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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 BRAND

독일의 품질관리와 세운스퀘어 장인이라는 분들에 대한 아쉬움



새 시계 구매에 대한 설렘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깨져버리긴 처음이네요.

그저께 시계를 보관함에 넣기 전에 천으로 닦다가 시스루백 넘어로 뭔가 노랗고 살짝 반짝이는 먼지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그냥 먼지인가 했는데 여러번 봐도 마치 금속을 깎을 때 생기는 부스러기 같이 보였습니다.

처음 샀을 때는 못보던 것이라 "시나매님의 의견처럼 요며칠 사이 시계 내부에 있다가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독일로 다시 보내볼까도 했지만 이동 중에 이것이 무브먼트에 끼거나 아니면 더 깊숙히 들어가 안보이게 되면

독일까지 보내고 오는 시간과 비용은 모두 제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나라안에서 해결해 보기로 했습니다.

왠지 캐이스백을 열어 먼지만 불어 날려버리면 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종로 세운스퀘어로 향했습니다. 나름 정평이 난 "수*사"로 갔습니다.

현미경 같은 걸로 보시더니 역시나 케이백을 열어 블로어로 먼지를 날려버렸습니다. 금속조각이 맞는 거 같고 이거 잘못해서 기어 사이에 끼면

오버홀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수리를 마치고 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전에 없던 문자판에 먼지가 하나 떡하니 생겼더군요.

먼지 제거 과정에서 새로 유입된 거 같았습니다.

다시 그곳으로 갔는데 수리하셨던 분이 이거 뺄라면 케이스 전면을 열어야 하는데 그건 기스 많이 생기니 나중에 하라고 했습니다.

뭔가 시계구조를 모르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시*나라" 에 갔습니다. 먼지 제거 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케이스를 열어 무브를 분리하고 다이얼에 붙은 먼지를 날려버렸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무브를 재설치하는데서 일어났습니다. 무브와 케이스 사이를 메워주는 금속틀을 분리 안하고 통째로 집어 넣으려하셨는데

잘 안들어갔습니다. 금속 핀셋으로 로터부분을 집어서 계속 밀어넣으려 했는데 위태위태해 보이더군요. 왠지 흠집이 나진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고정틀을 분리해 무브먼트를 설치하고 케이스를 닫았습니다. 

수리완료 후 보니 로터 여기저기에 기스가 생겼더군요. 또한 케이스 오프너도 그냥 펜치같은 걸 쓰셨는데 역시 케이스백에도 살짝살짝 기스가 좌악. 

미안한듯 웃으시며 수리비는 만원만 받겠다고 하시는 분에게 뭔가 더 시정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아 그냥 나왔습니다.

허탈하게도 돌아오며 보니 먼지 하나가 역시나 케이스백 안에 보이더군요. 허허허.

무브를 망칠 금속 먼지를 제거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그것에 대한 대가가 로터와 케이스의 기스를 남긴 건지.

아니면 다이얼에 묻은 먼지 하나를 참았어야 하는 건지.

생각할수록 허탈함과 짜증이 밀려옵니다.

시간과 돈 들여 제가 제 시계를 망친 것이 아닌지 말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독일제조업의 명성도 과하지만 허명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버홀이라는 것도 결국 정밀기계라는 시계에 걸맞지 않게 지저분한 작업대에서 안경닦는 천 하나 깔고 툭툭 치며 덜 세밀하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하얀 위생복 입고 깨끗한 작업실에서 반도체 다루듯 할 거란 것은 모두 환상이었습니다.

오래된 시계의 여기저기 기스가 난 무브들을 볼 때면 시계 안에만 있던 애들이 왜 기스가 났을까 했는데 

오늘 작업하는 걸 보니 그것이 얼추 이해되더군요. 

그냥 시계 고장 가능성을 줄인 걸로 마음에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제 의도와 사용여부에 상관없이 생긴 상처들이기에 시계에 대한 애정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맘 졸이지 않고 쓸 수는 있겠네요.



IMG_319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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