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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포에서 JLC의 시계들을 보고있는데 큰아버지께서 "요즘은 르컬춰에서 리버소 말고 다른 시계도 나오는구나!" 라고 하시더군요.
70대 후반이신데 젊으셨을 때는 예거라는 이름 없이 그냥 LeCoultre 였다고 하시네요.
얼핏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혹시 언제부터 JLC로 바뀐지 아신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큰아버지께서는 50년 정도 된 칼라트라바와 20년쯤 된 파텍 엘립스라는 타원형 시계를 가지고 계시는데, 젊은 시절엔 시계에 관심이 조금 있었다고 하십니다.
저는 몰랐던 사실인데 시계이야기를 했더니 대부분의 브랜드와 레벨이나 역사까지 알고 계셨고 리베르소도 가지고 계셨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요즘은 파텍보다 비싼 제품도 많이 나온다며 예거 시계들을 보여드렸더니 옛날에는 고급시계가 나오지 않았고 리베르소를 탁구, 테니스칠 때 차셨다며 재미있어 하십니다.
원래는 폴로경기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친절하신 설명과 함께 공놀이용이었음을 강조하시네요..ㅋㅋ
근데 워낙에 옛날 기준이기도 하고 '고급시계' 기준의 개인차도 있어 애매한 것 같긴 한데...리베르소 스틸 제품들의 가격을 보면 고급시계라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니 맞는 말씀인 듯도 합니다.
큰아버지가 젊으셨을 때는 카탈로그같은 것도 잘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시계를 파는 사람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대개는 컬렉터들이나 시계제조업자가 시계방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단순 판매사원도 있지만 지금처럼 가벼운 정보들로 즐길 수 없던 시절이었다면서'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그래서 뭔가를 가졌을 때 더 기뻤던 시절' 이라고 회상에 젖으시는 모습을 보며 훗날 지금의 시대는 어떻게 회상될지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서칭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20여년 전부터 시계를 접한 저로서는 큰아버지의 말씀이 어느정도 이해되더군요.
대기업에 소속되어 브랜드들이 서열화되고, 가격부터 스펙까지 노출되어 가격이 곧 가치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선 '흙속의 진주'를 찾기란 말할것도 없고, '가성비'조차도 거론될 여지가 없다는 현실이 떠오르며 예전의 재미는 더이상 느낄 수 없다는 슬픔이 밀려오네요...ㅠㅠ
그러면서 어른으로서의 교훈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미국은 신념, 애국, 우정, 사랑, 인권, 자유같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치는 사람도, 받아들이려하는 젊은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지키고 추구해야 할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이 돈과 소비재들로 대체되었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은 나약해졌다.
극단적인 소비와 소유의 자유를 추구하지만 분배의 의무, 가난한 사람을 돌아보는 의무를 정부조차 외면하고 있고 더 많이 갖는 것에만 치중하며 그것이 명예롭지 못한 태도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얼마나 진지한 삶을 살았냐는 질문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자유를 억제하고 의무를 더해야 한다.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가벼운 정보들이 지식으로 포장되는 시대, 정신적 가치가 물질로 대체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만큼 진정한 지식과 가치를 추구하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인터넷을 붙들고 있을 시간의 절반이라도 책을 봐라.
인터넷은 아직까지 두꺼운 책속에 숨겨져있는 진짜 지식을 훔쳐가진 못했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떠다니는 정보들을 너의 지식인 것처럼 말하지 말고, 정보는 정보에서 그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보는 많지만 지식은 없는, 주워들은 것은 많지만 경험은 없는 공허하고 깊이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50년 가까이 정신과 교수로 일하시면서 느끼신 것들을 말씀하신 것인데...잔소리를 들어본 것도, 이런 대화도 평생 처음이네요.
시계를 통해 새로운 대화의 통로를 열게 되었습니다.
큰아버지가 말씀하신 '해서는 안 될' 것들에 가까운 모습때문에 부끄럽기도 하고... 느끼는 바가 많은 아침입니다...-_-;;
타포를 알고나서 뭔가를 구입하고 자랑오픈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지만, 그것도 조금 하다보니 무의미하게 느껴져 요즘은 득템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큰아버지의 말씀을 듣고나니 제가 너무 소비에 치중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그렇다고 해서 득템기를 올리시는 분들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저는 이것저것 너무 심하게 의미없는 쇼핑을 했었거든요...^^;;
애정이나 간절함도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일이 앞으로 중단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고, 오늘을 계기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분들의 득템기를 통한 대리만족을 느껴야겠습니다~^^
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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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2013.02.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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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2.23 01:37
5천만원 가까운 숙박비를 한번에 지불하는 일이 앞으로 살면서 또 있을지 모르겠을 정도인데 며칠간 비워두는 것이 아까워서 그런 것인데 좋게 봐주시니 민망합니다..;;
늘 격려해주시는 덕분에 많이 미숙하지만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항상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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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3.02.22 14:39
큰 아버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 주셨네요.
"인터넷이 두터운 책에 들어 있는 진짜 지식을 못가져 갔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정보로 그치라"는 말씀이 가슴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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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즈
2013.02.22 15:19
뭔가 수준 높은 글이네요.
