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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브레게와 하이엑 회장 두 사람은 시계사에 영원한 족적을 남길만한 사람입니다.

아브라함 브레게가 폰노이만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이름' 이라면 하이엑 회장은 빌게이츠같은 존재입니다.

 

브레게의 부활은 이미 수차례 언급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그들이 어떻게 업계 2위가 되었는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레게는 하이엑 회장이라는 독보적 존재의 품 안에서 비교적 빠르게 업계 2위가 되었습니다.

하이엑 회장이 파텍의 자리까지 노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2위가 되었으니 객관적으로는 눈부신 성공입니다.

 

 

1. 하이엑 회장의 위상 : "고객님? 까불고 있어! 나는 너희랑 동급이야(사실은 내가더 높아)!"

 

브레게의 성공에는 하이엑 회장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하이엑 회장은 최상위 마켓에서도 극소수의 특수신분층에게 대등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르노회장과 하이엑회장의 공통점은 '오만함' 이며,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갑을 관계를 뛰어넘어 '시장지배자' 라는 특수신분을 획득한 사람들입니다.

 

특수신분층들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같은 세계적 수준의 부자가 해외에서 별 인정을 못받는 이유는 이런 복잡한 커넥션에 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커넥션에는 서구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각국 고위 정치인, 전통 귀족들, 중동의 오일머니부터 엔화와 위안화를 앞세운 일본과 중국 자본가는 물론 어둠의 지배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그 중 한명이 망하면 다같이 큰 피해를 보는 유기적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도 내막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들에 의해 조종당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이엑 회장은 아르노씨와 더불어 위의 사람들을 전화로 불러낼 수 있는 특수신분층이었습니다.

단지 돈만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업계의 지배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무조건 남들보다 비싼거 주세요"를 외치는 특수층에게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친구관계로 비싼 시계들을 팔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매자들은 '하이엑이 파니까', 게다가 '브레게니까' 망설임없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시계업계의 나름 거물인 필립듀포나 위블로의 비버같은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관계는 돈으로 끈끈하게 얽혀있어서 서로 투자를 주고받고, 같이 부당행위도 하는 등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이엑 회장정도 되면 소비자를 골라서 팔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시계업계의 평가는 약간 다를 수도 있습니다..라이벌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진 않으니까요.

저희도 아르노씨를 나쁘게 깎아내리지 공식적으로 치켜세우지 않습니다.

 

 

2. 이름값의 미학과 아픈곳 찌르기 : "너 나폴레옹급은 아니지? 몬테크리스토백작 안 읽었어? 아니면 와서 여러개 사."

 

하여간에 브레게는 하이엑 회장과 아브라함 브레게 두 사람의 이름값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저는 유치하지만 이것을 이름값의 미학이라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 나폴레옹, 처칠의 이름을 들먹이며 마케팅을 할 때 엄청 비웃었는데..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수준에선 황당한 이름값도 먹힌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랑에를 하이엑 회장이 인수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이유도 이런 데 있는 것인데, "옛날 독일 최고 브랜드인데, 포르쉐도 독일거니까 와서 이거 열개 사라!" 는 식으로 거물들에게 떠넘기듯 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왜냐면 어차피 그 돈들이 서로 돌고 돌면서 불어나니까요.

 

그리고 시장의 지배층들도 나름대로의 컴플렉스가 있는데, 하이엑 회장은 컴플렉스들을 잘 이용했습니다.

아랍 왕족은 유럽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고, 유럽 귀족들은 신분사회가 아니어서 속상하고, 유럽 왕족들은 이름만 왕이어서 열받고, 미국 재벌들은 근본없다고 무시하는 유럽이 밉고, 중국부자는 일본보다 더 대우받고 싶은데 안되고, 일본부자는 백인이 아니어서 속상하고...

이런 컴플렉스를 콕콕 찌르며(동등하니까 가능했죠) "너 브레게 비싼거 사면 나폴레옹, 처칠하고 동급이야" 라면서 "알렉상드르 뒤마 몰라? 몽테크리스토 백작 안 읽어봤어?" 라는 얄미운 방식으로 마구 팔아치웠습니다.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구닥다리 디자인으로 "이거 역사적인 디자인이야. 안 좋아보여? 보는눈이 없구만." 하는 식으로 클래식 디자인을 추구하기도 했지요.

그 결과 저같은 사람의 시기섞인 비난을 뒤로한채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그리고 지금은 제 눈에도 예뻐 보입니다..아니 예쁘게 봐야합니다ㅠㅠ

 

 

3. 일반 시장 공략 : "너 위해서 싼거 만들었어. 비싸면 못사잖아. 응? 돈 더 있다구? "

 

최상위 마켓에서도 손으로 꼽을만한 지배층들만을 대상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하이엑 회장은 2천만원대 엔트리 제품들부터 라인업을 갖추면서 '나폴레옹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상류층이 선택하는 시계를 나도 공유한다' 는 순진한 자부심, 혹은 비뚜러진 열등감을 마구 찔러대며 부자 일반인을 공략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건 뚜르비용이 제맛이지." 라며, "너 돈 없어? 달그림 하나는 있어야지, 구멍 뚫어진건 너무 비싸서 못사냐?" 라는 식으로 어디서 났는지 모를 돈을 전대에 넣고 다니는 중국인을 흔들며 전대속의 돈을 빼앗아갔습니다.

 

 

4. 브레게에 집중 : "블랑팡 너는 찌그러져 있어라! 야, 너네 이제 블랑팡 사지 말고 브레게 사!"

 

하이엑 회장은 블랑팡을 팽개치고 브레게가 최고라고 선포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역시 하이엑 회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비슷한 컨셉의 블랑팡을 놔뒀다면 둘 다 힘들어진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겠지만, 막상 하나를 밀어내기가 쉽진 않거든요.

 

어쨌든 하이엑 회장은 용단을 내렸고, 브레게는 성공, 블랑팡은 최상위 마켓에는 못 들어가고 하위 마켓으로도 가기 싫은듯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은 정신차리고 자신의 자리를 수긍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갑자기 블랑팡을 밀어낸 여파 역시 앞서 언급한 '하이엑 회장의 이름값'으로 무마되었던 것입니다.

 

 

 

*조금 손보긴 했는데, 예전에 한국 직원교육때 사용하려고 작성한 것이라 과장된 표현들도 많고, 앞선 글들과는 조금 스타일이 다릅니다.

재미있게 하려는 의도였지만..별로 재밌진 않네요.

그래도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집어넣진 않았으니 걸러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직원의 기분으로 읽어보셔도 재밌겠네요.^^

 

*최상류층, 지배층 등은 제가 계급지향적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마땅히 표현하는 말이 없어서 편의상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인 정서와 배치되는 느낌이 들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구매력으로 계층을 나눈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만약 브레게가 보급형 스틸시계를 만들어 팔았던 '흑역사'를 가졌다면 지금처럼 성공이 가능했을까요?

하이엑 회장이 선택만 했더라면 두개의 이름을 업고 성공했을 것이라 믿습니다.

과정은 조금 힘들었을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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