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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내가 타포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파텍하나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시계 짭퉁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시계 뒷백을 열어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시계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스위스에서 만든 시계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시계를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파텍 부띡 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비싼 시계를 빠뜨립니까? 매니져 귀는 먹었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시계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시계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시계를 손바닥에 놓고 뒷백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런 시계를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파텍 시계를 줍니까? 알마니 하나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훈련소 앞에 5천원 짜리 시계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개 두개 얻은 시계에서 시계를 하나둘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훈련소 시계 마흔 여덟 개을 알마니 한개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귀한 해밀턴 시계를 갖을 수 있게 되었었습니다. 또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오메가를 갖게 되었고 다시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로렉스를 갖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그러기를 여섯번을 더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 파텍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시계를 얻느라고 육십년하고도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시계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시계로 무얼 하려오? 시간이나 보려면 카시오나 파텍이나 그게 그거 아나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파텍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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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
2009.08.0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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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dweller
2009.08.09 03:11
왠지 저의 테크트리인거 같네요...ㅠㅠ -
잭와일드
2009.08.09 08:24
첫 문장이 가슴에 와 닿네요 ㅎㅎ 왠지 실제 이야기인것만 같은 ㅋㅋ -
냑갈
2009.08.09 08:28
중학교떄 교과서에보던 그 글을 패러디한것인가요 ㅎㅎ -
Noblesse
2009.08.09 08:32
흠.. 스키너님 말씀이 와닿는군요...^^; -
현피올때쌀좀
2009.08.09 16:19
테크트리 ㅋㅋㅋㅋㅋ 저는 IWC 위쪽은 그냥 과분하고, 돈도없을뿐더러 저와는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기에
돈이 모인다그래도 파텍까진안갈듯 =_=....... -
블루파이어
2009.08.09 23:49
너무 예전에 보았던 글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피천득 님의 "은전 한 닢" 이었던 듯 합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가 맞는 거 같네요...
스키너 님 말씀처럼 현재 우리가 가장 아끼며 차고 있는 시계가
바로 이 "파텍 한 개"에 해당하지 않을 까 싶네요
저는 "태그 한개"입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링크 한 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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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마수
2009.08.10 09:30
태크트리....ㅋㅋㅋ 멋진 말이네요.... 좋은시계에 걸맞게 좋은차와 좋은집... 모두를 다 가진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보다 더 보람되고 만족도는 높을것 같습니다. -
무한광속
2009.08.10 15:09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 ~~무언가가 남는 느낌^^ -
Marko
2009.08.15 09:11
애절함이 묻어 나오네요 ! 잘 읽었습니다 ! -
페론
2009.08.16 15:18
재미있네요^^
파텍을 가지기 위해서 밑바닥 부터 하나하나 올라간 열정,노력.
글속에서 내용을 보자면 시계가 좋아서 파텍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를 하고 있네요.
저도 제 분수에 넘치는 로렉스,iwc 를 비록 엔트리 급인
씨드웰러와 마크16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평범한 벌이를 하는 시계를 좋아하는 취미 가진 사람이
눈한번 질끈 하고 살수 있는 브랜드라 생각하고 또 이런 시계를
가진 사람은 집도,차도,직업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는 이런 세간의
눈치에 대해서도 별로 동의를 안 하는 편입니다.
그냥 시계가 좋아서 차 살돈으로 다른 것 살돈으로 산 순수한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시계,브랜드라고 생각을 해보는데요.
파텍은 이게 참 어렵네요.
파텍은 나머지 것들도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그런 시계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