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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1cc 4130 2007.08.30 05:06
 
피아노의 구도자 백건우 선생님의 쇼팽 오케스트랄 전곡집입니다.
쇼팽은 오케스트라 작곡에 흥미가 없었기에,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곡에서도 피아노의 역할은 단연코 중요합니다.
 
백건우 선생님은 곡의 중심이 되는 피아노를 비단과 같은 부드러움으로 이끌어나갑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라면 2번과 3번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겨울, 외로움 과 같은 복잡한 감정이 스려 있는 1번 또한 아름다운 곡입니다.
 
백건우 선생님의 1번 콘체르토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녹아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3번 콘체르토는 너무나도 좋아하여,
지금까지 연주자별로 16개 정도를 모았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키신이라할 수 있습니다.
 
젊음이 가진 패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가의 면목을 드러내는 놀라운 신동
조금 느리게 시작되는 시작부분도 익숙해지면 속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져듭니다.
 
 
 
 
 
한 때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연습한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 때도 키신의 연주를 레퍼런스로 삼았었습니다.
 
제가 피아니스트가 되었다면, 굳이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기보다는 키신의 기법을 거듭 연구해서,
또 다른 한 사람의 키신이 되고자 했을 것입니다.
 
 
 
 
 
 
정경화가 오랜만의 휴가를 얻어 어느 도시로 휴식을 취하러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옆 방에서 묵고 있던 클래식 애호가가 정경화의 방에서 하루종일 계속되는 바이얼린 소리를 듣고,
정경화에게 묻습니다.
'오랜만에 휴가를 받으셨다고 하는데, 왜 방에서 바이얼린만 켜고 계시는 거죠?'
이에 정경화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어 너무 좋아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만큼 바이얼린을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대가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정경화입니다.
정경화 바이얼린 연주를 들은 후 얼마동안은,
아이작 스턴, 핀커스 주커만 그리고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마저도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페레이아의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입니다.
베토벤의 대가는 정말로 많습니다만, 콘체르토의 4번만은 페레이아의 것이 가장 좋았었습니다.
 
베토벤 4번의 시작은 피아노 솔로입니다.
덕분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게 자연스로운 콘체르토의 솔로 인트로에
많은 피아니스트가 긴장한다고 합니다.
 
페레이아의 4번 인트로는 페달 워크와 타건이 너무나도 적절하게 어우러져,
여음의 길이와 양이 그야말로 완벽할 정도로 조절됩니다.
 
알프레드 브렌델 같은 거장의 음색이 조금 건조하다고 생각될 때,
짐머만의 연주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페레이아의 콘체르토를 들어보세요.
 
 
 
 
 
알프레드 브렌델은 엄청난 독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리 속에 들어있는 엄청난 지식을 자양분으로 한 그의 음악은
너무나도 성숙되어 있습니다.
 
사이먼 래틀과 함께 연주한 베토벤 콘체르토 전곡집에서 단연코 주목되는 곡은
5번 황제입니다.
 
베토벤의 곡은 단지 피아노를 잘친다고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곡은 아닙니다.
최근 백건우 선생님의 베토벤 소나타 음반에도 그러한 고민이 잔뜩 들어가 있지요.
 
직접 베토벤의 삶에 녹아 들어간 적은 없지만,
브렌델이 가진 간접 경험의 밀도는 그가 베토벤의 슬픔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합니다.
 
 
 
 
 
 
마사 아르헤리치의 콘체르토가 너무 귀를 피곤하게 할 때,
이보 포고렐리치의 쇼팽이 마음을 불안하게 할 때,
 
쇼팽을 노래하는 시인,
크리스티앙 짐머만의 쇼팽 콘체르토를 들어보십시오.
 
짐머만은
베토벤이나 바흐같은 교과서와 철학책을 읽는데 뛰어난 모범생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시를 아름답게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자신이 직접 지휘한 이 앨범은 크리스티앙의 서정성이 지휘자에게 간섭받는 일 없이
정말이지 자유롭게 펼쳐집니다.
특히 이러한 서정성은 2번 콘체르토 1악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변화무쌍하지만 저절로 녹아들게 되는 속도의 변화,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다이나믹한 크리스티앙의 연주는
쇼팽의 마음마저 증폭시킨 것 같은 느낌입니다.
 
 
 
 
 
 
대가라는 말을 올리기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는 이 분은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입니다.
 
이분은 감히 일반인이 범접하지 못할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죠.
 
언젠가 제가 하나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아름다운 음을 내려면 어떤 손모양을 가지고 건반을 터치해야 하는 건가요?'
 
'어떤 모양이든 아름다운 소리만 낼 수 있다면 그걸로 된다.
 코로 치든 손가락으로 치든 방법은 상관없다.'
 
실제 이분의 연주를 보면 피아노 건반 위에 손바닥을 펼친채로 조용히 좌우로 움직이는 것만 같습니다.
도저히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죠.
 
루빈슈타인은
여음과 배음을 이용한 쇼팽의 작곡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있는 녹턴을 연주함에도
페달워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배음을 울리고 여음을 남기기 보다는,
청취자로 하여금 모든 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만드는 듯한,
그런 연주를 들려줍니다.
 
이는 그의 쇼팽 왈츠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보통 열정과 절제라는 말은 서로 대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 앨범에서 키신은 그 둘이 얼마나 아름답게 어울리는지를 보여줍니다.
쇼팽의 발라드 1번곡은 과연 이곡이 이런 곡이었구나,
쇼팽도 이걸 들으면 놀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루를 마친 후 집에 들어와
 
창과 문을 모두 닫고,
 
오디오를 제외한 전기장치도 모두 꺼버립니다.
 
냉장고와 전등마저 힘을 잃어버린 고요한 밤.
 
 
 
 
세상과 나를 그렇게 격리시킵니다.
 
공간도 소리와 빛도 모두 차단해 버린 거실에는
 
6C33B와 초단관에서 나오는 희미한 붉은 빛만이 존재합니다.
 
 
 
 
먼 하늘에서 바라본 대도시의 빌딩을 연상시키는 진공관의 빛은
 
세상과 나와의 거리또한 그만큼이나 벌려놓습니다.
 
 
 
 
분자의 진동이 활발해져, 전자가 지나갈 길이 적당히 뚫리고,
 
소리의 신호를 받기만을 기다리는 그 때,
 
키신이 연주한 쇼팽의 Barcarolle을 걸어봅니다.
 
 
 
 
디지털 신호는 회로와 케이블을 따라 DAC를 거쳐 소리의 신호로 바뀝니다.
 
프리앰프를 통해 정류된 신호는 초단관을 거쳐
 
6c33b 관의 진공 속에서 제몸을 튕겨 에너지를 얻어냅니다.
 
스피커의 콘에서부터 나오는 공기의 떨림은,
 
나의 귀에 도달하여 다시금 전기신호로 바뀌고,
 
뇌로 전해진 전기 자극은
 
모든 신호를
 
'행복'이라는 형체없는 감상으로 남긴채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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