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 드레스워치의 위기 - 조금은 두껍고 커도 괜찮을까? Highend
요새 드레스워치들은 인기가 많이 없습니다.
특히나 엄격, 근엄, 진지한 드레스워치들은 (dead serious dress watch) 더더욱 갈 곳이 줄어들고 있지요.
제가 최근에 드레스워치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해보게 된 계기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드레스 코드입니다.
제가 일하는 업계는 나름 보수적인 업계인데도
얼마전 글로벌 드레스 코드가 바뀌어서
클라이언트 만나는 일이 아니라면, 평일에도 청바지 입고 근무해도 괜찮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갑기도 하지만,
이렇게 스포츠워치, 특히나 롤렉스 같은 스틸 스포츠워치는 계속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고
드레스워치, 특히 엄근진 드레스워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힘들겠구나 싶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패션이 많이 캐주얼 쪽으로 기운지도 한참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정말 로얄오크나 롤렉스 같은것만 있으면
일주일 내내 모든 복장을 다 커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드레스워치에 손이 가기 아주 힘들어졌습니다.
특히나 정장이 아니면 다른 패션에 어울리기 힘든 엄근진 드레스워치는 더더욱이요.
엄근진 드레스워치는 게다가 작고 얇아야해서 가격도 비싸고
얇은 무브먼트는 약하기 때문에 관리도 쉽지 않은데
그걸 사도 찰만한 날이 많지가 않습니다.
훨씬 튼튼하고 시류에 맞는 스포츠시계를 두고
드레스워치, 그것도 엄근진 드레스워치를 선택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007이나 기타 미디어의 끊임없는 노출의 결과 덕인지, 이제는 정장에 스포츠시계를 찬다고 해서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용인은 되는 현실입니다. 스포츠시계 차고 정장 입어도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 아니게 된거죠.
그럼 스포츠시계가 정장부터 수영복까지 전부 다 커버할 수 있게 됩니다.
스포츠시계가 커버 못하는 단 하나, 블랙 타이 같은걸 입을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죠.
그러니 스포츠시계만 있으면 다 해결됩니다.
드레스 워치가 필요가 없어졌죠.
그렇지 않아도 손이 많이 가고 관리가 까다로운 드레스워치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
게다가 드레스워치엔, 특히나 엄근진 드레스워치엔 가성비라는게 없습니다.
보통 귀금속에 얇은 고급 무브먼트를 썼기 때문에 비싸고
크기가 크지도 않고 잘 튀는 디자인고 아니고
평소엔 셔츠 속에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오로지 본인 만족만을 위한 시계죠.
드레스워치를 찾는 사람이 적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 그래서 시덕들이야말로 드레스워치를 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덕질이라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며,
고급지다는 것은 쓸데없는 것에 높은 퀄리티를 보이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보고 인정하고, 바로 거기에 쓸데없는 돈을 들이는 것이 바로 덕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가성비 따위 개나 줘버린,
쓸데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시덕들이 가져야할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시류를 아주 무시할 수도 없지요.
엄근진 드레스워치는 정말 활용도가 너무나 낮습니다.
본인이 일주일에 최소한 3-4일은 정장을 입는 사람이 아니고선요.
그럼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엄근진 드레스워치보다는
살짝 크고 두께도 좀 있는 드레스워치가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셔츠 소매도 스포츠시계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여유있게 맞춰놓은 만큼,
스포츠시계보다는 살짝 작지만
스포츠시계보다는 얇지만,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아우를 수 있는
10mm 또는 그보다 살짝 두꺼운 정도의 드레스워치.
과연 그런 시계는 어떤것이 있을지.
