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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잠시 집에 들른 뒤 다시 급하게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문득 옛추억들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행복했지만

 

결코 쉽지 많은 않았던 그 동안의 나날들을 회상해보았다.

 

 

 경상남도 함양 출신 아버지와 전라남도 영암 출신인 어머니. 젊은 나이에 혈혈 단신으로 타지인 부산에서 열심히 사시던 이 두분이 1987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 해에 내가 태어나고, 3년 뒤 동생이 태어났다. 각자가 한 집안의 장남, 장녀였기에 결코 쉽지 않았을 부산 생활. 나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내가 5살 되던 해, 아직도 살고 있는 이 부산 구포라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 동네에서만 3번 집을 옮겼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즉 슈퍼마켓에는

 

초등학교 1학년 8월에 이사를 왔다. 한마디로 이 길고 긴 이야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때이다.

 

 

 이에 앞서, 당신은 이 세상에서 누구를 가장 존경하는가? 아직도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세계의 유명한 위인들과 함께 그 이유 역시 거침없이

 

말한다. 그런데, 나는 정말로 '부모님'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물론, 유년기에는 나 역시 세계의 유명한 위인들을 생각해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이다. 왜?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단지 '부모님이니까.'라는 참으로 무성의하고도 당연한 대답을 하고는 했다. 이러한 대답 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귀찮아서도, 그리고 적당한 이유가 없어서도 아닌. 이유를 말한다면 콕집어 말할 수 없는데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함께 그 감사함을

 

횡설수설하는 나 자신이 미워질 것 같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답을 하는 것' 이었다.

 

작년,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영어회화 기말고사에서 외국인 교수가  'Who do you respect the most in the world? If you do that, please tell me your

 

thought with some reasons'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 확실히 들은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바로 'I don't have to find and search one I respect the most. I

 

look up to 2 people. It's my parents. Because....because... I'm really sorry... 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정말 말할 것이 너무 많은데

 

영어 실력이 부족해 정작 내가 항상 감사해오던, 그리고 존경해오던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나도 슬프게, 그리고

 

화나게 만들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냥 웃어 넘겼겠지. 하지만 이건 꼭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에게 'I'm really sorry. I can't explain and express

 

my thought because of pretty bad english ability. But, if you please let me have chance to think a while, I will tell you how I respect to them'이라고 말

 

을 했다. 그러자 교수는 흔쾌히 승낙했고 그 뒤 약 10분동안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표현했다. 물론, 좋은 점수를 받기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지만, 정말,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누군가에게는 알리고 싶었다. 워낙 누군가에게 잘난척, 자랑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데다,

 

항상 겸손하시다보니 나 역시 그걸 보고 배웠는지 그동안 자신있게 말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부터 화물차 운전을 하셨는데, 가족소개 등과 같은 것을 작성할 때 직업에 관해 질문하면 항상 '운수업'이라고 대답하셨다. 어머니는

 

현재, 17년째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중이시다. 다른 곳에 집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닌 슈퍼마켓 자체에 방이 있어 다시 말해, 우리의 집이다. 위인들처럼 멋진,

 

또는 대단한 직업이 아닌 정말 소소한, 아니 누군가의 말처럼 왠만해서는 기피하고 싶은 직업. 그런 일을 나의 부모님은 하고 계신다. 나 역시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이처럼 부모님을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일에는 귀천이 없다'는 지금의 생각이 어린 나에게 있었을리가 없다. 한참 뽐내고 허세도 부리며

 

이상을 꿈꾸던 그때의 나에게 부모님의 직업은 꽤나 부끄러운 것이 었다. 그로 인해 웃지 못할, 아니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생각날 때마다

 

부모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 지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쯤으로 기억한다. 아버지의 소형 화물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던 중에 같은 반 여학생이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흠칫한

 

나는 상체를 숙여 신발끈을 묵는 척을 했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아는 아가?'라고 물으셨는데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서운함과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몰랐고, 나이가 서서히 들어가면서 그때를 회상해보니 그러셨던 것 같다. 아무튼 그때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고, 말없이 계속 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더이상 아버지 직업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어머니의 직업 역시 나는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어머니께서 슈퍼마켓을 운영하신다고 말하면 왠지 놀림을 받

 

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냥 전업 주부시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어쩌다 어머니의 직업을 알게 된 아이들은 나를 부러워하며 쳐다보기 일 수 였

 

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 스스로가 만든 벽을 넘지 못해 어머니의 직업을 초등학교 내내 숨기기에 바빴고 친구들이 집에 놀러 가자고 해도 갖가지 이유들을 대

 

