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질문은 TF지식인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유게시판

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
gstaad318 3762  공감:16 2016.11.06 13:58

대학생 아들과 대화를 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아버지는 나라가 자랑스러우세요? 

  -응


구체적으로 어떤점이요?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긴 역사도 있고, 약한 나라였지만 단기간에 이렇게 잘 살게 된 점, 근면함 등등


죄송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신흥국 외에는 긴 역사가 없는 나라가 없고, 

미국과 일본 등의 원조가 없었다면 과연 잘 살 수 있었을까요? 

근면함을 강조한 결과 일하는 기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매우 당황하며)그래도 삼성, 현대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생겼잖아. 월드컵, 올림픽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삼성, 현대를 욕하잖아요. 기업이 성장하면 무조건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한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고요.

   -윤리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면 반성이 필요한데, 자랑스러운 것과 연관시켜서는 미처 생각을 못 해봤다.


아버지 친구분들과 중국사람들을 비하하면서 무시하듯 말씀하시잖아요. 불과 100년 전까지 조공을 바쳤고, 지금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데 왜 그러세요?

   -중국 자체는 강한 나라지만 사람들의 민도가 너무 떨어져서 피해를 입히니까 그래. 


민도가 떨어지면, 못사는 나라라면 비하하듯 말해도 되나요? 우리나라의 민도가 중국에 비해 월등하다고 생각하세요?

   -중국에 비해 민도가 낫다고는 생각한다만 어떤 경우에도 비하는 안되지. 아빠가 잘못했다. 


제 생각에는 짱깨, 쪽발이, 검둥이, 까만애, 테러범들 등등의 표현이 제일 민도가 떨어지는 일 같아요.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거 들으면 솔직히 부끄러워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그냥 입에 붙어서 별 생각없이 말했는데, 네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아빠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생각이 많이 있었던 것 같구나.


종종 한국인이 다른나라 사람들보다 우월한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그런 생각이 히틀러를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해요.

아버지가 우리나라가 우월한 것처럼 말씀하실때 솔직히 열등감이 있어 그러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70~80년대에 비해서 너무 발전한 것을 보면 너무 기뻐서 자랑하듯 말한 것도 있는데, 남과 비교하는 것은 일단 나쁜 일이지. 

    열등감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대국과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 질투심을 가졌던 것은 부인하진 못하겠구나.


아버지 기분을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렇지만 언젠가 한번쯤 이런 대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조국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가? 우리가 다른나라보다 우월해야만 하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이 있었는데 아버지 세대와 저희 세대의 의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친구는 "우리나라를 부끄럽다고 느낀다면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라는 말까지 했는데, 그 말에 동조하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아버지와 어른들을 보면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시지만, 실제 일상에서 볼 때는 나라에 대한 사랑이나 자랑보다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사랑하니까 화를 내신 것이겠지만, 그래도 맹목적으로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는 말씀은 아버지의 진심같이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좋은 부분은 좋다, 나쁜 부분은 나쁘다 받아들이고 살아야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아요.

아버지와 제가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라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처럼 장성한 자녀를 두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대화가 부모로서 절대 편하지 않습니다.

한시간 넘게 대화를 했는데, 그래도 아들덕에 오랜만에 나라에 대해, 그리고 제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들이, 아들이 말한 그 세대 친구들이 저보다 진화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같아 뿌듯하면서도,

헬조선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맹목적인 분노와 자괴감만 가지게 될까봐 우려되는 것이 아비된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도 아들의 마지막 말에 그나마 위안을 얻었습니다.


"젊은 놈들은 나라를 사랑하고 감사할줄 모른다며 혼내지 않고 끝까지 듣고 대답해 주셔서 감사해요.

힘든걸 모르고 배가 불러서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하실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아버지 말씀에 반박하긴 했지만, 저도 100%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고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냥 말만 그렇게 심하게 한거라고 생각하셔도 돼요."


그냥 허허 웃으며 가끔 이런 대화를 하자고 마무리를 했지만, 자식과 이런 대화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고, 제 품을 떠난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글로 쓰다보니 알수없는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창피하게도 눈물이 막 나오네요ㅠㅠ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죄송합니다..저도 별수 없는 팔불출 아버지네요...