글 본문도 그렇고, 댓글도 그렇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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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정
2013.02.22 16:42
굵은 폰트로 작성하신 큰아버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네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글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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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2013.02.23 00:06
소중한 글 아주 감사합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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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2013.02.23 02:50
어르신들의 후손들에 대한 걱정에는 충분히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만, 항상 어느 시기이건 어르신들에게 젊은이들은 미덥지 못했었죠. ^^
아마 큰아버님의 윗세대는 큰아버님의 세대에 대해서 아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
미국의 젊은이들의 정신상태가 과거보다 후퇴했느냐? 라는 물음에, 그렇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50년대의 미국 젊은이들의 다수에게 인종적 차별은 자연스러웠습니다. 80년대 미국 영화에서 흑인으로서 주연배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에디 머피 하나였습니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과거보다 양극단으로 확연히 나뉘어지고, 한쪽 극단이 과거보다 좀더 비합리적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도 젊은이들이 개인적이고 타인의 삶을 외면한다는 전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지만,
요근래의 정치적 사건들을 보자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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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3.02.23 04:10
어른이 미덥지 못하게 보는 것도 맞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60년대부터 시대의 변화를 자료들을 보여주며 말씀하신 것인데요,
과거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소중히 하지 않는 것은 맞는 듯 합니다.
중요한 가치들이 돈으로 대체된 시기를 80~90년대로 보는데, 90년대 이후로 우울증과 범죄가 가파른 그래프를 그리며 증가하여 부와 우울증의 상관관계, 부의 편중과 범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자료를 보니 80년대에는 60% 이상의 대학생들이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을 해소하는 데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10%도 되지 않더군요.
게다가 태아를 낙태하여 장기를 적출하지는 법안이 나올 정도로 인간성이 말살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지난연말 부자세금때문에 시끄러웠던 것이나, 건강보험 제도나 이민법을 개선하는데 쌍심지를 드는 것을 보면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과거 노예제 폐지와 인종차별 금지를 외치던 모습이 아닌,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한 모습만 보여 너무 슬펐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보다 미국이 더한 것 같아요..물론 과거보다 나아진 면도 있긴 하겠지만요...-_-;;
그리고 영화에서 흑인 비중이 높아지긴 했어도...여전히 상원의원, CEO, 로펌 대표 등 대표적인 상위 직군으로는 그려지지 않는 듯 합니다.
현실도 그렇고요...
그리고 현재 미국의 진정한 약자는 흑인이 아닌 아시안과 히스패닉인데, 그들에 대한 보호는 점점 약해지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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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iva
2013.02.23 20:23
학습하고 조성된 환경에서 자라는 사람인지라 요즘 사람들은 이라는 말은 좀... 윗세대가 만든 환경에서 자라나는 요즘 사람들을 탓하기에는 그 윗세대의 책임을 빼놓을수 없죠.. 선생들이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 하지만 그 아이들 부모세대와 선생들은 비슷한 세대이니...그런 가르침 아래서 자란 아이를 탓하기에는 그 윗 세대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요. 욕망이나 선택의 다양성도 주어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니 요즘세대가 만든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 놓은 것만을 택할수 있으니까요. -
Jason456
2013.02.24 00:20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저런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누군가의 탓을 하는건 더욱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방향이 있으면 탓하기보다 바로잡도록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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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uaaqua
2013.02.24 13:26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도....중동과 아프리카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다 동의하고 옳다는 생각입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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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큰아버지께서 컬쳐로 발음하시기에 ....아하 ...라틴어나, 독일, 프랑스에 뿌리를 둔 발음으로 어원은 영어로 culture가 아닌가 했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예거 르 꿀뜨르의 기원이 Jacques-David LeCoultre와 Edmond Jaeger 라는 2명의 사람 이름이었군요....
ㅋㅋㅋ 단편적인 정보지만 또 하나 익힙니다.....ㅋ......그리고 사람이름이면 발음은 하나로 불러줌이 좋을듯 하네요......
그런데 북한에서 김일성...뭐 이름 붙히면 대단히 거부감 있는데....서양인도 이름 붙히는거 대단히 좋아하는군요...많은 시계이름이 사람이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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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근면, 성실, 정직 이런것을 가치로 치는데....
신념, 애국, 우정, 사랑, 인권, 자유를 가치로 삶는다면 ...... ?
아무튼 주변에 본을 보여주시는 어르신이 많은 가정,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가질수 있는 환경과 여건 모두 많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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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가는 기차
2013.02.25 18:12
207569 님 하고 저하고 생각이 비슷한듯 하네요 ㅎㅎ
오하마의 현인 워렌버핏과의 식사를 돈주고 사서 드시는 분도 계시듯이
저도 제이슨님과의 식사를 한번 사서 제이슨님 말씀 듣고 싶네요 ㅎㅎ
참고로 저는 서울 목동 거주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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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트
2013.02.27 03:13
저도 제이슨님과 한 번 뵙고 싶습니다.
굉장히 멋진 분일 것 같은데, 실제로 같이 식사하면 듣기만 하고 말씀은 잘 안 하실 것 같아요..ㅎㅎ
아~ 정말 제이슨님의 글이 기다려집니다.
아래 '스위트룸 무료이용'글을 읽으면서 귀찮아 하지 않고 남을 생각하며 '배려'가 깊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를 억제하고 의무를 더한다'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통하지 않나 합니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아래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위에 있는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한 것인데... 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서양에서도 처음 시도하게된 동기가 어떠하더라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된 것도
사회를 이끌어가는 상류층의 자각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제이슨 님의 글 조각 조각에서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희망을 발견하고 흐믓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