며 피하기에 바빴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점점 어머니의 직업 역시 숨기지 않고 친구들이 생기면 어머니께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그러니 언제 한번 놀러와서 맛있는 것 먹자는 등의 말을 하며 부끄러움은 사라져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니 정말 그때는 왜그랬을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그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실리 없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2시에 주무셔서 6시에 일어나신다. 그것도 무려 17년이라는 세월동안 계속해서. 그러기에 하루종일 피곤해하시고 힘들어

 

하신다. 이게 말이 쉬워 하루 4시간 수면이지만 정작 약 17년을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물론,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살기 위해 한다고는 하지만 어느누가 그 기나긴 세월을 견딜까 싶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그 쉽다는 공부를, 그것도 잠깐 하고 와

 

서는 생색을 내는 아들을 먼저 위로하기에 바쁘시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게다가 그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자식들의 공부에 신경을 엄청 쓰신 아버지. 그 어렵다는 영어, 국어, 그 외 과목들을 직접 가르쳐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

 

말 존경스럽도록, 아니 무섭도록 치밀한 방법들 이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겪었던 학습 방법으로 나는 여전히 공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내 과외 학생들에게

 

도 똑같이 가르쳐 주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방법이다. 물론, 한때 그저 귀찮음에, 그리고 놀고 싶다는 생각에 소홀히 한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만... 다른 감사한 것도 많지만 아버지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이 이것이다. 열정적이면서도 엄격하신 아버지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의 나에게 엄청난 영양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무뚝뚝하시기는 하지만 혹여나 아들이 기죽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며 언제나 부족한 것 없이, 남 부럽지

 

않게, 그리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해주셨지만 정작 당신은 아끼면서, 그리고 먹을 것 제대로 못먹고, 입을것 제대로 못 입으며 살아오셨다.

 

 

 어머니는 나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조력자 이시다. 항상 아버지와는 다르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많이 주시려고 노력했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아버지보다는

 

비교적 많다보니 대화를 많이 하게 되서 공감대 형성도 잘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춘기를 겪던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

 

비해주신 어머니께 엄청나게 짜증을 많이 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단지 짜증이 나고 화가 났고 그 상대가 어머니였다. 그러면서 정말 상처가 되는 말들도

 

많이 하고 어머니께서 속상해 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정말 왜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사춘기를 잘 견디고 수능까지 무사히 마치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건

 

이 터졌다. 그동안 정말 힘든 생활을 견뎌오시던 어머니께서 끝끝내 건강상 문제로 병원에 한달간 입원하셨다. 입원하시기 전날, 어머니께서 나에게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내일 잠시 가게 좀 봐줄 수 있겠니?'라는 말씀에 나는 이미 친구와의 선약이 있다며 거절했고, 그날도 친구랑

 

놀고 있던 중에 그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정말, 이루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죄송한 마음때문에 너무나 슬펐고, 그 일 이후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훨씬 더 커지고 마음을 고쳐 먹은 것 같다.

 

 

 이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일들을 겪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가족과 함께 이겨내며 나는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끼며 지금까지 자라왔다.

 

그러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존경심과 애정마저 생겨난 것이다. 이정도면 우리 부모님은 정말로 대단하신 것 아닌가? 물론, 이런 마음을

 

직접 부모님께 표현하기가 어려워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다.

 

 

 

 누군가 말하기를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 그리고 이상하리 만치 자식교육에 집착을 한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고, 지금 이 나라의 세태를 잘보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금은 부정적으로 해석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우리 부

 

모님 세대 때는 세상이 흉흉한데다 사는것 역시 힘들어 이루지 못한 꿈, 욕망들이 많을 것이고 여전히 그것들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을 자식들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은 그런 힘든 세상, 환경을 겪어왔기에, 자식들만은 자기들처럼 살지않도록 하려고, '공부'라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면서도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일종의 '등용문'에 희망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 저와 같은 20대이신 소고님의 감동적인 글을 읽고, 저도 용기내어서 예전에 부모님께 바치고자, 그리고 교내에서 하는 어버이날 문학 아무튼 무슨 대회가 있어 

 

적었던 글이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물론, 소고님과 비교하자면 정말로 부족한 필력일지라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만큼은 셈셈이라고 쳐도 되겠지요?

 

그리고 소고님, 저는 부모님께 이미 보여드렸는데, 소고님의 글을 읽어보신 아버님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러한 계기를 마련해주신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소고님과 그 외 모든 사랑하는 타포 회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참, 작년 초와 비교하자면, 저의 타포에 대한 관심이 정말로 많이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미 로그인 횟수에서부터 드러나는 듯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좋다면 좋은 소식으로는, 1월 28일 교환학생으로 호주로 떠나게 되어 그때문에 타포에 대해서 많이 소홀해진 듯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타포에 대한 애정은 건재하다라고, 모더님을 포함한 사랑하는 회원님들, 그리고 존경하는 부산형님들께 변명 아닌 변명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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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잠시 집에 들른 뒤 다시 급하게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문득 옛추억들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행복했지만

 

결코 쉽지 많은 않았던 그 동안의 나날들을 회상해보았다.