자랑할 의도로 쓰기 시작한건 아닌데, 쓰다보니 아들이 자랑스러워졌습니다.



p.s. 아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 느끼셨거나, 혹여 불쾌하셨더라도 나쁜 아이는 아니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저 아빠에게 어른인 척 하고 싶어하는 철없는 아이라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감 수 조회 수 날짜
공지 최근 이벤트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군요.. [15] 토리노 5 970 2023.06.02
공지 글쓰기 에디터 수정 및 새로운 기능 안내 [8] 타임포럼 9 2310 2022.03.21
공지 추천, 비추천 시스템 개편에 관한 공지 [13] 타임포럼 21 2461 2021.06.28
공지 장터게시판(회원 및 셀러 장터게시판) 운영원칙 (2021.9.3 업데이트) [95] 타임포럼 24 23609 2019.05.13
공지 사이트 기능 및 이용가이드 (장터, 이미지삽입, 등업, 포인트 취득 및 가감, 비디오삽입, 알람 등) [11] TF테스터 380 590624 2015.02.02
공지 파일업로드 방법 (글쓰기, 댓글 공통) [5] 게시판관리자 34 538534 2015.01.12
Hot 소더비 시계 경매 (홍콩) [4] Energico 1 1231 2024.03.28
Hot Tic Toc과 함께한 도쿄 특파원 리포트 [34] Tic Toc 6 527 2024.03.06
Hot 크로노그래프 다이브 워치의 필수 조건 [16] 클래식컬 13 703 2024.01.20
Hot 오랜만의 타임포럼 벙개 후기 (시계편) [19] Tic Toc 13 706 2024.01.19
32417 1년간 모은 시계들 [103] file Bobadeream 16 3360 2020.05.30
32416 대를 이어 시계를 착용한다는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32] 진홍눈동자 16 2411 2020.01.09
32415 비추천... [18] zesty 16 1073 2019.12.19
32414 [잡담] 사생팬이 생겼습니다. [34] 국가대표선수 16 4369 2017.04.05
» 아버지의 마음 [35] gstaad318 16 3762 2016.11.06
32412 . [14] 표적 16 5631 2016.09.27
32411 ETA 파동, 고(古) 니콜라스 하이엑을 위한 변명 [27] file mdoc 16 9115 2016.07.17
32410 [그곳에 시계]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지난 1년.. [29] file 아롱이형 16 16440 2015.10.21
32409 자유게시판이잖아요 [32] 제에셀 16 4832 2015.06.20
32408 매너 [47] 잉잉호호 16 4792 2015.06.16
32407 선동되었다 라고 표현한 이유 [6] 천사아빠 16 8917 2015.02.27
32406 '다토'회원님이 제시한 근거에 대해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7] file 토리노 16 9552 2015.02.24
32405 [ 펌 ] 이병헌 기사에 흔한 자기반성 [42] file 공간차이 16 4307 2015.01.06
32404 파워인터뷰 ' '가장 창조적인 5% 인재'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상' [44] 다음세기 16 6219 2014.07.25
32403 시계관련 Magazine [18] 포이보스 16 4373 2014.07.01
32402 그들의 손목 위에 [72] file pavelnedved 16 18304 2014.05.08
32401 경찰서 다녀 왔습니다. [95] file 마음의칼로리 16 7913 2014.04.28
32400 백범 선생님, 윤봉길 의사 시계, 그 사연. [35] file 두드림12 16 6762 2013.12.04
32399 일본인이 본 안중근의사 [28] mahavishnu 16 4413 2013.12.03
32398 이재명 의사 [25] file EMINEM 16 4432 2013.11.16
32397 [타사이트 펌] 유모차 공수작전(1000명의 아버지) [31] file 아이별이 16 3547 2013.07.02
32396 이제 다시 경찰서로 갑니다.. 느릿느릿하지만, 빈틈없이 진행하고있습니다. [38] file Nightwish 16 3844 2013.06.22
32395 회원님들 3Hands 님을 응원해 주세요... (Worn & Wound 저널 사이트 소개 기념) [47] file Eno 16 4048 2013.05.29
32394 오늘의 사진 - 53 (5/16) [56] file 한변 16 8666 2013.05.16
32393 오늘의 사진 - 52 (5/13) [70] file 한변 16 9852 2013.05.13
32392 오늘의 사진 - 47 (4/30) [47] file 한변 16 7264 2013.04.30
32391 오늘의 사진 - 36 (4/15) [58] file 한변 16 7084 2013.04.15
32390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김연아) [67] file Cynus 16 5592 2013.03.19
32389 포럼내 시계 별명들 part 2 [38] file 그레이트세이코 16 9119 2013.03.06
32388 요즘의 타임포럼에 대한 생각 [70] 아롱이형 16 3380 2013.01.23
32387 간단 시계 구매팁+1 : 내 손목에 맞는 사이즈는??? [44] file RUGBY™ 16 18666 2013.01.21
32386 추천기능...그리고 비추천 기능에 대해서...끄적 끄적.......... [30] Pam Pan 16 2765 2013.01.19
32385 기계식시계 가격...가치 그리고 거품 그 진부한 명제에 대해 [57] 치우천황 16 5355 2013.01.15
32384 내일부터 당신이 할 실수. [49] file 데미소다토마토 16 3021 2012.12.31
32383 너무 답답해서 질문드립니다 ! [27] kevino 16 3116 201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