실 전 그래서 굉천님과 같은 이유로 예거를 아니 좋아할수 없습니다.냉정하게 파텍 예거 랑에외엔 르마니아나 프레드릭 피게를 인수해 생산하는 브레게,블랑팡 그리고 상당기간 예거에서 무브를 받은 그리고 아직도 100% 자사무브화가 아닌 바세론이나 AP를 갠적으로 완벽한 매뉴팩쳐로 보지 않습니다.
다른 얘기 같지만 IHM과 브랜드의 퀄러티는 불가분의 관계라 같이 거론할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파르미지아니가 100% 매뉴팩쳐(100% IHM) 라서 세계 3대브랜드니 어쩌니 까부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하이엔드는 설계부터 부품생산까지 전부 자사화된 IHM을 갖고 있어야하고 모든 생산되는 라인을 IHM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는거죠.그래야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정당성이 있는거 아니겠어요? 역으로 하이엔드가 만드는 IHM은 설계부터 부품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해야 진정한 IHM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1000만원 이하의 제품이 주력인 중고가 럭셔리브랜드는 ENO님 말씀대로 비록 ETA등의 범용무브를 써도 자기만의 수정을 많이 가한다면 저는 광의의 IHM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세이코같이 완벽한 IHM을 갖고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는 좀 억울하겠지만 그래서 세이코매니아가 많은거 아니겠어요.
결론적으로 절대적기준의 IHM의 정의보다는 가격대비 그리고 브랜드포지셔닝대비해 정의가 완화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IHM의 정의가 까다롭게 적용되야하는
초고가 하이엔드브랜드중에 그렇지 못하면서 묻어가는 몇몇 브랜드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거겠죠.^^ 유니타스나 에타무브를 아무리 코스메틱무브를 잘한들 몇천만원을 받는다면 전 감히 혹세무민(^^) 하는 브랜드로 규정짓습니다...ㅋ ㅋ ㅋ 가격으론 하이엔드 뺨치는 위블로, 율리스나르당이 아직 하이엔드라 생각치 않는 개인적 이유입니다.
하여튼 건무님 덕에 저도 제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하게되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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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츠
2012.05.09 10:57
저역시 주옥같은 글과 리플들 잘 보고 배워갑니다 ^^;
글쎄요.. 이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ETA에 대한 염증과 그에따른 자사무브에 대한 환상 때문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건무님의 무브먼트의 연구, 설계, 생산, 제작 등이 모두 한 회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을 자사무브로 칭해야 된다는 것 또한 틀린말은 아니나
그 연구, 설계, 생산, 제작 의 범주 또한 정하기 어려운것이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피 기계식 시계의 구조는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물론 기계식 시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과정이 처음부터 단순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에 와서 그 구조를 살펴보면 (기본적인 메뉴얼 와인딩의 타임온리, 스몰세컨드 워치)
배럴과 라쳇휠, 2번휠, 3번휠, 4번휠, 이스케이프먼트 휠과 팔렛포크, 벨런스휠, 그리고 그 조정을 위한 레귤레이터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기계식 시계의 범주 내에서 위 기본적인 구조를 벗어나기란 무척 힘든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세이코같은 경우는... ^^;)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에서 어느정도의 연구와, 설계를 하여야 인하우스 무브의 영광을 받을 수 있는것일까 궁금증이 든답니다.
'생산'과 '제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랍니다.
기본적인 연구와 설계를 한 뒤 대부분의 부품을 제작하여 루비와 헤어스프링 벨런스휠을 니바록스 외 전문 기업에서 공수받는경우
혹은 유치한소리로 그 무브먼트의 스크류 등을 외부 기업에서 공수받는경우..
이러한 경우에도 자사무브먼트라는 칭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걸까요?
인하우스의 칭호를 위해서 벨런스 휠 조차 자체적으로 개발하여야 하고 헤어스프링과 심지어 쥬얼까지도 기존의 것이 아닌
각 시계 회사별로 새로운 재질 혹은 기존 재질이라도 니바록스를 버려두고 새로이 제작 하여야 하는것일까요?
물론 위의 벨런스휠과 헤어스프링까지도 자제적으로 제작하는 기업이 없는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기준의 인하우스를 잡아보았을때
과연 '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칭할 수 있는 회사가 몇개나 존재하며 또한 앞으로 그 수가 과연 늘어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든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식된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은 그 설계, 제작부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심들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말이죠..
과연 무브먼트의 연구, 설계, 생산, 제작의 범위를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
마지막으로 시계 매니아라면 어느누구나 칭송하는 듀포선생님의 심플리시티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AP의 VZSS입니다.
물론 AP의 그것이 듀포의 심플리시티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입니다.
링고님의 표현을 빌려보면
듀포의 심플리시티와 AP의 VZSS는 플레이트의 디자인 뿐아니라 윤열의 설계또한 매우 흡사합니다.
듀포의 심플리시티는 그가 연구, 설계, 생산, 제작하였으나
연구, 설계 부분에서 VZSS와의 유사성이 의심되고 또한 헤어스프링과 벨런스휠이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기에
그의 시계는 듀포의 자사무브가 되기 힘든것일까요?
이러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기준을 잡기 어려운 관계로 저역시 '인하우스'에 대한 환상을 좀 낮추고
그 범위를 넓게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의 그것도 인하우스로 인정한답니다. ㅎㅎ
물론 인하우스라고 무조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고, 또한 인하우스의 가치를 다른 무엇보다 높게 생각하지는 않기에
누군가 제게 iwc나 로렉스 등의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들어간 시계와 하이앤드급으로 피니싱된 2892가 들어간 시계
둘중 하나의 선택권을 준다면 저는 주저없이 하이앤드급 피니싱의 2892를 선택하게 될것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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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2.07.07 06:02
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 세 차는 모두 같은 엔진과 섀시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중 카이엔의 기본 엔진 모델로 비교해 보면 투아렉<Q7=카이엔 입니다만(물론 Q7보다 카이엔이 약간 비싸긴 합니다),
대폭 수정된 터보 엔진을 장착하게 되면 Q7<<카이엔 이 되어버립니다.
이 경우 카이엔의 엔진을 IHM(비교하자면) 냐, 아니냐라고 묻는다면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것 같습니다.
자동차가 엔진만이 전부가 아니듯,
시계는 무브먼트 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디자인과 완성도, 브랜드의 전통과 명성 등으로 이루어진 제품이므로 IMH 의 기준을 스테레오타입화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