 

 

 경상남도 함양 출신 아버지와 전라남도 영암 출신인 어머니. 젊은 나이에 혈혈 단신으로 타지인 부산에서 열심히 사시던 이 두분이 1987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 해에 내가 태어나고, 3년 뒤 동생이 태어났다. 각자가 한 집안의 장남, 장녀였기에 결코 쉽지 않았을 부산 생활. 나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내가 5살 되던 해, 아직도 살고 있는 이 부산 구포라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 동네에서만 3번 집을 옮겼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즉 슈퍼마켓에는

 

초등학교 1학년 8월에 이사를 왔다. 한마디로 이 길고 긴 이야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때이다.

 

 

 이에 앞서, 당신은 이 세상에서 누구를 가장 존경하는가? 아직도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세계의 유명한 위인들과 함께 그 이유 역시 거침없이

 

말한다. 그런데, 나는 정말로 '부모님'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물론, 유년기에는 나 역시 세계의 유명한 위인들을 생각해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이다. 왜?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단지 '부모님이니까.'라는 참으로 무성의하고도 당연한 대답을 하고는 했다. 이러한 대답 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귀찮아서도, 그리고 적당한 이유가 없어서도 아닌. 이유를 말한다면 콕집어 말할 수 없는데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함께 그 감사함을

 

횡설수설하는 나 자신이 미워질 것 같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답을 하는 것' 이었다.

 

작년,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영어회화 기말고사에서 외국인 교수가  'Who do you respect the most in the world? If you do that, please tell me your

 

thought with some reasons'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 확실히 들은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바로 'I don't have to find and search one I respect the most. I

 

look up to 2 people. It's my parents. Because....because... I'm really sorry... 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정말 말할 것이 너무 많은데

 

영어 실력이 부족해 정작 내가 항상 감사해오던, 그리고 존경해오던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나도 슬프게, 그리고

 

화나게 만들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냥 웃어 넘겼겠지. 하지만 이건 꼭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에게 'I'm really sorry. I can't explain and express

 

my thought because of pretty bad english ability. But, if you please let me have chance to think a while, I will tell you how I respect to them'이라고 말

 

을 했다. 그러자 교수는 흔쾌히 승낙했고 그 뒤 약 10분동안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표현했다. 물론, 좋은 점수를 받기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지만, 정말,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누군가에게는 알리고 싶었다. 워낙 누군가에게 잘난척, 자랑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데다,

 

항상 겸손하시다보니 나 역시 그걸 보고 배웠는지 그동안 자신있게 말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부터 화물차 운전을 하셨는데, 가족소개 등과 같은 것을 작성할 때 직업에 관해 질문하면 항상 '운수업'이라고 대답하셨다. 어머니는

 

현재, 17년째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중이시다. 다른 곳에 집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닌 슈퍼마켓 자체에 방이 있어 다시 말해, 우리의 집이다. 위인들처럼 멋진,

 

또는 대단한 직업이 아닌 정말 소소한, 아니 누군가의 말처럼 왠만해서는 기피하고 싶은 직업. 그런 일을 나의 부모님은 하고 계신다. 나 역시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이처럼 부모님을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일에는 귀천이 없다'는 지금의 생각이 어린 나에게 있었을리가 없다. 한참 뽐내고 허세도 부리며

 

이상을 꿈꾸던 그때의 나에게 부모님의 직업은 꽤나 부끄러운 것이 었다. 그로 인해 웃지 못할, 아니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생각날 때마다

 

부모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 지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쯤으로 기억한다. 아버지의 소형 화물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던 중에 같은 반 여학생이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흠칫한

 

나는 상체를 숙여 신발끈을 묵는 척을 했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아는 아가?'라고 물으셨는데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서운함과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몰랐고, 나이가 서서히 들어가면서 그때를 회상해보니 그러셨던 것 같다. 아무튼 그때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고, 말없이 계속 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더이상 아버지 직업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어머니의 직업 역시 나는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어머니께서 슈퍼마켓을 운영하신다고 말하면 왠지 놀림을 받

 

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냥 전업 주부시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어쩌다 어머니의 직업을 알게 된 아이들은 나를 부러워하며 쳐다보기 일 수 였

 

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 스스로가 만든 벽을 넘지 못해 어머니의 직업을 초등학교 내내 숨기기에 바빴고 친구들이 집에 놀러 가자고 해도 갖가지 이유들을 대

 