찬찬히 찾아가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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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py
2019.06.2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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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cop
2019.06.25 05:50
마린/바쉐론 오버시즈/ 있지 않을까요 ㅋ
롤에는 데이저스트나 요트마스터1 데이토나 ㅠㅠ 정말
스포츠 워치가 요즘은 투박스럽게만 나오질 않으니 ㅎㅎㅎ
신기한건 스포츠 워치도 수트에 은근 잘 어울린다는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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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6.25 08:29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시나요~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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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계초보
2019.06.25 09:16
본래 직업상 정장을 1주에 5일 정도 입었습니다. 이직으로 요즘에는 스포츠 워치를 많이 쓰지만... 전반대로 엄근진한 하이엔드 드레스워치에 욕심이 나서 내년쯤 기추 생각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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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어
2019.06.25 09:29
저는 브레게 5140을 청바지+반팔티에도 차고 다니는데 공교롭게도 40미리에 두께가 10.8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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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아래
2019.06.25 11:44
멋찐시계 갖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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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이
2019.06.25 11:52
양복에 운동화 신고 다니는 시대니...... 시계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격식과 양식이 모두 파괴된 시대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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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땅군
2019.06.25 13:28
그러기에 가장 제한이라면 소재겠지요. 골드 재질로 매일 차고다니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갈테니...
스틸 혹은 기스에 강한 탄탈륨 정도가 적당할 거 같습니다.
또한 줄질을 잘 받는 시계가 선택받을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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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파
2019.06.25 14:50
이왕이면 방수도 30m 보다는 50 혹은 100m정도까지 커버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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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청년
2019.06.25 15:04
살짝 크고 두께도 좀 있는 드레스워치하면 제일 먼저 랑에가 떠오르는데.....한편으로는 진정한 엄근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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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램트
2019.06.25 22:27
우아함을 스포츠워치에서 찾긴 힘들죠...ㅎㅎ 각자의 영역은 분명 간극이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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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찐찐
2019.06.26 07:00
좋은 글 추천합니다!
얇고 작은 드레스워치는 안목이 갖춰져야 손이 가는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아니면 언젠가 작은 사이즈의 유행이 또 오지 않을까도 싶고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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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감생신
2019.06.26 10:22
유익한글 잘 읽었읍니다. 젊은세대들이 부쩍 시계관심갖고 많이 차다보니 최근 스포츠워치가 인기가 높습니다만, 중년이상의 세대에선 전통적 긴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워치또한 나름 매력이 넘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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믓시엘
2019.06.26 13:04
'원래 덕질이라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며,
고급지다는 것은 쓸데없는 것에 높은 퀄리티를 보이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보고 인정하고, 바로 거기에 쓸데없는 돈을 들이는 것이 바로 덕질'
이거죠 덕질은 ㅋㅋㅋㅋ -
데스딜러
2019.06.27 00:59
스틸 시계를 수트에 차는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의 분위기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저는 얼마전에 바쉐론 행사에서 만났던 크리스티안 셀모니씨의 드레스 워치가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추정컨데 사이즈가 34~36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구요.
185가 넘는 거구의 손목에 자그마하게 얹혀있는 빈티지 드레스 워치의 존재감이란.. 시계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디테일은 결코 빼놓을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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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2019.06.27 20:51
요즘 드레스 워치를 보면 방수기능과 사이즈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크기는 스포츠워치같이 커서 불편하고 방수는 따라가지 못해서 관리하고 어렵고 기피할만합니다.
관리하기 쉬운 적당한 방수능력에 올려주신 사진들처럼 동양인 손목에 맞는 크기의 드레스워치가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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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6.27 22:40
제 컬렉션의 TOP 자리는 언제나 금통 드레스워치의 것!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ㅎㅎ
다만 저도 8mm 이하의 너무 얇은 시계들은 요즘 드레스코드를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범용성이 좀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지금은 크기나 두께를 1~2mm 정도 키운 아이들을 운영중인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네요 ㅎㅎ
그래도 제 개인적인 기준에선 아직까지는.. 크기 38mm, 두께 10mm를 넘는 드레스워치는 반대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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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늑대아들
2019.06.28 07:21
다들 비슷한 생각이시네요
그래도, 저는 드레스 워치가 좋습니다.
범용성이 있는 드레스 워치가 많이 공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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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Kim
2019.07.01 12:18
덕질에 대한 고견이군요~~^^
시리즈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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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ko
2019.07.26 11:03
그래서 iwc가 인기 있는 이유 아닐까요. 특히 해외에서는 더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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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달
2021.05.28 13:51
글 잘 읽었습니다. 시리즈글 정주행 가겠습니다.
무조건 스포츠 워치만 추구해오던 제가 오히려 최근에는 정통 드레스 워치에 관심이 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