며 피하기에 바빴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점점 어머니의 직업 역시 숨기지 않고 친구들이 생기면 어머니께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그러니 언제 한번 놀러와서 맛있는 것 먹자는 등의 말을 하며 부끄러움은 사라져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니 정말 그때는 왜그랬을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그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실리 없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2시에 주무셔서 6시에 일어나신다. 그것도 무려 17년이라는 세월동안 계속해서. 그러기에 하루종일 피곤해하시고 힘들어

 

하신다. 이게 말이 쉬워 하루 4시간 수면이지만 정작 약 17년을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물론,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살기 위해 한다고는 하지만 어느누가 그 기나긴 세월을 견딜까 싶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그 쉽다는 공부를, 그것도 잠깐 하고 와

 

서는 생색을 내는 아들을 먼저 위로하기에 바쁘시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게다가 그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자식들의 공부에 신경을 엄청 쓰신 아버지. 그 어렵다는 영어, 국어, 그 외 과목들을 직접 가르쳐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

 

말 존경스럽도록, 아니 무섭도록 치밀한 방법들 이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겪었던 학습 방법으로 나는 여전히 공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내 과외 학생들에게

 

도 똑같이 가르쳐 주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방법이다. 물론, 한때 그저 귀찮음에, 그리고 놀고 싶다는 생각에 소홀히 한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만... 다른 감사한 것도 많지만 아버지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이 이것이다. 열정적이면서도 엄격하신 아버지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의 나에게 엄청난 영양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무뚝뚝하시기는 하지만 혹여나 아들이 기죽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며 언제나 부족한 것 없이, 남 부럽지

 

않게, 그리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해주셨지만 정작 당신은 아끼면서, 그리고 먹을 것 제대로 못먹고, 입을것 제대로 못 입으며 살아오셨다.

 

 

 어머니는 나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조력자 이시다. 항상 아버지와는 다르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많이 주시려고 노력했고 같이 지내는 시간이 아버지보다는

 

비교적 많다보니 대화를 많이 하게 되서 공감대 형성도 잘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춘기를 겪던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

 

비해주신 어머니께 엄청나게 짜증을 많이 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단지 짜증이 나고 화가 났고 그 상대가 어머니였다. 그러면서 정말 상처가 되는 말들도

 

많이 하고 어머니께서 속상해 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정말 왜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사춘기를 잘 견디고 수능까지 무사히 마치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건

 

이 터졌다. 그동안 정말 힘든 생활을 견뎌오시던 어머니께서 끝끝내 건강상 문제로 병원에 한달간 입원하셨다. 입원하시기 전날, 어머니께서 나에게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내일 잠시 가게 좀 봐줄 수 있겠니?'라는 말씀에 나는 이미 친구와의 선약이 있다며 거절했고, 그날도 친구랑

 

놀고 있던 중에 그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정말, 이루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죄송한 마음때문에 너무나 슬펐고, 그 일 이후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훨씬 더 커지고 마음을 고쳐 먹은 것 같다.

 

 

 이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일들을 겪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가족과 함께 이겨내며 나는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끼며 지금까지 자라왔다.

 

그러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존경심과 애정마저 생겨난 것이다. 이정도면 우리 부모님은 정말로 대단하신 것 아닌가? 물론, 이런 마음을

 

직접 부모님께 표현하기가 어려워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다.

 

 

 

 누군가 말하기를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 그리고 이상하리 만치 자식교육에 집착을 한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고, 지금 이 나라의 세태를 잘보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금은 부정적으로 해석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우리 부

 

모님 세대 때는 세상이 흉흉한데다 사는것 역시 힘들어 이루지 못한 꿈, 욕망들이 많을 것이고 여전히 그것들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을 자식들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은 그런 힘든 세상, 환경을 겪어왔기에, 자식들만은 자기들처럼 살지않도록 하려고, '공부'라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면서도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일종의 '등용문'에 희망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에서 '자식들은 자기가 잘난 줄 알고 설쳐대지만, 결국엔 부모만큼만 살아도 성공한 셈이다'라는 어구를 봤다.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니기에

 

충분히 와닿지는 않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께서는  '이건 사람사는 꼴이 아니다. 너는 절대 우리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한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지만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아버지의 말씀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현재 부모님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것도, 학교를 걱정없이 다닐 수 있는 것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도, 두다리뻗고 잘 수 있는 것도. 부모님께서 저평가하시는 당신들의 직업과 삶이 없었다면 모두 존재할 수가 없기에 부끄러워 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항상 나에게 '너희 부모님만큼 부지런하고 대단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나 역시 동의 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렇게 묻겠지? '나중에 어떤 부모가 되고 싶어요?'

 

나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제 부모님같은 부모만 되어도 소원이 없겠네요.'

 

 

 

아참, 우리 부모님이 왜 대단하냐는 말에 대한 대답이 아직 안나온 것 같다.

 

 

부모는, 부모라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미 대단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생각이자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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